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선생님 저는 작은 지팡이나 하나 구해서</p><p>호그와트로 갈까 해요</p><p>아 좋은 생각,</p><p>그것도 좋겠구나.</p><p> </p><p>서울역 플랫폼 3과 1/4번 홈에서 옛 기차를 타렴.</p><p>가방에는 장난감과 잠옷과 시집을 담고</p><p>부지런한 부엉이와 안짱다리 고양이를 데리고</p><p>호그와트로 가거라 울지 말고</p><p>가서 마법을 배워라.</p><p>나이가 좀 많겠다만 입학이야 안되겠니.</p><p> </p><p>이곳은 모두 머글들</p><p>숨 막히는 이모와 이모부들</p><p>고시원 볕 안 드는 쪽방 뒤로</p><p>한 블록만 삐끗하면 달려드는  ' 죽음을 먹는 자들 '.</p><p>그래 가거라</p><p>인자한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과 주근께 친구들</p><p>목이 덜렁거리지만 늘 유쾌한 유령들이 사는 곳.</p><p> </p><p>빗자루 타는 법과 초급 변신술을 떼고 나면, 배고프지 않</p><p>는 약초 욕 먹어도 슬퍼지지 않는 약초  분노에 눈 뒤집히지</p><p>않는 약초를 배우거라. 학자금 융자 없애는 마법 알바 시급</p><p>올리는 마법 오르는 보증금 막는 마법을 익히거라. 투명 망</p><p>또는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p><p>그곳이라고 먹고살 걱정 없을까마는</p><p>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저 흑마술을 잘 막아야 한다.</p><p> 그때마다 선량한 사냥터지기 해그리드 아저씨를 생각</p><p>하렴.</p><p>나도 따라가 약초밭 돌보는 심술 첨지라도 되고 싶구나.</p><p> </p><p>머리 셋 달린 괴물의 방을 지나</p><p>현자의 돌에 닿을 때까지,</p><p>부디 건투를 빈다</p><p>불사조기사단 만세!</p><p> </p><p> </p><p> </p><p>[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 2015.</p><p> </p><p> </p><p> </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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