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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문(6) - 용대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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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례 -----
작가 소개
제46장 환우쌍마(環宇雙魔)
제47장 살기무정(殺氣無情)
제48장 이별지야(離別之夜)
제49장 결전전야(決戰前夜)
제50장 결전지야(決戰之夜)
제51장 오행신궁(五行神宮)
제52장 천기조화(天機造化)
제53장 성조천하(星照天下)
* 아직 못 다한 이야기
작가 소개
작가 용대운은 1961년 서울 출생에서 출생하여
1985년 서울시립대학교 졸업했다.
1988년 <마검패검(魔劍覇劍)>으로 무협소설계
입문하여, <철혈도(鐵血刀)>와 <유성검(流星劍)>,
<무영검(無影劍)>, <탈명검(奪命劍)>의 검(劍)시리즈.
<권왕(拳王)>, <도왕(刀王)>, <검왕(劍王)>의 왕(王)
시리즈를 집필하였다.
그후 4년간 무협계를 떠났다가 1994년 3월 pc통신
하이텔의 무림동에 <태극문(太極門)>을 연재하면서
집필을 재개하였으며, 현재 "야설록프로" 전속
무협작가로 활동중이다.
제46장 환우쌍마(環宇雙魔)
1
살검(殺劍)
쾌애액!
마치 허공이 찢어지는 듯한 음향이 터져 나왔다.
외팔이괴인의 일검은 조자건으로서도 처음 겪어
보는 살인(殺人)적인 것이었다. 더구나 그것은 수비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상대를 죽이겠다는 광기
어린 공격이어서 더욱 위력적이었다.
조자건은 옆으로 이 장쯤 몸을 날렸다.
그 정도 거리면 상대의 공세를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한데 그렇지 못했다.
외팔이괴인의 장검은 어느새 이 장 거리를 이동하여
그의 미간으로 거의 육박해 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가 그쪽으로 움직일 것을 예상하고 미리
앞질러 공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할 수 없이 조자건은 반룡등공(盤龍騰空)의
신법으로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다시 삼 장을
이동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상대의 검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반대방향으로 삼 장이나 이동했건만 어느새 그의 검은
조자건의 코앞으로 다가들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마치 그의 몸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허깨비와도 같았다.
그제서야 조자건은 상대의 검세(劍勢)가 어떤
것인지 알아차렸다.
'이것은 부영수형검(浮影隨形劍)이로군!'
사람이 몸을 움직이게 되면 아무리 경미한
움직임이라도 약간의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즉
미약하나마 주변의 공기가 파동을 치게 되는 것이다.
그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따라 공격을 하는 것이
바로 부영수형검이었다.
따라서 일단 이 부영수형검을 펼치게 되면 상대방이
제아무리 빨리 움직이거나 신묘한 몸놀림을 보여도
검세는 끝까지 상대를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유령검(幽靈劍)이라고도 불렀다. 마치 유령처럼
집요하게 사람을 따라다닌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조자건이 알기로 강호무림에서 최근의 백 년 동안
이 검법을 익힌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바로......
조자건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수중의 나무막대를
휘둘러 정면으로 맞서 갔다.
그는 역벽화산의 식으로 외팔이가 내지른 일검을
막으려 했다.
평상시라면 제아무리 막강한 고수의 검법이라도 이
역벽화산에 충분히 격퇴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외팔이괴인의 검 끝은 역벽화산의
초식과 초식이 휘둘러지는 미묘한 틈새를 너무도
수월하게 뚫고 들어왔다.
스으읏......
검이 움직이는 순간의 빈 공간을 뚫고 조자건에게로
접근하는 검 끝은 마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다가오는 독사의 머리 같았다.
조자건은 안광을 반짝인 채 검 끝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가 그것이 자신의 미간으로 거의
다가오는 순간 번개같이 나무막대를 앞으로 찔렀다.
쾡!
일직선(一直線)으로 뻗어 나간 나무막대의 끝은
정확하게 외팔이괴인의 검 끝과 허공에서 마주쳤다.
땅!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음향이 터져 나오며
외팔이괴인의 몸이 움찔거렸다.
처음으로 그의 일검이 중도에서 차단 당하고
말았다.
더구나 격돌의 순간 나무막대를 타고 한 가닥
무서운 진기가 흘러들어와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던
것이다.
"크카카카......!"
외팔이괴인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괴소를
터뜨리며 조자건을 향해 덤벼들었다.
팟! 팟!
그의 하나뿐인 팔에 들린 검이 질풍처럼 휘둘러지며
차갑고 싸늘한 검기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그것은
마치 한 여름날 창공에서 피어 오르는 뭉게구름처럼
급속도로 사방으로 확산되었다.
그 속도와 위세는 그야말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세차게 횡소천군(橫掃千軍)의
식으로 그어 댔다.
파아아......
구름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위세로 다가 들던 검기의 구름이
쩌억 갈라지며 그 사이로 외팔이괴인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조자건은 주저 없이 그 틈새로 몸을 날렸다.
파앗!
어깨부근이 검기에 살짝 닿으며 옷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하나 그때 조자건은 검기를 뚫고 들어가 나무막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쑤아앙!
