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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걷기 여행
북한강~의암호 호반 길
길 따라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102보충재~북한강변 산책로~소양2교~의암호 산책로~황금비늘 테마거리~춘천MBC~중도선착장
춘천호반, 이 단어가 갖는 상투적인 의미는 '낭만의 길'과 통한다. 그러나 마이카 시대의 춘천호반은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강변 드라이브 코스로 기억되기 일쑤다. 100m를 3초에 주파해 버리는 무서운 스피드가 난무하지만 진정한 낭만의 기억을 새기는 데는 진득한 물내음을 깊이 들이마시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걷기만 한 것이 없다. 강물이 사랑한 이 도시에는 북한강과 의암호 동쪽 라인에 걸쳐진 아름다운 물길 산책로가 뻗어있다. 테마공원이 있고, 놀이터가 있고, 드라마 촬영지도 있는 이 호반 길에서는 걷는 내내 자전거조차 너무 빠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102보충대~북한강 산책로 지도 1~3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동무 삼아
인구 25만의 춘천시는 북한강과 소양강이라는 걸출한 물줄기를 붙잡고 발달했다. 이 물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을 많이 가두는 소양호를 낳았으며, 춘천호와 의암호 같은 대형 호수도 품었다. 이 강물과 호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물의 도시' '호반의 도시' 라는 막강한 물의 이미지를 춘천에 심어주었고, 걷기꾼에게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동무 삼아 걸을 수 있는 호반 산책로를 선사했다.
물길 따라 걷는 이 길은 의암호 상류 북한강 옆에 자리한 102보충대 입구 버스정류장(1)이 출발점이다. 군대생활이 편해졌다고는 하나 민간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팍팍한 생활이기에 신병교육대 입소식이 있는 날은 씩씩한 군악대 행진곡이 울려 퍼져도 늘 섭섭함과 눈물 젖은 손수건이 흘러넘친다.
만남은 없고, 이별만 있는 이곳에서 시내 방향을 보면 횡단보도(2)가 보이니 그리로 가자. 건널목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둑으로 올라가는 샛길과 계단이 있다. 둑 위(3)에 올라서면 붉게 포장해 놓은 북한강변 산책로가 걷기꾼들을 맞는다. 유난히 붉은빛이 강한 이 산책로는 일부러 색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의암호가 시작되는 소양2교까지 엇비슷한 붉은 계열로 칠해져 있다. 그러다가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 의암호를 이루는 지점의 소양2교 다리를 지나면 산책로는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총 거리 10km가 넘는 이 물길 산책로는 오래전부터 남쪽인 중도선착장을 시작으로 의암호반을 따라 북쪽으로 조성돼 오던 것으로 2009년에야 이곳 102보충대 부근까지 연결되었다. 앞으로도 강변 산책로는 화천 방향으로 더 뻗어 나갈 테지만 그것은 활동영역이 넓은 자전거에 적합할 뿐, 놀며 쉬며 걷는 걷기여행에는 102보충대부터 시작해서 중도선착장까지 가는 것이 여러 모로 알맞다.
*한계울교-춘천인형극장 지도4~5
강 건너 미루나무 두 그루
빨간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산책로를 사뿐사뿐 걸으면 시선은 어느새 잔잔한 북한강 수면 위를 따라 걷는다. 강물이라고는 하지만 하류에 있는 의암댐이 거센 흐름을 든든하게 막는 덕분에 산책로 주변은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강 건너 미루나무 두 그루가 수호하듯 우뚝 솟은 마을은 높은 건물이 없어 완벽한 전원 풍경을 연출하고, 그 뒤로 아련하게 겹쳐지는 능선파도가 이곳이 강원도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강가를 맴도는 실바람이 일상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낚아채 가고, 마음은 거울같이 잠든 수면처럼 평온을 맞는다.
간간이 자전거가 지나가는 이 길을 1km 정도 걸으면 조그만 지류가 합쳐지는 곳에서 한계울교라는 다리(4)를 만난다. 한계울교를 건너 계속해서 산책로를 걸으면 갑자기 강 건너편이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강 중간에 위도라는 섬이 길게 드러누웠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의암댐이 생기기 전에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자를 쓴 위도는 지금도 고슴도치섬이라고 많이 불린다.
섬 하류 쪽으로 신매대교가 걸쳐진 덕에 유원지가 생겨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춘천의 랜드마크를 꿈꾸며 2010년 하반기까지 환골탈태를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등짝만 물 위로 길게 내놓은 고슴도치섬을 거의 지날 무렵 왼쪽 위로 춘천인형극장이 보인다. 이 극장은 1995년 춘천인형극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인형극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극장이다. 또 춘천인형극장 안에는 춘천인형극박물관이 120평 공간에서 200여 점의 관련자료를 전시한다. 이 박물관에서는 막대 인형극실, 손 인형극실 등의 테마별 인형전시실이 있으며 직접 인형을 조정해 볼 수 있는 체험관도 갖춰져 있어 아이와 함께 들러볼 만하다(033-242-8450, 10:00~17: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2,000원, http://theatre.cocobau.com).
