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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위기일발(危機一髮) 1 습격(襲擊) 정말 칠흑 같은 밤이었다. 장님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주위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어둠 속을 미친 듯이 치달려 가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그 무리들의 수는 거의 백여 명에 달했다. 휘휙! 그들의 옷자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로 보아 모두 하나같이 뛰어난 무공을 지닌 고수들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다!" 무리들 중 가장 선두에 선 자가 문득 어느 한곳을 바라보며 나직이 소리쳤다. 백여 명의 무리들은 일제히 그의 옆에 내려서서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하나의 커다란 건물이 괴물처럼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서하사였다. 선두에 선 인물이 서하사를 응시하며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 안에 신주홍안이 있다. 그녀는 반드시 생포해라. 그 외의 나머지는 모두 죽여 없애야 한다." 백여 명의 무리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두의 인물은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다. "가라!" 그의 외침이 나오자 백여 명의 무리들은 일제히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쳐 서하사쪽으로 날아갔다. 백여 개의 신형이 어둠을 뚫고 한곳으로 날아가는 광경은 그야말로 일대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두에 있던 인물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득의의 미소를 날렸다. "흐흐...... 신주홍안! 감히 본 공자를 거역하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 주겠다." 음산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인물은 바로 하토궁의 소궁주인 곽표요였다. * * * 하토궁의 세력은 오행신궁 중에서도 가장 방대했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무림패권(武林覇權)의 야망을 품었으며 오행신궁의 다른 네 궁(宮)이 칩거하고 있을 때 그들은 고수들을 포섭해서 세력을 확장했다. 당금무림의 사대세력 중 구호당은 거의 와해(瓦解)되었고, 소림사는 번우량의 일 때문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나 그 본연의 힘을 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집마부는 조자건에게 내린 추살령이 역효과를 내서 많은 절정고수들을 잃은 바람에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하나 하토궁은 아직 본격적으로 무림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막대한 세력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에 하토살군 곽취봉이 궁소천의 제안을 받고 무림에 출도한 이후 그들은 자신의 가공할 힘을 나타내기 위해 한 가지 엄청난 일을 계획했다. 그것은 바로 오행신궁의 다른 네 개 문파를 송두리째 멸망시키고 오직 하토궁만이 오행신궁 중 유일하게 독존(獨尊)한다는 것이었다. 그 거대한 계획의 가장 첫 번째 행동으로 그들은 신수궁의 소궁주인 신주홍안을 생포하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오늘 일에 투입된 하토궁의 고수들은 가히 최절정의 인물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었다. 하토궁의 절정고수들인 오성(五星)과 육웅(六雄), 칠룡(七龍)뿐만 아니라 하토궁의 최고고수들인 삼로(三老)와 사객(四客) 중에서도 몇 사람이 참가하였다. 그 세력은 실로 막강하여 그야말로 웬만한 문파(門派) 하나쯤은 가볍게 없애 버릴 정도로 엄청난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 * * 섭보옥은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가 자다가 말고 도중에 깨어나는 적은 극히 드물었다. 그녀도 자기가 왜 깨어났는지 한동안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그때 돌연 그녀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어디선가 아득히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왔던 것이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엇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는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절정(絶頂)의 무도자(武道者)들 만이 느낄 수 있는 살기에 대한 직감적인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옷을 주워 입으며 머리에 비녀를 꽂았다. 일이 참 공교롭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번우량과 소림외가의 고수들은 무적검수맹에 잠입하기 위해서 이미 모처(某處)로 떠난 상태였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어떤 암습이 와도 능히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 지금 이곳에는 그녀와 호화단의 인물들뿐이었다. 호화단의 인물들은 비록 뛰어난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떤 사명감이나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무리들이 아니었다. 오직 그녀의 미색(美色)에 혹해서 가까이에서나마 그녀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가입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자들이 만약 어떤 심각한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떠한 행동을 취하겠는가? 그야말로 오합지졸(烏合之卒)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녀의 걱정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콰창! 그녀가 채 옷을 갖춰 입기도 전에 창문이 박살나며 하나의 인영이 뛰어들었다. 그녀는 슬쩍 궁장(宮裝)의 윗도리를 어깨에 걸치며 왼손을 휘둘렀다. "크악!"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던 인영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미간에는 어느 사이에인지 하나의 조그마한 비도(飛刀)가 꽂혀 있었다. 인영이 쓰러짐과 동시에 다시 하나의 시커먼 인영이 안으로 불쑥 날아들었다. 그녀는 다시 손을 떨치려다가 멈추었다. 이번에 들어온 인영은 흑의를 입은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바로 호화단의 단주인 일월쌍극 하후태세였던 것이다. 하후태세의 얼굴은 무겁게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빨리 피해야 되겠소." 그녀는 침착하게 궁장의 단추를 채웠다. "상황이 안 좋은가요?" 