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정보는 '크메르의 세계'가 기획한 <21세기 대중음악 사전>을 구성하는 항목으로서,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해당 항목을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번역한 후 동영상 등을 추가하여 편집한 것이다. 상편을 먼저 읽어보려면 '여기'를 클릭하라. |
[개론] '레개' : 자메이카 음악의 대명사 (2) - 음악적 특징
5. 음악적 특징
5.1. 개 요
(악보) 스캥크 기타 리듬(Skank guitar rhythm)이 종종 "'바로 그' 레개 비트"('the' reggae beat)로 여겨지곤 한다.(주30)
☞ 정박 패턴으로 들어보기 / ☞ 셔플(shuffle) 패턴으로 들어보기
스타일 면에서 볼 때, '레개'(reggae, 레게)는 리듬 앤 블루스(알앤비, R&B, RnB), 재즈(jazz), 멘토(mento), 칼립소(calypso), 라틴 아메리카 뮤직, 그리고 여타 장르들의 일부 요소들을 융합한 것이다. 레개 음악씬을 살펴보면, 통상 각각 리듬 및 리드 파트를 담당하는 2대의 기타, 드럼, 콩가(conga), 키보드, 그리고 중창의 보컬리스트들로 구성된다.(주31)
'레개'는 대칭성 리듬 패턴을 갖고 있어서 4분의 3박자(3/4) 같은 형식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4분의 4박자(4/4) 형태로 연주한다. '레개'를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요소는 '옵비트'(offbeat: [역주] 한 마디 내에서 통상 약박에 해당하는 뒷 박자에 강세를 두는 비트) 리듬이다. 기타와 피아노는 이 부분에서 스타카토(staccato: [역주] 음을 짧게 끊어주는 듯한 느낌)로 코드를 연주하는데, 이것을 종종 '스캥크'(skank)라고 부른다.(주32)
이 리듬 패턴은 각 마디의 2번째 및 4번째 박자에 강세를 두며, 그 사이 드럼은 첫번째의 3번째 박자를 강조하여 독특한 느낌의 프레이즈를 만들어낸다. 레개의 옵비트는 지속적인 형태가 될 수 있어서, 각각의 박자마다 "앤드"(and)가 붙는 느낌이 된다(예: "원 앤드 투 앤드 쓰리 앤드 포 앤드" 등등). 혹은 두 박자마다 '반절의 느낌'(half-time feel)이 들어서 4분의 2박자(2/4) 느낌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여타 대부분의 대중음악 장르와는 대조적인 것인데, 일반 대중음악은 첫번째 박자, 즉 '다운비트'(downbeat)에 초점을 맞춘다.(주33)
'레개'의 템포는 대체로 스카(ska)보다는 느리고 락스테디(rocksteady, 록스테디)보다는 빠른 편이다.(주7) 물론 다른 음악 스타일들 역시 '레개'에서 사용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융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레개'가 지닌 보다 느린 템포, 기타와 피아노의 옵비트 연주, 한 마디 내에서 3번째 박자의 강조, 싱코페이션(syncopation: [역주] 당김음. 속칭 '엇박자')이 걸린 멜로딕한 베이스 라인 등은 '레개'를 여타 음악 장르들과 차별성을 갖도록 만들어준다.
화성의 측면에서 보면, '레개' 음악은 현대의 모든 대중음악 장르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즉, 단순한 코드 진행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레개'는 때때로 주요 3화음(I, IV, V)을 단화음(마이너) 형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완전한 종지법(cadence)을 형성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으뜸화음(tonic chord: I)과 딸림화음(dominant chord, V) 사이의 이러한 종지부의 결핍이 "휴지 없는" 순간적 느낌과 화성적 모호함을 부여한다. 서스 코드(suspended chord)나 디미니쉬 코드(diminished chord)의 사용은 드물지만, '메이저 세븐스'(major 7th)나 '마이너 세븐스'(minor 7th) 같은 확장 코드(extended chord)들도 사용된다. '메이저 세븐스' 코드가 사용된 예로는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의 <웨이팅 인 베인>(Waiting in Vain)(1977년)이 있다.
