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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감독은 4-3-3 전형을 기본으로 한 화끈한 축구관을 갖고 있다.(사진 이휘영) |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다. 선수들도 생각보다 내 색깔을 잘 알고 따라오고 있다. 그런데 역시 선수들이 아직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면담을 계속 하고 있다.
대전팬들이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팀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처럼 우승할 준비가 돼 있는 팀은 새로운 감독이 와도 그것이 가능하지만 대전은 팀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다. 기다려 달라.
계약기간이 2년 반이다. 임기 안에 계획이 있다면.
수원이나 성남 같은 팀은 우승이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대전은 우승보다 지역의 축구 활성화를 위해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4만 관중이 꽉 차게 되면 우승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내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어린 선수들을 키워 선수가치를 높이고 또 그들을 활용해 더 많은 유망주를 길러내는 일을 할 것이다.
드래프트 제도가 부활해 선수 육성이 힘든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하루 빨리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해 주길 바란다. 3년 반의 공백 기간에 지켜 본 어린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 제도 때문에 내가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지 못한다. 중고등학교의 유망주들이 학원축구에 묶여 있는 것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20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량을 봐라. 놀랍지 않나. 모두 프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드래프트 제도가 있는 한 이제 이런 선수들이 나오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대전은 선수 숫자가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한데.
대전에는 현재 30명의 선수가 있다. 젊고 유망한 선수 10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 1군 20명과 2군 20명이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주어진 여건에서 여러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최윤겸 전임 감독과는 스타일이 다른데.
그동안 바르셀로나와 첼시, 지난해 독일월드컵의 프랑스 같은 팀이 사용하는 4-3-3 전형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했다. 같은 4-3-3 전형도 팀마다 색깔이 다르다. K리그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전형을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다. 현재 대전의 선수구성은 전임 최감독이 3-5-2전형을 쓰기 위해 짜놓았다. 중앙 성향의 선수가 많다. 측면에서 뛸 선수가 필요하다. 또 패스를 잘 넣어 줄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현재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볼 생각이다.
K리그 특성에 맞는 4-3-3 전형이라는 말을 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첫 번째는 한국의 기후에 맞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공격지역에서는 템포를 높이며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 시즌에 날씨가 더운 편이다. 날씨에 맞게 체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5m를 움직이고 패스하는 것과 20m를 움직여 패스하는 것은 체력 소모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측면 수비수의 경우 70m를 오버랩하게 되면 왕복 140m를 뛰는 셈이 된다. 체력 소모가 많다. 유럽은 비교적 선선할 때 축구를 하는 편이라 그런 축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길게 공간으로 때려 넣으면 선수들이 힘들어서 뛰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축구에는 기술 좋은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짧게 움직이면서 공수전개가 이뤄져야 하고 질 높은 패스와 공간 침투를 시도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핌 베어벡 감독의 4-3-3 전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보는 순간 선수 구성 자체가 지지 말고 최소한 비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의도로 짜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수비진이 약하니까 그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만 3명을 갖다 놨다. 패스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선수를 거의 뽑지 않았다. 이천수나 최성국도 공간 침투를 하는 선수들이지 패스나 크로스를 정확하게 하는 선수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득점하기란 쉽지 않다. 내 기억으론 조재진이 이번 대회에서 슈팅을 5번 정도 한 것 같다. 이동국이나 조재진은 혼자서 해결하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패스를 연결해야 해결하는 선수들인데 공이 와야 슈팅할 게 아닌가. 하지만 베어벡 감독을 비난하지는 않겠다. 아마도 자신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지지 않는 축구로 체면치레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패한 지도자로 남긴 싫었을 것이다.
3년 7개월의 공백 때문에 K리그 팀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댈러스의 기온이 섭씨 40도 정도 됐다. 그런데 독일선수들이 하는 경기를 보니 이런 기후에 적응하지 못했다. 후반에 힘을 집중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반에 3골이나 내주는 바람에 이기지 못했다. 상대 팀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일단 올시즌 후반기엔 상대 팀의 전력을 분석해 데이터를 확보할 생각이다. 내년은 물론 내후년의 계획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한축구협회나 연맹이 최소한 올시즌 가을 이전에 내년도 사업 계획안을 줘야 하는데 이제까지 그런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컵대회를 포함한 대회일정과 A매치 일정이라도 빨리 줘야 한다. A매치는 일정을 먼저 잡아 놓고 팀은 나중에 섭외해도 된다. 그래야 내년 선수단 인원은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연습일정과 동계훈련 장소는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팬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티에리 앙리가 바르셀로나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갔다.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 때문에 더 좋아졌고 꾸준히 경기를 보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메시같이 축구를 해야 한다. 메시는 축구 기량을 떠나서 얼마나 착한가. 독일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의 지휘봉을 잡았던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2000년대 초반까지 청소년대표팀을 오랫동안 맡아 메시보다 자기가 데리고 있던 하비에르 사비올라를 중용했다. 그래도 메시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극해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친다. 어릴 때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 상태도 좋지 못했던 아이를 부모가 스페인으로 일찍 데려가 오늘날의 메시가 됐다. 메시나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처럼 일찍 스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마니아가 많아지고 축구 문화가 발전한다.