그의 나무막대에서 거의 삼 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거의 무인지경으로 장내를 휩쓸어 버렸다.
파팡!
외팔이괴인이 펼쳐 냈던 검기의 구름이 송두리째
무너지며 그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으윽!"
그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오른쪽 옆구리를
나무막대에 강타 당했던 것이다.
그의 누더기 같은 옷은 격돌의 여파로 인해 거의
부서져 나갔고 나무막대에 격중 당한 오른쪽 옆구리는
살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최소한 세 개 이상의 갈비뼈가
부서진 것이 확실했다.
하나 그것은 오히려 외팔이괴인의 흉심(兇心)에
불을 지른 격이 되었다.
외팔이괴인의 눈에서 흘러 나오는 푸르스름한
인광이 더 한층 진해져서 이제는 아예 두 눈에 시퍼런
광채가 나는 보석을 박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흉흉한 모습이 되었다.
외팔이괴인은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린 채로 조자건을
노려보더니 돌연 수중의 장검을 허공으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것은 마치 나무꾼이 도끼질을 하는 것처럼 엉성한
동작이었다.
외팔이괴인이 장검을 도끼처럼 번쩍 치켜든 채
엉성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광경은 우습기조차 했다.
그런데 조자건은 그것을 보고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외팔이괴인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던 살인적인 기운이 요동을 치며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기운은 실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고 끔찍한 것이었다.
주위의 공기조차 싸늘해 진 것 같았다.
외팔이괴인은 마치 등에 만 근의 거석을 짊어진
사람처럼 답답할 정도로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조자건의 이마에 언제부터인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출도한 이후 처음으로 상대의 공격에 어떻게
대항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상대의 가공할 기운은 점차 강해져서
그는 손조차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패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먼저 반격을 가했다가는 저 엉성한 듯 쳐
들려진 장검이 떨어지며 상상을 초월할 살인적인
검세(劍勢)가 퍼부어질 것이다.
그 검세가 일단 발동되면 절대로 피할 수가 없다.
비록 자신이 최고의 속도로 상대의 목을 벤다
할지라도 그때는 이미 상대의 검에 자신의 몸 또한
꿰뚫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무지막지한 수법이었다.
이와 같은 동귀어진(同歸於盡)수법은 강호의
무사들이라면 누구나가 가장 꺼려하는 것이었다.
같이 대항했다가는 상대와 함께 비명횡사하고 만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피했다가는 상대의 치명적인
공세에 그대로 당하고 말 것이다.
이 초식의 이름은 아염인(我染引)이라 했다.
자기 자신을 더러운 곳으로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이 초식은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한 채
반드시 상대를 베어 넘기고야 말겠다는 필살(必殺)의
초식이었다.
매일립이 익혔던 파멸도가 자신보다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에게는 깨어지는 무공인 반면에 이 아염인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 무공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상대와 동사(同死)할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외팔이괴인과 같은 미치광이가 아니면
절대로 시전할 수 없고 익힐 수도 없는
절대살검(絶對殺劍)인 것이다.
조자건은 미동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외팔이괴인은 계속 다가와서 이제
두 사람의 거리는 채 일 장도 남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과 같은 절대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척(咫尺)
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자건의 이마에 맺혀 있는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리며 그중 한 줄기가 조자건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 조자건의 눈이 무의식 중에 끔벅거렸다.
그 순간 외팔이괴인의 장검이 허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
검이 아니라 거대한 폭포가 떨어져 내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울려 나왔다.
주위의 모든 것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심지어 공기조차 갈라 터지는 것 같았다.
조자건은 전신이 빙굴 속으로 떨어지는 듯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자비한 기운이 허공을 가득
뒤덮으며 자신에게 퍼부어지는 것을 알았다.
어디를 보아도 피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파아아아......
그의 옷이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마구
찢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순간 조자건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 가공할 기운
속으로 사력을 다해 뛰어들었다.
파르르......
조자건의 나무막대가 거센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잉어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어찌 나무막대가 생명이 있는 물체처럼 뛸 수가
있단 말인가?
하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팔딱팔딱 뛰는
나무막대는 질식할 듯한 기운을 뚫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더니 돌연 나무막대의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파라라라락!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나무막대가 동시에 뛰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무막대는 거의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사방을 무질서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 무질서하게 사방을 마구 뛰어다니는 수백 개의
검광(劍光)은 급속도로 수축되더니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것은 격류를 거슬러 올라간 한 무리의
잉어떼들이 먹이를 향해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꽝!
검광이 집중된 곳이 갑자기 뻥 뚫리며 환해졌다.
동시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해졌던 주위의
공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조자건은 천천히 나무막대를 거두며, 동시에 어느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 하나의 물체가 쓰러진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외팔이괴인이었다.
외팔이괴인의 가슴은 뻥 뚫린 채 검붉은 선혈을
폭포수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가슴이 완전히 관통
당해 주먹이 들락날락할 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의 눈빛은 예전과는 다르게
푸르스름한 인광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맑고
차가운 빛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외팔이괴인은 바닥에 누운 채 조자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조금 전과 같은 광기가
떠올라 있지 않았다.