하후태세는 그녀가 조금도 조급한 표정을 짓지 않는 것을 보고 역시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웬만한 여자라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와 병장기의 마찰음에 놀라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을 것이다. "이미 호화단의 인물 중 반 이상이 쓰러지거나 도망갔소. 아마 나머지도 일각을 견디기 어려울 거요." "상대는 어디인가요?" 하후태세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하토궁의 무리들이오. 곽표요인가 하는 놈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소." 섭보옥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들이로군요. 곽표요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보다 삼로나 사객 중 이번에 온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하후태세의 눈이 번쩍 빛났다. "삼로 중에는 염왕적자(閻王笛子) 마여비(馬如飛)가 왔고, 사객 중에는 냉면인도(冷面人屠) 사빙심(史氷心), 인향수사(引香秀士) 백귀향(白鬼香) 등 세 사람이 왔소." 그녀는 단추를 모두 채우고 얼굴을 망사로 가렸다. "그들이 단단히 각오하고 온 모양이로군요. 삼로사객 중에서 세 명씩이나 보낼 정도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망사로 가려지자 하후태세의 얼굴에 한 줄기 아쉬운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그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살아남은 몇 사람을 데리고 활로(活路)를 열 테니 당신은 내 뒤를 따라 오시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이어 그녀는 별빛 같은 시선으로 하후태세를 응시했다. "그 동안 당신이 내게 베풀어 준 각별한 정은 잊지 않겠어요. 이제 그만 당신도 당신의 길을 가도록 하세요." 하후태세의 거구가 부르르 떨렸다. 그는 안색이 변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나를 쫓지 않는다면 그들은 감히 당신을 막지 못할 거예요. 그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나일 테니 일부러 출혈(出血)을 감수하면서 당신을 제지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후태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나보고 이대로 혼자서 몸을 피하라는 거요?" 그의 음성은 격동에 가득 찬 것이었으나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빠져나간다면 나는 충분히 그들의 추적을 피해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어요." 하후태세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잘라 말했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못하겠소. 결코 당신을 혼자 두고 떠나지는 않을 거요."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그녀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본 채 미동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그녀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바보로군요. 당신이 이런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하후태세의 얼굴에도 한 줄기 처연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결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소. 당신에게 무엇을 바라고 하는 일은 절대 아니니까 말이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막지 않았다. "당신이 앞장서세요." 하후태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등뒤로 손을 가져갔다. 스릉! 등뒤에 매어져 있던 붉고 푸른 두 개의 일월쌍극이 어느새 그의 양손에 쥐어졌다. 일월쌍극을 쥐자 하후태세는 천하의 어느것도 두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제 가겠소." 그는 그녀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녀가 알았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알 듯 모를 듯한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그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주위는 이미 한 폭의 지옥도(地獄圖)를 형성하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널려진 시체와 잘려 나간 팔다리로 뒤덮여 있었다. 여기저기에 선혈이 낭자했고 간혹 간신히 목숨을 건진 부상자들의 입에서는 고통에 가득 찬 신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하기만 했던 서하사는 오늘만은 완전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섭보옥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사태를 충분히 파악했다. 바닥에 널려진 시체들의 대부분은 호화단 고수들의 것이었다. 간혹 하토궁 무리들의 것도 눈에 띄었으나 그 수는 불과 이 삼십 구를 넘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호화단의 고수들은 비록 그녀가 내켜서 만든 조직은 아니었으나 그녀를 위해 청춘(靑春)을 바치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그 집단의 고수들이 오직 그녀 하나로 인해 처참한 시체들로 변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난생 처음으로 하토궁 무리들에 대한 진한 살심(殺心)이 들끓었다. 그녀는 오늘 크게 살계(殺戒)를 어기리라 결심했다. 십여 장밖에 하토궁의 무리들 속을 맹렬하게 질주하며 질풍처럼 일월쌍극을 휘두르고 있는 하후태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의 신형은 미끄러지듯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해 온 끝에 신법(身法) 방면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이적인 경지에 올라 있었다. 태극문의 다섯 제자 중에서도 신법만큼은 그녀가 가장 탁월했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단숨에 십여 장을 날아 하후태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그녀의 신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후태세는 하토칠룡 중의 네 사람의 합공에 휩싸인 채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가 허공에서 난데없이 누군가가 떨어져 내리자 크게 놀랐다. "나예요." 짤막한 음성이 들려 오자 그제서야 그는 섭보옥이 왔음을 깨닫고 급히 허공으로 공격하려던 손길을 멈추었다. 섭보옥의 새하얀 옥수가 허공을 스치듯 지나갔다. 쌔쌔쌕!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듯한 미약한 음향이 흘러 나오며 네 가닥의 처절한 비명이 밤하늘을 뚫고 천공(天空)에 메아리쳤다. "크아악!" "케에엑!" 