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년 11 월 19 일 월요일 맑음
그동안 아빠가 써왔던 풀천지 일기를 옆에서 지켜봐온
풀천지의 제갈공명 재홍이가 바쁘기만한 아빠를 대신하여
이번 양파심기 글을 완전 풀천지 버젼으로 쓴 글을 그대로 올려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아빠가 보기엔 아빠보다
훨씬 글을 잘 썼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제 재홍이에게 풀천지 일기를
물려주어도 더욱 나을 것 같은 생각에 한없이 기쁘기만 합니다.
앞으로 풀천지 버젼으로 재홍이가 쓴 글을 풀천지 재홍 이름으로
자주 올릴 생각입니다.
힘찬 격려와 아낌없는 댓글들 부탁드려 봅니다...^^
올해 양파심기는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 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와 함께 잦은비로 인하여 늘 풀천지가 양파 모종을 구하던 곳의
양파 모종들이 많이 녹아버려 일찌감치 품절되는 바람에
양파 모종을 구할수 없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우리가 올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양파 심는 시기가 이미 끝나고서 한참이 지나
풀천지가 너무 늦게 연락한 것도 문제였고
양파 모종의 가격이 평소의 몇배로 오르고
여러가지 사정상 모종을 남겨둘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저께 마늘을 심다가 오후 나절에서야 연락을 하여 그 소식을 알게되어
혹시라도 안동 장에 가면 남은 모종을 파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모든일을 제쳐두고 온 가족이 안동으로 향하였다.
안동장을 돌다보니 다행히 아직까지 양파 모종을 파는 곳이 몇군데 있었는데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더 둘러보고
그중 상태가 가장 괜찮은 곳의 모종을 샀는데
흉작으로 인해 평소 구하던 가격의 몇배를 주고서도
가게 주인의 ' 이렇게라도 구할 수 있어 고맙다고 해야 한다 ' 는 기가막힌 말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서운치 않게 풀천지를 아껴주시는 분들과
양파를 나눌 수 있게 된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기분좋게 돌아와 푹 쉬고
다음날 마늘을 함께 심은 귀농 후배 동생과 모종을 나누고
풀천지도 양파 심기를 시작하였다.
알뜰하게 묶어진 양파 모종들을 펼쳐 놓고 보니
작지만 단단하고 튼실한 것이 내년에도
시원하고 달콤한 행복이 되어줄 것임을 풀천지와 땅님에게 약속하였다...^^
모종을 놓고 쟁기로 조심스레 덮는것은 마늘과 같지만
양파는 훨씬 굵어지니 모종과 모종 사이의 간격을 더 넓게 조절해야 한다.
부지런한 아내가 방한 부츠와 오리털 잠바로 중무장을 하고
끊임없이 이쁘다는 말을 연발하며 열심히 양파 모종을 놓고 있다...^^
역시 풀천지의 엉성한 폼이 문제이긴 하지만
건강한 행복이 되어주는 달콤한 양파의 꿈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양파는 심고나서 비를 흠뻑 맞히거나
물을 흠뻑 주어야 겨울을 잘 넘길 수 있는데
전혀 비가 올것 같지않아 물을 흠뻑 주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물살에 그저 흐뭇할 뿐이었다...^^
밝은 햇살에 무지개까지 만들어내며
흐르는 바람타고 흠뻑 양파를 적시고 있는 모습이다.
양파를 심은 뒤에 쪽에서 풀천지와 아내가
조그만 보석같은 마늘 주아를 심고 있다.
마늘쫑에서 생긴 주아를 잘 말려 쪽을 내어 심고
땅과 한해를 어우러지고 나면
작지만 제법 당당한 통마늘이 되어준다.
그 마늘이 육쪽 마늘이 되려면 또 몇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풀천지의 토양에 가장 잘 적응한 가장 굵고 튼실한 마늘이 된다.
마늘 주아를 다 심고 흐뭇하게 바라보니
어느새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은 물이 닿는대로 얼고 있다.
심상치 않았지만 별일이야 있으랴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골고루 물을 주기 위해 다음 헛골로 호스를 옮기고 보니
벌써 늦은 오후가 되었다.
이런저런 볼일을 보러 영주에 갔다 와서
양파 밭을 둘러보니 땅이 하얗게 얼어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이란 말대로 밤새 첫눈이 내려 다음날 아침에는
양파밭 가에서 함께 물을 뒤집어쓴 자두나무마저 신나게 얼어붙어
두팔을 활짝 벌려 풀천지 가족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따뜻해지자 다른 곳은 다 녹았는데
양파밭만 눈이 녹지 않고 용기 있게 버티고 있었다.
올해는 비닐도 덮지 않고 겨울을 나기로 하였는데
남한의 시베리아 라는 이곳의 혹한을
양파가 잘 견딜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설상 가가상으로 그 다음날은 더욱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아무래도 이번 양파 농사는 하느님이 책임지실 모양이다...^^ |
첫댓글 ㅎㅎㅎ...나는 풀천지님이 쓴글로 알고 ..읽겠습니다.. (똑같네~!)
기특해서 고마운 넘이 신통할때가 많답니다. 그 다음글도 계속 써보랬더니 가끔씩만 쓰겠다며 슬쩍 빼더군요...^^ 제가 밝히지 않았으면 모두들 속아 넘어갔을 겁니다...^^ 자식들과 함께 자식들을 위해 살아보는 삶도 꽤 괜찮을것 같습니다...^^
부전자전이라더니...붕어빵이네요. 재홍님의 문재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공연히 생트집을 한번 잡아본다면, 재홍님의 넘치는 문재를 '풀천지 버전'이 감당하기가 곧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주 떠맡기려 하자 저만큼 도망가 버리는군요 ~ ^^ 열심히 농사짓는것만도 기특하고 고마운 일인데 글쓰기까지 강요할수도 없고 ~ 나중 차근차근 몸과 마음이 깊어지면 좋은 마음들을 내놓게 되겠지요. 격려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