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생가방문
(김대중 전 대통령 )
정치는 약속이다.
백만 명과의 약속이다.
백만 명과 함께 잘살기 약속이다.
그 뜻만큼이나 목포 앞바다에서 바라보는 유달산에 대한 감회가 크다.
육지로 옮기기 위해 모은 흙이 그만 바위로 화(化)하였다.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인가.
흙으로 파도치는 억겁의 물결이었던가.
노령산맥의 맨 마지막봉오리 유달산(儒達山:229m)
빛이 다도회의 소금을 맞이하기 위해 빚어놓은 산이다.
불끈 쥔 두 주먹을 닮았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유달산전경은 삼천리와 통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결이 아침 해와 함께 시민종각(市民鐘閣)에서 빛나고 있다.
다도해의 옷자락이 이곳 유달산에서 이제 노벨평화상의 깃발이 되어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인류애(人類愛)의 상징인 노벨의 어깨도 이곳 신안 앞바다에 와서는 다소 가벼워 졌으리라.
-목포시-
우리나라 서남단 다도해의 중심축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이전에는 마한- 그 후는 무안현- 1897년에 목포항으로 개항하였으며 1949.8.15.에 목포시가 되었다.
‘글로리아’란 뜻은 사전에 찾아보니 ‘신(神)의 영광을 찬미한 노래’라고 적혀있다.
여기에(글로리아호:쾌속정) 몸을 싣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탐방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바닷물이 슬며시 피부에 붙는 느낌이다.
목포항 제2여객터미날에서 쾌속정으로 50분 걸린다.
시간표를 보니 하루에 3항차 운항한다.
첫 항차는 오전 7시경 오후 2시30분이 마지막항차이니 먼 거리에서 당일로는 탐방이 어렵다.
-신안군 하의도(荷衣島)-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연꽃이 떠 있는 모양이라서 ‘하의도’라고 전한다.
목포항에서 57.9km 거리다.
(** 전남 신안군은 한반도 서남단 다도해에 자리 잡고 있는 829개의 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된 행정구역이다 **)
100명 정도가 탑승이 가능한 쾌속정이다.
승용차를 함께 가지고 가려면 다른 배편을 이용해야 된다.
일요일인데도 외래방문객 숫자는 적은 것 같고 동승한 30여명이 대부분 ‘하의도’ 섬마을사람인 듯하다.
배안의 몇몇 사람들이 왠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과 닮은 모습에 놀랐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후끈한 대지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해양성기후 특유의 습도 때문이었을까?
흡사 선교사의 행렬에 끼여 어떤 낯선 땅에 처음 닿는 기분이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순식간에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다.
풍차라도 몇 개 돌아가야 어울릴 것 같은 풍광이다,
미니 마을버스 한대가 저만치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보아하니 자기네들끼리는 전부 잘 아는 사이여서 일정하게 정해진 주정차장도 없이 그냥 편의대로 대문 앞까지 운행되는 것 같았다.
생가(生家)까지의 거리는 약 십리다.
육지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편이 한 시간 이내이니 여유시간이 없다.
마을버스 차창 밖으로 염전(鹽田)이 보인다.
어림잡아 만 여 평은 넘어 보인다.
얼마간의 수산양식이 있다고는 하나 ‘하의도’사람들의 생업은 농업이 주업이라고 한다.
‘하의도’사람들에게는 토지가 삶의 원천이고 자부심이라고 전한다.
조선 선조 때부터 해방이후까지 토지분쟁의 현장이 이곳 ‘하의도’다.
‘하의도’ 사람들은 땅에 대한 피와 눈물이 맺힌 3백년에 걸친 통한의 역사를 안고 있다는 기록이다.
1908년 ‘하의도’의 토지가 내장원에 다시 귀속되면서 주민들의 저항은 본격화되었고 한다.
대통령 생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토지역사기념관과 토지항쟁기념비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마음 언짢게 스리 돌아오고 난 후에야 알았다.
대통령의 생가는 풍상에 허물어져 마늘밭으로 변한 것을 종친들이 힘을 합쳐 1999년 원형을 되살려 복원하였다고 한다.
방명록에 서명을 하며 살펴보니 어제(토요일) 다녀가신 분이 20여명 이다.
‘하의도’섬 안에는 영업용 택시2대가 운행되고 있었다.
콜택시 시스템이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하의도’는 2천여호의 규모이며 빈집도 많다고 한다.
농업용수는 마을마다 저수지가 있으며 전기는 한전(韓電)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숙원사업이었던 듯 상수도가 되어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도로는 근간에 포장이 된듯하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육지로 가는 출발신호가 오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짧은 방문이다.
빈집이기에 망정이지 만일 친지나 아는 사람 집이었다면 불원천리인지라 이만저만한 실례가 아닐 것이다.
못내 아쉬운 시간을 갯벌에 묻어둔 채 쾌속정에 올랐다.
뱃머리에서 뒤돌아보니 다시 한 번 석별의 정을 느낀다.
하의도’ 사람들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처음 만나는 -‘하의도’사람들-
그들의 모습에서 표가나지 않은 준비하는 손을 느껴본다.
바다로 가는 배에는 정직과 강인함을 실어 보내고 싶으리라.
육지로 가는 열차 편엔 화합과 번영을 주문해 보고 싶으리라.
준비된 대륙의 손 유달산이다.
풍요롭게 흐르는 어머니의 품 영산강이다.
무궁한 운(運)을 간직한 ‘하의도’이길 기원해 본다.
2004.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