마치 합창하듯 터져 나온 네 가닥의 비명은 바로 하후태세를 공격하던 하토칠룡 중 네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후태세는 그들의 미간에 모두 하나씩의 작은 비도가 박혀 있는 것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저럴 수가......' 그는 아직 이렇게 빠르고 위력적인 암기의 고수를 본 적이 없었다. '빨리 가요. 서쪽이 조금 방비가 허술한 것 같아요.' 그가 멍하니 서 있을 때, 그녀의 전음성이 그의 귓전에 울려 왔다. 하후태세는 퍼뜩 정신이 들어 그녀를 한번 힐끗 보고는 서쪽으로 몸을 날려 갔다. 그제서야 그는 조금 전에 그녀가 말했던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같이 빠른 신법에 이토록 놀라운 암기술을 지녔다면 그녀 혼자 이곳을 뚫고 나가는 것이 더욱 수월할지도 몰랐다. '그녀에게 누(累)가 되지는 않겠다!' 하후태세는 안광을 번뜩이며 전력을 다해 서쪽으로 질풍처럼 치달려 나갔다. 바로 그때 그의 앞으로 세 개의 인영이 비호처럼 달려들었다. "멈춰라!" 우렁찬 호통 소리가 들려 오며 세 인영 중 가운데의 인영이 강력한 일장을 날려 왔다. 꽈르릉! 시커먼 강기가 노도처럼 하후태세의 면전을 향해 쏘아져 왔다. "묵운장(墨雲掌)! 네 놈은 냉면인도 사빙심이구나!" 하후태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멈추기는커녕 더욱 빨리 앞으로 달려가며 수중의 일월쌍극을 세차게 휘둘렀다. 슈파파파파...... 그의 일월쌍극에서 각기 푸르고 붉은 두 가닥 섬광이 폭죽처럼 피어 올랐다. 시커먼 강기와 붉고 푸른 두 개의 섬광은 허공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콰콰쾅!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오며 달려들던 사빙심의 몸이 뒤로 이 장이나 격퇴되었다. "큭!" 사빙심은 몸을 휘청거리다가 한바탕 선혈을 토해 냈다. 하나 하후태세 또한 완전히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뒤로 두 걸음 물러난 채 안색이 조금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기혈(氣血)이 솟구쳐서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바람에 맹렬히 돌진하던 그의 몸이 제지당하게 되었다. 사빙심과 함께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두 인영은 하토육웅 중의 혈웅(血雄)과 마웅(魔雄)이었다. 두 사람은 하후태세가 움직일 기색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자 쾌재를 부르며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 순간 섭보옥이 그들의 중간으로 날아오며 양손을 휘둘렀다. 쐐애액! 무언가 차가운 두 개의 섬광이 그들의 미간을 향해 폭사되었다. 그것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신속했는지라 그들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파팟! "크윽!" "케에엑!" 혈웅과 마웅은 제각기 짤막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실로 천하가 경동(驚動)하고 말 일이었다. 하토육웅 중의 두 사람이 여인의 일 수에 동시에 쓰러져 버린 것이다. "굉장한 비도술(飛刀術)이로군." 어디선가 냉랭한 음성이 들려 왔다. 섭보옥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그녀의 등뒤에 다섯 명의 인물이 그림처럼 우뚝 서 있었다. 방금의 음성은 그들 중 중앙에 서 있는 비쩍 마르고 키가 큰 노인이 내뱉은 것이었다. 노인의 얼굴은 음독한 살기로 뒤덮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등뒤로 하나의 거무튀튀한 피리가 삐죽 삐져 나와 있었다. 섭보옥은 노인을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당신이 염왕적자 마여비인가요?" 노인은 싸늘한 두 눈에 기광을 번쩍였다. "노부가 바로 마여비이다." 염왕적자 마여비! 그는 하토궁에서도 궁주인 하토살군 곽취봉을 제외하고는 삼로 중의 다른 두 명과 함께 제일 가는 실력자였다. 그는 비단 수단이 잔혹하고 심계가 깊을 뿐 아니라 무공 또한 강호무림의 최정상을 달리는 놀라운 수준의 고수였다. 섭보옥의 시선은 잠시 그의 냉혹한 얼굴에 머물다가 그의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왼쪽에는 알록달록한 화의를 걸친 중년의 서생이 서 있었다. 중년서생의 얼굴은 마치 분을 바른 듯 새하얗게 보여서 왠지 사이(邪異)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섭보옥은 단숨에 그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인향수사 백귀향이군요." 중년서생 백귀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소궁주(小宮主)의 안목은 놀랍소. 내가 바로 백귀향이오." 인향수사 백귀향은 사객 중의 일 인이었다. 사객의 무공은 삼로에 못지 않았다. 단지 삼로가 하토궁에서 대대로 성장해 온 인물들인 반면 그들은 나중에 밖에서 영입되어 들어왔기 때문에 한 단계 낮은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우리들도 알아보겠소?" 마여비와 백귀향을 제외한 다른 세 명의 인물들은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마치 세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인물들이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입고 있는 옷의 색깔뿐인데 각기 홍(紅), 녹(綠), 황(黃)의 옷을 입고 있어서 그나마 구별이 될 뿐이었다. 섭보옥은 물론 이들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세 쌍둥이가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다섯 쌍둥이였다. 단지 오늘은 그들 중 세 사람만이 왔던 것이다. 그들은 오성(五星)이라고 했다. 붉은 옷의 인물이 첫째인 혈성(血星) 곡치(曲痴)였고, 녹색 옷의 인물이 둘째인 녹성(綠星) 곡수(曲愁), 그리고 황색 옷의 인물이 오성 중의 막내인 황성(黃星) 곡태(曲怠)였다. 염왕적자 마여비와 백귀향, 그리고 오성 중의 세 사람. 이들 다섯 명은 하토궁에서도 가장 무서운 실력자들이었다. 그들과 조금 전 하후태세에게 격퇴 당했던 냉면인도 사빙심이 마저 가세를 하자 가히 하토궁 세력의 절반이 모인 세력이 되었다. 정면으로 겨룬다면 섭보옥과 하후태세는 절대로 그들의 합공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2 비도(飛刀) 섭보옥은 슬쩍 하후태세를 바라보았다. 하후태세 또한 들끓던 기혈이 가라앉았는지 눈을 빛낸 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깐 동안 허공에서 교차되며 미약한 신호를 주고받았다. 마여비가 무언가를 느낀 듯 안색이 변한 채 황급히 소리쳤다. "조심해라!" 이어 그는 먼저 몸을 날려 비호같이 섭보옥에게 덤벼들었다. 하나 그는 간발의 차이로 늦고 말았다. 하후태세는 이미 전력을 다해 일월쌍극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파파파팟......! 주위 사방이 그의 일월쌍극에서 뿜어 나오는 뇌전 같은 기세에 산산이 짓이겨졌다. 그 기세의 가공함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바로 하후태세가 그의 가장 무서운 초식인 일월난전구주황(日月亂電九州荒)을 펼쳤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섭보옥은 몸을 빙글 회전하며 열두 개의 비도를 날렸다. 