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누구에게나 지식을 키워 가는 수단으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이는 곧 읽기와 명상이다. 물론 교육에서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읽기이며,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그 규칙들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 역시 읽기에 관해서다. 읽기를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은 자신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둘째,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는지, 다시 말해 무엇을 처음에 읽고 무엇을 나중에 읽을지 알아야 하며, 셋째,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19)
모든 학문에서는 다음의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잘 인식하고 구별해야 한다. 첫째는 그 학문 자체를 다루는 방식이고, 둘째는 그 학문의 원리를 다른 모든 일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별개의 일, 요컨대 학문을 다루는 일과 그 학문을 수단으로 하여 무언가를 다루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학문을 다루는 것은 문법을 다루는 것이며, 학문을 수단으로 하여 다루는 것은 어떤 문제를 문법적으로 다루는 것이다.(27)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니, 바로 타고난 자질과 실행과 규율이다. 타고난 자질이란 들은 바를 수월히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한 바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실행을 거론하는 것은 근면한 노력으로 타고난 자질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규율을 말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삶을 살아감으로써 도덕적 행동과 지식을 결합해야 한다는 의미다.(29)
해석에는 자구littera, 뜻sensus, 내적 의미sententia의 세 가지 해석이 포함된다. ‘자구’는 단어들의 적합한 배열로 구성이라고도 한다. ‘뜻’은 자구에 표면적으로 제시되어 쉽고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의미이며, ‘내적 의미’는 해석과 논평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더욱 심층적인 이해이다. 이들을 탐구할 때의 순서는 첫째가 자구이고, 둘째가 뜻, 마지막이 내적 의미이다. 이 과정이 다 끝나면 해석은 완료된다.(32)
기억에 관해 꼭 해야 할 말은, 적성은 분석을 통해 탐구하고 발견하며, 기억은 추려 모으는 것을 통해 유지된다는 것이다. 배움의 과정에서 분석한 것과 반드시 기억에 담아 두어야 할 것은 추려 모아야만 한다.
‘추려 모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세히 글로 썼거나 토론한 것들을 꼭 필요한 내용만 추려 간결하게 개요로 가다듬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그러한 개요를 ‘에필로구스’epilogus라고 불렀으니, 이는 곧 이미 말한 것들을 제목으로 추려 짧게 다시 말하는 것이다. 모든 설명에는 사태의 진리 전체와 그에 대한 생각의 힘이 기반을 두고 있는 원리가 존재하며, 나머지는 모두 이 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원리를 찾아내고 숙고하는 것이 바로 ‘추려 모으는’ 것이다.
수원水源은 하나이나 거기서 갈라져 나온 개울은 여럿이다. 왜 구불구불 흘러가는 개울을 따라가는가? 근원을 붙잡으면 그대는 전체를 가지는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인간의 기억력은 둔할 뿐 아니라 짧은 것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것에 흩어 놓는다면 각각에 나누어 줄 기억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배움에서 간결하고 믿을 만한 개요를
추려 모아 기억의 작은 상자에 보관해 두어야 한다. 나머지 모두는 나중에 필요할 때 그 개요들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다.(35-36)
겸손에 관한 가르침은 많지만 학생에게는 다음 세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학생은 어떠한 지식과 글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둘째, 학생은 누구에게서든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셋째, 스스로 배움을 얻었을 때 다른 사람을 낮추어 보지 않는다.(38)
처음부터 모든 것에 대한 앎을 부여받은 이는 아무도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연에게서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지 못한 이 역시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학생이라면 기꺼이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읽도록 하고, 어떤 글도, 어떤 사람도, 어떤 가르침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모든 것에서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구하며, 자신이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생각하는 이가 지혜로운 학생이다.
