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 발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오늘은 학생의 날입니다. 86년 전 일제 강점기인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발아해 전국적인 독립운동으로 확산된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고, 이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11월 3일을 학생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이 정신에 기반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독립정신과 민주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근거이며,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가치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 하였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한 국정화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음에도 한국사 국정화 반대여론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의 핵심은 “친일이냐, 종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역사적 관점을 획일화하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5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연두기자회견에서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다루겠다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을 실천하면 될 일입니다.
또한 국정교과서 논쟁에서 교육주체인 청소년은 철저히 배재되어 있습니다. 청소년은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 배우려는 주체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세계의 실상을 알 권리가 있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 행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항일독립운동 뿐만 아니라, 굴곡 많았던 현대사의 기로마다 스스로 그 사회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먼저 깨치고 나가 불의에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발전시켜 왔었습니다.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도 역사교과서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주입식으로 한가지 해석만 강요하려 드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입니다.
이에 한국YMCA전국연맹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획일화된 역사관 하나를 우리 미래 세대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폭력적인 행위로 보고,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일방통행식, 편가르기식, 갈등을 부추기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적극 반대하며, 정부가 계속 추진한다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활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2015년 11월 3일
한국YMCA전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