단조(마이너 키)도 흔히 사용되는데, 이 경우 특히 버금딸림 화음(IV)과 딸림화음(V)도 마이너 코드의 형태를 취한다. 예를 들면 '사단조'(Gm) 곡의 경우 "Gm - Dm - Gm - Dm - Cm - Dm - Cm - Dm" 같은 패턴으로 연주될 수 있다. '레개'의 단순한 코드 진행 중 하나는 R&B 및 소울(soul) 음악에서 차용한 것으로서, 으뜸화음(I) 뒤에 마이너 형태의 위으뜸화음(supertonic chord: IIm)이 이어지면서, 완전한 소절을 구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반복하기도 한다. 가령 [소울 그룹] '템테이션즈'(The Temptations)의 곡 <저스트 마이 이매지네이션>(Just My Imagination [Running Away with Me])(1971년)이 이에 해당한다("C - Dm7" 형식).
'레개' 음악에서는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호출과 응답, 상호반응 연주) 개념도 나타나는데, 보컬 파트 뿐만 아니라 각 악기들의 연주 파트에서도 나타난다. 한 마디의 "3번째 박자"(third beat: 써드 비트) 역시 음악적 프레이즈의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때 베이스 라인과 멜로디 라인은 여타 장르에서라면 "픽업 노트"(pick up note, 행수 잉여음: [역주] 정박의 음을 강조하기 위해 장식적으로 선행하는 도입음들)으로 간주될 수 있는 음들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주30: Johnston, Richard (2004). How to Play Rhythm Guitar, p.72.
주31: Lynn, V. M. (1973, Feb 18). Sound. Chicago Tribune (1963-Current File).
주32: Hombach, Jean-Pierre (2010). Bob Marley the Father of Music, p.14. --- "레개는 '스캥크를 통해 가장 쉽게 인식될 수 있다.'
주33: Levitin, Daniel J. (2006). This Is Your Brain On Music, pp.113~114.
5.2. 드럼과 퍼커션
* 이 부분에 관한 내용과 관련하여, 다음 게시물을 함께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 "[개론] '원 드롭' : '레개' 음악을 위한 드럼비트 (리듬)"
'레개'에서도 일반적인 표준 드럼 세트(드럼 키트: drum kit)가 사용되지만, 스네어 드럼(snare drum)은 팀발레스(timbales)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매우 고음으로 튜닝(조율)한다. 일부 레개 드러머들은 이러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 스네어 드럼과 별도로 팀발레스나 고음 튜닝 스네어를 추가로 배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스네어 드럼을 '크로스 스틱'(cross-stick) 주법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 탐탐(tom-tom drums)의 연주가 [반복적인] 드럼비트 자체에 포함돼 있는 경우도 많다.
'레개'에 사용되는 드럼비트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그것은 '원 드롭'(One drop), '락커스'(Rockers), '스텝퍼스'(Steppers)이다. '원 드롭'에서 강세는 전적으로 백비트(backbeat: 뒷박)에 놓여지는데, 언제나 스네어 드럼을 연주하거나, 혹은 스네어의 림샷(rimshot 혹은 '사이드 스틱'[side stick]: [역주] 북의 테두리[=림]와 드럼 피[=헤드]를 동시에 두드림) 주법과 더불어 베이스 드럼(bass drum)을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레개'의 드럼비트들은 제1비트(한 마디 내 첫번째 박자)에서 공통적으로 하이햇 심벌(hi-hat cymbal)을 닫힌 상태에서 연주하는 것을 제외하곤 비워두는데, 이것은 대중음악에선 이례적인 방식이다.