그녀의 비도는 비단 작을 뿐만 아니라 발출 될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이번처럼 일월난전구주황의 엄청난 공세와 함께 전개되자 도무지 비도를 날렸는지조차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나 마여비 등은 이미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은 노강호(老江湖)들답게 전신을 바짝 긴장시킨 채 각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절기들을 내갈겼다. "그녀의 비도를 조심해라!" 마여비는 싸늘하게 외치며 등뒤에 꼽고 있던 염왕적(閻王笛)을 꺼내 염왕십전(閻王十展)의 초식을 뿌려 냈다. 사빙심은 묵운장을, 백귀향은 귀결수(鬼決手)를 각기 다섯 장씩 발출했으며 나머지 삼성도 오음마공(五陰魔功)을 쳐 갈기며 달려들었다. 그들의 공세는 가히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가를 만한 엄청난 위력을 담고 있었다. 하나 하후태세의 공격이 워낙 빨랐는지라 그들의 합공은 채 반도 펼쳐지기 전에 하후태세의 경기와 정면으로 격돌하고 말았다. 콰콰쾅......! 번천지복(飜天地覆)할 굉음이 터지며 하후태세의 몸이 뒤로 오 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쿠웩!" 동시에 그의 입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오며 양쪽 옆구리가 갈라 터지며 내장이 삐져 나왔다. 비록 기선을 제압했다고 하나 여섯 명의 절정고수의 합공은 도저히 그 혼자의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나 그들 또한 하후태세의 가공할 일월난전구주황에 충격을 받고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미 섭보옥이 던진 열두 개의 비도는 그들의 코앞으로 육박하고 있었다. 파파파팟! 마여비와 백귀향의 두 사람은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비도를 피할 수 있었다. 그들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비도에 잘려서 허공에 나풀거렸다. 하나 이미 부상이 심각했던 사빙심과 무공이 조금 떨어지는 삼성은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크아악!" "케엑!" "큭!" 처절한 비명 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오며 그들 네 사람은 제각기 이마에 비도가 꽂힌 채 사방으로 널브러지고 말았다. 섭보옥 또한 완전히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비록 단숨에 네 명의 절정고수들을 자신의 비도 아래 고혼(孤魂)으로 만들어 버렸으나 조금 전 격돌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내부의 심맥(心脈)이 진동되어 안색이 핼쑥하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속에서 왈칵 핏물이 올라왔으나 억지로 그것을 억눌러 삼켰다. 그것은 내상(內傷)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이었으나 여기서 약세를 보이면 더욱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두 눈을 싸늘하게 반짝이며 마여비와 백귀향의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이미 그녀의 가공할 만한 비도술을 똑똑히 알고 있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여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조금 전 비록 그녀의 비도를 피했으나 하마터면 그대로 머리통에 격중 당할 뻔하지 않았던가? 그녀의 비도를 생각하기만 해도 두 명의 절정고수들은 모골이 송연해 졌다. 갑자기 그녀의 눈에서 신광이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하얀 손이 쳐 들렸다. 마여비와 백귀향은 이미 두려운 마음이 가득해 있었는지라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옆으로 몸을 움직여 피했다. 하나 비도는 날아오지 않았다. "속았다!" 눈치 빠른 마여비가 탄성을 지르며 옆으로 움직였던 몸을 곤두세우며 정면으로 그녀를 향해 돌진해 왔다. 백귀향 또한 그의 음성을 듣고 더 생각할 여지도 없이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출수를 했다. 쉬익! 마치 휘파람 소리 같은 희미한 음향이 들리며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끗한 것이 번뜩였다. "큭......!" 백귀향의 입이 딱 벌어지며 그의 몸이 허공에서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하나의 비도가 예리한 빛을 뿌리며 박혀져 있었다. 하나 금시라도 그녀를 향해 돌진해 올 듯하던 마여비의 신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 순간 쓰러지는 백귀향의 뒤쪽에서 마여비의 신형이 불쑥 튀어나와 거의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그녀를 향해 쏘아져 오고 있지 않은가?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오히려 마여비의 간계에 빠졌음을 알고 안색이 굳어졌다. 마여비는 그녀를 공격하는 척하며 오히려 백귀향의 뒤로 숨었던 것이다. 약삭빠르고 노련한 그는 섭보옥의 가공할 비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최대한 바짝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백귀향을 제물(祭物)로 삼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 섭보옥은 비도를 발출할 시간이 없었다. 쾌액! 마여비의 염왕적은 그녀의 목덜미를 노리고 그야말로 빗살처럼 날아들었다. 그녀의 가녀린 목이 염왕적에 그대로 꿰뚫릴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다급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죽이지 말고 사로잡으시오!" 그 음성을 듣자마자 마여비의 손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리고 그것은 두 사람의 상황을 순식간에 역전시키고 말았다. 마여비의 염왕적이 멈칫한 것은 그야말로 거의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짧은 순간이었으나 그녀의 신형은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찌익! 마여비의 염왕적은 그녀의 치마 한쪽을 찢은 채 빗나갔다. 그 순간 마여비의 머리 위로 날아오른 그녀의 오른손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 마여비의 비쩍 마른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그는 반쯤 입을 벌린 채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다가 소리가 들려 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앗?" 조금 전 소리를 질렀던 인물은 장내로 다가오다가 마여비의 얼굴을 보자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의 이마 한복판에 작고 조그마한 비도 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소...... 소궁주...... 당신은 너무 큰 실수를 했......" 마여비의 입에서 미약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음성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쿵! 