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최초의 남미 출신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향 대륙의 신자 감소라는 골치아픈 과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5일(현지시간) 에콰도르에서 시작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남미 3개국 순방은 이 지역의 가톨릭 신자 감소를 막기 위한 그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환대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남미는 단일 대륙으로는 가장 많은 4억 2천500만 명의 가톨릭 신자를 보유해 전 세계 신자의 39%를 차지한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90%에 이르렀던 중남미 국가들의 가톨릭 신자 비율이 지난해 11월 현재 69%로 떨어졌다.
심지어 우루과이와 온두라스에서는 가톨릭이 다수 종교의 지위를 잃었고,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50% 선이 위협받고 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의 앤드루 체스넛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 믿음의 자유시장이 형성됐다"며 "(중남미에서) 가톨릭의 독점은 4세기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를 집전할 예정인 파라과이의 성당 (AP=연합뉴스)
이번에 방문하는 에콰도르(79%), 볼리비아(77%), 파라과이(89%)는 여전히 압도적인 가톨릭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개신교로 개종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특히 오순절교회가 중남미에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원주민 인구의 가톨릭 이탈을 의식한 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방 기간에 원주민 언어로도 미사를 집전키로 했다.
'가난한 자의 친구'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지지자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고, 남미에서도 빈국으로 분류되는 3개국을 첫 스페인어권 순방지로 선택한 것이 가톨릭의 인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인적 인기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상승이 가톨릭 신자 수의 증가로 연결된다는 뚜렷한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최근 교황에 대한 열기와 가톨릭 교회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면서도 "이에 관한 구체적인 데이터나 통계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내에서 기자와 셀카를 찍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한편, 최근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에 관한 회칙을 발표하며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에 천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순방에서도 가난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에콰도르에 도착하자마자 "침보라소 산에서 태평양까지, 아마존 우림에서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신이 우리에게 해준 일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라며 이익만을 앞세운 개발로부터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콰도르령인 갈라파고스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사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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