춘천인형극장 밑을 돌아나가는 산책로를 지나면 차량진입방지용 말뚝을 지나 ㅑ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온다(5). 가야 할 길은 두 번째 우측 길이지만 별다른 푯말이 없어 자칫 첫 번째 길로 꺾어 들어가기 쉽다. 만약 그 길로 가게 되면 자동차 레이싱 트랙이 있는 모터파크섬으로 들어가게 되므로 주의하자. 이 모터파크는 오프로드 전용 레이싱장으로, 간혹 이와 관련된 대회로 인해 터질 듯한 굉음이 고요했던 섬을 뒤흔들어 놓는다. 5번 갈림길에서 제대로 길을 찾아 들어갔다면 육림랜드 옆 은행나무 산책로를 걷게 된다.
*육림랜드 옆-평화공원 지도 7~8
황혼 무렵 소양강 갈대밭에서 흐느끼던 소녀의...
놀이동산인 육림랜드 옆 강변산책로 역시 여전히 붉은색으로 걷기꾼들을 이끈다. 여기부터 500m 구간은 다른 코스와 달리 산책로 양옆으로 은행나무와 잣나무가 도열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수차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힘차게 돌아가는 양어장 구간부터는 다시 뙤약볕을 피하고 싶어진다. 대체로 호반 걷기 코스는 그늘이 없는 편이므로 구름이 많은 날이 좋고, 한여름은 야경을 보며 걷는 것이 적합하다.
그렇게 무심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15분 정도 더 걸으면 소양강댐을 지나고 북한강과 합쳐지며 의암호를 이루는 소양강 합수머리의 소양2교(7)를 건넌다. 물의 도시 춘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소양2교를 건넌 후에는 같은 물줄기이되 이름이 의암호로 바뀐 물길을 곁에 두고 걷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산책로는 어느새 붉은색에서 녹색 계열로 바뀌어 있다.
얼마 안 가 오른쪽으로 생기면서부터 여러 가지 화제를 몰고 왔던 '소양강 처녀상'이 물 위에 우뚝 서 있다. 동상이 서 있는 정확한 위치는 의암호지만 소양강이 흘러드는 곳이므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황혼 무렵 소양강 갈대밭에서 흐느끼던 애잔한 시골 처녀의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7m라는 거대한 높이는 장벽이지 않을까 싶다. 어두운 밤에는 '귀신상' 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쓴 동상이지만 이를 처음 보는 외지인들에게는 그랬거나 말거나 여전히 볼 만한 구경거리다.
치맛자락을 말아 쥔 모습이 야하게 보인다고 하여 치마길이를 길게 늘여서 제작했다는 후문이 들리는 소양강 처녀상을 지나 얼마 못 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일본어로 적혀 있다. 덕분에 이곳은 욘사마의 흔적을 찾아 춘천까지 날아온 일본 아줌마들이 남이섬과 함께 어김없이 발도장을 찍고 가는 관광코스에 포함됐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한국전쟁 참전국 국기들이 게양대 위에서 펄럭이는 춘천 대첩기념 평화공원에 닿는다. 이 공원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남하하던 북한군에 맞서 3일간 춘천을 방어했던 춘천지구 전투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세워진 공원이다. 이 전투는 전쟁 발발 후 국군이 처음으로 승리한 전투로 기록되어 있다.
갖가지 전쟁 관련 조형물들과 운동기구들이 들어선 평화공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허름한 선착장이 보인다. 이곳은 중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근화선착장(8)으로 관광지화되어 있는 삼천선착장과 달리 중도로 들어가는 뱃삯도 약간 저렴하다.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해서 중도로 건너갈 수 있다. 단, 중도로 건너간 뒤 마을에서 유원지 안으로 들어가려면 유원지입장료 1,300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황금비늘테마거리-중도선착장 지도 9~15
소설가 이외수의 작품이 테마
근화선착장을 지나쳐 자전거도로 겸용 녹색 산책로를 1km 정도 더 가면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9). 둑 밑 연갈색 산책로가 도보 전용이므로 그쪽으로 내려가 걷는다. 둑 위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한결 줄어들어 발걸음이 더 가뿐하다.
이 도보 전용길은 공지천 하류의 오리보트장으로 이어진다. 오리보트장이 끝나면서 이 도보 전용길도 마무리되므로 둑 위로 올라와 공지천교를 건넌다(10). 공지천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춘천 출신의 인기작가 이외수씨의 작품을 테마로 한 '황금비늘 테마거리(11)'가 산책로를 따라 조성되어 있다.
