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시즌에는 내가 응원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런 지역연고도 없이 부산경남을 프렌차이즈로 하는 롯데를 열열히 응원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왜 롯데를?"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자신도 왜 내가 고향팀도 아니고 지금 사는 지역을 프렌차이즈로 하는 팀도 아닌 자이언츠를 좋아할까 생각해봤다.
내가 롯데를 아니 자이언츠팀을 좋아하게 시작한 것은 아마도 1984년 한국시리즈때 부터일 것이다.그 해 가을 삼성라이언즈의 김영덕감독이 만만하다고 생각한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삼을려고 농간을 부릴때 내심 라이언즈가 지기를 바랬다.
시리즈 성적3승3패로 잠실에서 만난 두 팀은 최종 7차전의 선발투수로 김일융과 최동원을 내세웠다.
정통파 강속구 투수로 76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요미우리 마운드의
기둥이었던 일본명 니우라 히사오!!75년에 한국일보 초청으로 장훈,백인천 등과 재일교포 팀으로 시범경기를 하러 와서 당시 광화문에 있던 서울고 운동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내 하얀 체육모에 융(融)이라고 휘갈겨 쓴 사인을 해 주던 키 크고 잘 생겼던 김일융!!
캐처의 사인을 받으면 다이나믹하게 왼발을 들어올려 시원시원하게 공을 뿌리던 조금은
고집스런 인상을 한 최동원!!79년 가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실업과 대학팀이 모두 참가하던 백호기 8강전에서 절묘한 콘트롤을 자랑하는 임호균이 버틴 동아대를 상대로 이틀에 걸쳐 15회를 던지고 (내 기억으론 15회말에 터진 복학생 선수 김봉연의 홈런으로 연세대가1대0으로 승리함)곧 바로 성균관대와의 준결승 9회를 완투하며 해가 늬엇늬엇 지는 동대문구장의 1루측 상단에서 성대를 응원하던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던 철완 최동원!!
당시 성대의 에이스는 (대구상고에서 이만수와 배터리를 이루던)우완 박영진이었는데 최동원의 완봉승으로 끝났던 것 같다.
그 니우라 히사오 아니 김일융과 최동원이 맞붙은 7차전 4-3으로 뒤지던 자이언츠의 7회초 공격에서 김용철과 김용희의 연속 안타로 만든 1,3루찬스에서 직전까지 19타수 2안타를 기록하던 유두열이 김일융의 몸쪽 낮은 공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쓰리런 홈런을 날릴때 부천의 작은 아파트 꼭대기에서 신혼의 아내를 옆에 두고 나도 모르게 소릴 질렀다.
혼자서 한국시리즈 4승을 챙긴 최동원의 기록은 수십년 아니 백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대기록일 것이다.(그 해 최동원이 페넌트 레이스 MVP를 차지해서 한국시리즈 MVP는 결승 쓰리런을 날린 유두열에게 돌아갔다)
그 후 자이언츠의 우승은 8년을 기다려 마운드에서박동희 윤학길 염종석 타석에서 박정태 김민호 김응국이 활약하던 92년에나 이루어졌다.
4승1패로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을 친구와 함께 잠실구장 외야석 한구석에서 지켜보던 나는 부산갈매기를 조용히 따라 불렀다.시리즈 2승1세이브로 MVP가 되었던 박동희!!
불의의 사고로 일찍 간 비운의 박동희가 기억난다.
92년 우승 이후 아직 한번도 우승이 없고 펠릭스 호세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2000년대 초반 잠깐 반짝하고 계속 해메고 있는 자이언츠!
라이언즈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을 날리고 들어오던 호세에게 먹던 컵라면을 던지던 무개념 대구관중들에게 방망이를 던지던 호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포함해서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마치 사이비 광신도들과 같다.
4년 연속 꼴찌를 해도,봄에만 반짝하다가 결국 바닥으로 떨어지는 팀 성적에도,늘 배신만 하는 애인을 향한 맹목적인 어리석은 사랑과도 같다.
그래도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재일교포 출신 감독들처럼 얍삽한 야구를 하지않고 늘 순둥이 같이 당하기만 하는 자이언츠 팀을 사랑한다.
십수년전 내가 자이언츠 다음으로 좋아하던 LG트윈즈가 태평양 돌핀스와 게임할 때 5대1로 리드하던 9회초에도 무사 주자 1루에서 보내기 번트 를 하던 김모 감독같은 사람의 야구 스타일은 참 싫다.당시 돌핀스의 마운드에는 8회까지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안경잡이 언더핸더 박정현이었다.잠실구장 1루측 지정석에서 관전하던 나는 참 야구 더럽게 하네란 생각을 했다.
어릴적부터 "투 아우또에 란나노 세칸데쓰! 아-사요나라 호무랑"이라고 소리치던 일본TV중계를 보고 자란 부산 사람들은 야구를 일찍 접하고 요즘은 아구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던 아들이 자라 그 아들을 데리고 또 야구장을 다닌다.
자이언츠의 시합이 있는 시간엔 부산시내에서 택시잡기가 힘들다.기사들이 운행을 멈추고 TV를 보거나 운동장엘 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자이언츠의 선수들은 악착스러움이 없다.
어디한번 붙어보자라고 다부지게 대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타자에게 적시타를 맞아도,타석에서 삼진을 당해도 분한 표정이 아니라 실실 쪼개고 있다.차라리 무표정하게 있는 편이 낫겠다.
내가 자이언츠를 좋아하지만 롯데를 싫어하는 이유는 광신도와 같은 팬들의 사랑에 비해 구단의 열의는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악바리 박정태와의 재계약에서 그렇게 매정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즘은 제법 밥값을 하지만 그리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정수근을 40여억을 주고,별로 써먹지도 못하고 삼성으로 트레이드 시킨 이상목이란 그저그런 투수를 30여억원씩 안겨주고 정작 프렌차이즈 스타에겐 4,5억 주는게 아까웠을까?
최동원을 내칠때도 구단과의 마찰이 심했다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최동원이 자이언츠의 감독을 맡고 선동렬이 타이거스의 감독을 이만수가 라이언즈의 감독을 맡는 것을 상상해 본다.
롯데는 제주에 프렌차이즈를 새로잡고 일본에서처럼 제주 롯데 마린즈를 창단해 보면 어떨까?부산경남은 시민들이 조금씩 돈을 거두어서 시민구단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
시민구단 부산자이언츠!!
가끔씩 출장갈때 시간내서 가보는 사직구장에서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라는 부산갈매기의 전주가 흘러 나올때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진다.
아!!게임은 지고 있고 역전을 할 가능성도 없는데 열심히 신문지를 흔들며 소리치는 어찌보면 순진하고 무지몽매한 자이언츠 팬들!!
롯데 구단주는 이런 열정적인 팬들을 가진것을 기쁘게 생각해라!
승리지상주의로 돈을 처발라서 좋은 선수들 다 데려가고 호쾌한 타격보다 두세점만 내면 잠그에 들어가는 모 팀!
최근에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지만 가끔씩 투수가 외야수로 나가고 큰 스코어로 이겨도 계속 투수들을 바꾸는 이상한 감독이 있는 팀!
별로 응원하고 싶지않다.
내가 좋아하는 자이언츠가 이번 시즌에는 꼭 포스트 시즌에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