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예정지역 주민과 시의원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경기도 안양 명학 재개발 예정지구 주민 신한교, 이복희, 이선길씨와 이 지역 민주통합당 하연호 시의원이 25일 오후 7시부터 안양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의 목표는 '명학마을을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주민 이복희씨는 25일 오후 8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해제 동의서 약 31%를 제출했다. 이거 수용해야 한다. 개발 하면 다 내쫓길텐데, 그렇게 되면 갈 데도 없다. 죽을 각오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하연호 의원은 "의원으로서 부끄러운 심정으로 참여했다. 주민들 주장대로 정비예정구역에서 하루빨리 해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인천은 주민 동의 없이도 해제했고, 서울은 심의위원들이 해제를 결정해줬는데, 안양은 주민들이 원해도 안 해준다. 또 심의위원들은 '옥상옥' 결정을 해놓았다. 이미 주민 30%가 해제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또 무슨 설문조사를 한다는 것인가? 안양시는 도시계획 심의위원들한테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단식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단식에 들어가기 전, 이 지역 주민 약 50명은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5시까지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최대호 안양시장과 '안양시 도시계획 심의위원회'를 강하게 비난 했다.
주민들은 "주민들 재산권을 10여 명의 심의위원들이 결정할 수 없다"며 "재개발 예정지구에서 즉각 해제하고, 도시계획 심의위원들은 전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최대호 시장이 자기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심의위원들한테 미루는 것"이라며 "책임지기 싫으면 그만둬라, (시장) 할 사람 많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인천시와 서울시는 하연호 의원 말대로 재개발 사업을 속속 취소하고 있다. 인천시는 사업이 부진한 남구 주안 5구역 등 관내 11곳의 정비예정구역을 주민동의 없이 인천시장 직권으로 구역지정을 해제했다. 또한,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추진이 정체돼 있는 구역과 정비구역 지정 이후 4년 이상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지역 등 12곳도 도시계획 위원회를 열어 추가로 직권해제 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재건축구역 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6일 제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 성북구 정릉동 716-8번지 일대 등 18개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가결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도시계획 심의위원회를 비난 하는 이유는, 심의위원회가 자신들의 요구와 배치되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명학마을을 개발지역에서 해제시키기 위해 해제 동의서(권리자의 약 32%)를 안양시에 제출했다. 이에, 안양시는 해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도시계획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도시계획 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주민 개인별로 추정 분담금을 통보한 후, 찬반을 묻는 설문 조사를 해서 개발 반대 의견이 30% 이상 나오면 개발 예정 구역에서 해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주민들은 안양시가 제시하기로 한 추정 분담금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수치가 나올 게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주민 신한교씨는 "분담금은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된 관리처분 때나 알 수 있는데, 그걸 지금 도대체 어떻게 조사해서 알려준다는 것인가"라며 여러 차례 의문을 표한 바 있다.
또한, 신씨와 함께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주민 이복희씨는 "(안양시를) 믿을 수 없다. 분담금 달콤하게(낮게) 통보해서 주민들 현혹시킬 수 있다. 또 설문지 문항 가지고 찬성이 많이 나오게 장난 칠 수도 있고"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안양시가 조사해서 안양 상록 재개발 지구와 비산동 임곡지구 등의 재개발 지역 주민들한테 개별 통지한 '추정 보상가'가 주민들 불신을 더욱 부추겼다. '추정 보상가가 현 시세보다도 높을 정도로 부정확하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주민들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역시 예상대로 '추정분담금' 은 부정확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추정 분담금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추정 보상가를 산출해야 한다. 추정보상가가 부정확하면 당연히 추정 분담금은 부정확 할 수밖에 없다. 명학마을 재개발 예정지구 면적은 8만1400㎡이다. 지난 2012년 정비계획수립(안)을 입안했고, 5월 24일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6월 4일부터 7월 16일까지 주민들에게 공람 공고했고, 9월 18일 시의회 의견을 청취했다. 9월 25일, 주민들의 해제 신청에 따라 개발 사업이 보류됐다.
한편, 안양시는 이 같은 주민들 주장에 무척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안양시 도시계획 관련 공무원은 '주민들이 도시계획 심의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곤란한 일이다. 도시계획 심의위원회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