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나뿐인데, 왜 맨날 유리잔을 닦고 있는 거지?
노하우 같은 거죠. 바텐더가 그냥 서 있으면 손님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에게도 노하우를 알려줘 봐. 나는 이 우주에서 길을 잃었어.
당신은 지금 원하는 곳에 있지 않은 것 같고, 다른 곳에 있어야 할 기분이 드는 거죠?
그래, 맞아.
당신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만으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똑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할 것 같네요.
제 말은 당신이 원하는 곳에만 너무 매달리면 지금 있는 곳을 누릴 수 없다는 거예요.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인생을 즐기세요. (Live a little.)
영화 <패신저스> 中
부담 없는 관계의 중요성
우리는 흔히 가족, 절친, 연인 같은 깊은 관계가 행복의 중추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탠포드의 사회학자 Mark Granovetter는
1973년 「The Strength of Weak Ties」라는 그의 저명한 논문에서,
가끔 만나는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weak ties)이 우리의 삶에서 놀라운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파트 이웃이나 카페 사장님, 옆 부서 직원 등과의 사소한 상호작용들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듦으로써
우리의 정신건강에 긍정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거예요.
비유하자면, 박리다매형 관계성인 거죠.
큰 거 한 방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소소한 상호작용들이 모이고 모여
나라는 사람의 "사회적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다랄까?
이 느슨한 관계의 핵심은
에너지를 별로 들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건강한 상호작용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간단한 인사, 짧은 안부, 사소한 근황 토크 등
밝은 표정과 함께 몇마디 말들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주변에 잘 동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게 돼요.
이러한 과정은
내가 집단에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인 소속감(belongingness)을 증진시킴으로써
우리의 정서적 안정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되죠.
인생이 아이러니한 게,
우리는 깊은 관계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지만,
내가 들인 에너지만큼의 효용을 매번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 깊은 관계에 균열이라도 나게 되면,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되죠.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깊은 관계에서 상처를 입으면, 보통 느슨한 관계에서 그 상처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겁니다.
부부관계가 안 좋을 때,
절친과 다투었을 때,
자녀와 사이가 틀어졌을 때,
오히려 서로에게 너무 깊이 매몰된 관계이기 때문에,
균열이 나면 쉽게 회복되지가 않고 상처가 매우 깊게 남게 돼요.
깊은 관계에서 얻은 상처가 자체적으로 해결이 안되니,
느슨한 관계들에서 얻을 수 있는 리프레쉬로 한결 숨을 돌리고 재정비를 하는 방식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삶의 모습입니다.
인생 경영의 핵심은 언제나 에너지 관리입니다.
커리어도 신경써야 하고, 내 삶의 개인적인 웰빙도 챙겨야 하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진심을 쏟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면,
에너지 낭비로 인해 번아웃이 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커리어, 개인적 웰빙, 관계적 웰빙에 골고루 에너지를 분산할 수 있으려면,
관계를 깊은 관계와 느슨한 관계로 나누고,
깊은 관계는 소수정예로 꾸리되,
부담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느슨한 관계는 조금 오바해서 유지시켜 나가도 괜찮습니다.
사실 "가족"이라는 존재로 인해,
대다수 엄마아빠들은 이미 깊은 관계의 할당량이 채워져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부모님, 배우자, 자식만 해도 감당하기 벅찬데,
여기에 절친 한두명만 추가해도 깊은 관계의 T.O.는 꽉 차는 셈이죠.
따라서, 에너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도,
인간관계에 매번 나의 진심과 진정성을 담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관계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시절 인연)이라 생각하는 편이 현실적일 겁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배워야 되는군요.
스몰 토크를 통해 공동체적인 감각과 안정된 정서를 획득! 예전에 바텐더와 수다 떠는 걸 좋아한 이유가 이거였군요. 바텐더가 예뻐서가 아니었어요!
제가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인데
몸이 성능이 되니까 예전엔 웬만하면 다 몸으로 때우고 처리하며 살았습니다.
되면 힘으로, 안 되도 힘과 시간으로
어려서는 그게 그렇게 플렸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건 아픈 몸 같아요. ㅜㅜ
어려서 이 글을 접하고 결국 에너지의 한계와 분배라는 걸 고려하며 살았다면
이미 늦었지만 너무 아쉬운 부분입니다.
항상 재미있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