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저명시인 유명시인을 비롯해 헤아릴 수 없는 무명시인등 우리나라는 가히 시인 천국아닌가 싶은데...
그중 한둘과 곡절이 있어서인가..냉소적일지 시큰둥이었다.
대표적으로, 많은 시인들이 자신의 노작을 헤프게 흩뿌리는 것 같은 의혹...
삭막한 사회에 힐링의 전파의무일까? 아니면 광고방편일까?
도용표절이 아닌 한 대개의 저명시인들은 제지 않고 넘어가는성 싶다.
허면 시집을 출판한 출판사의 손익은 어쩌나?
가령 모두 아는 진달래꽃...김소월 유족에게 단돈 10원이라도 지급되는가?...같은 쓸데없는 염려...
우리나라에서 50명 넘게 꼽을 수 있지만 외국시인도 그 이상 꼽겠지만...
게을러서 우리집에 시집은 열권이나 될까말까다.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찾아읽을 수 있으니 굳이 서점에서 사서 읽을 이는 드물 것 같다.
서점에도 도서관에도 없어서 십년도 넘게 못구하는 시집도 있건만 ㅜ
우연히 명시 추천시란을 보니 가히 감동의 도가니다. 그럴지언정 언제나 다 감상할지...사실은 자신이 없다...ㅠ
아무튼간에
68년도에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난 박후기시인...2~3년전 우연히 '뒤란'이란 단어를 검색하다가 발견했다.
몇수 보고는 상당히 꽂혔다.
본래 어릴 때 아버지와 형을 잃고 자라나며 사회의 빈곤층과 소외층에 대한 시를 중점적으로 읊은 모양이다.
옆집사는 앨리스ㅡ기지촌..여성 페미니즘도 각별하고 공장등 다문화사회의 애환에도 조예가 많고...
시에 대한 안목이 일천하지만 7,80년대 꽃순이의 뒤를 잇는 90년대와 2000년대의 상징이 아닐까.
어찌 비약하자면 제2의 김신용이 아닐까...
열몇살 때부터 사회 밑바닥 생활을 한 '고백' 의 작가 김신용,
언젠가도 썼지만 스스로가 겪지않은 일은 안 쓴다는 주의란다.
세수만 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 박후기란 시인도 이따.
by 박후기
뒤란의 봄
그 해 가을,
지구를 떠난 보이저2호가
해왕성을 스쳐 지나갈 무렵
아버지가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힘센 것은 모두
우리 집의 밖에 있다*
함석을 두드리는 굵은 빗줄기처럼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미군부대 격납고 지붕에서
땅으로 내리꽂힌 아버지가
멀어져 가는 보이저2호와
나와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하게 느껴질 무렵,
겨울이 왔고
뒤란에 눈이 내렸다
봉분처럼
깨진 바가지 위로
소복하게 눈이 쌓였다
주인 잃은 삽 한 자루
울타리에 기대어 녹슨 제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고
처마 밑 구석진 응달엔
깨진 사발이며 허리 구부러진 숟가락
토성(土星)의 고리를 닮은
둥근 석유곤로 받침대가
눈발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겨울의 뒤란에는
버려진 것들이 군락을 이루며
추억의 힘으로 자생하고 있었으니,
뒤란은 낡거나 상처받은 것들의
아늑한 정원이었다
눈물이 담겨 얼어붙은 빈 술병 위로
힘없이 굴뚝이 쓰러졌고
때늦은 징집영장과 함께
뒤란에도 봄이 찾아왔다
울타리 아래 버려진 자루 속에서
썩은 감자들은 싹을 틔웠고
나는 캄캄한 굴뚝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김승옥 소설 ‘염소는 힘이 세다’에서 인용
격렬비열도
격렬과
비열 사이
그
어딘가에
사랑은 있다
한밤의 조문
신장 팝니다. 대학병원 장례식장 화장실, 앙상한 볼펜 글씨 벽에 기대어 간결하게 몸을 파고 있다. 누군가 근친의 죽음을 들여다보러 왔다 변기에 앉아 제 슬픈 처지만 들여다보고 갔나 보다. 앓다 죽은 자 이제야 아픈 줄 모르고, 살아남은 자들 자기가 지닌 병명을 하나씩 꺼내 부르며 죽은 자를 위로한다. 모두 똑같은 얼굴의 조화, 죽음의 복도에만 피는 꽃을 만지며 나는 가장 느린 걸음으로 화장실에 다녀온다.
Lost Song
(원곡/솔베이지 송)
Jane Birkin
Lost song
노래를 잃었어요.
dans la jongle
정글 안에서
De nos amours éperdues,
우리의 미친 사랑과
notre émotion s'est perdue
우리의 감정 때문에 잃었죠.
Lost song
노래를 잃었어요.
à la longue
마침내
Les mots semblent superflus
대화는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네요.
entre le flux, le reflux
밀고, 밀리는 사이에서는...
Mensonges par omission,
침묵으로 부정하네요.
on se tait, on s'est tu
우리는 침묵하고, 침묵하죠.
On sait ce qu'il s'est su,
우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만 알게 되네요.
on s'adore et puis l'on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죠. 그리곤
Se déchire, s'entretue,
서로를 찢어대고 죽이고 있네요.
dans mon sens, entres-tu ?
무슨 말인지는 아나요?
Lost song
노래를 잃었어요.
dans la jongle
정글 안에서
De nos amours éperdues,
우리의 미친 사랑과
notre émotion s'est perdue
우리의 감정 때문에 잃었죠.
Lost song
노래를 잃었어요.
toi, tu jongles
당신은 우롱하고 있네요.
Avec des mots inconnus
익숙지 않은 말들로...
de moi, je n'ai pas assez lu
난, 나는 충분히 읽을 수 있어요.
Dans tes yeux, tes mensonges,
당신 눈에서, 당신의 거짓말을
d'autres filles en vue
마음엔 다른 여자들을...
Je le savais, je me suis tue,
난 알았지만, 침묵했어요.
les bagarres, arrêtons
싸움은 그만 둘래요.
Je suis on ne peut plus fragile, le sais-tu ?
난 약해졌어요. 당신은 아나요?
Lost song
노래를 잃었어요.
dans la jongle
정글 안에서
De nos amours éperdues,
우리의 미친 사랑과
notre émotion s'est perdue
우리의 감정 때문에 잃었죠.
Lost song au majong
노래를 잃었어요. 마작처럼
De l'amour, je n'ai pas su, sur toi, avoir le dessus
사랑을, 난 모르겠네요. 당신에게 넘길게요.
Des erreurs, mettons, je reconnais, je me suis vue
오해들, 추측해보네요. 내가 인식하는 대로, 내 관점대로
A l'avance battue, c'est l'horreur mais ton
(내가) 몰아붙이긴 했지만, 말투가 무섭네요.
Arrogance me tue, tu me dis "vous" après "tu".
당신은 나와 얘기하는 중에 "당신"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전에는 "너"라고 했는데...
첫댓글 1966년 소설가 김승옥은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엔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염소는 힘이 세다」에서 "염소는 힘이 세다"는 말을 열 번이나 쓰며 강조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