'레개'의 비트가 2박이나 4박으로 구분될 수 있는지, 혹은 2배속으로 빠르게 구분될 수 있는지, 혹은 3박자 형태로 구분될 수 있는지에 관해선 약간의 논란이 있다. 그 중 한 사례는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Bob Marley and the Wailers)의 곡 <원 드롭>(One Drop)에서 드러머 칼튼 바렛(Carlton Barrett: 1950~1987)이 연주한 방식이다. 바렛은 종종 하이햇 심벌에 이례적인 3잇단음표의 혼성리듬을 연주하곤 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의 여러 레코딩들에서도 들을 수 있다. 1978년에 발표한 <카야>(Kaya: [역주] 라스타파리 종교인들이 사용하는 '대마초'의 별칭) 앨범의 수록곡 <런닝 어웨이>(Running Away)도 그 중 하나이다.
(동영상)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의 <원 러브>(One Love).
백비트를 강조하는 것은 '레개'의 모든 드럼비트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락커스' 비트는 (항시 베이스 드럼을 사용하여) 한 마디 내의 정박 4곳 모두를 강조한다. '락커스' 리듬을 개척한 것은 드러머 슬라이 던바(Sly Dunbar: 1952년생)와 베이시스트 라비 셰익스피어(Robbie Shakespeare: 1953년생)로 구성된 리듬섹션 듀오 '슬라이 앤 라비'(Sly and Robbie)였다. 이들은 나중에 '럽어덥'(Rub-a-Dub) 사운드도 만들었는데, 그것이 '댄스홀'(dancehall)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웨일링 블루스>(Wailing Blues)라는 책에서 슬라이 던바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그가 '락커스' 리듬의 탄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드러머 어얼 영(Earl Young: 1940년생) 및 1970년대 초중반의 '디스코'(disco)와 R&B 장르의 여타 드러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락커스' 리듬의 원형적 사례는 '마이티 다이아몬즈'(Mighty Diamonds)의 곡 <라잇 타임>(Right Time)(1976년)에서 보여준 슬라이 던바의 드러밍이다. '락커스' 비트가 언제나 정박으로만 연주되는 것은 아니며, 다채로운 방식으로 싱코페이션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 예 중 하나가 '블랙 우후루'(Black Uhuru)의 곡 <스폰지 레개>(Sponji Reggae)이다.
(사진) 리듬섹션 듀오 '슬라이 앤 라비'는 레개 및 자메이카 음악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이들은 국내외의 수많은 뮤지션들과 더불어 20만회 이상의 레코딩을 했고, 이들이 새로운 리듬이나 비트를 제시할 때마다 '레개'를 비롯한 자메이카 음악의 흐름이 바뀌곤 했다. '레개'의 주요 드럼비트 중 하나인 '락커스'는 바로 이들이 창조한 것이다.
(동영상) 2012년 자메아카 독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원피플 프로젝트'(OnePeople Project) 앨범 제작을 위해, '슬라이 앤 던바'가 스튜디오에서 리듬 파트를 녹음하는 모습.
'스텝퍼스' 리듬에서 베이스 드럼은 한 마디 내의 모든 4분음표(한박자 길이) 위치에서 연주하여, 비트에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의 곡 <엑소더스>(Exodus)가 있다. '스텝퍼스'의 또 다른 대중적인 명칭으로 "포 온 더 플로어"(four on the floor)가 사용되기도 한다. '버닝 스피어'(Burning Spear)의 1975년 발표작 <레드, 골드, 앤 그린>(Red, Gold, and Green)에선 레로이 왈라스(Leroy Wallace: 1950년생)가 드럼을 담당했는데, 이 곡은 '스텝퍼스' 비트를 사용한 가장 최초의 사례 중 하나이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사이에 유행했던 투톤(2 Tone) 스카 복고운동의 밴드들 역시 '스텝퍼스' 리듬을 채택했는데, 템포는 훨씬 빠른 것이었다.
'레개' 드러밍의 이례적인 특징은 '드럼 필스'(drum fills: [역주] 드러밍의 변화를 위해 일정한 비트가 아니라 솔로와 유사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 한국 음악계에서는 '기각기'라는 은어를 사용)가 '클라이맥틱 심벌'(climactic cymbal: [역주] '드럼 필스' 이후 오픈 심벌의 강력한 타격으로 마무리하는 것)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레개'에서는 드럼 세트 외에도 다양한 타악기(퍼커션)이 사용된다. 봉고(Bongos)는 즉흥연주를 가미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되며, 아프리카 스타일의 크로스 리듬(cross-rhythm)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카우벨(cowbell), 클라베(claves: 클라베스), 셰이커류(shakers)는 보다 제한된 역활과 규정된 패턴으로 연주한다.
