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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22.목요일
충용무쌍
전주 국제 영화제(JIFF :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지프)가 임박했다! 이제 막 10년을 넘긴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부산 국제 영화제와 더불어 국내 3대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지프. 후원하는 지자체를 달리해 수백개에 달하는 영화제가 난립한 국내 영화제들 가운데 지프의 성공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프의 성공요인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영화의 도시로 오랫동안 기능했던 전통 덕이다, 디지털이라는 확실한 테마를 선정해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남 영동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영화산업 전반과 연계해 후원을 아끼지 않은 지자체의 공로다, 뭐 조금씩은 수긍이 가는 이야기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가 빠졌다. 전주시의 주요 영화관들은 이른바 '영화의 거리'라 불리는 반경 200m 이내의 블럭안에 밀집되어 있어 행사 진행에 굉장히 유리하다. (해운대와 남포동으로 장소를 나눠 이원진행해야 하는 부산을 떠올려보면 이건 굉장한 장점이다.) 그리고 영화의 거리 바로 옆에 '맛과 멋의 고장' 이라는 전주의 위용을 널리 알려주는 맛집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그냥 영화만 보고 끝낼 수 없는 '토탈팩키지' 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지프의 성공요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프에 맞춰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그저 전주라고 하면 막연히 '비빔밥' 정도만 떠올리고 미디어에 노출된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나서 후기에 "아.. 전주 비빔밥 원래 이런가요.. 기대가 커서 그런지 비싸고 맛은 별로네요..." 하는 말을 남기게 된다. 안타깝다!
전주 비빔밥, 그래 딴지답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존나 예전에 끝났다.
그러니까 이제 故마이클 쟉슨이 김데중아쟈씨 취임식을 위해 KAL기 타던 순간 시작되었고 2002년 여름 총수가 대한민국 강팀 선언을 외쳤을 때 쯤 이미 게임은 끝났다. 팝의 제왕께서 기내식으로 맛 본 비빔밥에 홍~ 가버려 방한 내내 비빔밥 타령을 하자 거품이 꼈고, 2002 월드컵 개최지 중 하나로 전주가 선정되자 공식 인증이니 세계화니 떠들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이제 알아서들 찾아와 주머니를 열어제끼는 이들이 줄을 서니 장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
업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들 값을 올렸고 맛과 서비스는 부실해져만 갔다.
이게 다 잭슨 때문이다.
전주 비빔밥이 이 지경이 될 떄까지 그는 어디서 뭘했나.....
결국 부담 없는 가격과 질박한 맛을 자랑했던 서전주 비빔밥은 한그릇에 만원이상 주고도 먹고 나면 아쉬운 그저그런 음식이 되고 말았다. 유명세를 타면서 가격에는 거품이 끼고 품질관리에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가 되고 만 것이다!
한마디로, '전주 비빔밥은 존나 예전에 끝났어. 그냥 돈때문에 하는거지'.
전주 비빔밥은 존나 예전에 끝났어
그러니까 이제 전주에 가게 될 딴지스들은 비빔밥에 집착하지 말지어다. 내돈주고 먹기는 아까우니까 전주에 사는 지인에게 얻어먹겠다는 발상도 좋지않다. '그거 막상 먹고나면 후회하실텐데..' 라는 말속엔 돈은 돈대로 쓰고 좋은 소리 못 듣게될 현지인의 고뇌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맛과 멋의 고장이라는데 가서 무엇을 먹으란 말인가?
사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다. 이미 5년 전 '뽕빨 코리아 전주편' 을 통해 전주맛의 살을 가르고 뼈를 발라낸 노매드. 여기에 소개된 업소들은 그 뒤로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여행, 미식 커뮤니티 사이에서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 잡았다.
노매드 뽕빨코리아 전주편 보러가기
그러나 그뒤로 벌써 5년. 단순계산으로 치면 강산이 절반쯤 바뀌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전주라는 도시도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고 맛과 멋의 지도에도 소소한 지각변동이 있었다. 고로 이번 시간 지프맞이 전주 맛집 특집은 노매드의 지난 기획을 골자로 5년간 변화 사항을 점검하는 1부와 노매드에서 당시 다루지 않았던 집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2부, 그리고 1,2부를 통합한 별책부록 '전주 뽕빨 지도'를 증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기대하시라.