"너...... 너는 누구냐?"
외팔이괴인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 음성은 비록 미약했으나 냉정하고 꿋꿋한
사나이다움이 담겨 있었다.
조자건은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조자건이라 하오."
"조자건...... 처음 듣는 이름이군......"
"나는 조립산의 동생이오."
순간 외팔이괴인의 몸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났다.
"조...... 조립산의 동생이라고......? 나를 이긴
네가 조립산의 동생이라고?"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외팔이괴인의 얼굴에 격동하는 빛이 가득 떠올랐다.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기침을 했다.
"쿨룩...... 쿨룩......"
그가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기침이
가라앉자 그는 미약한 음성으로 물었다.
"내......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조자건은 그를 내려보다가 문득 무거운 탄식을 토해
냈다.
"당신이 부영수형검을 전개할 때 알았소. 당신은
악마검(惡魔劍) 전귀(錢歸)가 아니오?"
외팔이괴인의 얼굴에 한 줄기 감회의 빛이
떠올랐다.
"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군."
악마검 전귀!
이 이름은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었다.
하나 한때 천하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 이름은 천하제일(天下第一)을 바라보았던
이름이었다.
십 년 전만 해도 악마검 전귀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도(魔道)의 제일검객(第一劍客)이었다. 그는 마도가
배출해 낸 백 년 내의 제일고수라고 했다.
쌍마(雙魔)가 있었지만 일대일(一對一)로는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나 그의 신화는 어느 한 순간에 너무도 처참하게
깨어지고 말았다.
팔 년 전, 전귀는 천하제일을 꿈꾸며 한 사람에게
도전을 했다가 허무하게 패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당시의 천하제일고수였던 신주대검협 조립산에게
도전했다가 불과 오 초만에 오른팔이 잘려지고
말았다.
그것으로 그의 화려했던 시대(時代)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외팔이가 된 그에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무사의 생명은 검(劍)에 있었다. 검이 부러진
무사는 이미 생명이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른팔이 잘려진 순간 악마검 전귀라는 인물은 죽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전귀는 죽지 않았다.
그대로 죽기에는 천하제일을 향한 그의 집념과
염원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반드시 조립산을 꺾을 수 있는 검법을 익히고야
말겠다!
전귀는 이렇게 외치며 아무도 없는 심산(深山)으로
잠적해 버렸다.
그는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왼팔로 검법을 익히는데
주력했다. 이 년이 흐르자 그는 왼팔로 과거의
오른팔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수준에 오르게 되었다.
그 뒤로 그는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초식을 만들기
위해 침식(寢食)을 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하나 그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으로는 제아무리 극한까지
수련한다 해도 조립산을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를 이길 수 없다면 같이 죽기라도
해야겠다......!'
그로부터 그의 인생은 광기(狂氣)에 가득 찬 것이
되고 말았다.
그는 오직 사람을 살해하기 위한 수법만을
생각했다. 아무도 피할 수 없고 빠져 나올 수 없는
죽음의 초식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때 우연히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당시 그의 뒤를 이어 마도를 석권하던 쌍마
중의 일인(一人)인 조마(爪魔) 신문병(辛文病)이었다.
신문병은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전귀가 죽음의 초식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뒷받침을 해 줄 테니 만약 죽음의 초식을 만들게
된다면 한 사람을 죽여 달라는 것이었다. 전귀는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신문병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전귀가 검법을 수련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를
제공했고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살인초식(殺人招式)이
적힌 백여 개의 비급을 구해 그에게 건네주었다. 뿐만
아니라 천하에 산재한 오십여 가지에 달하는 동귀어진
수법을 알려주었다.
전귀는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한 가지 초식을 만들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아염인(我染引)이었다.
아염인은 가히 악마의 초식이라 할 만했다.
그것은 오직 살인(殺人)만을 위한 초식이었다.
자신의 안전 따위는 전혀 도외시한 채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한 무자비한 수법이었다.
하나 전귀의 머리는 그 초식을 만들면서부터 그
초식이 지닌 광기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건네거나 접근하지
못했다.
그는 살인에 미친 한 마리 야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전귀의 눈빛은 갈수록 흐릿해졌다.
"아...... 아염인을 뚫고 나올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너...... 너는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그렇게 정확하게 알았느냐?"
조자건은 한동안 그를 내려보다가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처음에는 당신의 그 수법 아래 그대로
고혼(孤魂)이 되는 줄 알았소. 도저히 뚫고 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소."
"그...... 그런데 어떻게......"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소."
"그...... 그게 무엇이냐?"
조자건의 눈에서 기이한 빛이 흘러 나왔다.
"당신의 무공은 완전히 죽음을 도외시한 것이었소.
하지만 나는 그때 당신의 몸은 어떠할까 하고
생각했소."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당신의 초식은 죽음을 도외시했지만 당신의 몸마저
죽음을 도외시했을까......? 생존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本能)이오. 당신의 초식은 비록 자신의
몸을 완전히 포기했지만 당신이 인간인 이상 당신의
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움직였던 것이오."
전귀는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는지 탁한 눈으로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조자건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계속했다.