그의 몸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소리를 질렀던 인물은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자 어이가 없는지 달려오던 몸을 멈추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바로 하토궁의 소궁주인 곽표요였다. 곽표요는 자신이 철석같이 믿었던 마여비마저 쓰러지자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황급히 뒤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다가 무엇을 보았는지 그의 눈이 반짝 빛나며 얼굴에 한 줄기 희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마여비를 쓰러뜨린 섭보옥이 바닥에 내려서며 몸을 휘청거렸던 것이다. 그녀와 같은 고수가 몸을 휘청였다는 것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뜻한다. 아니나 다를까? "크윽......!"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으로 한 움큼의 피를 토하고 말았다. 천잠사로 된 망사가 피에 젖어 붉게 물들었다. 비록 마여비를 쓰러뜨렸으나 그녀는 거듭된 공력의 소모와 마여비의 염왕적에 내장이 뒤흔들려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에 마여비가 날린 일격은 비록 그녀의 몸을 정면으로 격중시키지 못했으나 그녀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며 심맥의 일부를 손상시켰기 때문에 그녀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이 들었다. 그때 그녀의 눈앞으로 하나의 인영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곽표요의 약삭빠르면서도 음악(陰惡)한 얼굴이 들어왔다. 곽표요는 그녀의 상세가 치명적인 것을 보자 입가에 득의의 미소를 머금은 채 여유 있는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흐흐...... 과연 신주홍안의 명성은 소문대로군. 하지만 오늘은 본 공자의 품속을 벗어날 수 없을 거요." 그는 음소(陰笑)를 날리며 그녀의 몸을 쭈욱 훑어 나갔다. 그 독사처럼 예리하고 음탕한 시선을 받자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비록 궁장을 입고 있었으나 거듭되는 격전으로 말미암아 땀에 젖은 궁장이 몸에 찰싹 달라붙는 바람에 그녀의 황홀하리 만치 완벽하게 균형 잡힌 몸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게다가 마여비의 염왕적이 치마의 아랫부분이 찢겨 무릎 부분까지 새하얀 살결이 살짝 비춰졌다. 그녀는 모멸감에 치를 떨었으나 지금의 그녀에게는 더 이상 비도를 격출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곽표요는 그녀의 몸매를 훑으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정말 훌륭한 몸매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소." 곽표요는 흥분을 참지 못하는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얼굴에 씌워진 망사를 잡아 왔다. 막 그의 손이 그녀의 망사에 닿으려는 순간, 문득 곽표요는 등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등뒤로 다가온 인물을 발견하고는 입가에 냉랭한 미소를 떠올렸다. "누군가 했더니 정형이로군, 어서 오시오." 나타난 인물은 파금공자 정각이었다. 곽표요는 그 동안 정각을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중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신경도 쓰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이곳은 내게 맡기고 정형은 다른 곳이나 가 보도록 하시오." 평상시 정각은 그의 말이라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르곤 했었다. 한데 의외로 지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나는 가지 않겠소." 곽표요는 흠칫 놀라 그를 쏘아보았다. "왜 그러는 거요?" 정각은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만 신주홍안과 재미를 볼 수는 없소. 나도 한몫 끼여야겠소." 곽표요의 눈가에 스산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 바보 같은 놈이......' 그는 정각이 신주홍안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음을 알고 악독한 마음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그가 만약 신주홍안에게 넋이 나가 조급한 마음이 가득 있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각에게 여러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변한 것은 그의 음성뿐 아니라 태도와 풍기는 기세였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예전처럼 흐리멍덩하고 멍청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그에게서는 어딘지 모르게 한 줄기 고고한 기상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하나 곽표요는 여색(女色)에 눈이 멀어 미처 정각의 그런 변화를 감지해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운명(運命)을 결정했다. "정형에게 그런 욕심이 있었다니 놀랍구려. 하지만 정형은 내가......" 곽표요는 살기띤 음성으로 입을 열다가 문득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크게 떴다. 정각의 양손이 점차로 금색(金色)으로 물드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곽표요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이십 년 이상이나 각고(刻苦)의 수련을 해야만 간신히 익힐 수 있다는 파금궁의 천하독보(天下獨步)적인 금마인을 운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네...... 네가......?" 곽표요가 놀라 더듬거리는 순간 정각의 차가운 시선이 그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너는 내 금마인에 죽는 첫 번째 영광을 안게 되었다." 동시에 그의 양손이 번개같이 휘둘러지며 무언가 번쩍하는 금광(金光)이 장내를 환하게 밝혔다. 곽표요는 한 줄기 거대무비한 경기가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사색이 된 채 뒤로 물러났다. 하나 금광이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안돼......!" 그의 입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콰쾅! 마치 북치는 듯한 음향과 함께 금광은 그대로 그의 몸을 휩쓸고 지나가 버렸다. "크아아......!" 아련한 비명 소리가 엄청난 굉음에 섞여 제대로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정각은 천천히 양손을 내린 채 앞을 바라보았다. 