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책을 고를 때 어른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서점에 진열된 많은 책들이 좋은 책, 나쁜 책 표시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책을 고르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학습중심의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 아이들의 마음을 살찌워 갈 좋은 책을 고르는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아이들이 무엇으로 자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르치기에 따라서는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가에 따라 골라주는 책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살아가려면 그에 맞는 지식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지식만 가지고는 사람됨을 가르칠 수 없다. 가진 자신의 뜻을 펼치고 사회와 인류를 위해서 자기 몫의 삶을 살 수 있게 하는데 사회의 구조가 우리 모두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몰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만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따듯한 감성을 가진 열린 마음의 소유자로 키우고 싶다. 지식을 소유하는 것도 인간스런 마음을 키우는 것도 풍부한 삶의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데 그것은 문학책이 가장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우리 겨레의 삶과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아이들의 삶을 기반으로 한 문학책이야 말로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문학책보다는 만화책이나 명랑 동화 따위를 더 좋아한다. 험은 두고두고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 어떤 책이 그런 책인가. 몇가지 기준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기준에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니고 마냥 시간을 들여 그런 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아이들 책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 실패율이 가장 적은 방법으로 우리 나라 아동문학의 역사를 이끌어온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읽는 것은 좋은 작품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그것이 쌓여 좋은 책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방정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날을 만들고, 어린이라는 말을 만든 어린이 문화운동가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에 우리나라 첫 번안동화집을 내고, 동화집이 부족하던 때 전국을 돌면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야기꾼으로 동요,동화를 쓴 아동문학인이라는 사실도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이다. 방정환은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를 살던 시대에 먼 미래를 바라보고 나라의 독립의 일꾼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린이 운동을 벌였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이 없던 때에 다른 나라 동화들을 우리 나라 어린이의 입맛에 맞게 고쳐 첫 동화집인 [사랑의 선물1.2/신구미디어/3학년부터]을 냈다. 이 동화집은 방정환이 1923년에 동경에서 짜서 서울서 출판했고 1986년 신구미디어에서 다시 나왔다. 현대에 와서 일제 식민지 시절에 우리나라 옛 이야기도 아닌 창작동화도 아닌 외국동화를 번안하는 일이 그렇게 급한 일이었을까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방정환은 새로 개척되는 동화에 대하여/개벽1923.1월호]에서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또 처음으로 괭이를 잡은 우리는 아직 창작에 급급하는 일보다도 일변으로는 외국동화를 수입하여 동화의 세상을 넓혀가고 재료를 풍부하게 하기에 노력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기도 하다.
외국 동화를 소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당시에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아예 없었던 때이므로 다른 나라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넓혀가고자 했던 것이다. 더구나 방정환의 번안은 거의 완벽해서 처음 읽는 이는 그것이 다른 나라 동화인지 모르고 읽는일도 흔했다. 어린이를 위한 읽을거리가 없는 시대에 이중 삼중의 억눌림을 받아 울 줄도 웃을 줄도 모르던 아이들의 감성해방을 위해 어린이 운동을 벌여나갔고 동화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것이다. (만년셔츠/어린이/1927)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방정환의 창작이다.
동물(자연) 시간이었다.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생이 두 번씩 거푸 물어도 손드는 학생이 없더니 별안간 "옛" 하는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좋게 손을 드는 사람이 있었다.
"음 창남 (昌男)인가 어디 말해 봐""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예끼!" 하고 선생은 소리 질렀다.
온 방안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았다.
수신 시간이었다.