"그 초식이 시전된 순간 당신의 체내의 혈관과
심장의 박동이 급격히 증가되었소. 게다가 당신의
몸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후끈한 열기를 뿜어냈소.
그것은 자신이 죽을 것을 두려워한 본능적인
행동이었지만 그때 나는 절대절명의 위급한 순간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소."
사람이 생사(生死)의 위기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전신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전귀의 초식은 자신의 죽음을 전혀 문제 삼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의 몸은 그 초식을 전개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간의 이상 반응(異狀反應)을
나타냈다.
그것은 평상시라면 물론 전혀 감지할 수 없었겠지만
조자건의 전신 또한 극도로 긴장해 있던 터라 전귀의
몸에서 발생한 약간의 파동과 열기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것은 또한 그가 심등대법을 익혀 전신의 감각을
극도로 향상시켰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자건은 그 열기와 파동을 따라 자신의
나무막대를 움직여 갔다.
그의 나무막대는 살기(殺氣)와 냉기(冷氣)가 있는
곳을 피해 가며 열기와 파동의 진원지로 다가갔고
마침내는 전귀의 심장을 그대로 격중시켰던 것이다.
"만약 당신의 몸 또한 당신의 검처럼 긴장하지 않고
평상시의 상태를 유지했다면 나는 도저히 당신의 검을
피할 수 없었을 거요."
전귀는 우두커니 조자건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문득
무거운 탄식을 토해 냈다.
"그...... 그런 약점이 있을 줄은 몰랐군......
설마 내 몸이 그 초식의 약점일 줄이야......"
전귀의 눈빛은 이상하게도 담담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 네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 그 동안 나는 그 초식을 익히면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도...... 도저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 상태였지......"
조자건은 그가 어떤 상태였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에 대한 동정심이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전귀는 누가 뭐래도 분명 천하에 보기 드문
검(劍)의 귀재(鬼才)였다. 검법으로만 따진다면 백 년
내에 무림에서 능히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절세의 검객이 비참한 몰골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진 곳에서 생(生)을 마감한다고 한다면 너무도
쓸쓸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나 전귀의 얼굴에는 어떤 여한(餘恨)이나
아쉬움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이었다.
비록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그것만으로도 그는 자기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의 일생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닌
것이다.
전귀는 조자건이 보고 있는 동안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
전귀의 몸은 누더기 같은 옷에 가려진 채 싸늘하게
식어 가고 있었지만 조자건은 그가 지하에서나마
마음껏 자신의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때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쿠르르릉!
둔중한 음향이 들려 오며 석실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열려진 철문 사이로 몇 명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자건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2
권마(拳魔)
들어온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체구의 흑의인이었다.
조자건은 번우량만한 체구를 지닌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또한 인간의 몸에 이렇게 털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흑의거인은 그야말로 전신이 털로 뒤덮이다시피 한
인물이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모든 피부가 털로 덮여 있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반쯤 드러난 가슴에도 털이
수북했고, 우람한 팔뚝과 손목, 심지어는 손등도 온통
털로 뒤덮여 있었다.
짙은 살기가 꿈틀거리는 두 눈동자에만 털이 없는
것 같았다.
흑의거인의 옆에는 청삼을 입은 준수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청삼중년인의 눈빛을 본 조자건은 그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눈빛이 너무 초롱초롱하게 빛나서 마치 일부러
자신의 총명을 자랑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 외에 세 사람은 조자건도 한번씩은 만났던
인물들이었다.
바로 집마부의 세 명의 총관 중에서
이총관(二總官)인 지부수사 갈홍립과 오대호법 중의
천지이흉이었다.
조자건은 일전에 금릉의 화신묘에서 그들의 합공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당잔의 귀왕령에 중독
되어 간신히 그들의 손에서 도망치다시피 빠져
나왔는데 오늘 어쩌면 당시의 빚을 갚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중앙에 선
흑의거인이었다.
흑의거인은 부리부리한 눈가에 짙은 살기를
내뿜으며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네 놈이 설마 전귀의 아염인수법을 꺾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잠시 후면 전귀의 손에 죽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조자건은 상대의 말뜻을 알고 있으면서도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왜 후회한단 말이오?"
흑의거인의 짙은 눈초리가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그의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피어 올랐다.
"흐흐...... 나는 마음에 안 드는 놈을 죽일 때는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버릇이 있다."
조자건은 짐짓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참 희한한 버릇이구려. 도대체 무슨 수로
사람을 찢어 죽인단 말이오?"
흑의거인은 자신의 커다란 손을 불쑥 쳐들었다.
"바로 이 손에 걸리면 네 놈도 그렇게 될 것이다."
흑의거인의 손은 과연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크기는 보통 사람보다 두세 배는 될 듯한 데다가
털로 뒤덮인 피부 밑으로 굵은 근육이 꿈틀거리고
있어 금강동인(金剛銅人)이라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 조자건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미 있는
눈으로 흑의거인의 손을 바라보았다.
"당신 손은 정말 재미있게 생겼구려. 원래
태어나면서 손이 그렇게 생긴 거요? 아니면 커 가면서
차츰 그런 모양으로 변한 거요?"