'레개' 드러머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1) '스카'와 '락스테디' 장르를 연주할 때는 개방적이고 낭랑한 톤으로 연주하라.
(2) 베이스 드럼의 소리가 깊고 간결한 '퍽' 소리가 나도록 그 어떤 재료를 동원해서라도 튜닝을 하라.
(3) 템포를 일정하게 하기 위한 하이햇 심벌 연주와 액센트 음이 빨리 사라지는 크래시 심벌(crash cymbal)에 초점을 맞추고, 라이드 심벌(ride cymbal)은 없이 연주하라.(주34)
주34: Dawson, M. (2012, 08). Jamaican drum sounds. Modern Drummer, 36, 70.
5.3. 베이스
'레개'에서는 베이스 기타(bass guitar)가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자메이카 음악에서 리딤(riddim: 리듬)이라 부르는 형식에서도 드럼과 베이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리딤'은 반주의 패턴으로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이를 이용해 곡을 붙이거나 레코딩을 한다. 문자 그대로 수백 명의 레개 싱어들이 동일한 리듬을 이용해 각기 다른 곡들을 녹음해서 발표한다는 것이다. 베이스의 중심적 역할은 특히 '덥 뮤직'(dub music)에서 들어볼 수 있다. 이 장르는 심지어 보컬 및 여타 악기들을 주변부적 역할로 약화시키는 가운데, 드럼과 베이스에 더욱 큰 역할을 부여한다.
'레개'의 베이스 사운드는 두텁고 무거우며, 고주파 영역을 제거하고 저주파 영역을 강조하도록 이퀄라이제이션(equalization)한다. 단순한 코드 진행이 사용되는 경우, 베이스 라인은 종종 2마디 혹은 4마디 단위의 리프(riff)를 반복하기도 한다. 가장 단순한 사례는 아마도 '블랙 우후루'의 히트곡 <샤인 아이 갤>(Shine Eye Gal)에서 라비 셰익스피어가 연주한 베이스 라인일 것이다. 존 홀트(John Holt: 1947~2014)가 재편곡해서 발표한 <스트레인저 인 러브>(Stranger In Love)처럼 보다 복잡한 화성적 구조를 지닌 경우, 앞에서 언급한 보다 단순한 패턴이 코드 진행에 따라 변화한다. 그 경우 해당 패턴을 직접적으로 반복하거나, 혹은 진행되는 코드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프레이즈 내의 음표들을 약간 변화시키기도 한다.
5.4. 기 타
* 이 부분의 보다 상세한 내용은 '스캥크 기타 리듬' 항목을 참조하라.
'레개'에서 기타(guitar)는 항상 해당 리듬의 옵비트(약박)에 연주한다. 따라서 만일 4분의 4박자(4/4)를 "원 앤 투 앤 쓰리 앤 포 앤"(1 + 2 + 3 + 4 +)의 형태로 카운팅할 경우, 기타는 비트의 "앤"(and) 부분에서 다운스트로크(downstroke: 하향 피킹)로 연주하게 될 것이다.(주35) '스캥크' 혹은 '뱅'(bang)이라 불리는 기타 주법은 매우 쳐지면서도 짧고 긁히는듯한 느낌의 초프(chop) 사운드를 지니고 있어서, 거의 타악기 같은 느낌을 준다. 기타가 옵비트 부분을 연주하면서 8비트 정박에서도 업스트로크(up-stroke: 상향 피킹)로 연주하는 경우엔 거의 더블 초프가 사용되기도 한다([역주] '초프'는 기본적으로 코드를 뮤트시켜 리듬을 연주하는 형식임). 가령 '밥 말리 앤 웨일러스'의 <스티어 잇 업>(Stir It Up) 전주 부분이 그에 해당한다.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 데릭 해리엇(Derrick Harriott: 1939~ )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때 있었던 일은 음악적인 것이 너무도 유행하긴 했지만, 특정한 종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그랬다는 것이다. 그것은 항상 다운타운에서의 일이었고, 단순히 음악을 듣는다는 것 그 이상이었다. 장비도 너무 강력해서, 우리가 느끼기엔 분위기가 너무 강력했다."(주36)
주35: "www.reggaeguitarlessons.com". 2012-07-18.