"성냥 한 개비의 불을 잘못하여 한 동네 30여 집이 불에 타 버렸으니 성냥 단 한 개비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야 하느니라" 하고 열심으로 설명해 준 선생이 채 교실 문 밖을 나가기 전에
"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여 큰 홍수가 되는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느니라"(사랑의 선물/183-184)95년 12월 12쇄)
주인공 창남이는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사는 소년인데 동네에 화재가 나서 이웃 사람에게 옷을 다 벗어주고 추운 겨울에 홑 저고리만 입고 맨 몸으로 학교를 간다. 그리고 체육 시간에 웃통을 벗어야 할 때 '만년셔츠(맨몸)도 괜찮냐고 묻는다. 그 때부터 창남의 별명은 만년셔츠로 불린다. 창남이는 낙천적인 성격에다 유머가 넘치고 활달하지만 자기 처지를 잘 말하지 않는 과묵함도 있는 아이이다. 자기 가난도 감당하지 못하는 눈먼 어머니는 화재가 나서 입을 것이 없는 이웃집에게 옷을 다 벗어주고 벌벌 떨고 있자 아들 창남이는 어머니에게 자기 옷을 벗어 입혀준다. 어머니는 창남이가 여덟살 때 눈이 멀었기 때문에 아들이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를 볼 수 가 없어 아들이 맨몸인 것도 모르는 것이다. 창남이의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도 급우들도 모두 눈물을 흘린다. 창남이 모자의 모습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고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억지가 있다. 그러나 창남이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적극적이고 개성적인 인물로 부각되어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삼부자의 곰잡기)는 가난한 아버지와 두 아들이 김서방, 영길이 수길이는 맨주먹으로 곰 사냥을 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다. 곰잡이를 나서서 번갈아가며 달려드는 곰의 머리를 때리면 다른 한 사람은 배에 깔리고 자기를 때리는 사람을 향해 달려들면 깔렸던 사람이 일어나 곰을 때리고 하면서 깔리고 때리고를 셋이서 반복하며 곰사냥을 하여 살았다. 삼부자의 곰잡이를 엿보던 동네 총각이 큰 아들 영길이가 외출한 것을 알고 나서보지만 그는 곰이 무서워 달려들지 못한다. 방정환은 수길이네 부자처럼 서로 마음을 합하여 한 몸이 되어야만 식민지를 벗어나 독립을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최근에 다시 발행된 <동생을 찾으러, 칠칠단의 비밀/사계절/3학년부터>은 방정환 동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동화이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에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일본 사람, 청국 사람들에게 팔려갔다가 쫓고 쫓기는 모험 끝에 악당들을 물리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손에 땀을 주게 하는 흥미가 가득한 이 소년소설은 일제에 억눌린 우리 겨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기로 방정환의 정신이 잘 살아있는 동화이다. 방정환은 독립의 일꾼을 키워내기 위하여 어린이를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나라의 한 마음으로 독립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작가정신이 담겨있다. 흔히 방정환 동화의 감상성이나 눈물주의가 비판되면서 방정환 개성과 특성이 간과되는 건 아쉬운 점이다.
■마해송
우리 나라 최초의 창작동화를 지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일제의 암울한 강압정치가 위세를 떨치던 시대에 18세의 나이로 우리 나라 아동문학의 세계를 열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는 식민지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꿈을 주고 일제에 저항하는 정신을 심어준다. 그는 일제의 조선 침략을 고발하고 부패한 사회상을 고발하며 아동문학으로 현실에 참여했다. 또한 가난하고 학대받는 아동을 외면하지 않고 강한 민족성을 담아내어 우리 겨레 아이들에게 주체적 민족관을 심어주는데 한 몫을 했다. 1923년에 발표한<바위나리와 아기별/길벗어린이/2학년부터>은 바닷가에 홀로 핀 바위나리가 하늘나라 아기별을 사랑하지만 하늘 임금의 뜻을 거역했다 하여 아기별이 하늘에서 쫒겨나 바다에 빠져 빛을 발한다는 슬픈 이야기다. 같은 해 발표한 <어머님의 선물/견지사/2학년부터> 역시 일찍 어머니를 잃고 계모에게 설움받으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상봉이를 통해서 설움받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떡배단배/신구미디어/4학년부터>는 자본주의 국가가 제삼세계를 경제적인 종속이 심화되어 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마해송은 이 작품을 통해서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해송 동화는 철저하게 사회와 현실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의 동화는 철저하게 주체적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동화로서 동심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민족의 주체적 입장에서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며 쓴 것이다. 같은 책에 실린 <토끼와 원숭이>는 어린이들에게 일제의 조선 침략의 실상을 알리고 더 나아가 강대국들의 약소국에 대한 침략을 고발하여 독립은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가 아닌 자주적인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토끼들은 마냥 당하면서도 단 한번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항하지 않는 모습이다. 민족이 주체적으로 서기 위해서는 이 동화에 나타난 대로 남의 나라에 끝없이 당하기만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우리 겨레가 주체적으로서는 모습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1955년 발표한 <사슴과 사냥개/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는 주인공 베쓰를 통해 돈과 권력에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사슴과 사냥개>부패한 이승만 정권의 몰락을 예견하는 <꽃씨와 눈사람>따위가 실려있다. 