조자건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농담을 했다.
그가 이러는 것은 솔직히 그가 지금 약간 긴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 다섯 사람이 집마부에서도
수뇌인물들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전귀를 격파할 때 어깨에 약간의
부상을 입었는데 그때는 별로 몰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의 통증이 심해졌다. 그것은 전귀의
검에 실려 있던 검기(劍氣)가 치명적일 정도로 악독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몸의 상태로 집마부의 최고고수 다섯 사람을
상대할 수 있을지 조금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가벼운 농담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흑의거인의 가뜩이나 험상궂은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미친 놈,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감히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다니......"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당신이 맨주먹으로 천지(天地)를 개벽(開闢)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당신의 손이 이상하게 생겨 먹은 건
사실 아니오?"
흑의거인은 웃지 않았다.
그의 살광(殺光)이 이글거리는 눈에 한 가지 묘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조자건을 뚫어지게 노려보다가 문득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정말 대단한 놈이로군."
그의 광소에는 무서운 위력이 있어 내공이 약한
사람들은 고막이 터져 버 릴 정도였다.
다행히 장내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내공이 막강해서
아무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흑의거인은 금세 광소를 멈추고 조자건을
쳐다보았다.
"네 놈은 어떻게 노부의 정체를 알았느냐?"
그는 많이 봐야 중년(中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노부라고 칭했다.
하나 그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당신처럼 털이 많고 패도무쌍한 기운을 풍기는
인물은 내가 알기로는 천하에서 오직 한 사람뿐이오.
게다가 조금 전 전귀는 자신이 쌍마 중의 한 사람에게
포섭되었었다고 말했소. 그걸 알면서도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물일 것이오."
조자건은 물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흑의거인도 수긍하는 바이었다.
비단 어리석지 않을 뿐 아니라 남달리 총명하고
무공이 절대적으로 고강하며 유달리 침착했다. 이런
인물은 절대로 소홀히 상대할 수 없었다.
마침내 흑의거인은 커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노부가 바로 개벽권마(開闢拳魔) 악붕(岳崩)이다."
개벽권마 악붕!
이 이름을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그는 환우쌍마(環宇雙魔) 중의 일인(一人)이었다.
단순히 줄여서 그냥 쌍마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쌍마는 마도의 제일 가는 고수들로 과거
우내십대고수에 속해 있었다.
일협쌍마삼기사절의 우내십대고수들 중 그들은
일협인 신주대검협 조립산과 거의 맞먹는 혁혁한
명성을 구축했었다.
쌍마란 바로 조마 신문병과 개벽권마 악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들의 마명(魔名)은 당시 실로 대단해서 누구도
그들의 이름을 듣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개벽권마 악붕은 강호무림사상 권법(拳法)의
제일인자(第一人者)로 공인된 절세의 고수였다.
하나 그들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시들어 버렸다.
무적초자 화군악의 출현과 함께 우내십대고수는 더
이상 천하제일의 상징이 아니었다.
우내십대고수 중의 절반 이상이 화군악의 손에
목숨을 잃었으며 쌍마는 그가 두려워 모습을 숨겨
버렸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나 그들은 그냥 숨어 버린 것이 아니었다.
바로 당금 무림의 마도를 석권한 집마부를 창립했던
것이다.
집마부는 바로 쌍마가 심혈(心血)을 기울여 만든
집단이었던 것이다.
쌍마 중 우두머리인 신문병이 제일부주(第一府主)를
맡았고, 악붕이 제이부주(第二府主)가 되었다.
창립한 지 몇 년도 되지 않은 집마부가 마도를
완벽하게 통일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집마부주가
쌍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악붕은 조자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굉량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노부 평생 드물게 관심이 가는 놈이다. 또한
이상하게 싸우고 싶은 욕망이 일게 하는 놈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부는 사 년 만에 특별히 네 놈을 직접
상대해 주려 한다. 네 놈 생각은 어떠냐?"
악붕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제 나이는
육십을 훨씬 넘은 노마두(老魔頭)였다.
그는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누구나
눈 아래로 보며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자건에게만은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조자건도 또한 상대가 일 대 일로 승부를
가리자는데 거절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로서는 한시름 덜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나는 물론 좋소.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소."
악붕의 눈이 번쩍거렸다.
"네 놈은 지금 조건을 내걸 만한 형편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조자건은 담담하게 웃었다.
"물론 그렇소. 하지만 당신에게도 무인(武人)의
긍지라는 것이 있다면 내게도 좀 더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소?"
"무인의 긍지라......"
악붕은 나직하게 뇌까리다가 그답지 않게 털북숭이
얼굴에 씨익 웃음을 떠올렸다. 사나운 웃음이었으나
왠지 흥겨운 빛이 보이기도 했다.
"정말 약아 빠진 놈이로군. 그런 말로 노부를 꼼짝
못하게 하려 하다니...... 좋다. 오랜만에 몸을
푸는데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다면 심심하겠지.
조건이 뭐냐?"
"내가 지면 물론 나는 목숨을 내놓겠소. 나를 찢어
죽이든 그냥 죽이든 당신 마음대로 하면 되오. 하지만
만약 내가 이기면......"
