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관계이다."
옥천신문 기자로 일하다 월간 옥이네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금까지 꾸준히 잡지를 펴내고 있는 과정을 들었다. 편집장님께서는 대학생 시절 옥천신문 입사를 결심한 이유는 대단한 사명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은연중에 큰 도시와 농촌을 상하관계로 설정하는 세태에 대한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반감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인데, 자신이 나고 자란 작은 도시보다 이웃한 큰 도시를 더 좋은 곳으로 여기는 문화에 어느새 자기 자신도 젖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러한 생각에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바로 이 반감이 계기가 되어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던 학생이 옥천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옥천신문은 지역주민의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부터 자치단체를 비판하거나 감시하는 기사까지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20면에 담아내서 펴내는 지역 주간 신문사이다. 월간 옥이네는 옥천신문과 완전히 구분되어 있지만, 옥천군의 사람, 문화, 역사에 집중한다는 점은 다를 바가 없다. 지면에 펴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월간 잡지는 아무래도 주간 신문에 비해 집중하는 주제에 따라 지면의 제약이 덜하고, 같은 기사이더라도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 길고 풍부하게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보다 안정적으로 잡지를 펴내기 위해 구독자가 더 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잡지 발행 외에도 지역 문화 사업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일들이 자리를 잡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2017년 7월 창간 후 지금까지 매월 끊이지 않고 잡지를 펴내고 있지만,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구 5만의 작은 농촌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잡지가 매월 다양한 이야기를 알차게 담아 꾸준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편집장님께서는 “결국엔 사람, 관계”라고 콕 짚어서 말했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잡지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줄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글쓰기의 소재를 생각할 때, 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담고자 할 때, 내가 글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했던가? 과연 내가 썼던 글에 관계와 사람이 보이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글쓰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에 많은 글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쓴 글을 보면 사무적인 글이 대부분인 것 같다. 특히나 인터넷서점 직원으로 일하면서 종종 쓰게 되는 책 소개 글을“일”로 여기면서 썼다는 생각이다. 사람과 관계가 보이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옥이네 편집장님께서는 지역 주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취재거리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했다. 이야기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씨앗을 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정성껏 가꾸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자란 과실로 곁에 다가온다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생명과 어우러져 사는 것이 살아있는 글쓰기의 핵심 비결이라는 점을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