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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저 자유인으로 깨어나라! |
자유인으로 깨어나라!
박경리의 대하소설 『土地』에는 떠돌이 소리꾼 주갑이가 나온다. 떠돌이 노동자 주갑이는 길을 걸어가다가 더우면 강가에서 옷을 훌훌 벗고 목욕을 하고, 옷을 빨면서 기분이 좋으면 <새타령>을 목청껏 부른다. 그 소리는 쩌렁쩌렁 울려서 山川으로 퍼져나가는가 하면 애절하게 흐르다가 침울하게 내려온다. 가락이 물을 따라 흐르고 벌거벗은 주갑이도 산천 속에서 자유인이 된다. 목욕을 하면서 <새타령>을 부르는 주갑의 모습에서 나는 佛家에서 말하는 無念無想의 자유인을 보았다. 주갑이는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포로롱 공중으로 날아가는 새와 같았다.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는 자유인이 되려는, 어쩌면 자유인이 되어 있는 원제 스님의 禪房 수좌의 공부 기록이다. 스님은, 물음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답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말이 멈추는 자리에서, 스님의 방식으로 말을 한다.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요? 보지 못했나요. 그 새, 봄바람 타고 있었잖아요."
스님은 200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선원에서의 수행은 녹록지 않아 힘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세계 일주나 가자!'하고 2012년 9월부터 2년여간 티베트 카일라스를 시작으로 5대륙 45개국 세계 일주를 했다. 고생을 한 후 수행은 수월해졌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리라'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지금 김천 수도암에서 精進 중이다.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는 禪의 세계와 닿아 있어서 쉽게 읽히는 듯하지만, 내용의 깊이 때문에 독서 중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윤회에 대해서 스님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윤회에 대한 질문은 '윤회의 작용이 멈추느냐 멈추지 못하느냐'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윤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윤회의 내용물이 바로 그 망상이기에 그 망상이 멈추게 되면 윤회 역시도 멈추는 것입니다. (72)
누구에게나 망상이 있겠는데, 그 망상을 멈추어야 하겠지만, 어찌 스스로의 깜냥으로 그 망상을 멈출 수 있겠는가? 날씨가 차갑다. 빈 몸으로 며칠 동안 가을 산에 들어 하늘과 별과 바람과 밤과 지내고 싶다.
*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