※ 음식 사진은 노매드(www.nomad21.com)쪽 자료를 인용합니다.뚜벅이 백부께서 '야이 색기야 저작권..'이러시면 대략 난감이지 말입니다. 그때는 총수님이 카바쳐주실 꺼라 믿습니다.
잇힝~ 사랑해요 노매드~
0. 준비운동
뭐 눈앞에서 안드로메다가 펼쳐지고 귓가에 상투스가 들려오는 맛은 아니다.
예로부터 삼남의 거점이라 물산이 풍부했고 인심은 넉넉했다던 그 곳.
아직도 살아있는 그 전통과 지방도시의 저렴한 물가가 크로쓰!
이 두가지 장점이 만나 빚어내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고유의 향토색]을 만끽하는 것.
이것이 전주 식탐 원정루트의 기본 방향이다. 이것을 이해 했다면 이제부터 몇가지 준비운동에 들어가자.
전주의 신시가지(위)와 구시가지(아래)의 비교
바둑판 모양으로 딱딱 구획정리된 계획도시의 모습과
거미줄 모양의 자연발생적 도시의 도로망이 대조적
지난 5년 사이 전주의 도시구조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서전주 톨게이트를 통해 진입하는 서부쪽에 신시가지를 형성해 농토와 건물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 도청과 경찰청 건물을 지어 옮겨왔다. 이로 인해 기존에 유명했던 구시가지 쪽 맛집과 상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 생겼다. 유명한 백반, 한정식, 비빔밥 집들이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요 관광서에 인접해 든든한 수요층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그것이 빠져나간 구시가지쪽의 에너지는 지금 그때만 못하다는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신시가지 쪽에 눈에 뜨일만한 집이 생겨나지도 않았다. 현재 신시가지에는 신축 원룸과 모텔, 레스토랑이 전부고 일부는 아직 도로 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아 황량한 상태. 이걸 감안하고 와야한다. 구시가지의 백반집, 한정식집들이 예전처럼 힘을 못쓰고 기운이 딸려하는 이유다.
1. 교통과 숙박
기차보다는 버스를 추천한다. 일단 전주는 KTX 정차역이 아니다. KTX를 이용해 단축된 시간, 익산에서 환승하다 까먹기 마련. 거기에 결정적으로 전주역이 위치한 아중지구는 전주시 중심부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시외버스 터미널은 서로 걸어서 5분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둘다 우리가 앞으로 듣게 될 객사, 경기전, 한옥마을에서 택시 기본요금거리다. 하이킹 삼아 걸어도 충분한 1-2키로미터 거리.
전체적으로 노매드의 교통정보 (http://www.nomad21.com/bbs/uboard.asp?id=nomad_gisa&u=2&u_no=369) 에서 달라진 점은 없지만 고속도로 개통과 직통노선의 등장으로 대구-경북권과 전주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기존 보다 운행 시간이 무려 1시간 가까이 단축되었다.
대구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전주행 버스 배차 간격
그리고 서부 신시가지가 정비 되면서 서울에서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방법 또한 한가지 늘어 났다. 남부 터미널에서 '전주대' 까지 가는 직통버스를 이용하면 서전주 톨게이트를 이용해 전주대 정문까지 들어온다. 가격와 소요 시간은 남부터미널 -전주 직통 버스와 동일하다. (10500원, 2시간 40분) 단 배차간격이 2시간에 한대 꼴이고 막차가 일찍 끊기니 상황에 맞춰 이용하기 바란다.
서울로 갈때는 전주대학교 앞에서 출발한다. 매표는 전주대학교 정문관 기숙사 관리실
다음은 지프 기간 중 베이스캠프로 삼을 랜드마크들이다. 미리 숙지하자. 이들은 모두 영화의 거리에서 도보이동이 가능하고 전주 시내의 종심부에 위치해 길찾는데 기준으로 활용되는 장소들이다. 위치는 특별부록 지도에 표기해 놨으니 확인하시길.