또 조그만 모래알 고금이가 주인공이 되어 60년대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모래알 고금/우리교육/5학년부터>이 있다. 이처럼 마해송 동화는 사회와 역사를 꿰뚫는 통찰력을 갖고 당대 사회를 예리하게 비판한다. 또한 그의 동화는 민족적 주체의식을 갖게 하여 겨레의 정신을 심어준다. 반면에 어린이의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키는데는 약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의지가 약해서 어린이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해송은 우리나라 동화문학의 개척자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적 주체성을 인식시키며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아동문학의 맥을 이어온 선구적 아동문학인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원수
이원수는 15세가 되던 해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즐겨 부르는 노래 [고향의 봄]노랫말을 쓴 이 후 85년 작고하기까지 평생동안 296편의 동요 동시와 160여편에 이르는 동화를 남겼다. 동요, 동시, 옛 이야기, 수필, 평론 등 모든 분야에서 뚜렷한 자기 세계를 확보하고 어린이의 삶을 그려나간 그의 작품은 시대와 역사와 어린이와 함께 호흡했다. 그는 우리 나라 아동문학의 방향을 정립한 아동문학의 산맥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의 작품에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하며 부유한 아이들에게는 넉넉함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악에 물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면서 결국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장편 <해와같이 달과같이/창작비평사/4학년부터>는 가난한 가정을 돌보느라 구두닦이를 하면서도 밝고 씩씩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으로 <갓난 송아지/여명출판사/2학년부터>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원수 동화는 불의를 멀리하고 참된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는 힘을 갖고 있다. 장편 <잔디 숲 속 이쁜이/웅진출판사/3학년부터>는 개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규범으로 얽매인 삶을 벗어나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나라를 찾아가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개미의 생태나 삶의 모습이 정확하게 그려 개미에 대한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다.<토끼 대통령/1963> 어떤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가를 동물들의 토론으로 보여 준다. 힘이 세어야 하는지, 머리가 좋아야 하는지, 덩치가 커야 하는지, 동물들을 사랑해야 하는지 각각의 이유를 들고 나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까닭을 설명하는 동물들의 주장은 아이들에게 당시 편법으로 대통령을 하려던 정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시대정신을 민감하게 수용한 좋은 작품들이다. 백성들을 돌보지 않고 자기혼자만 호의호식하는 임금님과 그를 비판했다가 붙들려간 너구리가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인<명월산의 너구리>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산화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의 삶을 소재로 한 <불꽃의 깃발> 자유당 정권의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젊은 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에 항거하여 일어났던 4.19의거를 소재로 한 <벚꽃과 돌멩이>등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고발함으로서 정의가 옹호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원수 동화는 겨레의 정신이 담겨있다. 해방 후 외세를 배격하고 참된 독립의 나라를 가꾸어가는 이야기인 장편 <숲 속 나 라/웅진출판/4학년부터>는 돈과 권력을 배재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나라로 이원수가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원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자주적 독립을 지향하고 민족의 눈을 속이는 경제적 침략 등을 경계한다고 하였다. <장난감과 토끼 삼형제/1967> 이 작품은 무기 상인에 의해 평화로운 두 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사랑하는 가족, 형제가 헤어져 불행한 삶을 살게된 이야기이다. 강대국들과의 힘의 논리에 밀려 희생당하는 약소국의 아픔을 이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 한 마음으로 단결하여 민족의 주체성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메아리 소년/이원수/1964>전쟁터에서 적이 된 동생을 죽인 것이 원인이 되어 정신을 잃은 아버지가 사고로 목숨을 잃고 새 어머니에게 버림을 당한 소년 민이가 여러가지 시련을 겪으면서도 동무들의 도움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호수속의 오두막집/1967>은 6.25때 북으로 간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마을이 수몰되자 북으로 간 아들이 집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집을 비우려 하지 않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호수속에 푯말을 세워 그곳이 순희네가 살던 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모습이 분단의 아픔을 극명하게 드러내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이원수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남는 것은 누구보다도 치열한 작가의식이 담긴 작품때문임을 알 수 있다. <물오리 이원수 선생님 이야기/이재복 씀/지식산업사/3학년부터>는 아동문학인으로 살아간 이원수의 삶을 그려 보이고 있다.
