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형걸 아나운서가 오는 11월 4일 KBS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예비신부는 성심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월까지 KBS 조흥은행 지점에 근무한 여섯 살 연하의 이영아 씨(28). 단아한 미모와 센스가 돋보이는, 한눈에 봐도 꽤 괜찮은 신붓감이다. 준(準)사내 커플로 남몰래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의 달콤한 결혼 이야기.
“우리 닮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남매처럼 닮았다고 하던데, 정말 닮았죠.”
예비신부의 손을 꼭 잡고 인터뷰 장소로 나온 이형걸 아나운서(34)는, 중후한 외모와는 달리 애교스런 농담을 던졌다. 그리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그것도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을 만나 결혼 날짜를 잡고 보니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7월 중순 예식장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결혼 계획을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0월 4일에 발표했을 정도로 그동안 철저히 비밀로 해왔다. 그러니 절친한 동료 아나운서들의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유경 아나운서와 눈치 빠른 황정민 아나운서를 빼곤 감쪽같이 속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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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실이 워낙 소문이 빨라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숨길 수밖에 없었죠. 결혼할 사람이 사내에서 일하고 있는데, 소문이 나면 이 친구가 일하는 데 얼마나 많은 지장이 있겠어요. 오유경 아나운서한테는 말을 안할 수가 없었어요. '6시 내 고향'을 같이 하고 있었고 오유경 씨 남편이 제 친구예요. 제가 소개해서 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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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솔직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눈치 빠른 황정민 아나운서는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은행에 직접 내려와 '여기 결혼하는 사람 있죠?' 하고 은근슬쩍 떠봤대요. 그래서 은행 직원들이 '두 사람 있는데요' 라고 말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하더군요.”
노총각 아나운서의 결혼 선언이 있던 날 휴대폰은 1분이 멀다 하고 걸려오는 축하 전화로 불통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상대가 같은 사내에서 일하는 은행원이란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은행으로 내려가 예비신부를 확인하는 선배 아나운서도 있었다. 이규원 아나운서는 이미 테헤란로 지점으로 도망간(?) 신부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은행으로 내려가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을 정도.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석 달 동안 느긋하게 사내 연애를 할 수 있었어요. 워낙 서로가 바빠 사내에서 밥 한 번 같이 먹진 못했지만 은행 정산할 시간에 몰래 이 친구 얼굴 잠깐 보고 오는 재미가 짜릿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더 이상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테헤란로 지점으로 근무처가 바뀌었어요. KBS 안에 있는 은행이 오픈되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직원 얼굴을 볼 수 있는데 더 이상은 안 되죠.”
한마디로 난리가 난 주변 반응 덕분에 지금도 그는 축하 전화를 받느라 휴대폰 통화가 잦다. 그러나 이영아 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 상대자가 이형걸 아나운서라고 말했더니 “그 사람 아직도 결혼 안했니?” 하는 반응이었단다. 그도 그럴만한 게 '6시 내고향'에서 구수하고 편안한 진행을 하는 그를 총각으로 여겼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거나 심지어 40까지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오빠 나이가 34살이고 제 나이가 28살이에요. 6살 차이가 나는 거죠. 요즘엔 연하랑 결혼하는 게 추세인데 제가 좀 손해긴 하죠 뭐. 처음엔 저희 집에서 나이가 좀 많은 것 같다고 그러긴 하셨는데 오빠를 직접 만나보고 너무 좋아했어요.”
무뚝뚝한 결혼 프로포즈 “저랑 잘해 볼랍니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8년.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그에게 이영아 씨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면서였다. 그러나 첫눈에 '필'이 통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객과 직원에 불과했단다.
“제가 대출을 자주 받았어요.(웃음) 그때 이 친구가 대출 담당으로 있었는데 너무 친절하게 잘해주더라구요. 방송국에서도 상냥하고 센스 있기로 유명해 이 친구에게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어요. 하지만 그때까진 일 적인 관계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은행 앞을 지나가다 마주치면 가벼운 인사만 했으니까요.”
