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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바다의 조그만 섬 바닷가 백사장에서
나 울다 젖은 채로
게와 어울려 노네
뺨에 흐르는
눈물 닦지 않은 채
한 줌의 모래 움켜쥐어 보이던 사람 잊지 못하네
모래 언덕의 아랫자락에 누운 나무토막에
주위를 둘러보고
뭔가 말을 걸어보네
생명이 없는 모래의 슬픔이여
사르르 사락
쥐어보면 손가락 사이에서 떨어져
한초롬하게
눈물을 빨아들인 모래 알갱이
눈물은 이렇게나 무거운 것이던가
큰 대란 글자 백 번도 더 넘도록
모래에 쓰고
죽기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왔네
눈을 뜨고도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 버릇은
서글픈 버릇이니
엄마 나무라지 마
한 무더기의 흙에 침을 흘리고
우는 엄마의 초상화 그려본다
서럽기도 하구나
불빛도 없는 방에 내가 있었고
우리 부모님
벽의 안에서부터 지팡이 짚고 나와
장난 삼아서 엄마를 업어 보고
그 너무나도 가벼움에 울다가
세 걸음도 못 걷네
표연히 훌쩍 집을 나갔다가는
표연히 다시 되돌아오는 버릇
벗들은 비웃어도
고향에 계신 아버지 기침하실 적마다 이리
기침 나오는 걸까
병드니 허무하네
나 우는 것을 아가씨들 들으면
병들은 개가
달 보고 짖는 소리 닮았다고 하겠지
어디에선가 알게 모르게 벌레 우는 것 같은
졸아드는 마음을
오늘도 느끼누나
몸시 어두운
구멍 속으로 마음이 빨려드는 듯이 여겨져
피곤해 잠이 든다
마음 흔쾌히
나에게 할 수 잇는 일이 있기를
그 일을 끝마치고 죽기를 생각하네
많이 붐비는 전차의 구석자리
쪼그려 앉은
매일 저녁나절의 애달픈 내 처지네
아사쿠사의 밤의 혼잡함 속에
섞여 들었다
섞여 나오게 됐네 이내 쓸쓸한 마음
귀여운 개의 귀를 잘라보았다
아아 이 짓도
매상 권태로운 마음에서 아닐까
거울을 들고
할 수 있는 한도로 오만가지의 표정을 지어본다
울어 지쳐버린 때
눈물아 눈물아
이상하기도 하지그걸 가지고 씻어내면
마음이 익살 떨고 싶어져
어이 없어 한 어머니의 말씀에
정신 차리니
밥그릇 젓자락으로 두들기고 있었네
풀 위에 누워
아무 생각도 없다
나의 이마에 똥을 누고 저 새는 하늘에서 노니네
나의 윗수염
쳐져 자라는 버릇 화딱지 난다
요즘 꼴보기 싫은 그 사내를 닮아서
숲 속으로부터 총 소리가 들린다
아아 그렇군
스스로 목숨 끊는 소리의 그 적절함
커다란 나무 둥치에 귀를 대고
반나절 내내
단단한 그 껍질을 긁어내고 있구나
“그런 정도의 일로 죽어야 하나”
“그런 정도의 일로 살아야 하나”
그만해라 그 문답
드물게 있는
이렇게 평탄스런 마음에서는
시계 울림 소리도 재미있게 들리지
나도 모르게 깊은 두려움 느껴
숨을 죽이고
이윽고 조용하게 배꼽을 만져본다
높은 산의 꼭대기로 올라가
이유도 없이 모자를 흔들고서
그냥 내려왔다네
어디에서든 수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제비 뽑는 것처럼
나도 뽑고 싶구나
화가 치밀 때
반드시 한 개씩의 바리때 깼다
구백아흔아홉 개 깨고 죽어버릴까
늘 마주치는 전차칸 안에서의 작은 사나이
날 선듯한 눈동자
요사이 신경 쓰여
거울 가게의 앞에 와서
문득 놀라버렸네
