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장군봉(887m)
전남 순천의 조계산(887m)은 호남의 3대 명산이다. 山寺는 이 산의 동․서 자락에 기대고 있다. 먼저 서쪽에 있는 僧寶寺刹 송광사는 80여 동의 당우를 거느린 거찰로 양산의 통도사, 합천의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꼽힌다. 절의 보물은 역시 스님으로 800년 전 보조국사 지눌이 타락한 불교를 쇄신하기 위해 정혜결사(定慧結社)를 벌인 이후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대가람이다. 역대 국사들의 영정을 봉안한 국사전(국보 56호) 등 국보 3점과 보물 13점이 자랑거리이다. 호쾌하고 남성적이면서도 꼿꼿한 기품이 절 전체에 배어 있다.
동쪽에는 태고종 총림 선암사가 자리를 잡고있다. 백제 성왕 때(542년) 아도화상이 창건했고, 고려 초기 대각국사 의천이 대찰로 키웠으며, 이후 숱한 전란과 화재를 겪으면서 많은 건물들이 소실돼 지금은 20여 동의 당우만 남아 있다. 가람 배치가 우아하고 고유 양식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만다라’․‘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의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365일 꽃이 지지 않는 山寺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선암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화장실인 뒷간(해우소)과 800년 전통의 야생차밭, 그리고 자연석을 무지개처럼 이어놓은 승선교(보물 400호)가 손꼽히는 볼거리다. 특히 뒷간은 정호승 시인의 시로 더더욱 유명한 곳이다.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딱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구체적인 산행경로는 다음과 같다.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선암사매표소→선암사→선암사골→선암사 굴목재→윗보리밥집→장밭골→작은 굴목재→조계산 장군봉→연산봉→송광 굴목재→홍골→송광사→송광사 매표소(송광면 신평리) 순이며, 선암사 굴목재에서 보리밥집과 송광 굴목재를 거쳐 송광사로 바로 내려서도 결코 부족하지 않는 산행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코스를 모두 타는 데 걸린 시간은 걷는 데만 5시간(사찰탐방 시간 포함) 가량 소요되며, 휴식을 포함하면 7시간쯤 걸린다. 장군봉을 오르지 않는다면 휴식․사찰 탐방시간을 포함해 5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산사로 오르는 길은 선암사매표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입장하면 계곡을 끼고 오르는 활엽수 산책길. 보물 승선교는 이 길 끝 무렵에서 자연석 다리로 만난다. 승선교의 아름다움은 계곡으로 내려서서 강선루와 함께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매표소에서 승선교까지는 10분 거리이다.
선암사는 산책길을 4분쯤 더 올라 닿는 삼인당(작은 연못)과 일주문을 지나야 고색으로 만날 수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진행방향 정면으로 대웅보전이 있고,왼쪽으로 그 유명한 뒷간이 있다. 대웅보전 오른쪽 뒤편 오솔길은 꽃뜰 선암사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곳으로 300년 수령의 철쭉은 물론 600년 수령의 홍매화도 살펴볼 수 있다. 그 너머 산자락엔 800년 전통의 야생차밭이 있다. 이밖에 와송 등이 찾을 만하다.
송광사로 가는 산길은 선암사에서 삼인당으로 되돌아 나와 맞은 편 찻집(선각당)의 오른쪽 너른 길로 연결된다. 선암사에서 삼인당까지 3분 소요. 그 길로 올라가면 곧바로 넓은 공터를 만나고 다시 왼쪽의 너른 길로 계속 이어가면 남새밭이 있는 비석삼거리에 닿게 된다. 이정표 뒤쪽 소로는 작은 굴목재로 해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선암사골 방향은 다리로 연결된 진행방향 왼쪽(아래쪽)의 너른 길이다. 선각당에서 3분.
다리를 건너 5분쯤 더 올라가면 대승암 입구 삼거리. 여기서 기존의 너른 길을 버리고 직진방향의 소로로 접어들면 선암사골이다. 이후 길은 선암사 굴목재까지 외길이며 길 상태는 좋은 편이다. 굴목재 직전의 된비알이 약간 힘이 들 뿐 부드럽게 경사를 높여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편백숲과 야생화단지가 눈길을 끈다. 특히 여수사람 점수생씨가 설치해 놓은 조계산의 각종 안내와 이야기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벤치 휴게소까지 10분, 호랑이턱걸이바위까지 20분, 선암사 굴목재까지 15분쯤 걸린다.
선암사쪽에 가깝다해서 선암사 굴목재라 부르는 고갯마루에 서면 보리밥집은 진행방향 정면 아래로 연결된다. 좌우 능선은 호남정맥길. 가부좌나무까지 2분, 굴목다리까지 5분, 다리를 건너 5분쯤 더 가면 보리밥집이 나온다. 1그릇 5천원. 무공해 채소가 곁들여진 보리밥도 구수하지만 가마솥에 설설 끓는 누룽지 숭늉이 더 눈길을 가게 한다. 숭늉은 셀프서비스이다.
여기서 송광사로 바로 내려가려면 보리밥집 윗길을 따르도록 한다. 가마솥 아래는 장안마을로 가는 길이다.
조계산 정상은 여기서 왔던 길로 되돌아나가 굴목다리 조금 못 미친 지점의 삼거리에서 왼쪽 사면길로 연결된다. 보리밥집서 2분 거리. 이후 산길은 장밭골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장밭골-작은굴목재 갈림길까지 17분 소요.
장군봉은 이 삼거리에서 작은 굴목재로 올라야 능선으로 바로 갈 수 있다. 고개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이다. 경사도가 급한 오름길이 약간 희미하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한다. 3분 소요.
굴목재에 올라서면 장군봉은 진행방향 왼쪽의 오름길로 연결된다. 이후 길은 단일 능선. 배바위까지 15분, 정상까지 5분이 걸린다. 정상은 전형적인 육산답게 장중한 산세가 볼 만하다. 동서로 보이는 상사 주암 두 호수는 그 감동을 더한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도 한달음에 보인다.
제2봉인 연산봉은 정상에서 볼 때 장밭골몬당을 중심으로 말발굽처럼 휘어진 능선의 반대편에 있다. 오르내림이 크게 없고 길도 잘 나 있어 쾌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길은 정상석 북쪽 부드러운 능선으로 열려있다. 안부까지 5분, 호남정맥 갈림길까지 7분, 장밭골몬당(정상)인 헬기장까지 2분, 삼거리까지 17분, 연산봉사거리까지 17분, 다시 연산봉 정상까지 6분이 더 걸린다. 시어대라 불리는 산죽길이 꿈결같다. 길 잇기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정표 참고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송광 굴목재는 연산봉에서 남쪽의 지릉을 타고 내려오다가 사면길로 해서 주능선으로 바꿔 타야 닿을 수 있다. 물론 길은 잘 나와 있다. 굴목재까지 20분 소요. 굴목재에서 송광사는 오른쪽 계곡으로 연결된다.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홍골이다. 피아골입구 토다리 삼거리까지 25분, 대밭이 운치를 더하는 송광사 앞까지 22분쯤 더 걸린다. 때깔 고운 단풍이 현란하고 아담한 비룡폭포가 발길을 머물게 한다.
송광사는 삼청교 위 우화각으로 들어서야 그 기품과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선 승보사찰의 본사답게 대웅전이 크고 웅장하다. 그 외 가람도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점이 예사 절과 다르다. 성보박물관과 엄청난 크기의 싸리나무 밥그릇(비사리구시)은 꼭 둘러볼 만하다. 구시는 성보박물관 맞은 편 당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