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은 여우
"어흥! 어흥! 어어흥~!"
평화로운 숲속 마을에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마구 소리를 질렀어요.
숲속 마을 동물들은 그 호랑이를 무척 무서워했어요.
"아이고 무서워!"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던 여우가 호랑이에게 걸려들었어요.
"어흥! 이 놈, 여우야!"
"아이고, 큰일났다! 이를 어째!"
"어흥! 어흥!" "어떻게 해야 살아나지? 큰일이야."
여우는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침착하게 생각해 보았어요. “옳지!”
여우는 갑자기 배를 크게 내밀며 호랑이를 손가락으로 불렀어요. "이보게, 호랑이야!"
호랑이는 여우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허, 이 여우 좀 보게!" 여우는 또 큰소리를 쳤어요.
"이 보잘 것 없는 호랑이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하늘의 명을 받고 이 땅에 내려온 동물의 왕이란 말이다! 그러니 내 앞에서 썩 물러가거라!"
호랑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참 이상하단 말야. 저 삐쩍 마른 여우 놈이, 허!"
"이 놈, 호랑이야! 믿을 수 없는 모양인데, 그럼 어서 내 뒤를 따라와 봐.
다른 동물들이 나를 보고 벌벌 떨다가 도망치는 꼴을 보란 말이야!"
호랑이는 여우의 뒤를 조심조심 따라갔어요.
과연 여우가 동물의 왕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요. 앞서 가던 여우가 또 큰소리를 쳤어요.
"봐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마주친 들개가 날 살려라 도망을 쳤어요.
"아니, 들개가 여우 놈을 보고 도망을 치네?"
"봐라!" 여우의 큰소리를 듣고는 사슴도 도망을 쳤어요.
곰과 늑대도 도망을 쳤어요. 호랑이는 얼른 여우 앞에 엎드렸어요.
"오, 과연 여우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물의 왕입니다."
"어떠냐?"
"여우님은 정말 위대한 숲속의 왕입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지금껏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친 동물들은 사실 여우를 보고 도망친 것이 아니지요.
여우 뒤에 있던 호랑이를 보고 도망친 것이었지요. “나는 동물의 왕이다!"
머리 참 좋은 여우가 어리석은 호랑이에게 또 큰소리를 쳤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