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양철 식탁, 닳을 대로 닳아 오히려 윤이 나는 구이 철판... 해질 무렵 문현동 곱창골목은 구수한 곱창 연기로 자욱해 진다. 문현동 곱창골목에선 시간을 10년쯤 전으로 되도려 놓아야 할 것 같다. 연탄불에 노릿노릿하게 익어가는 곱창, 바람에 타고 흩어지는 연기, 구수한 고기냄새, 낮은 천장, 문짝마저 떼어 버린 입구. 나지막한 건물등은 구식 영화 간판이 꼭 어울릴 것 같다.
자갈치가 소곱창집들이 밀집된 곳이라면 문현동은 돼지곱창 거리로 유명하다. 값도 저렴하고 연탄불에서 익히며 직접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해 주당들로부터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1인분 6천원짜리 구이는 물김치 파절이 상추 고추 마늘과 함게 차려져 푸짐하다. 콩나물국이나 물김치가 곁들여져 나오는 공기밥 한 그릇에 1천원이 추가된다. 밥까지 비벼 먹을 수 있는 전골도 있지만 손님 90%가 구이를 찾는다고 한다.
돼지 곱창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지방을 잘 벗겨내야 구울 때 연기도 적고 제맛이 난다. 지방을 제거하고 벗겨내면서 30%정도는 버려지고 70%만 상에 올라간다.
곱창 맛은 고추장 마늘 생강 후추 참기름 설탕 간장등이 버무러진 양념이 좌우한다. 곱창을 불에 올리기 전과 구울 때 두번 양념을 발라 속까지 골고루 스며들게 한다. 이렇게 구운 곱창은 맵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아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곱창구이는 일본에선 '호르몬 야끼'라는 스태미나식으로 인기가 높은 별미.
상추쌈에 잘 익은 곱창을 올리고 그 위에 파절이 마늘을 올려서 소주한잔과 먹는 또하나의 맛이다. 그냥 양념에 찍어 먹는 곱창도 맛이지만 이렇게 먹는 곱창은 하나의 맛, 추억을 남기는 것이다.
약간의 가격상승이 있었던 곱창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곱창이다. 지난 시절 추억의 정취가 살아 있어 복고풍 향기가 물신 풀기는 이 문현동 곱창골목은 70~90년대 배경을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 친구의 촬영지로 등장하면서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았고 여전히 많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맛있는 먹자골목, 곱창골목이다. (부산시 남구 문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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