곽표요는 전신이 산산이 짓이겨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즉사(卽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차갑게 식어 가는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불신(不信)과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이 담겨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정각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것을 믿지 못했던 것 같았다. 정각은 싸늘한 눈으로 곽표요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섭보옥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각은 그녀를 보자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빨리 여기를 떠나시오. 잠시 후면 하토살군이 이리로 올 것이오."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나를 이대로 보낼 작정인가요?" 정각은 돌연 히죽 웃었다. "나는 비록 변변치 못하고 멍텅구리에 겁쟁이지만 곽표요같이 음탕한 놈은 아니오." 그녀는 두 눈에 기광을 번쩍이며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로군요.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지금까지 당신을 잘못 보고 있었군요." 정각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오. 단지 내가 그렇게 지내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오." 망사 밖으로 드러나는 그녀의 눈빛은 유달리 영롱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의 발길이 닿은 곳은 하후태세가 쓰러져 있는 곳이었다. 하후태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에 착잡한 빛이 감돌았다. 하후태세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였다. 그가 제아무리 우내십대기문병기 중의 하나라고 하나 하토궁의 최고고수 여섯 사람의 합공을 혼자서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이 흘린 피바다 속에 길게 누워 있었다. 하나 딱딱하게 굳어진 그의 얼굴에는 한 줄기 평온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므로 조금도 억울하지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女人)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을 행복한 사나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후태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후태세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그런 다음 망사를 걷고 그의 차갑게 식어 버린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그녀는 그의 두툼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갖다 대었다. 그런 다음 잠시 그런 자세로 가만히 그의 시신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용히 시신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각은 그녀의 눈이 유달리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으나 그것이 눈물 때문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단지 지금의 그녀는 누가 뭐라 해도 완벽한 천하제일미인이라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용모 이전에 그녀는 천하제일의 미녀로서의 품격과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망사를 쓰고 정각을 돌아보았다. "고맙다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곽표요를 죽인 이상 당신도 조심해야 할 거예요." 정각은 눈을 빛낸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가 묵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파금궁으로 돌아갈 것이오. 곽취봉이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와 일전(一戰)을 불사(不辭)할 생각이오." "그는 아마 당신에게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예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정각은 그녀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차리지는 못했으나 아무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갈 셈이오?" 그녀는 조용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런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내가 다른 누구를 몹시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조금 전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한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어요. 이제 그 사람을 찾아갈 생각이에요." 정각은 솔직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행운아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하나 대신에 그는 전혀 엉뚱한 것을 물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소?"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남쪽을 바라보았다. 정각의 시선도 그녀를 따라 남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희미하게 동터 오르는 새벽의 여명(黎明) 사이로 보이는 남쪽은 끝없이 이어진 산봉(山峰)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가만히 남쪽을 바라보다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형산 축융봉." 3 돌파(突破) 어느 날 한 장의 서신이 천하의 곳곳으로 은밀히 전해졌다. 서신의 내용은 짤막했다. <다음 세 사람을 반드시 척살(擲殺)할 것. 일수풍운(一手風雲) 조자건(趙紫巾) 천룡대협(天龍大俠) 번우량(飜宇亮) 천기일환(天機一環) 모용수(慕容修) 구호당주(九號黨主)> * * * 형산(衡山). 형산은 오악(五嶽) 중의 남악(南嶽)으로 곽산(藿山)이라고도 했다. 남에서는 회안(回雁)에서 시작하여 북으로는 악록(嶽麓)까지 이어진 형산은 거의 팔백 리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었다. 형산의 칠십이봉(七十二峯)은 태산과 같이 웅장하지도 못하고, 화산(華山)과 같이 산세가 기이험악하지도 못하다. 그러나 상강(湘江)의 꿈틀거림 속에 위치하다시피 한 형산은 그 봉우리들이 돌고 돌아 혹은 바라보고 혹은 등을 돌리니 이를 일컬어 구향구배(九向九背)라 했다. 그래서 일찍이 시인들은 형산의 절경을 이렇게 노래했다. - 帆隋湘手轉 處處見衡山 배를 타고 상수로 흘러가니 처처에 형산이 있다...... 산 위가 항상 혼돈과 같은 안개에 싸여 있어 운봉무쇄(雲封霧鎖)란 말로도 유명한 형산은 그래서 더욱 명승절경으로 이름이 높았다. 축융봉(祝融峰). 형산제일봉(衡山第一峰)으로 알려진 축융봉의 정상을 막 넘어서면 하나의 탁 트인 분지(盆地)가 나온다. 