(1) 객사
조선시대 전주 감영의 게스트하우스 였던 곳이다. 지금은 교통의 결절지로 약속장소로 쓰이고 있다. 종로 종각역 앞에서 만나듯 전주에선 객사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 것이다. 과장 조금 섞어서 전주시대 시내버스 노선의 50%는 이 객사 앞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의 거리로 진입하는 입구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2)전동성당
고궁 앞에 우뚝 선 고딕풍의 성당 건물이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경기전과 함께 한옥마을 입구에 버티고선 랜드마크. 전동성당 사진만 찍어가지고 오면서 '나 유럽여행 다녀왔어' 라고 구라를 풀어도 대충 넘어갈 포스. 맞은편에는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 경기전과 수많은 한옥들이 깔려 있다.
(3) 경기전 (한옥마을 입구)
경기전 입구가 보이는 한옥 마을 입구.
지금은 저 아스팔트 도로를 모두 파내고 멋드러진 보도블럭으로 대체한 상태다.
시청, 금융기관이 자리한 도심 속에 한옥촌이 자리잡고 있다. 원래 이 일대는 조선시대 전주 감영이 있던 자리. 경기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풍남문은 전주성의 정문이었다. 그러니까 당시 기준으로는 땅값 제일 먹어주던 행정 중심지구였다는 말씀. 그리고 그 명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부 신시가지의 개발로 조금씩 공동화 현상이 보이기 시작한 이쪽 교동. 거기에 오래전부터 버텨왔던 한옥들을 낡은 흉물들이라 생각해서 싸그리 밀어버리고 재개발을 하려 했으나, 접근을 달리해 오래된 한옥들을 시에서 개조, 보수하고 부지를 매입해 신축하기도 해서 지금은 도심 한복판에 한옥촌을 건설된 상태다. 일단 도착하면 어택 땅! 하듯이 여기로 달려가야한다.
숙소, 여기다 잡아야 앞으로 일이 편하다. 아우, 저는 최소 무궁화3개는 있어야 잠이와요~ 싶으신 분들은 리베라 호텔, 코아호텔로 가셔도 말리진 않겠다. 그러나 '뭐 저렴하고 시설도 현대적인 모텔방이나 잡지' 이러는 사람들 분명히 나오기 때문에 미리 말한다.
그럴거면 무조건 한옥 마을로 가야한다.
한옥 마을에는 '~재' '~정' '~헌' '~관' '~원' 하는 이름을 가진 한옥 민박들이 즐비하다. 2인 기준 숙박 4-5만원선. 푸세식 변소에 거미줄 쌓여있고 홍콩할매 닮은 주인이 바가지 씌울 준비 하고 있는거 아니야? 하는 걱정은 마시라. 대부분 한옥 마을 조성후 리모델링해서 깔끔하고 현대적인 내부를 갖추고 있다. 한옥의 특성상 화장실과 샤워실이 밖에 있지만 좀 비싼방이나 근래 신축한 곳은 방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딸린 곳도 많다.
불타는 청춘 남녀들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대실 장사 하는 모텔들이 '숙박은 밤 9시 이후나 가능합니다' 이럴 때 한옥민박들은 점심시간부터 체크인, 체크아웃은 다음날 점심 시간! 으로 정하는 넉넉함을 자랑한다. 업체에 따라선 무료로 다음날 아침밥을 차려 주는 곳도 있으니까 알고 가면 돈까지 굳는다. JIFF 때는 예약 없으면 한옥마을에서 방 못구하니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전형적인 한옥 마을 안 한옥 펜션의 내부구조
사진은 동락원의 것
저렴하고, 터미널 가깝고, 운치있다는 장점이외에도 식신 원정 루트의 거점들과 가깝다는 숨은 장점이 있으니 여길 놓치지 말아야한다. 숙박은 한옥 마을이 진리다.
