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wk]는 미 육군의 최고성능 공격용 헬기로서 시크로스키사에서 개발한 MH-60 헬기를 말한다. 2개의 터보 엔진을 포함하고 있는 이 헬기는 터보 엔진당 각각 1,500마력으로서 총합계 3,400마력의 무서운 힘을 발휘하며 시속 296km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비행조정, 유압, 전기, 전자 등 모든 계통은 적군의 피격에 대비하여 3중으로 안전 작동된다. 헬기 자체 무게 4,944kg, 사람과 화물을 포함하여 총 9,185kg까지 수송할 수 있으며 한 대당 가격은 6백만불. 헬기에 장착된 다연장 고속 속사 기관포 미니건은 분당 4천발을 발사한다.
[Black Hawk Dawn]은 1993년 10월 3일, 소말리아 내전에 참전한 미 육군 델타포스와 레인저 부대의 전투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에서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했던 마크 보든이 생존자들과의 인터뷰, 목숨을 건 소말리아 현지 답사 등을 통해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고, 이 책은 뉴욕타임즈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로 목록에 장기간 올랐었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이 책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99명의 미 특수부대원들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시장 한복판으로 잠입해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소말리아의 군벌 아이디드의 민병대와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져 두 대의 블랙 호크가 격추되고 18명의 특수부대원들이 사망했으며 70명 이상이 중상을 입은채 끝났다. 소말리아측 피해는 사상자 1,000여명이었으며 그중 500여명이 사망했다. 소말리아를 장악하고 있던 군벌 중 한 명인 아이디드의 고위 보좌관 2명이 참석하는 비밀회의의 첩보를 입수한 미군은, 블랙 호크를 동원해서 특수부대원들을 적진 한 복판으로 침투시켜 비밀회의가 개최되는 건물을 에워싼 뒤 보좌관들을 납치해서 데려오는 작전을 짰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1시간 이내에 작전이 종결되어 특수부대원들은 부대로 귀환해야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중무장한 수 천 명의 소말리아인들이 격렬하게 저항, 블랙 호크 헬기 두 대가 추락하고 적진에 고립된 미군들은 이튿날 아침까지 치열한 야간 전투를 벌였다. 10월 3일 PM 2:49부터 시작된 작전은 밤을 새우고 10월 4일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미군의 힘으로는 부족해서 소말리아 내전을 평정하기 위해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유엔평화유지군 10사단의 말레이시아 파키스탄군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고립된 특수부대원들을 구출하여 귀환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전투의 실패를 놓고 미국의 애스핀 국방장관이 사임하고 클린턴 행정부는 미군을 소말리아에서 철수시켰다. 소말리아에서의 이 참혹한 경험은 클린턴의 대외 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르완다와 자이레에서 백만 명이 학살되는 것을 방관했고, 보스니아 내전이 참혹하게 헝클어져도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 걸프전의 영웅 파월 국방장관의 말대로 [미국식 민주주의 아침]을 열기 위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제3세계에서 귀중한 미군의 인명을 손상시키며 전투를 벌일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1969년 이후 오랫동안 내전 상태에 놓여 있던 소말리아는 현재도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권총 모양의 아프리카 대륙 중에서 방아쇠 부분이 이집트라면, 그 밑 부분, 아프리카 대륙 중앙 동쪽 해안이 소말리아다. 꼭 부메랑처럼 생긴 이 나라는 아라비아 반도와 거의 닿을 듯 이웃해 있다. 1969년부터 소말리아의 3대 무장군벌인 에이디드, 모하메드, 아토 등은 정권 쟁탈을 위해 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1991년 극심한 가뭄으로 국민의 과반수가 넘는 420만명이 기아에 직면하자 1992년 UN에서는 3만 5천명의 UN군을 소말리아로 파견한다. 처음에는 인도적 취지에서 식량을 배급했으나 군벌들이 지급된 식량을 주민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소말리아 군벌들과 국지전을 펼쳤다. 이후 UN은 1995년 소말리아에서 완전 철수한다.
현재도 이해관계가 상충된 다양한 부족들이 각각 자신들의 거주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9.11 테러와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아프카니스탄을 떠난 상당수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소말리아에서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다음 전쟁 상대는 소말리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으며, 만약 실제로 미국의 소말리아 공습이 실시된다면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 섬멸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서 묘사된 1993년 10월 3일의 전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미 [진주만][아마게돈][더 록] 등의 블록버스터를 통해서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화려한 액션 영화를 만드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왔다. [에이리언][블레이드 러너]로 기존의 주류 할리우드에 자극을 주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이후 [G.I.제인]과 [글래디에이터]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안착을 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유행가 가사대로 우연이 아니다. 리들리 스콧은 이미 데미 무어 주연의 [지 아이 제인]으로 미 육군과 인연이 있다. 또 [글래디에이터]로 전쟁영화를 찍어본 경험도 있다.
