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읽는어머니모임이 읽을 좋은 동시 -- 2010년 11월
닮은 꼴 ∥ 김경내
우리 아가 걸음마
뒤뚱뒤뚱 갈지자
우리 엄마 아가 따라
조마조마 갈지자
내가 내가 처음 타는 자전거
구불구불 갈지자
우리 아빠 내 자전거 붙잡고
요리조리 갈지자
우리 가족 하나같이
모두모두 갈지자
<한국동시문학회, 『동시야 놀자! 그림아 놀자!』, 대교출판, 2009>
나무뽑기 ∥ 박방희
집에 그늘 지우는 나무
더 크기 전에 뽑아내려고
한나절 내내 낑낑대다가
되레 내가 뽑혔다
윗동은 톱으로 잘라 냈지만
그루터기는 간단하지 않았다
보이는 위만 나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나무도 나무였다
아버지가 나서고
하루해가 붉게 뽑힐 무렵
땅 밑 나무가 끌려 나왔다
생니 뽑기만큼이나 힘든 생나무 뽑기
<박방희 동시집 『머릿속에 사는 생쥐』, 문학동네, 2010>
아침 이슬 ∥ 박지현
풀잎은
꼬박 밤새워
무슨 큰일을 했기에
“아유” 저 이마에
땀방울 좀 봐
송골송골 맺혔네.
<박지현 동시집 『아이들이 떠난 교실 안 풍경』, 해성, 2010>
사춘기가 왔대요 ∥ 배정순
‘똑똑똑’
언니 방의 문이 잠겼어요
사춘기랑 있나 봐요
‘똑똑똑’
언니 맘 속도 잠겨 있어요
사춘기가 잠갔나 봐요
‘똑똑똑’
언니가 나랑은 안 놀고
친구들하고만 놀아요
사춘기가 시켰나 봐요
‘똑똑똑’
언니 속의 사춘기님
언제 가실 거예요?
<배정순 동시집 『들어가도 되겠니?』, 문학과문화, 2010>
친구 ∥ 이복자
호, 불어주고
살살, 흙 털어 주고
어깨 빌려 주고
절룩절룩 같이 걷고
자기가 더 눈물 흘리며
피 난다고 말해 주고
자기가 아픈 것처럼
눈감고 아파하는
친구가 있어
나는 꾹꾹 참았다.
<한국동시문학회, 『동시야 놀자! 그림아 놀자!』, 대교출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