테마거리는 깔끔하게 지어진 화장실과 작은 공원이 있는 곳에서 끝난다. 앞으로 갈 곳은 삼악산과 의암호가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덕에 춘천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춘천 문화방송국이다. 화장실 옆 나무계단을 올라(12) 오른쪽으로 150m만 가면 방송국 주차장이다(13). 주차장에서는 광장 매점 오른쪽으로 '춘천시 어린이회관 70m' 이정표를 따라 내리막을 잠시 걷는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침엽수 사이를 잠깐 걸으면 앞이 트이면서 멀리 코스 종착지인 중도선착장이 보인다. 어느새 붉은색으로 다시 옷을 갈아입은 산책로를 10분 남짓 밟으면 중도선착장에 닿는다(14).
중도선착장은 정확히 말하자면 중도유원지로 건너가는 배를 타는 삼천동선착장이지만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저 중도선착장 하면 바로 이곳 삼천동선착장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좀 더 걷기를 하고 싶다면 배를 타고 건너가 너른 잔디밭이 보기 좋은 중도유원지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를 걸어볼 수도 있다. 귀가하려면 중도선착장 주차장을 지나 큰길로 나오면 있는 중도선착장 버스정류장(15)으로 간다.
*코스 가이드
▶걷는 거리:총 11.2km ▶걷는 시간:총 3시간~3시간30분 ▶출발점: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102보충대 앞 ▶종착점:춘천시 삼천동 중도선착장 ▶난이도:아주 쉬움
▶대중교통
경춘선 기차를 타고 남춘천역에 내리거나 버스를 타고 춘천버스터미널에 내린다. 102보충대를 경유하는 춘천 시내버스를 타려면 남춘천역과 춘천버스터미널에서 약 1km 떨어진 남부사거리까지 걸어간 후 화천 방향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먼저 남춘천역에서 남부사거리로 가려면 역사를 나와 남춘천사거리에서 운동장사거리까지 800m 정도 걷는다. 운동장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약 500m 더 가면 공지교를 건너 남부사거리에 닿는다. 춘천버스터미널에서는 터미널사거리에서 시청 방면으로 1km 정도 가면 남부사거리를 만난다.
서울 청량리역-남춘천역 06:10~22:00 (19회 열차 운행)
서울-춘천터미널 서울(강남센트럴시티) 06:50~21:00 (20회 운행), 서울(동서울) 06:50~24:00 (10~15분 간격), 서울(상봉) 07:00~21:30 (30~40분 간격)
춘천-102보충대 남부사거리(시내버스) 31, 37, 38, 39, 92번 (수시 운행)
▶승용차
춘천고속도로 춘천IC를 나와 양구 방향 46번 국도를 탄다. 약 10km를 달리면 만나는 천전교차로에서 신북 방면 70번 지방도로로 좌회전한다. 5km 정도 가면 나오는 신매대교 직전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2km 앞이 102보충대 주차장이다.
주차는 102보충대 주차장(N37 56 30.1 E127 42 43.2)을 이용한다.
▶출발점 돌아가기
중도선착장에서 버스터미널이나 남춘천역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없다. 따라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터미널(도보 30분)이나 남춘천역(도보 45분)까지 걸어가는 것이 좋다.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려면 중도선착장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큰 길을 따라 15분 남짓 걸으면 삼천사거리가 나온다. 다시 500m 더 가다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500m 전방 왼쪽이 버스터미널이다. 남춘천역은 버스터미널 옆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두 번째 만나는 운동장사거리에서 남춘천역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15분 만에 닿는다.
▶숙식
숙박-춘천 시내 다수
식당-코스 내 다수
매점-102보충대 외 코스 내 다수
식수-매점에서 구입하거나 사전 준비
화장실-102보충대, 강원조정면허시험장 옆(5~6구간), 황금비늘테마거리(12번), 춘천 문화방송(13번), 중도선착장(14번)
*워킹 팁
의암호에 떠 있는 관광단지 '중도'
중도는 이 코스가 마무리되는 중도선착장에서 배로 5분이면 건너갈 수 있는 20만㎡의 섬으로 의암호 안에 자리한다. 상중도와 하중도로 분리된 두 개의 섬으로 삼악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들이 호수 바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주변 풍광이 대단히 뛰어나다. 관광지와 위락시설이 하류 쪽에 있는 하중도에 몰려 있어 보통 중도관광지를 갔다 왔다고 하는 것은 하중도를 다녀온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너른 잔디밭과 함께 3000평 규모의 수영장과 보트장, 놀이마당 등을 갖추고 있으며, 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야영장과 펜션 등이 있어 젊은이들의 MT장소로도 각광받는다. 또한 섬 외곽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걸을 수 있는 도로가 나 있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레포츠가 가능하다.
중도는 단순히 놀이시설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신석기와 청동기, 그리고 초기 철기시대의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적은 북방식 돌널무덤 4개와 선사시대 무덤인 돌무지무덤을 비롯해 고인돌, 움집 등 선사시대 것들이 많다. 중도로 건너가는 배는 중도선착장에서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하는 선편을 이용하면 5분 만에 닿는다. 뱃삯은 중도유원지 입장료 1,300원을 포함해 5,300원(왕복)이다. 문의(033)242-4881.
*출처:강원도 심산유곡 트레킹의 모든 것 <강원도 걷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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