■현덕
6.25때 월북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 현덕이 최근 연구가들에 의해 조명되면서 그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의 동화는 아이들의 삶에 기반을 두었다는 것과 명료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고 있어 아이들의 공감대를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 .<너하고 안 놀아/창작과비평사/3학년부터> 노마 기동이 똘똘이 영이 등 유년 어린이들의 세계와 심리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과 감칠맛 나는 대화말로 아이들의 세계를 눈에 보이듯이 그렸다. 동심의 세계에서는 어떤 허식이나 가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부잣집 아이 노마와 가난한 집 아이 기동이 영이와 똘똘이 등 네 명의 아이가 등장하여 산동네 골목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아이들의 세계는 곧 모든 아이들의 세계를 대변한다. 기동이는 장난감이나 먹을 것을 가지고 뽐내고 나머지 아이들은 그것을 부러워 하다가 토라지다가 섭섭해하다가 다시 화해하고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나온다. 대화말을 감칠맛 나게 구사하고 뚜렷한 주제의식과 생동감있는 등장인물들은 동화의 맛을 한결 높이다. 현덕의 동화에서는 어른들의 상투적인 설교 훈화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그것의 극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데서 힘을 갖는다. 초등학교 입학 전 유년들 세계와 달리 고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는 강한 사회성과 사실성이 뒷받침되어 있다. 계급사회가 파생시키는 인간사회의 갈등을 감동적으로 그린 <나비를 잡는 아버지/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지주의 심부름꾼인 마름의 아들인 경환이가 나비를 잡는다고 소작인 바우네 밭에 들어가 애써 가꾼 작물을 훼손시키자 바우는 경환을 나무란다. 그 결과로 바우 아버지와 어머니는 경환네 집에 불려가 호된 책망을 듣고 그것은 다시 바우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가서 빌라는 아버지 말을 거부하고 뒷산에 올라가 속상한 맘을 달래고 내려오는 길에 언덕배기에서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아버지가 나비를 잡는 모습을 보며 깊은 연민에 빠지는 바우 모습을 그린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끌어내고 당시의 구조적인 불평등 관계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는데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깊다. <집을 나간 소년/산하출판사/4학년부터>에는 가난으로 인하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가 주머니에 누룽지를 넣어 교실밖에 나가서 먹다가 없어진 고구마를 훔친 범인으로 몰렸다가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고구마> 따듯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당시의 가난을 이겨가는 모습을 그린 <잃었던 우정>월사금을 내지 못해 학교를 중단하게 된 친구를 위해서 삼촌에게 부탁하여 일자리를 구해 주고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겨워하는<군밤장수>스케이트를 사기 위해 몇 달을 모아 두었던 돈을 월사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게 된 동무를 내놓는다는 <월사금과 스케이트>등은 당시의 사회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 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 읽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낸다. 가게에서 잘 못 거슬러 받은 돈으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가 어른들에게 자백을 하고 나서야 맑은 하늘을 마음껏 보게 되었다는<하늘은 맑건만> 등은 아이들의 삶에 철저하게 기반을 두고 있다.
■이주홍
이주홍은 늘 성인 문학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아동문학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평생을 바친 동화작가이다. 창작동화가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미없다'는 것이고 보면 이주홍의 작품은 아동문학이 갖추어야 할 우선적인 조선이 재미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 이주홍의 작품들은 풍자적이면서 기지와 재치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강한 역사의식과 민족성을 담고 있어 우리 겨레 아이들이면 꼭 맛보이고 싶은 작품들이다. 아이들에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은 아동문학이 담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몫이다. <훈장 찬 쥐/견지사/2학년부터>에는 쥐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첫째형 맏동이 둘째형 형 둣동이 막내는 끝동이다. 금방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이름이다. 날마다 먹고 놀기만 하는 어수룩한 막내 쥐 끝동이는 살 궁리 좀 하라는 엄마의 꾸중을 듣고 밖에 나갔다가 세파트에게 쫓겨 꼼짝없이 죽게 된다. 끝동이는 세퍼트에게 만화책을 빌려주겠다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세퍼트를 한껏 칭찬하고는 세퍼트 목에 걸린 목걸이까지 얻어 걸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위기를 모면하는 끝동이의 재치가 웃음을 자아내고, 끝동이를 함부로 물어죽이지 않고 보내는데 만화라는 매개물을 사용하여 도망갈 틈을 주는 여유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성난 수염/마해송/우리교육/2학년부터>