주36: Bradley, Lloyd. This Is Reggae Music:The Story Of Jamaica's Music. New York:Grove Press, 2001.
(동영상)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의 <스티어 잇 업>(Stir It Up).
5.5. 키보드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사이에, 기타의 '스캥크' 부분을 2중으로 강화시키기 위해 피아노가 자주 사용됐다. 그것은 코드를 스타카토 스타일로 연주하여 음을 더욱 두툼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피아노는 때때로 추가적인 비트와 리프를 연주하기도 했다. 신디사이저(synthesizer)는 1970년대부터 사용됐지만, 부수적인 멜로디나 주선율에 대한 대선율(counter-melody)을 연주하는 정도의 보조적 역할만 담당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는 신디사이저가 피아노 파트를 광범위하게 대체했다. 보다 대편성의 밴드들은 관악 파트나 멜로디 라인을 대체하거나 보강할 목적으로 추가적인 키보드 주자들을 두기도 했고, 메인 키보디스트 역시 2대 이상의 키보드들을 사용하여 키보드 파트의 비중을 높여나갔다.
'레개'에서 오르간의 셔플 연주는 독특한 것이다. 오리지널한 '레개'에서는 드러머가 4마디의 도입부에 사용될 레개 그루브를 연주하여 피아노로 하여금 마치 타악기처럼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주37) 전형적인 경우라면, 울렁거리는듯한 느낌의 코드 플레이를 하는 하몬드 오르간(Hammond organ) 스타일의 사운드가 코드 플레이에 사용됐다. 이것을 '버블'(bubble)이라 불렀다. '버블'은 가장 어려운 레개 키보드 리듬일지도 모른다. 오르간의 '버블' 연주는 2가지 기본적인 패턴으로 분류된다. 첫째, 8비트 패턴은 "묵음(스페이스)-왼손-오른손-왼손-묵음(스페이스)-왼손-오른손-왼손"(space-left-right-left-space-left-right-left)의 패턴으로 연주하는데, 만일 더블 타임(double time: [역주] 코드 진행 템포는 그대로인데 리듬만 2배속으로 변함)으로 카운팅한다면, 다운비트(첫번째 박자) 부분은 스페이스로서 연주를 하지 않고, 이후 "이 앤 아"(ee-and-a) 혹은 "앤 투 앤"(and-2-and)의 느낌으로 더블 타임 주기의 연주를 한다. 두번째 기본적 패턴은 왼손은 기타 부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더블 초프를 연주하면서, 오른손은 비트 투(beat 2: 두번째 박자)에서 보다 긴 음을 내거나(단 더블 타임일 경우 비트 쓰리[beat 3]의 위치), 더블 초프들의 중간에 싱코페이션이 걸린 패턴으로 연주한다. 이 두 가지 패턴들은 연장될 수도 있고, 때로는 즉흥성이 가미된 꾸밈음이 사용되기도 한다.
주37: Simon, A. (2006, Summer). Jazz piano stylings: A contemporary approach. Piano Today, 26, 38.
5.6. 관악기 파트
'레개'에서는 관악 파트도 자주 사용되는데, 전주나 대선율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레개'의 전형적인 관악 파트에는 섹소폰(saxophone), 트럼펫(trumpet) 혹은 트롬본(trombone)이 포함된다. 보다 최근에는 신디사이저나 녹음된 샘플들이 관악 파트를 대체하는 경우도 때때로 존재한다. 관악 파트는 종종 제1 관악기를 중심으로 편곡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한 멜로디(선율)나 대선율을 연주한다. 제2 관악기는 제1 관악기가 연주하는 프레이즈를 동음(unison)으로 연주하거나, 한 옥타브(octave) 위로 연주한다. 제3 관악기는 제1 관악기보다 한 옥타브 혹은 5도 높은 음으로 연주한다. 일반적으로 관악기는 매우 부드러운 느낌으로 연주하는데, 그 결과 소프트한 사운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보다 빠른 템포나 공격적인 사운드에서는 때때로 때리듯 강렬한 프레이즈를 연주하기도 한다.