추레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나여서
이 서글픔은
끊임없는 이기심 바로 그 일념
감당하지 못하는 사내에게 있었네
팔도 다리도
온 방이 꽉 차도록 내뻗었다가
이윽고 조용하게 다시 일어나본다
백 년이라는 긴긴 잠으로부터 깨어난 듯이
하품하고 있구나
생각할 것도 없이
팔짱을 끼고
요즈음 생각하네
거대한 적들 눈앞에 나올 테면 뛰쳐나오라
손이 하얗고
게다가 크기도 한
아주 비범한 사람이라 일컫는 사내를 만났노라
마음 흔쾌히
다른 사람 칭찬해 보고 싶어졌다네
이기적인 마음에 지겨워진 쓸쓸함
비가 내리면
우리 집 사람들은 누구나 모두 침울한 표정되니
비 개이면 좋겠다
높은 데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심정을 갖고
나의 이번 일생을
끝낼 방도 없을까
요즘 들어서
남들 모르게 가슴 속에 깃들은 회한이 있네
나 웃지 못하게 해
아부하는 말 들으면
화가 나는 나의 마음은
스스로를 너무 잘 아는 게 슬퍼서지
모르는 집 문 두드려 깨워 놓고
도망치는 게 재미있곤 했었던
그 옛날의 그리움
마치 비범한 사람이라도 된 듯 행동을 하고
뒤에 남을 허전함
무엇에 비기려나
아주 커다란 그 사람의 덩치가
너무 미웠다
그 앞으로 가서는 말을 해야 했을 때
실무 때에는 쓸모도 없는 가인이라고
날 보는 사람에게
돈 빌리고 말았네
먼 데서부터 피리 소리 들린다
고개 숙이고 있는 까닭 있겠지
눈물이 흐르누나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라고 하는 사람의
그 가벼운 마음을
나도 갖고 싶어져
소탈과 익살 성품을 지닌 친구 죽은 얼굴의
푸른 색 피로감이
지금도 눈에 선해
변덕이 심한 사람에게 고용되어
절절하게도
나 사는 이 세상이 너무도 싫어진다
마치 용처럼 공허한 하늘 위로 춤추듯 올라
사라져가는 연기
봐도 봐도 안 질려
기분 괜찮은 피로감이로구나
숨 못 돌리고
일을 마친 다음에 밀려오는 이 피로
잠든 척이나 선하품 같은 것을
왜 하는 걸까
고민하는 걸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
젓가락 들고 문득 생각해 봤다
이제 드디어
세상이 도는 물정 익숙해진 거로군
이른 아침에
혼기가 지나버린 내 여동생의
연애편지 비슷한 글을 읽어 보았네
촉촉이 흠뻑
물기를 빨아들인 해면과 같은
묵직함과 비슷한 심정이 드는구나
죽어라 죽어 자신에게 화내며
침묵을 하는
마음 속 깊은 바닥 어두운 그 공허감
짐승과 같은 얼굴이 있고 입만 뻐끔뻐끔해
그것만 쳐다봤네
사람 이야기할 때
부모와 자식
제각각 동떨어진 마음 가지고 조용히 마주하는
서먹함은 왜일까
이 배에 올라
이번 항해길 나선 승선객 중의 한 사람이라서네
죽기 어려워함은
눈앞에 놓인 과자 접시마저도
오독오도독 깨물고 싶어지는
초조한 마음이네
웃음을 잘도 짓던 젊은 사내가
행여 죽거든
조금은 더 이 세상 적절해질지어다
까닭도 없이
숨이 끊어지도록 달음박질을 쳐보고 싶어지네
초원 같은 장소를
새로이 맞춘 양복정장을 입고
여행해야지
이렇게 올 한해도 생각하다 지나가
새삼스럽게 등불을 꺼 버리고
멀뚱멀뚱이 생각에 잠기는 일
식은 죽 먹기라네
아사쿠사의 료운카쿠 정상서
팔짱을 끼던 날의
기나긴 일기로다
그저 예사의 익살이기만 할가
나이프 들고 죽는 시늉을 하는