아 맞어, 한옥의 특성상 방음은 책임 못지니 불타는 청춘남녀들은 그냥 모텔 가세용 ('_^)~♥
숙박정보는 아래 전주시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노매드에 제공되어 있는 낡은 링크는 이곳에 연결되지 않는다.
http://tour.jeonju.go.kr/board/list.sko?boardId=tour_lodgeInfo&categoryCode1=kor&categoryCode2=a&menuCd=AA06006000000
숙박문제가 해결 되었다면 노매드에 소개된 맛집들을 이용해 크게 두 가지 1박 2일 루트를 권하고 싶다. 동선이 짧아 거의 택시 기본요금(루트1) 내지는 근성에 따라서는 도보(루트2)로도 하루만에 클리어 가능한 루트다. 도착, 점심식사, 저녁식사, 술, 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뽕빨지도에 웨이포인트를 찍어가며 직접 동선을 확인해 보자.
루트(1)
터미널 도착-> 한옥마을-> 베테랑 칼국수-> 삼천,서신 막걸리골목->진미집,오원집-> 취침-> 콩나물국밥 해장 -> 출발
루트 (2)
터미널 도착-> 한옥마을-> 진미집 or 남문 피순대 -> 영화의 거리 관광 -> 효자문 갈비탕 -> 전일슈퍼 가맥 -> 오원집 본점 -> 콩나물 국밥 해장 -> 출발
2. 점심
혹시 오는내내 굶었다며 터미널에서 내리자 마자 끼니를 해결하는 불상사는 없길 바란다. 터미널 근처 음식장사라는게 어느 동네를 가도 그렇듯이 칭찬할 만한 집이 드무니까. 유동인구가 많고 태반은 다시 안올 뜨내기라 생각하는지 김밥지옥 수준의 맛과 석연치 않은 가격으로 장사하는 집이 많다. 덤으로 불친절한 태도나 얹어주지 않으면 다행. 배가 고프더라도 지속 가능하고 발전적인 식탐원정을 위해서 최대한 빨리 한옥마을로 이동해야한다.
일단 한옥마을에 깃발 꽂았으면 주린배를 움켜쥐고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처럼 거리로 나선다.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추천할 만한 곳으로 '베테랑 분식집' 과 남문시장 안의 순대국, 콩나물 국밥들이 있는데 거리는 베테랑 칼국수가 훨씬 가깝다.
베테랑 칼국수
약 30년간 바로 여학교와 이마를 마주하고 학생들을 상대로 쫄면, 만두, 소바등을 팔아온 전형적인 분식집. 하지만 지금은 옆의 땅과 건물을 사들여 홀보다 더 넓은 주차장을 소유한 남녀노소 모두의 집.
이 집의 킬러는 걸쭉한 계란국물에 들깨가루와 김가루를 팍팍 뿌린 '베테랑 칼국수' 임돠. 일단 이 녀석을 한 사발 정신 없이 흡입해 보도록. 위장에 여유가 있다면 만두로 입가심 하셔도 무방하다. 지금도 냉면 그릇이 넘을랑 말랑 그득 채워주는 통 큰 집이지만 한 10년전에는 정말 살벌무쌍(!)하게 국수 가닥이 많았다 전한다. 성인 남자 기준으로도 먹성 좋은 축에 속하는 본 기자가 콧구멍으로 면발을 토하기 직전까지 갔으니... 이유를 물었더니 '그게 한창 먹성 좋은 여고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라고 누군가 설명하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흠,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로군요.
사과해! 나의 여고생들은 그러지 않아!
사진은 베테랑 칼국수와 이웃한 성심여고의 교복
베테랑 칼국수에서 배를 채우고 어느정도 이성을 되찾았다면 슬슬 주변의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짧은 관광 시간이다. 이곳 한옥마을의 유래는 앞서 설명했듯이 약 600년간 전주시 중심 업무 지구였던 동네. 그래서 도보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안에 다양한 문화재와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조선 왕조의 태조 이성계의 사당 경기전, 여기는 드라마 용의눈물의 촬영장 이기도 하고. 경기전 바로 맞은편에는 19C 선교사들이 와서 지었다는 앤띠끄한 고딕양식의 건축물 전동성당이 자리 잡고있다. 한옥 마을안에 조성된 전통문화 체험관이나 공예품 박물관 같은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고 이성계가 왜구를 토벌하고 나서 주연을 벌였다는 오목대에 올라가 전주 시내를 조감해봐도 좋습니다.
