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에서 사라진 MiG-23
지난 4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발표 이후 최고수준의 대북 감시 태세를 유지하고 있던 우리군의 레이더 스크린에서 갑자기 북한공군의 MiG-23 한 대가 사라졌다. 당시 사고기는 함경북도 어랑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후 초계임무를 수행하다 갑자기 레이더 상에서 사라졌고 조사 결과 동해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까지도 북한공군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한 만성적인 연료부족과 보급 중단으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에 대응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북한공군은 지난 2월 오랜 침묵을 깨고 가용 전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북한공군이 자랑하던 MiG-23은 2월 20일 첫 번째 추락사고 이후, 3월 13일과 4월 4일 연이어 추락했다. 사고기들은 모두 평양 인근 평남 개천에 사령부를 둔 북한공군 1비행사단 60연대 소속으로 평시 평양방공을 주 임무로 하는 북한공군 핵심 전력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고기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모기지인 평남 북창비행장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동해에 추락한 세 번째 사고기는 함경북도 무수단의 로켓 시험발사장 방위를 위해 어랑 공군기지에 이동 배치된 상태였다.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항공기 노후 및 보급 문제를 사고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리부속 부족 혹은 정비 불량이나 기체 결함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갑자기 무리하게 비행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 공군 전투조종사는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과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라고 전제한 뒤 “지속적인 반복 숙달을 통해서만 조종감각을 유지할 수 있으며 현재의 북한 상황으로 볼 때 아무리 베테랑 조종사라 할지라도 갑작스런 비행은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공군의 MiG-23
최근 잇단 추락 사고에도 불구하고 북한공군의 MiG-23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북한공군은 5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MiG-23을 도입했으며 우리 공군의 F-16C Block 32 전투기 도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북한공군은 요격 및 방공 전투기로 MiG-23ML 46대, 지상 폭격용 MiG-23P 10대, 훈련용 MiG-23UB 10대를 구소련으로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 이후 소모부속을 제 때 구하지 못하고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용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공군이 유사시 운용 가능한 MiG-23의 숫자를 20대 내외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공군의 실제 작전능력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840대의 전술기를 보유해 490대의 전술기를 보유한 우리공군을 전력 면에서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군사령부 중앙통제 아래 3개 전투·폭격기 비행사단과 2개 지원기 비행사단 및 1개 훈련비행사단으로 구성된 10년 전에 비하면 외적으로도 크게 전력이 증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공군의 작전능력은 크게 제한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가장 최신형이라는 MiG-29 및 MiG-23도 적절한 성능개량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 성능이 개량된 MiG-21을 다수 도입했으나 실제 전력 면에서는 우리 공군의 F-15K와 KF-16에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공군이 갖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종사들의 비행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추락 사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조종사들의 부족한 비행훈련 시간 못지않게 제때 부속 및 보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상당수의 전술기들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북한공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항공무기체계의 특성 상 그 여파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유사시 실제 북한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 가용전력은 현재 보유 전력의 40%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은 재래식 전력의 급격한 붕괴로 인한 전력불균형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탄도미사일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