도입부, 영화는 서서히 전개된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 호흡의 느림에 나는 의아해한다. 지나치게 여유부리는군. 아무리 런닝타임 144분이라지만, 이건 너무 여유만만인데? 보통 이런 류의 전쟁 영화는 중간에 2,3번 전투가 벌어진다. 물론 마지막 전투가 클라이막스다. 처음에는 소규모, 그 다음 대규모, 그리고 최대의 전투가 벌어진다. 각 전투 사이에 긴장을 이완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 가령 부대원들의 갈등이나 혹은 상사와의 충돌, 또는 [진주만]처럼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끼어들 수도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의 도입부는 소말리아 내전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자막과, 짧은 쇼트로 소말리아의 식량난, 군벌의 지배, 그리고 그곳에 주둔해 있는 미군 내부의 모습들을 스쳐 지나가듯 보여 준다. 드디어 작전개시. 블랙 호크에 나눠 탄 델타 포쓰와 레인저 부대원들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복잡한 시장 한 복판 상공으로 날아간다. 드디어 목표지점 건물이 나타나고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전진에 침투하는 특수부대원들. 간질에 걸려 후송된 분대장 대신 4분대를 지휘하게 된 중사 에버스만(조쉬 허트넷 분)과 유격군 특수병 그림스(이완 맥그리거 분) 등은 예상외의 저항에 직면한다. 그리고 민병대원들이 쏜 로켓에 맞은 블랙 호크 두 대가 20분 간격으로 추락한다.
세상에! 영화는 마지막 끝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전쟁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리들리 스콧이 초반에 여유를 부린 이유가 있었구나. 긴장의 이완을 필요로 하는 쇼트를 넣는 대신, 냉철하게 현장을 투시경으로 바라보며 자로 잰듯한 액션씬으로, 마지막 엔딩까지 실날같은 틈새도 허용치 않고 상승 계단의 에스칼레이터를 타게 만든다. 미군과 소말리아 민병대, 헬기와 지상군, 전투 현장과 지휘 본부 등이 숨가쁘게 교차되면서 전쟁의 긴박함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쇼트를 짧게 끊어치기보다는 오히려 롱 쇼트로 전쟁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전투의 사실감을 높이고 있고, 포탄에 흔적도 없이 잘려나간 신체의 하반신, 떨어진 손목, 목에 관통상을 입고 피 흘리는 병사 등의 모습을 특별하게 과장하지 않고 담아냄으로써 우리는 마치 전투의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받게 된다.
왜 그렇게 격렬하게 소말리아인들이 미군에게 저항했는가? 자신들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된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들의 민심이 따라오지 못했는가, 미군의 결정은 어떤 점에서 실패했고 총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가? 이런 질문은 영화의 관객들인 다수의 미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충실한 공식대로 영화는 사실적인 전쟁을 재현하고 적진에 떨어진 단 한 명의 동료라도 버리지 않고 구출하려는 눈물겨운 동료애를 보여주는 것으로 작전 실패의 허전함을 매꾸려고 한다. 그것이 한계다. 테렌스 멜릭의 [씬 레드라인]같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전쟁영화는 예외없이 정치적 결함을 안고 있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의 탁월한 연출솜씨는 이미 장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루하면 한없이 지루해질 수 있는 2시간 24분의 긴 런닝타임을, 몇 십분인 것처럼 지나가듯 만드는 호흡조절의 연출력은 대가급이다. 또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전투의 한 복판을 관통하고 있는 그의 시선은 이 복잡한 영화가 중심을 벗어나지 않고 관객들의 정서를 움켜쥐는데 성공하고 있다. 스콧, 이번에는 꼭 아카데미 감독상 타. [블레이드 러너]나 [에이리언]으로 혹은 [델마와 루이스] 적어도 [글래디에이터]로 진작 감독상 한 번 탔어야 하는데.
영화를 보기 전 혹은 보고난 후, 탁월한 전쟁 보고서인 마크 보든의 [블랙 호크 다운]을 책으로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에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정책 결정의 고위급 인사들, 국방장관, 해군제독, 클린턴 대통령 등도 등장해서 소말리아 전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입체적으로 전해준다. 스필버그의 위장된 휴머니즘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의 개인기로 묘사된 보스니아 내전의 [에너미 라인스]같은 영화보다, [블랙 호크 다운]은 훨씬 중량감 있게 전쟁 자체의 비극성, 지휘자의 잘못된 판단이 부른 참혹함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