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하면 과학고보다 먼저 떠오르는 외국어고등학교는 전국에 30곳이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이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2만5782명. 전국 고교생 198만여명의 1.3%에 지나지 않는 외고생들은 매년 대학 입시에서 이름값을 한다. 원래 잘나가던 학생을 끌어모았으니 입시 성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런 인재를 3년간 관리해내는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은 그럴 듯하다.
그러면 외고라고 모든 조건이 같을까. 본보는 30일 이들 학교의 교육 여건과 성과를 살펴보기 위해 각종 현황을 비교·분석하고 순위를 매겼다. 통계는 학교알리미 사이트(www.schoolinfo.go.kr)와 각 학교 및 관할 시·도교육청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산출했다.
경기외고생 1명 교육에 연간 1311만원
각 학교의 예·결산서 세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명을 가르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 외고는 경기 의왕 고천동의 경기외고(옛 명지외고)였다. 경기권 외고지만 한때 강남 지역에서도 인기가 있던 것으로 알려진 이 학교는 2008학년도 재학생 1038명에게 평균 1311만5000원씩 썼다. 김포외고(1235만8000원) 한국외대부속외고(1155만9000원) 명덕외고(1132만3000원)도 1000만원을 넘겼다.
1인당 교육비를 가장 적게 쓴 외고는 대전외고(219만4000원)였다. 그보다 64만9000원을 더 쓴 청주외고(284만3000원)가 그 뒤를 이었고, 제주외고(329만원) 대구외고(437만3000원) 순으로 낮았다. 전국 외고 평균은 709만2000원이었다. 다만 예·결산서를 작성할 때 국·공립학교는 정규 교직원의 봉급을 빼지만 사립학교는 포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립학교의 1인당 교육비가 많을 수 있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명이다.
같은 시기 장학금 총액을 당시 재학생 수로 나눈 학생 1인당 장학금은 여학교인 부산국제외고가 58만7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국 외고 평균(19만4000원)의 3배 수준이다. 여기엔 수업료와 입학금 등 학비에 대한 감면액이 포함돼 있다.
이어 부일외고(58만4000원) 중산외고(43만6000원) 제주외고(32만1000) 충남외고(31만7000원) 순으로 많았다. 학생 1명에 3만1000원 꼴로 돌아간 동두천외고를 비롯해 9곳은 10만원에 못 미쳤다. 외고의 등록금은 통상 일반계 고교의 3배 수준이다. 장학 혜택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학부모의 학비 부담이 늘거나 줄어든다.
전국 외고 중 장학 혜택이 가장 많은 학생에게 돌아간 학교는 충주 호암동의 중산외고였다. 장학금 수혜자 수를 당시 재학생 수로 나눈 수혜율이 167.2%였다. 중복 수혜자가 많다는 뜻이다. 제주외고도 136.6%로 재학생 수보다 많은 장학 혜택을 학생들에게 줬다. 한국외대부속외고(6.3%) 동두천외고(8.2%) 안양외고(9.5%) 대전외고(9.6%)는 10%를 밑돌았다. 학생 10명 중 1명도 제대로 장학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1인당 장학금이 최고 수준인 부산국제외고와 부일외고는 수혜율이 각각 65.5%, 63%로 비교적 낮았다. 이 경우 장학 혜택은 집중돼 한 학생이 받는 액수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실제 수혜자 1인당 평균 장학금은 부산국제외고가 89만5000원, 부일외고가 93만2000원 정도로 전국 평균(59만1000원)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전북외고 교사 1인당 8.7명 가르쳐
교사 1명이 맡아 가르치는 학생 수는 군산 소룡동의 전북외고가 가장 적었다. 8.7명이다. 이 학교는 원어민 강사 1인당 학생 수(37.8명)와 학급당 학생 수(18.9명)도 전국에서 가장 적다. 전국 외고 평균의 30∼50% 수준이다. 교사 입장에서 맡는 학생이 적으면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가르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고 의사소통은 원활해진다.
반면 경기·고양·안양·부산외고는 각각 40명 넘는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고양외고는 한 사람의 수업 교사가 맡아야 할 학생이 30명에 육박했다. 전국 외고 가운데 교사의 어깨가 가장 무거운 학교인 셈이다. 원어민 강사의 어깨는 중산외고(274.3명)에서 가장 무거웠다.
전국 외고의 정규직 교원 비율은 평균 79%였다. 정규직 교사로만 교무실을 채운 외고는 제주외고밖에 없었다. 청주외고(98%) 경북외고(93.3%) 대구외고(92.3%)는 90%대였다. 정규직 교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최하위권인 부산국제외고와 부일외고에선 교사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노동조합 등 교원노조에 조합비를 내는 외고 교사 171명 중 가장 많은 23명은 나주 용산동의 전남외고 교사였다. 이 학교 선생님 절반(52.3%)은 교원노조 조합원이다. 교원이 88명으로 가장 많은 고양외고나 87명인 과천외고에는 오히려 조합원이 없었다. 이들 학교를 포함해 조합원이 전혀 없는 외고는 13곳이었다. 사립 학교의 조합원 비율은 17.7%로 전국 외고 평균(10.5%)에 비해 크게 낮았다.
지난해 학업 중단율은 전북외고(3.2%) 수원외고(3.0%) 부일·충남외고(2.7%) 순으로 높았다. 학업 중단자는 집안 사정이나 질병, 부적응 등으로 제적되거나 중퇴·자퇴·휴학한 학생들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외고를 그만둔 학생은 전체 재학생의 1.6%인 255명으로, 학교마다 평균 8.5명이 학교를 떠났다.
해외대 진학률 1위는 한영외고
교육과정의 무게중심이 외국어 교육에 있는 외고는 그 특성상 국외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하다. 올해는 지난 2월 전국에서 졸업한 외고생 8161명 중 7.3%인 599명이 외국에 있는 4년제 대학교로 진학했다. 대원외고가 111명으로 가장 많이 내보냈지만 졸업생 수 대비 진학률은 한영외고가 34.5%로 가장 높았다. 한영외고 졸업생 3명 중 최소 1명은 외국으로 나간 것이다.
졸업생의 26.5%인 89명을 국외 대학교에 보낸 한국외대부속외고는 2위를 했다. 대원외고는 25.1%로 3위에 그쳤다. 첫 졸업생을 내기까지 아직 2년이 남은 충남외고를 빼면 단 1명도 외국으로 나가지 않은 학교는 청주외고가 유일했다. 이 학교에선 대신 43명이 국내 전문대로 진학했다. 전문대를 선택한 외고생 99명의 43.4%다. 졸업생 대비 진학률(18.7%)로도 전국 최고다.
청주외고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학교는 청주 지역에서 인문계 고교에 가기 힘든 아이들이 실업계 고교 대신 선택하는 학교로, 여타 외고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중학교 내신이 상위 30% 안에 들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상위 1% 학생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다른 지역 외고에 비해 이러한 선발 기준은 아직 느슨한 편이다.
국내 4년제 대학교 진학률은 중산외고(92.2%)가 최고였다. 이화여자외고와 대원외고를 포함한 서울권 외고의 진학률은 오히려 낮았다. 국외 대학교로 가는 학생이 적지 않은데다 목표치가 높은 만큼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은 탓이다.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졸업생 수 대비 서울대 합격률은 대원외고가 14%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한국외대부속외고가 13.1%로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