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
최 효 선
황혼의 그림자 속
지붕들이 딱지처럼 누어있다
굴뚝에 연기 하얗게 피어날 때
동산에 함께 놀던 친구들 저녁 먹으로 내려간다.
턱을 괴고
우리 집 바라보니.
굴뚝에 연기가 없다.
와락 허기가 목젖을 친다
오늘도 저녁을 굶는 구나
눈물이 핑 돈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묻는다.
땅거미 어두움 덮어쓸 때
우리 집 굴뚝 연기가 꾸역꾸역
발이 땅에 닿는지도 모르게 삽짝 문을 열고
부엌을 본다.
그곳엔 어머니가 수건을 쓰고
청솔가지로 불을 집히고 계십니다.
돌아오지 않은 아들
보리 한 되 빌어 보리죽을 끓이고.
연기를 보면 아들이 돌아올 줄 아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매운 연기 때문이 아닌 눈물을 떨 굽니다.
어머님의 그 눈물은
자식의 배를 채우지 못한
아픔과 안타까운 사랑의 마음임을
어른이 되고서야 뼈로 느낍니다.
어머님!
불러보기만 해도 코끝이 찡 합니다.
속초 사계
최 효 선
두루마리 멍석
털썩 팽개쳐 놓으면
하얀 진주알 백사장 가득
진주 알 찾으려고 모래 탑 세운다.
풀잎에 작은 산새소리 새겨질 때
백두대간 수목 사이사이
곱게 물든 제 잎사귀 색깔 자랑
계곡물에 비춰본다
청봉 칼바람 과 춤추며 다가와
산사 해우소 지붕을 하얗게 덥고
순백의 동화 설악의 정기
아련한 태고의 그리움에 마음을 풀어 석는다.
맑은 얼음 살밑으로 생명이 흐르고
바위 틈 비집은 새싹
다람쥐 잽싼 손놀림에
설악은 잠깨어 봄을 맞는다.
너와 내가 숨쉬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갈
아름다운 속초의 사계여
신문지
최효선
망가진 사과박스 속에
노랗게 변색되는 시대가 있다
무소불위 위용을 감추고
노숙자 이불 되어
마지막 자선을 베푸는 무관의 제왕
세상사 죄다 알고
못 본 것 없이 다 보고
아는 체하다
강아지 여린 발톱에
찢겨져 바람에 실려 간다
지하철 선반위에서
쓰레기통에서 게으름 피다
열십자로 포박당해
구루마에 실려 간다
인생이 실려 간다
해녀의 희망
최 효 선
수백 번 물질
턱 밑에 찬 절규의 호흡
갈고리 쥐어 짠 생의 무게
조여드는 수심 압박보다 무겁다
등록금을 캐고
세 삯을 캐고
철없는 남편 술값을 캐고
비집다 숨는 미래를 캐자
호흡이 묵 울대에 걸리면
밧줄을 흔든다.
양 손에 든 문어 해삼 저 살려 용쓰고
등에 진 어구 물 먹어
양 어깨 파고들어도
후벼진 가슴속
팽개치지 못할 생의 그림자 드리움처럼
희망을 안고 간다
삶이여!
상처 위에 핀 꽃
최효선
하늘이 뚫리고
갈퀴 같은 발톱으로
온통 할 뀌어 놓은 오색 산하의 속살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한 상처위에
가는 물줄기 피처럼 흐르고
둘러선 수목 위에
하늘에서
꽃가루 엇뿌린 듯
고운 단풍이 처연하다
아픔이 진해
더욱 붉어진 꽃잎 사이
위로하듯 다가선 바람 결
흔들리는 애잔함
두 마음 쏟아 낸
하늘이여
상처는 거두고
활짝 웃는 시월의 단풍 되게 하소서
(수해 이 후 오색의 단풍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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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 / 속초사계 / 신문지 / 해녀의 희망/ 상처위에 핀 꽃
밥사랑최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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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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