명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못나도 울엄마/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에 나오는 (못나도 울엄마)는 한쪽 눈이 없고 코가 벌룸하고, 입이 삐뚜름하고 한쪽 팔까지 못쓰는 데다 더럽게 때묻은 옷을 갈래갈래 찢어져 꿈에라도 나타날까봐 겁나는 떡장사 할머니인데 가족들은 명희에게 이 할머니가 엄마라고 놀린다. 아니라고 도리질을 하던 명희는 할머니가 며칠째 장사를 나오지 않아 궁금히 여기는데 꿈을 꾸다가 할머니가 혼자 앓아 누운 것을 보고 그만 너무 불쌍하여 돌보아 주면서 가엾은 할머니가 빨리 일어나기를 빈다. 그리고 할머니가 엄마라도 괜찮다고 한다. 한쪽 팔이 없으면 어떠냐고, 한쪽 눈이 없으면 어떠냐고 하면서 엄마와 함께 있겠다고 한다. 화려한 남의 것보다 제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잘 나타난 동화이다.(이오덕) 그 밖에도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는 척 하면서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가 가자미는 배가 납작해지고 복장이는 배가 불룩하게 되었다는 <가자미와 복장이>는 두 물고기가 싸우는 익살스런 모습이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가운데 서로 돕는 것이 잘 사는 길임을 보여준다. 그 밖에 돈이나 권력이 노예가 되어 남을 괴롭히고 저만 잘난 체 허세를 부리는 인간의 모습을 비판한 <외로운 짬보> 왕권 정치에 짓밟히는 서민의 아픔을 다룬 <청개구리> 도적 때의 칼날에 느닷없이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년이 무술과 도술을 배워 온갖 어려움 끝에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도둑섬과 김장군>은 오랜 세월 밖으로는 외적의 침략으로 수난을 겪으며 신음하던 우리 민족의 역사가 나타나고 안으로는 양반들의 서슬에 숨죽이며 지내야 했던 백성들의 서러운 삶의 역사가 나타난다. 장편 <아름다운 고향/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는 묵중한 내용에 우리 나라의 역사성을 담아낸 소년소설이다. 일제의 폭압 정치와 그 밑에 기생하는 친일분자들의 행각, 지긋지긋한 가난 등 이중 삼중의 고난가운데도 자신의 꿈을 키우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그린다. 또한 비천한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아야 하는 그릇된 세상에 항거하여 평등과 사랑이 가득한 나라를 세우고자 했던 <소년 홍길동/산하출판사/3학년부터> 등의 작품은 유치한 말장난이나 얄팍한 기교로 어린이들을 유혹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어린이의 삶과 인간의 삶과 겨레의 정신이 어우러진 작품을 통해 참된 인간의 길을 제시한다.
■권정생
권정생은 우리 아동문학의 한 가운데 우뚝서 있다. 서정적이고 따듯하며,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분단국가의 아픔을, 통일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그의 동화들은 어린이를 비롯하여 어른들까지도 감동의 세계로 끌어가는 힘이 있다.
어려서부터 병든 몸으로 떠돌다가 경상도 안동땅에서 정착한 후 동네 청년들이 지어준 흙벽돌집에서 곧 꺼질것 같은 생명을 이어가며 한줄 한줄 써 내려가는 그의 동화는 곧 우리의 현대사이며 버림받고 상처받고 소외받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그 동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깜둥바가지 <깜둥바가지 아줌마/우리교육/3학년부터>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똘배가 보고온 달나라/창작과비평사3학년부터>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할머니 등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지지리도 서러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어린 몽실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우리의 현대사를 종으로 횡으로 보여주면서 이념의 갈등으로 희생되는 <몽실언니/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 그러나 결코 그 이념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공산당도 사람으로 끌어안는 몽실언니의 고통은 통일을 이루어 질 때 끝날 수 있겠지. 미군과 소련 군인에게 부모를 잃고 떠돌아다니면서 온갖 고난을 겪어가는 점득이 남매의 고통을 그린<점득이네 /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 남과 북의 아이가 바닷가에서 만나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모습을 그린<바닷가 아이들/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 전쟁통에 가족을 잃은 이웃들, 부모를 잃은 아이, 통일이 되면 고향땅을 밟을 꿈으로 살아가는 할머니 등 분단으로 인한 겨레의 아픔을 보여주는<하느님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산하출판사/4학년부터>는 바로 이런 권정생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그의 동화에는 온갖 고생을 짐처럼 이고 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남편과 일곱 아이들을 일제 식민지부터 월남전까지 거치는 동안 큰 역사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하나씩 잃어가는 어머니의 한을 그린 <무명저고리와 엄마/다리/5학년부터>에 나오는 일곱 아이들과 어머니 역시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점득이 점례 남매, 몽실이 등<초가집이 있던 마을/분도출판사/5학년부터>에 나오는 아이들에는 모진 고통을 온 몸으로 겪어내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온다. 이렇게 고난을 겪어야 하는 까닭은 전쟁과 분단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식민지와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책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처절하면 처절했지 그만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잊고 겉치레와 얕은 웃음으로 감추어서 우리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수많은 감각적인 동화에 비하면 그의 동화는 따듯한 인간애와 자연과 생명과의 공존, 우리 겨레가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반복해서 전해준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농촌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은 사회 구조 우리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고 있다. 