그 얼굴 그 얼굴들
소곤소곤한 이야기가 이윽고 큰 소리 되어
권총 소리 울리고
인생을 끝마치다
시간이 있어
어린 아이와 같이 장난을 치네
사랑 있는 사람은 좀체 안 할 일이지
어찌 되었든 집을 나서게 되면
빛나는 햇빛 따사로움이 있어
숨 깊게 들이쉰다
피로에 지친 소가 흘린 침은
줄줄이 흘러
천 년 만 년이 가도 끝나지 않을 듯해
길 가장자리 모난 뾰족돌 위에
팔짱 끼고서
하늘 올려다보는 사내가 있었더라
뭣 때문일까
평온해 뵈지 않는 눈매를 하고
곡괭이질을 하는 무리를 보고 있다
마음으로부터 오늘은 도망치리라
병들어 버린 짐승이라도 된 양
불평 도망치리라
태평스러운 마음이 찾아왔네
걸을 때에도
복부에 힘이 절로 쌓이는 듯하구나
그저 혼자서 울고 싶은 마음에
여기 와 누운
여인숙 요와 이불 기분이 좋은 느낌
친구 좋으면
걸식의 비천함을 싫어 말아라
굶어 배곯을 때는 나도 그렇게 되니
새로 구입한 잉크에서 나는 향
마개 뽑으니
주린 배에 스며서 서럽기도 하구나
참 슬픈 것은
목이 마른 것까지 참아가면서
추운 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때
한 번이라도 나로 하여금 머리 숙이게 했던
사람 다 죽으라고
기도해 버렸다네
나를 닮았던 다정한 두 친구여
하나는 죽고
하나는 감옥 나와 지금 병 앓고 있네
넘쳐흐르는 재능을 품고서는
아내 때문에
고민에 번민하는 친구 슬피 여긴다
속을 터놓고 말한 다음
무언가 손해라도 본 듯한 생각이 들어
친구와 헤어졌네
잔뜩 흐려서
내려앉은 하늘을 보고 있자니
사람을 죽이고픈 생각이 드는구나
그저 평범한 재능에 지나지 않은
내 벗이 가진
깊디 깊은 불평도 딱하기만 하구나
누가 보아도 제대로 된 곳 없는 사내가 와서
잘난 체하고 가네
서글프기도 하다
일을 하여도
일을 하여도 아직 나의 생활은 편해지지 않누나
가만히 손을 본다
모든 일들의 결말이 어찌 될지 보이는 듯한
지금의 이 슬픔은
씻어낼 수가 없네
어느 날 문득
술을 마시고 싶어 견딜 수 없듯
오늘 나는 절실히 돈이 있기를 원해
수정으로 된 구슬을 기뻐하며 가지고 노는
나의 이 마음이란
무슨 마음이련가
별일도 없이
또한 마음 편하게 살이 찌누나
나의 요즈음에는 무언가 부족하군
아주 커다란 수정으로 된 구슬
하나 탐난다
그것을 목표로 해 생각을 해야겠다
자부심 강한 벗에게
맞장구를 치고 있구나
보시라도 하는 듯 그런 심정을 품고
어느 날 아침 서글픈 꿈을 꾸고 깨어날 무렵
콧속에 스며드는
된장 끓이는 향내
딱딱 따다닥 공터에서 돌멩이 깎는 소리가
귀에 들러붙누나
집 안에 들 때까지
왠지 모르게
머릿속 어딘가에 절벽이 있어
날마다 흙더미가 무너지는 듯하다
먼 데서부터 전화의 벨소리가 울려오듯이
오늘도 귀가 울려
서글픈 날이구나
땟물이 배인 겹옷의 깃에서는
서글프게도
고향 마을의 호도 굽는 냄새가 난다
죽고 싶어서 못 견딜 때가 있다
거리끼듯이 사람 눈을 피하며
무서운 표정 짓네
한 부대의 병사들 전송하고
슬퍼하노라
허나 그들에게는 번민 없는 듯하네
고향 사람의 얼굴 견딜 수 없이 비천한 느낌
눈에 드는 날이다
집에 틀어박히자
요 다음번의 휴일에 하루 종일 자야겠다고
생각하다 지났네
삼 년 전 이후로는
어떤 순간의 나의 마음 안쪽을
갓 구워서 낸
빵하고 닮았구나 생각한 적도 있지
투둑 투두둑 투둑 투둑 투두둑
떨어지는 빗물
지끈대는 머리에 울려대는 이 슬픔
어느 날의 일