분지는 거의 십만여 평에 이르는 광대한 것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 분지에는 고루거각(高樓巨閣)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고루거각의 수는 거의 백여 개에 육박했고 그들을 둘러싼 담벼락은 끝간 데를 모를 정도였다. 이곳이 바로 당금강호의 마도를 석권한 집마부의 총본산이었다. 조자건은 축융봉의 정상에 우뚝 선 채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집마부의 거대한 위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안 어딘가에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진표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의 마음은 잔잔하게 격동되었다. 진표를 잊을 수는 없었다. 그의 불행(不幸)은 오직 단 하나, 자신과 친구였다는 것 때문에 시작된 것이었다. 그것이 조자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신 때문에 그가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그는 평생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제발 살아만 있어 주게, 진표......' 조자건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염원했다. '살아 있기만 한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구해 주겠네!' 조자건은 이렇게 외치며 축융봉 아래로 몸을 날렸다. * * * 집마부의 총단은 광활한 면적에 걸쳐 자리잡고 있었다. 그 넓은 곳에서 지하감옥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자건은 가장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가장 단순한 것일수록 때로는 다른 어떤 것보다 더욱 효과가 뛰어날 수도 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정면돌파(正面突破), 바로 그것이었다. * * * 그는 달라붙는 소소(小小)의 몸을 밀어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그의 음성은 굉량하기 그지없었다. 침상 밖에는 한 사람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푸른 청삼을 입고 체구가 당당한 중년인이었다. 젊었을 적에는 많은 여인의 환심을 샀을 만한 수려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청삼중년인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누군가가 외삼관(外三關)을 뚫고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침상 위의 인물은 무척 털이 많은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그보다 더 몸에 털이 많이 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머리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 가슴, 심지어는 등에도 털이 수북이 나 있었다. 더구나 그는 유달리 팔이 길어서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아직 진화가 덜 된 원숭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 그의 앞에서 아직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의 비위를 건드릴 담량을 가진 사람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는 옷을 전혀 걸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송두리째 드러났으나 가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것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 같았다. 그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오직 여색(女色)과 살인(殺人)뿐이었다. 그는 청삼중년인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 놈이 누구냐?" 청삼중년인은 그가 알몸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도 조금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이상한 표정을 보이지 않고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것은 그가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조자건입니다." 그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털북숭이의 발 아래 누워 있던 소소가 불에 데기라도 한 듯이 펄쩍 뛰어 일어났으며, 동시에 그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안광이 폭사해 나왔다. "누구라고?" 청삼중년인의 음성은 물 흐르듯 고요했다. "찾아온 인물은 본부(本府)에서 추살령을 발동했던 조자건입니다." 소소는 안색이 대변해서 털북숭이를 쳐다보았다. 하나 털북숭이는 돌연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던지 그들이 있던 누각이 송두리째 뒤흔들렸다. 소소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귀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그의 웃음은 금세 그쳤다. 털북숭이는 거짓말처럼 웃음을 뚝 그친 채 입가에 스산한 미소를 떠올렸다. "재미있는 놈이로군. 그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제가 보았을 때는 내당(內堂)의 당주인 잔결앙신(殘缺殃神)이 그를 막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의 무공으로 보아 내당을 돌파하고 지금쯤 형당(刑堂) 안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털북숭이는 잠시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 놈을 그곳으로 유인해라." "그곳이라면......?" "필살옥(必殺獄)." 청삼중년인의 눈초리가 처음으로 파르르 떨렸다. "필살옥이라면 그 악마(惡魔)......" 털북숭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곳을 단신(單身)으로 쳐들어 온 것으로 보아 그 놈도 상당히 미친 놈 같다. 두 미친 놈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청삼중년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만약 그 자가 그곳마저 뚫고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털북숭이는 고리눈을 부릅떴다. "절대로 그럴 리는 없다. 그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 악마의 검(劍) 아래에서 살아나지 못한다." 그 음성에 실린 강력한 힘은 청삼중년인의 입을 다물게 했다. 문득 털북숭이의 눈가에 악독한 살기가 피어 올랐다. 이어 그의 입을 뚫고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이 흘러 나오자 청삼중년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에 하나 그 놈이 그곳을 살아나온다면 내가 친히 그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겠다." 청삼중년인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자로서는 차라리 그 안에서 죽는 게 더 낫겠군요." 