(동영상) '디 애비시니안즈'(The Abyssinians)의 <사타 마사가나>(Satta Massagana).
5.7. 보 컬
5.7.1. 개 요
'레개'에서 보컬은 악기나 리듬에 비해 장르적 특성을 규정짓는 데 영향력이 덜하다. 따라서 거의 모든 노래들이 '레개' 스타일로 연주될 수도 있다. 하지만 '레개' 가사에는 자메이카 크리올 방언(Jamaican Patois), 자메이카식 영어(Jamaican English), 그리고 [라스타파리 종교(Rastafarian religion: 라스타파라이) 신자들이 사용하는 개량형 영어 어휘들인] 이야릭어(Iyaric) 낱말들이 사용되는 일이 흔하다. 보컬 하모니(중창)도 자주 사용되는데, 그 형식은 주 멜로디에 사용되는 방식(예: '마이티 다이아몬즈' 같은 보컬 그룹), 혹은 주 보컬 라인에 대응되는 대선율(카운터 멜로디)에 사용되는 방식이 있다(예: '아이 쓰리스'[I-Threes] 같은 백보컬리스트들을 동원). '디 애비시니안즈'(The Abyssinians)나 영국 레개 밴드 '스틸 펄스'(Steel Pulse)같은 그룹들처럼 보다 복잡한 보컬 편곡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레개' 창법의 독특한 측면 중 하나는 많은 가수들이 비브라토(vibrato)보다는 트레몰로(tremolo)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비브라토'는 피치 진동(pitch oscillation), 즉 음의 높낮이 사이의 진동인 데 반해, '트레몰로'는 볼륨 진동(volume oscillation), 즉 음량의 대소 사이의 진동이다. 이 테크닉의 대표자로는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 1951년생)와 보컬 그룹 '이스라엘 바이브레이션'(Israel Vibration)이 있다. 토스팅(toasting) 보컬 역시 '레개'의 특징 중 하나이다. '토스팅'은 독특한 리듬을 타고 들어가는 보컬 스타일로서, DJ들이 노래들 위해 말하듯이 즉흥적으로 도입하는 형식을 갖고 있고, 일반적으로 랩(rap)의 선구적 형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토스팅'과 '랩'의 주요한 차이점은 '토스팅'이 일반적으로 멜로딕한 데 반해, '랩'은 멜로딕한 요소가 없어서 더욱 말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동영상) 호레이스 앤디의 <스카이락킹>(Skylarking)(1972년).
5.7.2. 가사의 내용
'레개'의 많은 곡들이 사랑이나 사교에 관해 보다 가볍고 사적인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레개'는 가사에 사회 비판의 내용을 담는 전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레개' 초창기의 많은 밴드들은 미국의 '모타운'(Motown)이나 '아틀란틱 레코드사'(Atlantic Records)에서 발매한 '소울'과 '펑크'(funk) 곡들을 커버했다. 일부 '레개' 곡들은 청중들에게 정치적 의식을 고취시키려 시도했다. 가령 자본주의를 비판한다든지, 청중들에게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역주]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시행했던 인종차별 정책) 같은 논쟁적 주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많은 '레개' 곡들은 대마초(cannabis)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대마초는 '라스타파리 종교 운동'에서 중요한 제의적 공양물로 여겨지며 '허브'(herb), '간자'(ganja), '신세밀랴'(sinsemilla) 등의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레개' 장르에는 자신들의 음악에 '라스타파리 종교'의 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여기에는 특정한 종교적 주제들이나 단순히 '하느님'(God), 즉 '라스타파리 종교'에서 자(Jah: [역주] 하일레 셀라시에 1세를 가리킴)라고 부르는 존재를 찬양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레개' 음악이 자주 다루는 그 밖의 사회-정치적 주제들로는 흑인 민족주의(black nationalism: BN), 인종차별 반대(anti-racism), 반-식민주의(anti-colonialism),(주38) 자본주의 반대(anti-capitalism), 정치체제 및 "바빌론"(Babylon: 배빌론) 비판 등이 있다.