"네 놈이 이기면......?"
조자건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진표를 만나게 해 주시오."
"진표?"
악붕의 눈에서도 무서운 섬광이 폭사해 나왔다.
그는 한동안 조자건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불쑥
물었다.
"너는 그 놈을 구하기 위해서 제 발로 이곳에 온
것이냐?"
"그렇소."
악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놈은 별로 대단한 놈도 아닌데 너는 왜 그 놈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으려 하느냐?"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친구요. 그를 구하기
위해서는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가 있소."
악붕은 묘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바보 같은 놈이로군. 우정(友情)따위에 목숨을
바치려 하다니."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어떤 일이든 목숨을 바친다면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거요."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목숨을 바칠 만큼
가치(價値) 있는 게 없다."
"가치란 상대적인 거요. 당신이 만약 어떤 일에 한
푼의 가치를 걸었다면 그건 한 푼의 가치밖에 되지
않소. 하지만 천 냥을 걸었다면 그 일이 어떤 것이든
천 냥의 값어치가 있게 되는 거요."
"그건 억지다."
"그건 진실이오. 다른 사람에게는 진실이
아닐지라도 나에게 있어 그건 분명 진실이오. 목숨을
내걸 만한 일이니까 목숨을 내거는 것이오."
악붕은 한동안 기이한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돌연 털북숭이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것 참 묘한 논리(論理)로군. 네 놈 말이 맞다고
해 두자. 하지만 네 놈이 죽으면 진표란 놈도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진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진표를 만나게 해 주시오."
악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다."
이어 그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청삼중년인을
돌아보았다.
"육총관(陸總官)!"
청삼중년인은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십시오, 이부주님."
악붕의 부리부리한 시선은 그에게 고정되었다.
"만약 노부가 죽더라도 이 자를 진표에게 데려다
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청삼중년인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청삼중년인은 집마부의 세 총관 중에서
수석총관(首席總官)인 구두효(九頭梟)
육진천(陸震天)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별호만큼이나 지혜가 뛰어나고 기계가 많아서
모두들 상대하기 꺼려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악붕은 그의 다짐을 받고서야 조자건의 앞으로
다가와서 우뚝 섰다.
"이제 되었느냐?"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소."
악붕이 비록 쌍마 중의 하나로 성격이 과격하고
살인을 밥먹듯 하는 흉악한 마두이지만 사내다운
점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호쾌한 면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집마부를 창립하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는지 모른다.
단순히 무공이 고강하고 무서운 인물이라고 해서
아랫사람들을 따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악붕과 조자건은 삼 장 거리를 대치하고 서로
마주보며 서 있었다.
3
결전(決戰)
한동안 주위에는 죽음 같은 침묵이 흘렀다.
먼저 손을 쓴 사람은 악붕이었다.
악붕은 커다란 주먹을 반쯤 말아 쥔 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쾌액!
마치 한 가닥 뇌전(雷電)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그가 주먹을 말아 쥔다 싶은 순간 어느새 그의
커다란 주먹은 조자건의 콧등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신뢰일정(迅雷一鼎)이라는 수법이었는데
빠르기로 말하면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만했다. 비단
빠를 뿐만 아니라 악붕이 지닌 신력(神力)이 그대로
실려 있어 일단 격중되면 제아무리 막강한 호신강기를
지닌 고수라 해도 피떡이 되고 말 것이다.
조자건은 단순히 고개를 젖히거나 상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이 패도적인 권세(拳勢)를 완전히 피할 수
없음을 알았다.
할 수 없이 그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꽈르릉!
그의 발 밑으로 태풍이 지나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서 있던 자리가
폐허로 변해 버렸다.
꽈꽝!
석실이 온통 뒤흔들리고 부서진 돌조각과 먼지가
허공을 자욱이 뒤덮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주먹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조자건이 허공에서 채 몸을 고정시키기도 전에
악붕의 또 다른 주먹이 날아들었다.
콰아아......
권세가 어찌나 강력했던지 돌조각과 먼지가
소용돌이치며 권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자건조차도 하마터면 그 권세 속에 빨려 들어갈
뻔했다.
조자건은 허공에서 발을 교차로 움직였다.
스으읏!
그의 몸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이 장쯤 이동했다.
용협십이로 중의 화룡비월(化龍飛月)이란 신법인데
빠르고 교묘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꽈릉!
악붕의 주먹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조자건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며 석실의 천장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부스스......
단단한 석실의 천장이 움푹 파여지며 돌조각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악붕의 공세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조자건에게 반격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그의 신형이 멈춰 서기도 전에 다시 두 주먹을 상하로
흔들었다.
쾌애액!
쌍뢰파황(雙雷破荒)의 수법이 전개되며 두 가닥의
뇌전 같은 권풍이 질풍 같은 기세로 조자건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조자건도 피하지 않고 나무막대를
휘두르며 맞서 갔다.
파아앗!
그의 나무막대가 기이하게 휘둘러지며 허공에 여섯
개의 작은 고리가 생겨났다. 바로 복마검법 중의
절초인 조운육환이 펼쳐진 것이다.