털북숭이는 예의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그렇다.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의 광소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그 바람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던 소소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 * * 조자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외다리에 외팔을 한 잔지괴인(殘肢怪人)을 물리치고 감옥으로 보이는 장소로 들어온 지가 상당히 되었는데 아무도 그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는 집마부의 수뇌급 인물로 보이는 절정고수들을 일곱 명이나 격살했다. 그것이 아마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을까? 하지만 조자건은 결코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집마부는 이미 그에게 수십 명의 고수들을 살해당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조금도 멈출 줄을 모르고 그에게 덤벼들고는 했다. 그들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는 것은 무언가 흉계를 꾸미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흉계가 무엇인지 조자건은 자못 궁금해졌다. 조자건은 천천히 길게 뻗은 통로를 걸어갔다. 이곳이 감옥인 것은 분명했다. 감옥 특유의 쾨쾨한 이끼 냄새와 곳곳에 뚫려 있는 좁다란 밀실(密室)들이 그것을 말해 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밀실들은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그것도 금세 비워진 것이 아니라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묶지 않았던 듯 거미줄과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조자건은 밀실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발이 멈춰졌다. 통로는 끝나 있었다. 통로의 마지막 부분은 막다른 벽이었다. 그리고 그 벽의 한쪽에 커다란 철문(鐵門)이 있었다. 그 철문은 어찌나 오래되었는지 잔뜩 녹이 슬어 금시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하나 조자건은 녹 아래로 거무튀튀한 빛이 보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 철문은 비록 만든 지는 오래 되었으나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만년한철(萬年寒鐵)로 만든 것임이 분명했다. 이곳에 혹시 진표가 있지 않을까? 조자건은 철문으로 다가갔다. 기이하게도 문고리나 문을 여는 어떤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철문을 힘껏 밀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꿈쩍도 않을 것 같던 철문이 삐꺽 소리를 내며 조금 열렸다. 그것은 사람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만큼 좁은 너비였으나 조자건은 주저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쿠쿵! 그가 들어가자 철문은 굉음을 내면서 굳게 닫혀 버렸다. 조자건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하나의 커다란 석실이었다. 반경이 거의 십 장에 가까웠는데 다른 밀실들과는 달리 거미줄이나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쾨쾨한 악취(惡臭)가 흘러 나왔다. 조자건은 눈을 빛내며 석실의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있었다. 어두컴컴한 석실의 한쪽 귀퉁이에 하나의 산발괴인이 앉아 있었다. 악취는 바로 그 괴인의 몸에서 나는 것이었다. 괴인이 입고 있는 옷은 어찌나 오래되고 낡았던지 도저히 옷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것이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괴인의 손과 발은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더러운 것이었다. 게다가 피부가 쩍쩍 갈라져 있어 사람의 손발 같지가 않았다. 괴인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산발한 채 두 눈을 감고 있어 용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괴인의 무릎 위에는 하나의 장검이 놓여져 있었다. 조자건은 천천히 괴인에게 다가가다가 눈을 번쩍 빛냈다. 산발괴인의 오른쪽 소매가 이상하게 허전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 보니 산발괴인은 오른팔이 잘려 나간 외팔이였다. 외팔이 산발괴인! 그는 대체 누구이기에 집마부의 이런 컴컴한 감옥에 갇혀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 산발한 괴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두 개의 푸르스름한 인광(燐光)이 폭사되어 나왔다. 그것은 인광이 아니었다. 괴인의 두 눈이었다. 한데 사람의 눈빛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 푸르스름하고 귀기(鬼氣) 어린 눈빛을 보자 천하의 조자건도 왠지 섬뜩함을 느꼈다. 그것은 결코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순간 괴인은 훌쩍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을 일으키는 동작은 몹시 특이했다. 분명 무릎 아래는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마치 누군가가 허공에서 그를 잡아 일으킨 듯 스윽 일어선 것이다. 조자건은 한눈에 그것이 이미 오래 전에 절전된 것으로 알려진 마도제일(魔道第一)의 신법인 부신약영(腐身掠影)임을 알아보았다. 산발괴인의 왼손에는 어느새 무릎 위에 놓여졌던 장검이 쥐여져 있었다. 문득 산발괴인의 입에서 괴이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키키키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음독하고 광기(狂氣)어린 것이었다. 동시에 그의 눈에서 흘러 나오는 인광이 더욱 짙어지더니 한 줄기 싸늘한 기세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그것은 조자건으로서도 처음 보는 가공할 무형지기였다. 조자건은 자신도 모르게 수중의 나무막대를 힘껏 움켜잡았다. "조립산......, 죽어랏!" 순간, 외팔이괴인은 악랄한 괴성을 날리며 수중의 장검으로 조자건을 찔러 왔다. 조자건은 괴인의 괴성에 놀라 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이미 오래 전에 죽어 버린 자신의 형의 이름을 설마 이런 곳에서 듣게 될 줄이야...... 조자건을 조립산으로 오인하고 살검(殺劍)을 휘두르는 외팔이괴인!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2부 2권 끝> |
첫댓글 wmfehr
wmfehr
ㅈㄷㄱ~~~~~`````````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하였습니다.
즐독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구 잘 봅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