최근 몇년 간, 자메이카 출신 (및 비-자메이카 출신) 레개 뮤지션들이 보다 긍정적인 주제의 가사들을 보여주고 있다. 레개 음악은 자메이카의 보물 같은 문화적 수출품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섬나라 자메이카가 희망, 신앙, 사랑 같은 주제들에 초점을 맟주면서 더욱 진보하기를 강력히 열망하는 것이다. 자메이카의 초등학생들에겐 밥 말리가 작곡한 <기브 어 리틀 러브>(Give a Little Love), <원 러브>(One Love), <쓰리 리틀 버즈>(Three Little Birds) 같은 곡들을 부르도록 하여, 낙관주의와 활기찬 가사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주39)
주38: "The 1970's Reggae Revolution: resistance against Western Imperialism by Jeremie Kroubo-Dagnini". Manioc.org. 2010-01-21.
주39: Mills, Susan W. "Reggae For Standards-Based Music Learning." General Music Today 17.1 (2003): 11-17. Music Index. Web. 2016-2-15.
(동영상) 밥 말리는 자신의 정실 부인이자 '더 웨일러스'의 여성 백코러스 '아이 쓰리스'의 리더였던 리타 말리를 포함하여, 총 7명의 여성들 사이에서 11명(8남4녀)의 자녀를 두었다. 아들들 중 5명은 그의 뒤를 이어 레개 및 자메이카 음악에 기반을 둔 뮤지션이 됐다. 남매들 중 4째이고, 아들로는 차남인 스테펜 말리(Stephen Marley: 1972년생)는 특히 걸쭉한 창법을 갖고 있다. 2014년 발표곡 <락 스톤>(Rock Stone).
5.7.3. '댄스홀' 및 '라가' 가사에 대한 비판
'레개'의 위상을 강화시킨 광범위한 문화적 노출은 주로 기업적 상업화를 통한 것이었지만, 그 댓가는 이 음악이 지닌 가사 및 연주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영향이 미쳤다. 이 과정은 백인 주류 아티스트들이 구현했던 보다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요소들을 강화시키거나 자발적으로 동화되는 과정을 포함했다. 또한 이념적, 음악적 의미들과 창의적 가치도 전반적으로 분산됐다. 주류적인 유럽 및 미국의 청중들은 레개적 경향을 지닌 음악을 수용함에 있어서, 그것이 지닌 명쾌한 정치적 내용이나 보다 심층적인 음악적 내용을 수용하기보다는, 미학적 쾌감을 주는 표면적 요소를 기반으로 수용하는 성향을 지속적으로 보여줬고, 그것은 '레개' 팬들에게 진정성 문제를 불러일으켰다.(주40)
[특히 '레개'의 영향으로 새롭게 탄생한 장르들인] '댄스홀'(dancehall) 및 '라가'(ragga) 장르의 일부 아티스트들은 동성애 혐오증(homophobia: 호모포비아) 때문에 비판받았고,(주41) 그러한 동성애 혐오증 사례에는 폭력적인 위협 행위들까지 포함됐다.(주42) 부주 밴턴(Buju Banton: 1973년생)의 1992년 발표곡 <붐 바이 바이>(Boom Bye-Bye)는 게이들이 "죽어야만 한다"(haffi dead: [역주] 자메이카 방언 'haffi'는 표준 영어의 'have to'와 같다)는 가사를 갖고 있다([역주] 부주 밴턴은 2004년 자메이카에서 동료들과 함께 동성애자들을 집단폭행한 혐의로 입건됐지만, 담당 판사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미국의 게이 운동단체는 2009년부터 그의 미국 공연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2009년 미국에서 마약사용 시도 및 불법 무기 소지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그 밖에 동성애 혐오론자로 비난받은 '댄스홀' 장르의 주요 아티스트들에는 엘레펀트 맨(Elephant Man: 1975년생), 바운티 킬러(Bounty Killer: 1972년생), 비니 맨(Beenie Man: 1973년생) 등이 포함된다. 반-동성애 가사를 둘러싼 논란은 비니 맨과 시즐라(Sizzla: 1976년생)의 영국 순회공연을 취소토록 만들었고, 캐나다 토론토 역시 엘레펀트 맨과 시즐라가 유사한 검열 압력을 따르기를 거부하자 그들의 공연들을 취소시켰다([역주] 많은 '레개' 뮤지션들이 신봉하고 있는 '라스타파리 종교'는 기본적으로 여타 기독교 계열 종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특히 '보보 아샨티' 종단이 더욱 엄격하다. 이에 관해서는 '여기'를 참조하라).(주43)(주44)
