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가신다(消暑) 一年消暑試登樓-일년 더위 씻으려고 다락집에 오르나니 草色蟬聲又晩夕-풀빛과 매미소리, 또 해 저문 저녁 蕉葉雨晴空院淨-파초 잎에 비가 개어 빈 집이 깨끗하고 梔花風軟小溪幽-치자 꽃에 바람 자고 작은 시내 그윽하네. 紅塵謝絶心如水-세상 잡음 거절하니 마음이 물과 같고 再熱再熱瞬間秋-덥다 덥다하여도 눈 깜짝 가을이 올 것을 今那蓮花暑热盛-오늘 저 연꽃도 더위가 한창이라 不要暑了江上杯-더위탓 하지 말고 강물에 술잔을 띄우리 표연말(表沿沫)
전하! 아무리 더워도 물놀이는 위험합니다 !
표연말(表沿沫)은 연산군때 중신(重臣)이다. 폭군 연산군 앞에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강직한 성품의 충신이었다. 얼마나 강직한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요즘 같은 어느 뜨거운 여름날 연산군이 더위를 못 이겨 궁녀들과 강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뱃놀이를 즐기는 연산군에게 표연말(表沿沫)이 말하였다.
“전하 안전한 육지를 두고 어찌 위험한 뱃놀이를 즐기십니까?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쩌시려구요” 하며 연산군의 뱃놀이를 말렸다.
화가 난 연산군이 표연말(表沿沫)을 물에 빠트렸다. 연산군이 죽기 직전의 표연말을 건져 올리게 하고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물에 빠졌는고?” 그러자 표연말(表沿沫)도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신(臣)은 초(楚)나라 회왕(懷王)의 신하 굴원(屈原)을 만나러 갔다왔습니다.”
굴원(屈原)이 누구인가 ! 고대 중국 초(楚)나라의 정치가이자 애국시인(愛國詩人)아닌가! 굴원(屈原)은 어리석은 임금에게 낙심하고 물에 몸을 던져 죽은 충신이었다.
굴원(屈原)은 고대 중국 초(楚)나라 회왕(懷王) 때 정치가다. 황노학(黃老學-황제(黃帝)와 노자학(老子學을 말함)의 전파자이자 초(楚)나라에서 잘못된 법(變法)을 고치기를 주장했던 정치가이다.
굴원(屈原)의 대표적인 시(詩)가 “이소(離騷)”인 것을 우리는 잘안다. “이소(離騷)”는→ ▷離-떠날 리(이) ▷騷-떠들 소 “임금 곁을 떠난다”는 뜻이다.
굴원(屈原)의 대표작 “이소경(離騷經)”이라 이름의 시(詩)는 약 2480여자의 장문(長文)의 시(詩)다.
굴원(屈原)은 왜 임금 곁을 떠났는가? 굴원(屈原)이 정치적 반대파(反對派)의 참소(譖訴)에 의해 조정(朝廷)에서 쫓겨나 임금을 만날 기회(機會)를 잃었다.
“이소(離騷)”는 시름을 읊은 서정적(抒情的) 대서사시(大敍事詩)로서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 가요(歌謠)인 “초사(楚辭)”의 기초(基礎)가 된 유명한 글이다.
연산군(燕山君)은 자신이 어리석은 초(楚)나라 회왕(懷王)에게 비유된 표연말(表沿沫)의 말에 화가 났다.
“네가 정말 굴원(屈原)을 만났느냐?” “예 진정 만났습니다. 그리고 굴원(屈原)으로 부터 시 한 수를 얻었습니다.” “그래? 뭐라 하더냐?” 표연말(表沿沫)이 연산군을 보고 시(詩)를 읊었다.
我逢愚君-나는(굴원) 어리석은 임금을 만나 志不得成-뜻을 이루지 못하고 墮水而死-강물에 빠져 죽었지만 汝逢賢君-너는(표연말) 어진 임금을 만났는데 何事來此-무슨 일로 이곳에 왔느냐
어리석은 연산군은 표연말(表沿沫)이 자신을 어진 임금이라고 한데에 마음이 누그러져 그를 살려 주었다.
지금 우리 정치에도 연산군 같은 등신이 많다.
人言長江無六月-사람들은 양자강에 유월이 없다고 말들 하지만 我言六月無長江-나는 유월에는 양자강이 없다고 말한다 只今五月已許與-지금이 단지 유월인데도 이미 이리 더운데 七月更來何可當-칠월이 다시 오면 어찌 감당하리오 掀蓬更無風半點-봉창을 열어도 바람은 반점도 없고 揮扇只有汗如漿-부채 휘둘러도 땀이 미음 죽 같이 흐를 뿐 吾曹避暑自無處-우리들은 더위를 피할 곳 없어 죽을 지경인데 飛蠅投吾求避暑-날아다니는 파리가 내게 와서 더위를 피할려하는구나 吾不解飛且此住-나는 날아다니는 법을 몰라 여기 앉아 있는데 飛蠅解飛不飛去-파리는 나는 법을 알고서도 날아가지 않는다 양만리(楊萬里)
스위스 소설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무더운 여름을 “죽음의 계절(season of death)”이라고 불렀다. 꽃들이 땡볕에 시들어 떨어지는 것은 이듬해 봄을 위해 “거룩한 거름(holy manure)”이 된다고 했다.
그는 People are rushing around as if they are an exception to this law of nature. strange thing “사람이 이런 자연법칙에서 예외인 양 바삐 돌아다니는 게 기이한 일” 이라고 했다.
그러니 여름엔 밖으로 나다니기보다는 제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게 좋겠다. “오늘밤은 눈이 푹푹 내린다”는 백석(白石) 시집을 머리에 펼쳐보면서 상상의 눈밭을 거닐며 더위를 쫓아보는 것도 더위의 낭만이 아닐까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