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30번 국도. 전북학생해양수련원으로 들어가면 낙조가 유명한 솔섬이 바라보이는 해안이 있다.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떠 있는 솔섬의 모양새가 조금은 외롭다. 하지만 이것이 솔섬의 매력일 게다. 섬 앞에 떠 있는 목선 한 척이 여백을 채운다.
석포리에 이르면 내소사 이정표가 나온다. ‘바다에선 얻은 것이 없었으니, 산으로 가보자.’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진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사찰. 벚나무길이 있고, 화려한 연꽃무늬의 대웅보전이 있고, 수명이 천 년이나 되는 당산나무가 있다. 가람의 단청은 빛이 바랜 반면 요사채 앞의 산수유는 노란 꽃을 활짝 피웠다. 봄바람을 타고 풍경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고, 그 소리에 맞춰 관광객의 걸음걸이가 리듬을 탄다. ‘경건한 경내에서 흑심(?)이 통할 리 만무하지.’ 봄 소풍을 온 듯 즐거워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무리에 섞여, 반성하며 돌아나온다.
어두워질 때쯤 곰소항에 도착한다. 곰소항은 젓갈 시장으로 유명하다. 포구 일대에 가게가 쫙 깔렸다. 또 해안 쪽에는 횟집이 늘어섰다. ‘역사는 술 마시며 이뤄지는 법.’ 사람이 많은 가게 하나를 찍어 들어간다. 그런데 들어와 앉으니 모두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달리 갈 데도 없고 해서 그냥 눌러앉는다. 이런 곳에 나이트클럽이 있을 리는 만무하니까. 주꾸미가 2만5,000원, 광어가 3만원이란다. 주꾸미는 먹었으니 광어를 시킨다.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가 ‘원래 문 닫을 시간인데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먹으란다. 밤바다를 보며 잔을 채운다.
이상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니 술잔에 사람들의 얼굴이 어린다. 해창쉼터에서 만난 깜찍한 커플, 방조제에서 만난 든든한 경찰 아저씨, 채석강에서 만난 말 많던 좌판 아주머니, 내소사 입구에서 만난 바지락죽 듬뿍 주던 식당 아저씨가 술잔에 오버랩된다. 모항해수욕장에서는 손짓 발짓하며 친절하게 길안내를 해주던 담배 가게 아저씨를 만났고, 변산해수욕장에서는 앞으로 닮고 싶은 다정한 노부부를 만났다. 하나같이 따뜻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 잔을 비우는 순간 술잔에 어리는 사람들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한쪽에 자리를 잡는다. 단 한 사람을 찾겠다고 떠나온 여행인데 많은 사람을 가슴에 담고 가게 됐다. 밤바다의 파도 소리가 포구에 더 크게 울려 퍼진다.
Way to Way서해안고속도로 부안(신태인) IC로 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으로 간다. 줄포 IC를 이용해도 된다.
Eat곰소쉼터 젓갈정식이 유명한 집. 곰소염전 앞에 있다. 10여 가지 젓갈이 나온다. 063-584-8007. 젓갈정식 6000원
곰소항 횟집들 부안읍내의 횟집은 서비스가 많이 나오는 반면 곰소항 일대 횟집에는 회가 많이 나오는 것이 장점. 주꾸미 2만5000원, 광어 3만원 선
Stay모항비치텔 변산반도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으로 꼽힌다. 모항해수욕장 옆에 있다. 063-583-5545. 5만~25만원
곰소모텔 곰소항에서 비교적 시설이 깨끗한 곳. 063-584-8852. 3만원
첼로모텔 펜션형 모텔이다. 채석강이 있는 격포를 지나 궁항에 도착하면 보인다. 063-584-1584. 4만~8만원
▒ Hidden Place 수성당 가는 길 채석강 주차장 옆으로 가면 적벽강·수성당 이정표가 나온다. 수성당 이정표를 따라가면 후박나무 숲이 나온다. 그곳에서 잠깐 운치를 느껴 보는 것도 좋다. 후박나무 숲을 지나면 수성당으로 갈 수 있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선 해안절벽 너머로 바다가 바라보인다. 벤치가 놓여 있어 쉴 수도 있다. 푸른 들판이 뒤로 펼쳐져 색다른 풍경.
▒ Editor’s Choice 서해안의 백미는 낙조. 그중 변산의 솔섬 낙조는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을 정도로 제법 유명하다. 특별한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잘 찾아가야 한다. 부안에서 줄포 방향으로 30번 국도를 따라가면 전북학생수련원이 나온다. 그 앞쪽 해안으로 가야 솔섬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오후 7시를 전후해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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