하지만, 동성애자 권리 옹호 단체들이 연합으로 펼친 "스탑 머더 뮤직"(Stop Murder Music) 캠페인이 진행되자, 2005년 '댄스홀' 음악산업계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노래들의 발매를 중단한다는 데 동의했다.(주45)(주46) 2007년 비니 맨, 시즐라, 캐플레톤(Capleton: 1967년생)은 '댄스홀' 음악계의 정상급 프로모터들과 "스탑 머더 뮤직" 활동가들의 중재 하에 <레개 연민 각서>(Reggae Compassionate Act)에 서명했다. 이들은 동성애 혐오 포기를 선언하고, "어떠한 공동체 출신의 그 어떠한 사람에 대해서도 증오나 폭력을 선동하는 노래들을 만들거나 공연하기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동성애 혐오증 반대 캠페인이 비판 대상으로 삼았던 아티스트들 가운데 5명은 이 각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을 하지 않은 이들은 엘레펀트 맨, 티오케이(T.O.K.), 바운티 킬러, 비브즈 카르텔(Vybz Kartel: 1976년생)이다.(주47) 부주 밴턴과 비니 맨 두 사람은 <레개 연민 각서>에 서명하면서 동성애 혐오를 토기한다고 공개적 선언을 함으로써,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긍정적 보도를 탔다. 하지만 이 두 아티스트들은 이후 동성애 혐오 반대 운동의 참여를 거부했고, 그런 각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주48)
주40: Alleyne, M. (2000). White reggae: Cultural dilution in the record industry. Popular Music and Society, 24(1), pp.15~30.
주41: "Reggae Stars Renounce Homophobia, Condemn Anti-gay Violence". Towleroad.com.
주42: "The Most Homophobic Place on Earth?". Time. 2006-04-12.
주43: "Toronto - Reggae's Elephant Man nixed from Toronto concert". Archived 2011-9-21, at the Wayback Machine.
주44: "Sizzla Refuses To ‘Bow’ – Toronto Show Cancelled". Dancehall.mobi.
주45: Flick, Larry, "Gay vs. reggae: the reggae music industry makes changes in response to gay activists' protesting violently homophobic lyrics. The artists have no comment". The Advocate, 2005-4-12.
주46: "Sizzl - Reggae Industry to Ban Homophobia". Contactmusic.com. 2005-02-08.
주47: "Reggae stars renounce homophobia - Beenie Man, Sizzla and Capleton sign deal". Jamaicans.com.
주48: "Peter Tatchell stands by Beenie Man and Banton signatures". PinkNews.co.uk. 2007-07-26.
* 시리즈물 바로가기
- "[개론] '레개' : 자메이카 음악의 대명사 (1) - 개요 및 역사"
- "[개론] '레개' : 자메이카 음악의 대명사 (2) - 음악적 특징"
- "[개론] '레개' : 자메이카 음악의 대명사 (3) - 해외 상황 (남미, 북미, 영국)"
- "[개론] '레게' : 자메이카 음악의 대명사 (4) - 해외 상황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 "[부록] 한국 레게 25주년: Get Up, Stand Up"
* 상위화면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