63살인데 최고령 해외축구 마니아가 아닐까. 말이 나온 김에 바르셀로나의 장단점을 한번 짚어달라.
카를로스 푸욜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수비진이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에게 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호나우지뉴는 체력을 조금 더 보강해야 한다. 이번에 코파아메리카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건 잘했다. 리그를 치르면서 확실히 지쳐 보였다. 이거 우리 팀 걱정을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웃음).
대전 선수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베테랑이 6명 정도 있는 대전에선 신구 조화에 대한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은 맞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팀뿐만 아니라 한국축구 발전에 이바지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우리 팀에 맞지 않는 선수는 빨리 다른 클럽으로 보내 기회를 줘야 한다. 베테랑보다는 웬만하면 젊고 유망한 선수를 기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창단 때부터 대전과 함께했던 선수에 대한 예우는 필요하다.
대전에 온 지 보름 정도 지났다.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
기능은 좋은데 노력이 좀 부족한 선수들이 보였다. (고)종수는 체력을 끌어 올리고 있으니까 지켜봐야 하는 단계이다. 황규환도 기능이 있고 우리 팀에서 연봉도 꽤 받는 편인데 아마 그동안 좀 열심히 안 한 것 같다. 내가 있는 동안엔 열심히 하길 바란다. 우승제나 박주현은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공간을 잘 활용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단 패스에 문제가 있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는 센스가 모자라다.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할 생각이다. 측면수비수로 황병주와 김창수를 기용할 생각이다. 두 선수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황병주는 파워가 좀 부족하지만 순발력이 있고 측면수비수로서 가능성이 높다.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편인데 일부 선수는 이미 미용실에 갔다 왔다고 한다.
그런가?(웃음) 그 미용실 나한테 밥 한 끼 사야겠다. 난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선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뒤늦게 프로에 왔기 때문에 무늬만 프로선수지 생각하는 것은 아마추어다. 나이에 비해 어리다. 한국 축구선수들은 짧은 시간 안에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사회에 나가서 어렵게 살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은퇴해서 장사를 하더라도 프로에서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고 노력해 돈을 벌어놔야 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다. 축구밖에 모를 정도로 생활해야 한다. 축구는 맥박수가 180을 넘을 정도로 심장을 자극하는 상황이 많다. 판단력은 당연히 흐트러진다. 그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판단해 패스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몸 관리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과 영양공급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2년 뒤 희망하는 대전의 청사진이 있다면.
대전은 일본의 우라와 레즈나 알비렉스 니가타와 같이 많은 홈팬을 거느릴 수 있는 여건에 근접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팬과 선수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밀착형 홈전용구장이 있고 연고지의 인구도 많다. 2년 뒤 4만여 홈팬과 함께 지더라도 재미있는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또 홈팬과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대전 지역의 사회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늘 시민과 함께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승을 하게 돼 있다. 그것이 클럽축구다.
대전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내 역할은 대전 시티즌이나 시민구단에게 꿈을 심어주고 미래를 위해 도와주는 것이다. 우승하면 물론 더 기쁘겠지만 대전팬들은 우승에 집착하기보다는 선수들과 재미있는 축구를 즐기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팬이 됐으면 한다. 유망주들을 많이 육성해 김은중이나 이관우 같은 스타들이 대형 팀으로 가도 그 밑에 든든한 유망주가 버티고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SPORTS2.0 제 63호(발행일 08월 06일) 기사
대전=장지현 기자
첫댓글 김호님하 대전을 우승으로 ㄱㄱ 하고 다시 4만관중 가까이 되는 시대를 열어주삼 ㅋ
와 진짜 멋있으십니다 대전이란 팀이 어떻게 성장할지 정말 기대됩니다
마인드 끝내줘요 ㅎ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록 대전에 살지는 않지만 나의 연고지팀이 없어졌기때문에 이제부터 대전을 응원하겠습니다. 대전시티즌 김호 파이팅~!
정말 김호감독님은 한국축구의 기둥!
전술을 한국의 기후까지 고려해서 정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유망주 좋아하는게 아스날 웽거감독이랑 비슷한듯?? 아무튼 마인드 멋지네요
대전에 살면서 대전시티즌 진짜 안타까워 했지만..이젠 희망이 보입니다!!! 아이러브 대전 시티즌!!
드래프트제도의 취약성이나 욕만 먹지 말자는 식으로 팀을 꾸려왔다는 베어백감독에 대한 평가나 기술축구를 지향한다는 점 등등..공감가는 점들이 많습니다.역시 김호감독님.
자신만의 축구철학, 대단한 마인드 , 연륜이 그냥 연륜이아니십니다,
푸욜에겐 미안하지만, 단점은 중앙수비진..ㅎㅎ
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바르샤
김호감독님 정말 멋지시고 대전시티즌 기대됩니다!!!
멋진 분이시군요 ^^
감사합니다
김호감독님 아들님이 우리학교 체육선생님 ㅎㅎㅎㅎ.근데 바르셀로나 팬이셨구나.몰랐는뎅 ㅎㅎ
뭔가 있어보이네
우승은 후에 기대한다, 지금은 인프라 확충기, 대전의 축구 인프라가 커져야 할텐데,, 커진 파이를 맛있게 얌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