방의 장지문 종이 새로 바르고
그날은 그것으로 마음을 달래었네
이러고만은 있을 수 없다 여겨
일어서보니
밖에서 말이 소리 높여 우는 것뿐
얼이 빠진 채 복도에 서 있었다
거친 손길로 문을 밀쳐냈는데
의외로 쉽게 열러서
가만히 앉아
검정 또는 빨강의 잉크 마시고
딱딱하게 굳어진 해면을 바라본다
누가 보든지
나를 그리워지게 만들 수 있는
기나긴 편지글을 쓰고 싶은 저녁녘
옅은 녹색의
마시면 몸 전체가 마치 물처럼 비쳐 보인다 하는
약은 없는가
늘 노려보는 램프 불에 신물 나
사흘 정도는
양초에 붙인 불에 친근해져 보련다
인간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말
혹시 어쩌면
나만이 알고 있는 듯이 여겨지는 날
새로 가질 수 있는 마음 찾아서
이름도 모를
길거리를 오늘도 방황하다 왔다네
벗들이 모두 나보다 훌륭하게 보이는 날에
꽃을 사들고 와서
아내와 정 나누네
무엇하느라
이곳에 내가 있나
가끔 이렇게 깜짝 놀라게 되며 방 안을 바라본다
어떤 사람이 전차에서 바닥에 침을 뱉는다
여기에도
내 마음 아파지려고 하네
밤샐 때까지 놀며 지낼 수 있는 장소가 탐나
집을 생각만 하면
마음이 싸늘하다
사람들 모두 제 집을 가졌다는 서러움이여
무덤에 들어가듯
집에 와서 잠든다
무언가 하나 불가사의 보이고
사람들 모두 놀라는 그 사이에
사라져야지 한다
사람이라는 사람의 마음속에
한 사람씩은 죄수가 들어 있어
신음하는 서글픔
야단을 맞고
앙하고 울어버린 어린애 마음
그 마음으로라도 되어 보고 싶구나
뭔가 훔치는 것마저도 나쁘다 여길 수 없는
마음은 허무하고
은신처도 없구나
버림을 받은 여자가 겪는 듯한 그 서글픔을
약해빠진 사내가
느끼는 날이로다
마당의 돌에
타닥 하고 시계를 세게 던진다
옛날 품었던 나의 분노가 그립구나
얼굴 붉히며 화를 내던 일들이
그 이튿날에
그 정도가 아닌 것 씁쓸해 하게 되네
조급증 나는 마음아 너는 자못 서글프구나
자아 자아
이제 좀 하품이나 해야지
여인이 있어
내가 하는 말에는 거역 않으려 부심하고 있구나
보고 있으니 슬퍼
야물지 못한
우리 일본에 사는 여인네들은
가을비 내리는 밤 심하게 매도했네
사내로 태어나서 사내와 어울리다
패배했구나
그렇기 때문일까 가을이 몸에 밴다
나 품고 있는 사상은 모조리 다
돈이 없음에 기인하는 듯하다
가을 바람이 부네
시원치 않는 소설을 쓰고서는 기뻐라 하는
사내 가련하구나
초가을바람 불고
갈바람 분다
오늘부터는 저기 저 게으른 사내와
말 섞지 않고자
끝도 안 뵈는
곧게 뻗은 거리를 걸어가는 것 같은
마음 오늘만큼은 가져볼 수 있을까
아무런 것도 생각하는 일 없이
분주하게만
지내버린 하루를 잊지 않으려 한다
어떤 일이든 돈돈 하며 웃다가
조금 지나면
다시 또 갑작스레 불평이 쌓여 오네
누군가 나를
피스톨 가지고서 쏴 주지 않으려나
얼마 전 이토처럼 죽어 보여주련다
이봐 하듯이
가쓰라 수상에게 손을 잡혔던 꿈을 꾸다 깨버린
가을 새벽의 두시
첫댓글 중간에 포기하고,
다음에 다음주에 다음달에 도전^^
수고하심에 꾸벅^^
늘 강건하셔요.
다래투 올림.
완독^^
5분 45초
바리때를 몰라,친절한 네이버씨에게 묻고 ㅎㅎ
오쉬쁘님과 초록동색의 詩人 이시카와 다쿠 보쿠.
오쉬쁘님 덕분에 공부하는
다래.
수고하심에 꾸벅^^
늘 강건하셔요.
다래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