다시한번 전동성당 사진
그러다 하교 시간이 되면 성심여고 쪽에서 세라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재잘거리면서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 또한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 성심여고의 교복 디자인은 진짜 왜정 때의 오리지날 쎄라복 연상시키는 고전 그 자체. 칼라에는 까만 삼선 들어가있고 주름 잡힌 플레어 스커트는 월남치마 수준의 기장. 이 아이들이 경기전과 전동성당 앞을 우르르 지나가면 19세기 개화기로 타임슬립한 게 아닌가 싶은 묘한 기시감에 사로 잡히게 된다. 비단 이곳 뿐만 아니라 전주시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공립학교 전주여고의 교복은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손예진 주연의 영화, 클래식에 나오는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 때문이란다..(참고로 영화 클래식의 주 촬영지 또한 전주). 전통과 현대, 인습과 젊음이 접점을 이루는 공간 한가운데서 프리허그라도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물론 마음만 그렇단 뜻이다. 오해하면 곤란하다.
3. 날이 저문다, 다시 시작되는 식탐의 시간.
그렇게 한옥마을 일대를 어슬렁 거리며 관광을 즐기면 해가 지는 것은 순식간.
다가오는 끼니 앞에 장사 없듯이 어김없이 밥숟갈을 들어야하는 시간이다. 게다가 날도 저물었으니까 저녁밥에 반주도 한잔 있어야 할 듯. 영화의 거리 근처를 떠나기 싫다면 그대로 영화의거리 안에 있는 효자문 갈비탕으로 직행하는 게 좋다.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제대로 끓인 갈비탕에 소주 한병 시켜 놓으면 그게 곧 밥이자 안주고 반주가 되는 것이다!
다시 생각나는 효자문 갈비탕.
지금은 한그릇에 8천원이 되었지만 서울시내 설렁탕 값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헐값이다. 특갈비탕은 11000원.
시간에 여유가 있따면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 양반에게 외쳐 봅시다. "아저씨 (삼천동, 서신동) 막걸리 골목이요!" (객사앞에서 출발하는 300번대, 500번대 버스를 타면 20분만에 갈 수도 있지만 현지인 가이드의 길안내가 없다면 그냥 속편하게 택시 타기를 추천한다. 어차피 막걸리는 혼자 마실 수도 없기 때문에 두당 천원인 버스 요금을 합하면 택시요금 정도 나온다.)
'아니..술먹기 전에 난 밥이 먹고 싶어....안주가지고 밥이 되나...
조미료 국물에 공기밥 하나 말아 먹는게 무슨 밥이야....' 그렇지 않다.
막걸리누보다 뭐다 하는 막걸리 붐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주의 막걸리 골목은 매니아들의 성지였다. 매력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주 막걸리 골목만의 서비스 방식. 막걸리 골목엔 메뉴판이 없다. 그냥 들어가자마자 '이모, 여기 막걸리 한 주전자!' 하면 끝이다. 그러면 막걸리 서너통을 부은 한 주전자의 가격은 1만2천원. (약간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 노매드 기사 작성 당시만 해도 무조건 만원이었다) 근데 문제는 그것이 안주 포함가라는 것이다. 안주를 따로 시키지 않고 술을 시키면 안주는 그냥 알아서 퍼주는 방식!
이거 뻥튀기나 마른 멸치 몇 마리 주는 맥주집 기본안주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간 컬쳐쇼크를 먹게된다. 처음 와 본 사람들, 십중팔구 이모가 안주 깔아 주는 안주상을 보고 '어..어.....이런거 시킨 적 없는데요' 하고 초짜티를 내게 되어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막걸리만 마셨다 하면 전주 막걸리 골목 예찬에 열을 올리는 필독 기자의 "간증슛"을 직접 감상해보자.