“뻔뻔스럽게 내 생각만 밀어붙이느니 차라리 겸손하게 다른 사람의 말에서 배우겠다”라고 한 플라톤의 말을 사람들이 되뇌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가르침을 받는 것은 부끄러워하면서, 왜 자신의 무지는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 저 낮은 바닥에 누워 있으면서 왜 저 높은 정상에 있는 양 꾸미는가? 차라리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순서대로 차근차근 가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어떤 자들은 큰 도약으로 앞서가고 싶은 마음에 무모하게 아무렇게나 발을 뻗친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 차근차근 가야 더 빨리 지혜에 도달한다. 자연이 모든 사람에게 부여한 특별한 재능을 그대가 세상과 나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겸손이니, 그대가 모르는 모든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배워라. 모든 것에서 기꺼이 배우고자 한다면 그대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배움은 좋은 것이니 어떤 배움도 경시하지 말라. 적어도 시간이 있다면 책 한 권 읽는 것을 하찮게 생각하지 . 설령 그 책을 읽어 얻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잃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39-41)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세네카는 기원전 4년 스페인의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성장했다. 뛰어난 웅변술을 가졌지만 천식과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세네카의 출세는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늦은 서기 33년에야 이루어진다. 서기 54년 네로가 황제로 등극하자 세네카는 최측근이 되어 네로 황제의 통치를 보좌한다. 서기 59년 네로 황제가 모친을 죽인 후 폭정이 극으로 치닫자 세네카는 관직에서 물러나 학문과 집필 활동에 몰두한다. 서기 65년 황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으로 네...더보기
12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수도사이자 철학자. 파리 근교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성 빅토르 수도원에서 교사이자 학자, 수도사로 평생을 보냈다. 후고를 비롯한 성 빅토르의 학자들에 의해 형성된 성 빅토르 학파는 스콜라철학과 신비주의의 종합을 추구하며 12~13세기의 신학을 주도했다. 성서에 관한 주석, 신비주의와 신학에 관한 논문, 철학론, 예술론, 서한문 등 그가 남긴 3천여 편의 원고는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중세 후기의 신학과 성서 해석, 철학,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출신으로 16세기 기독교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 최초로 그리스어와 라틴어 대역 성경을 편찬한 일로 당대에도 유럽 최고의 지식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고전 번역, 날카로운 풍자, 수많은 서한문 및 논문 집필로도 유명했다. 가톨릭교회의 세속화와 부패를 풍자하여 종교개혁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지만, 종교개혁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급진적인 면에도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저서로는 그리스와 라틴어로 된 격언집 『아다지아』Adagia(1500), 『기독교 병사를 위한 지침서』Enchiridion militis Christia...더보기
스페인 발렌시아 태생의 인문주의자이자 교육이론가. 16세기 초 스콜라철학에 강력히 맞서며 인문주의 학문과 교육을 옹호한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파리 보베대학에서 공부했으나 발렌시아와 파리에서 배운 극단적인 변증론적 학문 방식에 반감을 느끼고 인문주의 부흥을 더욱 지지했다. 주요 저술로는 서구 세계에서 최초로 도시 빈민 문제를 다루고 구체적인 사회적 입법을 제안한 『빈민 구제에 관하여』De subventione pauperum(1526), 평화의 가치와 전쟁의 어리석음에 대한 사회비평 『인류의 화합과 불화에 관하여』De con...더보기
영국의 철학자, 정치인이다. 영국 경험론의 선구자이며. 또 프랑스의 데카르트와 함께 근대 철학의 개척자로 알려졌다. 기존의 스콜라적 편견인 ‘우상(idol)’을 인간의 정신세계와 학계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자연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어울리는 방법론을 제창했다. 그것은 경험과 실험에 기초한 귀납법적 연구 방법이었다. 그는 세계와 자연의 법칙을 정당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감각에 충실한 관찰을 중히 여기는 경험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베이컨은 사물의 근저를 철저히 파헤쳐 최종적으로 그 근본 원리를 찾아내는 방법, 곧 귀납법이...더보기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이자 철학자, 역사가. 당대에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계몽주의를 필두로 이후의 철학과 인문학의 중심적 흐름을 예견한 대단히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저서로 『개강연설문집』Le orazioni inaugurali(1699-1707), 『우리 시대의 공부법에 관하여』De nostri temporis studiorum ratione(1709), 『라틴어 원전에서 찾아낸 이탈리아의 가장 오래된 지혜』De antiquissima Italorum sapientia ex linguae latinae...더보기
1709년 영국의 중부 지방인 스태퍼드셔 리치필드에서 서적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옥스퍼드의 펨브루크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가난으로 중퇴했다. 1737년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며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고 「산사의 잡지」에 의회 기사를 써주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집지 「산책자」를 냈다. 풍자시 '런던', '욕망의 공허', 비극 <아이린> 등을 발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1747년 방대한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하여 <영어 사전 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을 혼자 힘으로 팔 년 만에 완...더보기
19세기 영국 기독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성직자 겸 신학자이자 교육가. 성공회 사제로 서품되어 1843년까지 17년 동안 동정녀 성 마리아 대학교회의 교구목사를 지냈지만 교부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초기교회의 전통을 중시하는 고교회파(高敎會派)로 이끌렸고, 1833년부터 초기 가톨릭교회와 교부들의 전통을 되살리고 교회에 대한 국가의 간섭에 반대하는 옥스퍼드운동을 주도하며 결국 1845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다. 아일랜드가톨릭대학 설립에 핵심 역할을 해 초대 학장이 되었고, 1879년에는 추기경에 서임되었으며, 2019...더보기
20세기 영국에서 활동한 뛰어난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이자 기독교 사상가다. 동시대 작가인 C. S. 루이스, J. R. R. 톨킨, 찰스 윌리엄스 등과 함께 “옥스퍼드 그리스도인”이라 불리며 잉클링즈의 초청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3년 옥스퍼드에서 성공회 사제이자 교장의 외동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재능을 나타냈고, 1912년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1915년에는 현대 언어를 연구해 최우등 성적으로 학위를 받았고, 1920년에는 예술 석사학위를 받아 옥스퍼드에서 최초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