허공을 수놓은 여섯 개의 고리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다가서는 두 개의 권풍과 정면으로 격돌했다.
꽝!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음향이 울리며 두 사람의
몸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음......!"
악붕은 답답한 신음을 흘리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는 조자건을 쳐다보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조자건 또한 한 걸음 물러서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악붕은 설마 조자건의 공력이 자신과 엇비슷할
정도로 막강할 줄은 몰랐는지라 안색이 대변해 감히
조금 전과 같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조자건이 먼저 공격했다.
쉬아악!
그의 나무막대가 기이한 파공음을 내며 악붕의 왼쪽
관자놀이를 향해 쏘아져 왔다. 복마검법 중의
일성엄월이란 수법이었는데 악붕의 눈에는 마치
거대한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악붕은 고리눈을 부릅뜬 채 우뚝 서 있다가 커다란
양손을 풍차처럼 마구 휘둘렀다.
콰아아아......
그의 손이 휘둘러짐에 따라 한 줄기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일어났다.
과거 악붕이 천하를 독보할 때 명성을 떨쳤던
구절분뢰마권(九截奔雷魔拳) 중의 절초인
대뢰윤회(大雷輪廻)였다.
구절분뢰마권은 인간이 펼칠 수 있는 권법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과연 대뢰윤회의 위력은 놀라워 반경 십여 장에
달하는 석실이 온통 권세 속에 휘말려 버렸다.
파라라락......
가뜩이나 여기저기가 찢어져 볼품없던 조자건의 옷
중 일부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다. 하나 조자건의
나무막대는 그 가공할 권풍을 뚫고 계속적으로 악붕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악붕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휘두르던 손의 속도를
더욱 빨리 했다.
콰콰콰콰......
마치 거대한 쇳덩이를 매단 풍차가 질풍처럼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쇳덩이에 격중
당했다가는 대라신선이 와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조자건은 일성엄월의 초식을 계속 전개해 나가기가
점차 힘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의 전신으로 가해지는
압력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어서 나무막대를 들고 서
있기조차 힘이 들 정도였다.
조자건은 일성엄월의 식을 선인지로(仙人指路)로
바꾸어 계속적으로 악붕을 향해 다가갔다.
선인지로는 어느 한곳을 집중적으로 노리기에는
가장 유용한 초식이었다.
과연 나무막대는 조금 전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악붕의 미간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두 사람의 대결은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 같았다.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뚫고 들어가는 무적의 창과
무엇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공포의 방패!
콰콰쾅!
조자건의 나무막대와 악붕의 주먹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부딪치며 엄청난 폭음이 울렸다.
"크윽!"
악붕은 나무막대에 부딪힌 순간 자신의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격돌하는 순간 어느새 그의 권풍
속을 헤집고 검기(劍氣) 하나가 그의 가슴팍으로
날아왔다는 것이었다. 비록 그가 연성한
대철마공력(大鐵魔功力)을 뚫지 못해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가슴 부위가 빠개지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조자건은 두 걸음 물러나 있었다.
언뜻 보기에 그는 전혀 부상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하나 자세히 보면 그의 왼쪽 어깨 부근의 살이
시커멓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전의 격돌 때 전귀의 칼에 맞았던 그의 왼쪽
팔이 미처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
악붕의 권풍이 미약하나마 격중 되었던 것이다.
그의 왼쪽 팔은 쳐들 수도 없을 만큼 상태가
심각해졌다.
조자건은 시간을 끌수록 자신이 불리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단번에 결판을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악붕이 물러섰던 몸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그에게로 돌진해 들어갔다.
쑤아앙!
그의 나무막대가 휘둘러지며 거의 사 장에 육박하는
엄청난 검기가 피어 올랐다.
이것을 본 악붕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그는 두 주먹을 부서져라 움켜 쥔 채 사력을 다해
아홉 번이나 허공을 향해 내질렀다.
쾡! 쾌액!
사방이 온통 아홉 가닥의 무시무시한 강기에 휩쓸려
버렸다.
구절분뢰마권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뇌현구로(雷現九路)가 펼쳐진 것이다.
뇌현구로의 아홉 가닥 강기는 장내를 그물처럼
뒤덮었다. 천하의 어떤 것으로도 그 무시무시한
강기의 그물을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나 조자건이 휘두른 사 장 길이의 검기에 닿는
순간 강기의 그물은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치치칙!
마치 비단폭이 찢어지는 듯한 음향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토록 무서운 기세로 허공을 가득 뒤덮었던
뇌현구로의 권세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주위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악붕은 두 주먹을 허공에 내지른 자세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철탑(鐵塔)과도 같아 보였다.
조자건은 그의 이 장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나무막대로 간신히 쓰러지는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의 낯빛이 유달리 창백해지더니 피를 게워 냈다.
"우웩......!~"
그는 한바탕의 피를 토해 낸 다음에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르르......
그의 몸이 일어서는 순간, 오연(傲然)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악붕의 턱 밑으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 선혈은 아래로 갈수록 더욱 많아지더니 가슴팍에
이르러서는 거의 내[川]를 이루고 있었다.