전주 막걸리집, 익스트림 막퍼주기의 현장
나이드신 양반들 말씀을 옮겨보면 다른 지역에도 실비집 같은 데는 저런 방식으로 장사를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그러나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전주 막걸리 골목이 거의 유일하다. 안주가 허술한가? 그렇지도 않다. 아 이런건 감안해야한다. 워낙 박리다매의 장사니까 한 주전자 시켜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면 이모한테 미움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당들이 몰려가서 이모 여기 하나더 추가!! 할 때마다.. 안주의 질과 서비스의 양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삼합이나 묵은지 돼지고기찜, 게장백반이 통째로 등장하기도 하고, 일전에는 네주전자쯤 되니까 이모가 스윽 와서는 '오늘 아침에 시누가 가져온건데...우리 끼리 먹기엔 아깝고 장사하기엔 너무 적고... 혹시 낙지 좋아혀?' 하더니 팔뚝 만한 낙지 한마리를 바로 데쳐서 우리 테이블에만 주더라 이거. 잘먹어서 이쁘다고.. 아무튼 복불복 재수복에 따라서 뭘 먹게 될지 모르는 꿈과 희망의 공간 삼천동 막걸리 골목.
삼천동 막걸리 골목이 유명해지면서 서신동쪽에도 새로 막걸리 타운이 조성 되었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두 지역을 비교해보면 일단 삼천동은 오래된 주택가로 그안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한 상권이다. 일과 후 밤 마실 나온 아저씨들이 놀다가는 선술집 같은 분위기. 반면에 서신동 쪽은 계획된 신도시로 삼천동의 붐에 영감을 받아 새로 조성된 곳이라 분위기가 세련되고 가격도 삼천동에 비해 조금 비싸다. (서신동 정가는 한주전자에 1만5천원) 두곳은 이렇게 단순 비교가 어려운 일장일단을 갖추고 있으니 취향껏 골라 가시기 바랍니다.
명심할 것은, 막걸리 집은 새벽 장사를 안 한다는 것이다. 본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하고 목숨걸고 노는 젊은 친구들이 오는데가 아니라 컨셉 자체가 집에가는 길에 부담없이 한잔, 목이나 축이자 이런 느낌이다. 일몰 즈음에 장사 시작해서 11시면 사실상 파장이다. 10시 넘어서 가면 안주가 다 떨어졌다고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집들이 태반이니 서둘러야한다. 간혹 새벽까지 심야장사를 하는 집들이 있는데 '장사가 덜되는 집' 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막걸리 골목이 저녁 식사겸 1차를 땡기기에 최적화된 장소라는 이야기다.
이 막걸리집 대신 루트에 넣을만한 곳은, 전주에만 있는 특이한 식문화 '가맥' 의 최고봉 전일슈퍼 정도다.
노매드의 전일슈퍼 소개기사 보러가기
4. 달려 보실라우?
야식계의 두 거두, 오원집과 진미집
막걸리 골목의 푸짐한 서비스와 넉넉한 인심은 12시 이전에 끝나는 신데렐라. 사실 막걸리 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목마르다는 주당을을 위해서 2차 코스를 소개 한다. 오원집, 혹은 진미집이다.
둘다 전주 시장통의 야식집으로 시작했다는데 저렴한 가격과 개성있는 안주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야식계의 패권을 다투게 되었다. 급기야 이제는 분점한두개 수준을 넘어 프랜차이즈화 해버렸습니다. 두집의 컨셉과 메뉴가 거의 겹치기 때문에 그냥 가까운데 찾아 가면 된다. 이미 프랜차이즈화 되어 있어서 전주시내 어디에나 쫙 깔려 있고 맛은 거의 균일하다. 소주맥주를 팔며 안주는 연탄불고기와 김밥, 오뎅, 국수.
연탄불고기는 따로 구워서 먹기 좋게 썰어 나옵니다.
