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짓이다 (2013.05.12)
-호나우도
그녀는 예뻤다 잘은 몰라도
최근 일년 사이에 현저히 못생겨졌다
나는 생각햇다.
결혼을 한 거 같다고.
폼 잡지 않는 시의 가능성에 대하여
이 시가 좋은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웃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장에서 ‘한 것 같다고’라고 쓰지 않고, ‘한 거 같다고’라고 표현한 부분도 안성맞춤이다.(갑자기 안성탕면이 생각난다.) 혼자 읽은 게 아까울 정도다. 불현듯 한 밤 중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들려주고 싶다. 이 때 신경써야할 점은 성우 톤으로 천천히 읽어주어야 한다는 거다.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 같다. 웃음 소리를 듣거나, ‘웃기냐?’ 소리를 듣거나.
그러나 이 시가 좋은 시이냐,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웃음기를 거두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중 하나는 ‘폼 잡지 않음’이다. 한국의 현대 시 현실의 문제는 문예지의 범람 속에서 시 생산자는 늘어나지만, 실제 시집을 사보는 시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점일 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가 일반 대중들의 삶과 괴리된 언어로 너무 먼 곳을 향해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생산자보다는 소비자 입장에 더 가까운 내 경우에도, 시가 너무 고고하고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시란 무조건 쉬운 단어로 써야 하며, 대중의 입맛에 맞는 말들을 늘어놓아야 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류시화 시인 정도가 대중적으로 다가오면서 시적 성취도 이룬 경우일 듯하다. 앞으로도 그런 시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류시화 시인과는 다른 방법을 개쳑하여 폼 잡지 않는 시의 가능성을 여는 시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의 화자는 ‘폼 잡지 않는’ 데에 성공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하지만 폼 잡지 않으면서 ‘좋은 시’이기도 하느냐 하는 데에는 물음표를 남겨둔다. 폼 잡지 않는 좋은 시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답은 계속 탐구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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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차이를 저는 알고 싶습니다.
좋은 시평입니다, 나도 모르게 글에 폼 싣고 있지는 않았나, 사람들의 인생살이와 거리가 먼 언어들로 고고한 체 하지는 않았나, 자성해보게 되는군요
모 작가가 쓴 소설 제목과 같네요.
전 그 소설을 읽고 다시는 그 작가의 책을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작가는...... 현재 후진양성을 하고 있네요?
참 아이러니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