문득 악붕의 입이 열리며 나직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너...... 너는 당년(當年)의 화군악보다 더
강하구나. 그때도 이렇게 맥없이 패하지는
않았었는데......"
조자건은 입가에 묻은 선혈을 쓰윽 훔친 채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화군악과 겨룬 적이 있소?"
악붕의 턱뿐만 아니라 입과 코밑으로도 선혈이 흘러
내렸다.
하나 악붕은 꿈쩍도 않고 선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 쌍마는 분명히
화군악과 겨루었다...... 그리고...... 패하고
말았지...... 우...... 우리는 단신(單身)으로는
절대로 화군악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집마부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그의 음성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으나 그의
표정만큼은 이상하게 담담했다.
"이...... 세상에서 화군악만한 고수가 또 있을
줄은 몰랐다...... 너...... 너는 정말 대단한
놈이다......"
조자건은 털로 뒤덮인 그의 피부가 조금씩 갈라지며
핏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묵묵히 악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문득 악붕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소리쳤다.
"육총관......!"
구두효 육진천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그의 부름에 흠칫
놀랐다.
"예, 이부주님."
악붕은 이를 악물며 필사적인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노...... 노부가 했던 약속을 잊지
않았겠지......?"
육진천은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를 깨닫고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꼭 저 자를 진표에게 데려다
주겠습니다."
"노...... 노부를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졸장부로
만들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그제서야 악붕의 눈가에 떠올랐던 안광이 서서히
사그라 들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쿵!
바닥에 닿는 순간 그의 피부는 산산이 갈라진 채
사방으로 피분수를 뿌려 대고 있었다. 그의 전신은
이미 조자건의 나무막대에 의해 박살이 난 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것도 악붕의 내공이 그만큼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조자건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는 비록 내색하지 않았으나 왼쪽 어깨뼈는 이미
탈골(脫骨)되어 있었고 악붕의 가공할 권세에 심맥이
뒤흔들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거듭된 절정고수들과의 격전으로 내공은
급격히 소모되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굳건히 서 있었다.
이런 곳에서 약세(弱勢)를 보였다가는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진천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동안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다가 철문 근처로
다가갔다.
그가 철문의 어느 한구석을 만지자 나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르릉!
그와 함께 철문의 반대편 석실 벽에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
문(門) 저쪽 편에는 시커먼 암도(暗道)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육진천은 턱으로 그 암도를 가리켰다.
"저곳으로 곧장 나가면 진표를 만날 수 있을 거요."
조자건은 그를 힐끗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속일 리는 없을 것이다.
설사 속인다 해도 지금의 조자건으로서는 그의 말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자건은 말없이 걸음을 옮겨 암도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몸이 암도 속으로 사라지자 문이 다시 굉음을
내면서 닫혔다.
쿵!
문이 완전히 닫히자 갑자기 육진천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야릇한
미소였다.
그와 함께 그의 옆에 나란히 서 있던 갈홍립과
천지이흉의 얼굴에도 괴이한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흐흐......!"
갈홍립이 음산한 미소를 터뜨리며 육진천을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우리의 계획도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육진천의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싸늘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그 놈이
대부주(大府主)마저 쓰러뜨리지 않는 한 우리의
계획은 성공했다고 할 수가 없다."
"그 놈의 무공으로 보아 대부주도 그 놈의 적수는
되지 못할 게 틀림없습니다. 그 놈의 힘을 빌려
쌍마를 처치하겠다는 대형(大兄)의 생각은 전적으로
옳았습니다."
육진천의 얼굴에 떠오른 차가운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그는 질펀한 피바다 속에 누워 있는 악붕의
시신을 힐끗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래 이 일은 일호가 그 놈을 죽이지 않겠다는 걸
알았을 때 즉흥적으로 세워졌다. 여소쌍을 그 놈에게
보내 그 놈을 이곳으로 유인했을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완벽하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제
놈의 실력을 안 이상 집마부는 내 수중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갈홍립은 그를 따라 웃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 놈이 대부주마저 물리친다면 나중에 그 놈을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육진천은 생각해 둔 것이 있다는 듯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이제 얼마 후면 위불군이 돌아올 것이다. 위불군의
조마경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지."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눈치가 빠른
갈홍립은 알았다는 듯 눈을 번쩍 빛냈다.
"그렇다면 위불군에게 조자건을 해치우라고
말씀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단지 쌍마가 조자건의 손에 죽었다고만 알려
줄 것이다. 나머지는 위불군이 알아서 하겠지."
갈홍립은 고개를 끄덕이며 득의에 찬 미소를
날렸다.
"흐흐...... 그렇다면 조자건, 그 놈은 우리를 위해
죽도록 고생만 한 끝에 결국 비참한 죽음을 당하게
되겠군요."
육진천의 얼굴에도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흐흐흐흐......!"
석실 안은 미친 듯이 웃어대는 네 사람의 웃음
소리로 가득 차 버렸다.
첫댓글 ㅈㄷㄱ~~~~~`````````
즐독입니다
즐독
감사
즐독해요
즐감
감사합니다 글구 잘 봅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