기본안주부터 포스 있다.기본 오뎅국물에도 삶은 계란이 퐁당. 허여 멀건한 오뎅 헹군물을 내놓는 다른 집둘과 차원부터 다르다. 이집의 메뉴를 제대로 먹는 방법은 연탄 불고기에 따라 상추에 김밥과 매콤한 불고기로 쌈을 싸서 입안을 가득 채운 뒤 소주 한잔을 탁 털어넣는 것. 잘 안넘 간다면 오뎅국이나 멸치국수의 지원을 받는다. 모든 메뉴는 1인분에 2-3천원대로 가격 부담과는 애초에 상종하지 않는 가게. 야식집이라는 이름답게 아침 6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막걸리 골목에서 풀지 한은 여기서 풀어버리면 됩니다.
오원집 홈페이지 http://www.owonhouse.com/
※주의
4대 메뉴인 연탄, 김밥, 국수, 오뎅 이외의 메뉴는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매운 족발 같은 건 그냥 냉동 완제품 떼다가 데워주는 수준 '_';;
5. 해장
날이 밝아 온다. 이제 해장을 해야한다. 막걸리 골목에서 파하신 분들은 한옥마을로 돌아와 단잠을 주무셨을 것이고 밤새 오원집이나 진미집에서 달리던 분들도 한옥 마을로 돌아올 시간 입니다.
한옥마을 근처 객사 골목에는 해장에 딱이고 그냥 끼니로도 손색없는 콩나물 국밥집들이 많다. 왱이집과 삼백집이 그 대표격인데 굳이 두집이 아니라도 상관 없다. 풍전 콩나물과 현대옥은 저 둘에 비해 미디어를 덜 타서 오히려 더 좋은 면도 있다. 남부시장안에 위치했던 현대옥은 최근에 프랜차이즈화 되어서 삼백집 바로앞에 분점을 내기도 했다. 이런 브랜드(!) 국밥 말고 그냥 듣.보.잡. 일지라도 콩나물 국밥집이라면 오케이 하셔도 좋다. 어느 집이든 구성은 평준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가 들어간 맑은 콩나물 국밥, 깍두기, 다진 청량고추, 계란, 장조림, 오징어무침, 조미김, 새우젓이 규격처럼 자리 잡았다.
뚝배기와 별개로 스텐리스 그릇에 반숙계란이 나오는데 여기에 뜨끈한 국물 두세 숟가락을 붓고 김가루를 함꼐 섞어 후르륵 마시는게 일종의 전채요리. 이게 속풀이로는 아주 그만! 밥은 토렴해서 주는 집도 있고 따로 공기밥을 주는 집도 있다.
이제 뜨거운 국물을 마구마구 들이키면 된다. 새우젓이 함께 나오는데 새우젓으로 해장국의 간을 맞춰 먹는게 전형적인 호남식 국밥이라니 평소에 잘 안드셨던 분들도 한 번쯤 시도해 봄직하다 매운맛을 원하면 후추를 아주 무섭게 뿌려주는데 호불호가 분명하니 주문전에 꼭 확인이 필요한 대목 \.
삼백집 상차림
가격은 삼천오백원에서 사천원 사이. 정말 부담없는 가격이다.
아침운동 하고 오면서, 딱히 점심시간에 먹을게 생각 나지 않을때, 간밤의 회식으로 속이 더부룩 할 때 기타등등 전주 시민들의 생활과 밀착해 있는 콩나물 국밥.
"부담없는 가격에 즐기는 질박하고도 구수한 풍미".
전주 비빔밥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는 전주 콩나물 국밥 이었다.
6. 마무리
루트1과 2의 핵심 구역인 한옥마을 일대
이 컨텐츠들이 '성지순례' 코스로 거듭나게 된 데에는 약 반경 500m 이내에서 거의다 해결된다는 점이다. 덧붙여 영화의 거리와도 가까워 단지 전주 여행이 아닌 지프 관람이 목적인 사람들도 일정 중간에 끼워넣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녁밥을 먹기 위해 막걸리 골목을 갈때 말고는 교통비나 자가용이 필요없는 1박2일용 최적루트 그럼에도 즐길것은 다 즐길 수 있는 알짜 코스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골조로 전주 구시가지 일대의 지리가 눈에 익어간다면 이제 2편에서 소개할 집들까지 조합해 자기만의 동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다음편을 기대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