편리함을 도모하면서 농촌 공동체가 무너지고 도시화 되어가는 것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 이전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우리 삶의 본질을 바꾸어 놓게까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라고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로 들어오면서 농촌은 급격하게 해체되기 시작했다. 급격한 도시문화 유입으로 인해 삶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그 안에서 고통받는 농민들의 문제, 농촌문제를 동화에서 다룬 작가는 윤기현, 박상규,임길택, 이금이가 있다. 그들은 농촌 문제를 각각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예를 들면 윤기현은 불합리한 농촌정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농촌 공동체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윤기현은 구조적인 농촌정책으로 해체되는 농촌과 농민들이 겪는 고통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윤기현의 <해가 뜨지 않는 마을/윤기현/산하출판사/4학년부터>이 있다. 한 마을이 가족처럼 오순도순 일년내내 온 가족이 매달려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빚만 남는데 서울로 농작물을 팔러 갔다가 중간상인들의 농간에 버리다 시피하고 돌아와 몸져눕는 미영이 아버지의 아픔은 무너져 내리는 농촌 현실을 대변한다. <어머니 죄인/윤기현/종로서적/4학년부터>은 아파서 몸져누운 딸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도 수술을 시키기 위해서 온 가족의 목숨 줄인 땅을 팔 수는 없다하여 다시 딸을 업고 되돌아오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농촌의 구조적 모순에 희생당하는 농민의 아픔이 전해진다. 자식들은 힘든 농사짓지 않겠다고 도회지로 떠나버리자 늙은 아버지의 한숨소리가 깊어지는데 막내아들로부터 고향을 지키겠다는 말이 반갑기만 한다. 어쨋든 땅은 우리의 생명 줄이기에 말이다. 박상규는 도시문화의 유입으로 농촌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다룬다.<고향을 지키는 아이들/창작과비평사/4학년부터> 임길택은 고전적이다. 농촌 사람들의 따듯한 정서와 농촌 아이들의 순박함을 부각시킨다. 이금이는 농촌 문화와 도시 문화의 이질성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그린다. <영구랑 흑구랑/현암사/3학년부터>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공통적인 관심사는 역시 농촌이 해체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도시 문화의 유입이고 그 도시 문화는 따지고 보면 외세에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반면에 임길택의 동화들을 보면 그래도 희망을 갖게 한다. 일년 내내 농사지은 꿀을 떠서 도회지로 팔러나갔다가 먹어보고 진짜면 돈을 주라며 다 돌려주고 시골로 돌아오는 윤재석 아저씨<정말 바보일까요/사계절/4학년부터> 먼 산길을 오가며 들꽃을 꺽어 가슴을 두근거리며 선생님의 책상에 꽂아놓는 아이나,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바쁜 농사철에 동생보고, 집안일을 거들며 어른 못지 않게 고된 일을 하면서도 투정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잇속 찾기에 바쁜 사람들, 힘들여 일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 아무리 조금만 일해도 대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천지인 세상에서 그의 동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인지 모른다. 하지마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따듯함을 유지하는게 아닐까? 유고집으로 나온 <수경이/우리교육/3학년부터>에서 역시 변함없이 그의 주인공들은 험한 세상을 따듯하게 품어 안기를 마지않는다.
■활용방안
독서지도라는 말이 보편화되었다. 가장 좋은 독서지도 방법은 좋은 책을 아이들 손에 쥐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만이어도 상관없다.
요즘 들어 독서지도라는 이름으로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독후감을 쓰게 해서 마치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아이들을 괴롭게 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또 일정한 형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고 책을 얼마만큼 이해했는, 즐거웠는지 꼬치꼬치 물어 질리게 하는 일도 있다.
아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받은 감흥은 아무도 모른다. 설령 아이의 마음에 감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아이가 궁금해하거나 말하고 싶을 때 들어주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좋은 작품을 읽어주는 것, 소개하고 권장하는 일은 시도되어야 하겠지만 독서지도라는 말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은 정말로 지양되어야 한다. 독후감의 양을 정해주고 그에 맞춰 쓰도록 하는 일도 곤란하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하므로 독후감도 그런 의미에서 지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작가의 생각이나 이야기의 내용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풍부하게 읽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지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