의례적인 인사만 하던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이형걸 아나운서의 대학 후배가 조흥은행 KBS 지점으로 발령을 받고부터. 후배는 은행 직원 중 유독 그녀와 친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아 씨도 부르자'며 차츰 그의 본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렇게 사적인 자리에서 몇 번을 만나다 보니 '너무 참하고 괜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녀 역시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소탈하고 편안한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이형걸 아나운서는 평소 특별한 이상형이 없었다고 한다. 여자를 볼 때 외모나 몸매를 보는 것도 아니었고 '이런 여자는 절대 안 된다'는 기준도 없었단다. 다만, 말이 잘 통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여자였으면 했다. 그런데 이영아 씨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 만나면 만날수록 사랑스럽고,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은 여자였던 것. 그렇다고 대뜸 '사귀자'고 말하는 건 영 어색했다. 그래서 한참을 지켜보다 터프하게 마음을 고백했다.
“그날도 이 친구랑 후배랑 셋이서 만났어요. 술을 먹고 조금 알딸딸한 상태였는데 그 동안 만난 사람이 생긴 거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랑 잘해 볼랍니까?'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아무 대답도 안하고 그냥 '씨익' 웃기만 하더라구요.”
이영아 씨는 너무 뜻밖의 얘기에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단다. 평소 이상형에 가까운 스타일이 바로 이형걸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술 잘 마시고 뭐든지 잘 먹는 남자'가 이상형이었는데 이형걸 아나운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던 것.
한 건물 아래에서 로맨틱한 몰래 데이트 즐겨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했다. 호칭도 '오빠'와 '영아'로 바뀌었고 기분 좋으면 '자기야'라고 부르기도 했다. 남들 눈 때문에 사내에선 밥 한번 같이 먹지 못했지만 몰래 데이트도 꽤 스릴 있고 로맨틱했다. 데이트는 주로 주말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다. 평일엔 스케줄도 맞지 않고 서로 집이 워낙 멀어 엄두도 못 냈다고. 그래서인지 결혼 결정을 내리기 전까진 뽀뽀도 못해본 사이였단다. 연인 사이로 발전하면서 초스피드로 양가 상견례에 결혼 날짜까지 잡았기 때문에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나?
그러나 요즘엔 “뽀뽀를 너무 많이 해서 언제인지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라며 너스레를 떤다. 가장 기억에 남는 키스 장소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주차장 공터. 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근사한 곳이었는데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를 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하면 어떻게 살 건지, 어떤 남편이 될 건지,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예비신부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는 것.
“이 친구한테 고마운 것은 제 월급이 얼마인지, 빚이 얼마인지 너무 잘 아는 데도 시집을 와 준다는 겁니다. 너무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이렇게 만나려고 먼길을 돌아왔구나 싶기도 하고 KBS에서 일하게 된 것도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그랬나 봐요.”
두 사람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청담동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이영아 씨는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예정. 그녀는 “오빠가 만날 지점장까지 하라고 한다”며 살림만 하라고 하지 않는 예비남편이 고마운지 입가에 환한 미소가 퍼진다.
“늦장가이니만큼 행복하게 잘 살아야죠.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같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구요. 제가 2남 중 장남입니다. 남동생은 결혼해서 잘생긴 아들까지 두고 있습니다. 저도 힘닿는 데까지 낳아서 잘 키워야죠.”
첫댓글이형걸 아나운서는 저와 입사동기로서 절친하기도 하지만, 제 운명에 까지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인물이죠. 궁금하시죠...... 이형걸 아나운서가 제 신랑을 소개했거든요. 제 신랑과는 고등학교 동창이랍니다. 신랑이 미울땐 이형걸씨도 밉고, 신랑이 이쁠땐 이형걸씨도 예쁘죠...^^;
첫댓글 이형걸 아나운서는 저와 입사동기로서 절친하기도 하지만, 제 운명에 까지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인물이죠. 궁금하시죠...... 이형걸 아나운서가 제 신랑을 소개했거든요. 제 신랑과는 고등학교 동창이랍니다. 신랑이 미울땐 이형걸씨도 밉고, 신랑이 이쁠땐 이형걸씨도 예쁘죠...^^;
새로운 사실을 알았군요..^^
참 재밌는 사연이네요...아 나도 얼런 좋은 짝을 찾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