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전국일주] 15일째 (8월 2일)
주행거리 : 78km
누계거리 : 1170km
최고속도 : 48km
경유지 : 소래포구 시화방조제 대부도 화성 남양
잠잔곳: 화성 남양초등학교
6시 30분 눈을 떳다.
오늘도 끙끙거리다 다시 잠들었다.
매일 눈을 뜨면 오늘 하루는 쉬자는 생각을 하며 다시 눕는다.
시내 중심가라 12시가 넘도록 산책 나와서 떠드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이웠다.
아주 오래 잔것 같은데 7시 30분이다.
밥먹고 너거적 너거적 모든 준비를 하니 9시.
해안도로를 타야 되는데 또 길을 잘못들었다.
남동쪽. 남동공단으로 가고 있다.
한창 공사중인 아파트들 사이로 다 파헤쳐진 아스팔트를 지났다.
서해쪽 특히 인천은 방향감각이 없다.
나침반을 봐도 잠시뿐
또 다시 길을 헤멘다.
그렇게 소래포구에 도착해서 보니 내가 온길이 지름길이었다.
소래포구 철길을 건너 어이도.
여기가 시화방조제 북쪽이다.
12km의 거대한 방조제.
걸어가면 3시간 거리다. 자전거로 30분이 걸렸다.
실로 엄청나다. 왕복 4차선의 포장도로가 12km나 되는 바다를 가로 질러 놓여있다.
그리고 난 그 길을 달린다.
대부도에 들어서니 온통 칼국수집이다.
칼국수 바지락 숯불조개구이 쭈꾸미
칼국수를 시켰다.
바지막만 한 접시가 들어 있다.
역시 갯벌이라 조개가 많은가 보다.
오후엔 서울서 온 친구들과 길을 함께했다.
이 친구들과 5시에 남양에 도착했다.
혼자였으면 한 두 시간 더 갔을텐데
이 친구들이 오늘 여기서 잘 모양새다.
남양초등학교에 자리를 틀고 저녁으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였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 친구들이 보이지 않길래 텐트 안을 보니 벌써 골아 떨어졌다.
난 불켜진 체육관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소래포구의 철길

시화방조제
[2004전국일주] 16일째 (8월 3일)
주행거리 : 106km
누계거리 : 1276km
경유지 : 조암 아산방조제 삽교방조제 당진군 한진포구
잠잔곳: 당진군 송악면 한진포구
6시 30분 일어 났다. 이 친구들은 아직 자고 있다.
텐트만 들고 오고 침낭은 없나보다.
이래저래 아침으로 라면에 어제 해놓은 밥을 먹으니 9시쯤 출발 할 수 있었다.
화성을 지나 조암쪽으로 갔다.
그리고 군생활을 했던 운평리 초소를 찾았다.
지방도 같았는데 공사중이라 비포장도 있고 덤프터럭도 꾀 많이
다니는 길을 지나 주목리 사거리에 도착했다.
초소생활 때 한 번 들린곳인데
이곳 슈퍼에서 쵸코파이를 한 통이나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쵸코파이의 기억을 되새기며
시계를 보니 1시가 다 되간다.
내친김에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2시 출발.
운평리 가는길에 이빨을 치료했던 보건소
일요일이면 갔었던 교회들이 예기억을 되살린다.
그렇게 기대를 하며 운평리초소를 찾았다.
초소가기전 여름이면 냄새를 풍기던 돼지사육장도 그대로 있었다.
길도 여전히 비포장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비포장을 지나 초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구의 촐조망문이 잠겨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여기저기 풀이 무성하고
건물의 창문들이 벽돌로 막혀있다.
초소가 폐쇠된 것이다.
왠지 모르게 허탈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비가 오던 눈이 내리던
밤이면 밤마다
간조 만조 시간을 외우고 좌탄 15발 이상무를 왜치며
야간 경계 근무를 나가던 곳이었는데
지나는 차를 세워 물어보니
폐쇠된지 3년쯤 됐고 가끔 한 번씩 군인들이 들린다고 한다.
서운하지만 갈 길이 멀어
서해대교를 바라며 또 발길을 돌렸다.
서해대교는 고속도로라서 자전거는 지나지 못한다며
아침에 헤어졌던 친구들이 차를 잡고 있다.
그래도 일단은 가보자는 생각에 톨게이트까지 가보았지만
샛길조차 없는곳이다.
난감하다.
그래서 차를 보며 손을 들었다.
그런데 세우질 않는다. 차들이 그냥 지나간다.
미련을 버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아산방조제를 돌아 삽교방조제를 지났다.
평지라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1시간 30분이나 돌아왔다.
오는 길 내내
서해대교가 저만치서 보인다.
저 큰다리를 고속도로로 만들어 자전거는 못다니게하다니....
짜증난다.
삽교방조제를 지나니 삽교유원지가 있다.
바로 옆엔 태양~~~등 영화 촬영이 있었던 함상공원도 있다.
신은경 신현준 아미노업 광고하는 사람 등의 연예인 사진이 붙어있다.
페군함을 2척 놓고 내부를 공개하는데 입장료가 5,000원이다.
7시가 다 돼가는 늦은 시간이고 입장료도 만만치 않아
근처에서 사진만 찍고 공원 벤치에 않자 쉬었다.
서풍이 불어 오는데 약간 춥다고 느낄 정도로 시원하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 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공원의 수도에서 물이 나오질 않는다.
다시 길을 떠났다.
잠자리를 찾는 하이애나가 되어
멋진 일몰을 보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 그나마 크다는 한진포구로 향했다.
아줌마 이 물 먹을 수 있는교?
이렇게 시작된 춤추는 조개구이 아줌마와의 만남.
어디서 왔냐길래 포항서 왔다니깐
어런 저런 이야기 하시다가
시원한 물 한병을 가져다 주신다.
고맙다.
밥은 먹었냐고 물으신다.
이제 해서 먹어야죠 하고
짐을 풀고 있으니
밥 한그릇이랑 삶은 조개 한 냄비에 김치까지 차려놓곤
와서 먹어라고 하신다.
춤추는 조개구이 아줌마의 친절로
이번 여행의 고뇌가 조금이나마 씻겨 내려간다.
그리고 일산에서 오신 아저씨와의 합석과
친절로 베푸신 소주 한 병 까지...
비가 새는 얇은 나이론과 삼각텐트이 일장은
조금 지겹긴 했지만
12시가 넘어 버렸다.
서해대교위에
희미하게 저물어 가는 둥근달이 보인다.
여기는 충남당진군 송악면의 한진포구다.

운평리 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