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앞바다의 작은 꽃섬들
동섬, 음지도, 초리도, 소쿠리섬, 곰섬 및 우도를 돌다
최근에는 작은 섬 여행이 잦은 편이다. 52년 역사의 월간 시사종합지 <오늘의 한국> 2017년 1월호에 격렬비열도, 2월호 서산 우도, 분점도, 웅도를 소개한데 이어 이번 3월호에는 진해 앞바다에 위치한 꽃섬들이다. 큰 섬에 비해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섬 냄새도 물씬 풍긴다. 육지에서 가까워 돌아보는 데도 부담이 적다.
지난 2월 11일(토), 아침 6시 40분에 사당역을 출발, 12시 조금 넘어 진해 삼포에 도착했다. 5시간 반 정도의 긴 여정이다.
삼포는 ‘삼포로 가는 길’이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혜민 작사 작곡, 강은철 노래인 이 곡은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한 발 두 발 한 숨만 나오네/아아 뜬 그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사랑도 이젠 소용없네/삼포로 나는 가야지’ 등으로 이어진다. 경쾌하면서도 정지용의 향수처럼 그리움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노래다. 삼포 고갯마루에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으며, 노래비 앞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진해 명동 덕성횟집이라는 곳에서 물메기탕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주변의 가까운 섬들을 둘러본다. 명동 앞바다에는 동섬, 음지도, 초리도, 소쿠리섬, 곰섬(웅도), 우도 등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 한꺼번에 돌아보기에 좋다. 이 중 음지도와 우도는 연륙교가 놓여 있어 배를 타지않고도 건너갈 수 있으며, 동섬은 간조시에는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건너갈 수 있어 ‘모세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섬이다.
먼저 명동 선착장 앞에 있는 동섬과 음지도를 둘러본다. 동섬 뒤로 음지도가 보인다. 동섬은 선재도 목섬처럼 조그만 섬인데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섬 안에는 소나무숲이 들어서 있고 섬 둘레로 데크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하면서 주변경관을 즐기기에 좋다.
마침 동섬 앞 바다에는 해녀 한 분이 물질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연륙교로 연결된 음지도에는 해양솔라파크, 어류생태학습관, 해전사체험관, 해양생물테마파크 등 진해해양공원이 들어서 있다. 이중 특히 해양솔라파크는 136m높이의 국내해상 최고높이 전망대이다. 120m 높이에는 전망대가 있어 푸른 남해바다와 섬들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70명이 동시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제회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로봇상설체험관, 북카페, 1년 뒤 받아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 등도 있다. 음지도에서는 200m길이의 보도교를 따라 우도로 건너갈 수 있다.
다음여정은 초리도. 이 섬부터는 배를 타야 한다. 필자 일행이 예약한 배는 1.87톤짜리 낚싯배로 정원이 5명이다. 동섬 앞 명동선착장에서 떠난 배는 약 10분 후 초리도에 도착한다. 초리도는 섬 좌우는 숲이 우거져 있고 중앙에 평지가 있어 사람이 머무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변에 어류양식장이 조성되어 있고 낚싯꾼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가운데 평지에는 몇가구 가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주민도 보인다. 10여 년전부터 4가구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정식 주거라기 보다는 육지를 오가면서 양식장을 운영하거나 여름철 성수기에 여행객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배가 간이선착장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강아지 한 마리가 필자 일행을 반긴다. 해안에서 바지락을 캐는 할아버지를 만나 몇 마디 물어보니 짜증스러운 어투로 대답을 한다. 오는 사람 마다 이것저것 물어봐서 귀찮다는 거다. 이곳에 사시느냐고 물으니 간단하게 그렇다고만 답한다. 바위에 해초가 많이 붙어 있는데 먹지못하는 해초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이 섬에서는 그동안 고라니가 발견되었고 유혈목이, 살모사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솔개도 관찰되었다고 한다. 산봉우리에는 곰솔군락이 있으며, 혼효림은 곰솔과 아까시나무가 주종이다. 겨울이라서인지 방문객은 필자 일행 뿐이라 쥐죽은 듯 적막하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갯바위 낚시라도 한다면 좋지만 단순방문의 경우에는 겨울철에 별로 구경할 것은 없다. 그냥 해변에서 바다풍경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쓰레기 및 각종 어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섬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이 섬 뿐 만이 아니다.
초리도에서 약 40분 쯤 머문 후 소쿠리섬으로 간다. 초리도 선착장에서 바라보면 정면으로 음지도 해양공원이 보이고 우측으로 소쿠리섬과 곰섬(웅도)도 눈에 들어온다. 소쿠리섬은 초리도에서 1km 정도 거리밖에 안된다. 소쿠리섬은 해안 공터가 넓고 특히 뒤편 쪽으로 넘어가면 바로 옆에 등대섬인 곰섬이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곰섬 뒤로 거가대교도 한 눈에 들어온다.
소쿠리섬과 곰섬 사이에는 물이 빠지면 신비의 바닷길이 열려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다. 필자 일행이 방문시에는 마침 바다가 갈라지고 있어 물깊이가 발목 정도에 지나지않아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바다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갑자기 임진왜란 당시 바다 위를 걸어갔다는 사명대사의 일화가 떠오른다. 갈라진 바닷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모습이 마치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 탓일 께다.
갯벌로 이뤄진 신비의 바닷길에서는 작은 바위만 들춰봐도 바지락, 게 등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함께 갯벌을 들춰가며 연신 무언가를 잡고 있다. 소쿠리섬과 곰섬 간 바닷길의 길이는 250m, 너비 25m 정도이다.
소쿠리섬 해안에서 바라본 곰섬 바닷길이 한 폭의 그림같다. 시선은 갈라진 바닷길을 따라 곰섬 속으로 파고든 후 다시 뒤편 거가대교로 이어진다. 고개를 숙이고 해안을 따라 묵묵히 걸어오는 방문객 모습이 화룡점청이다.
경남일보 2013.5.20.일자 기사에 의하면, 곰섬에는 인어공주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동화작가인 임신행 선생이 어느 할머님으로부터 직접 채록했다고 한다. 섬마을의 독특한 생활상이 담겨있는 이 전설은 ‘고~ 꽃네야 꽃네야!’라는 제목의 동화로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인어공주 전설이 있는 곳은 진해 곰섬 이외에도 인천 장봉도, 여수 거문도, 통영 수우도 등이 있다. 곰섬을 걸으면서 건달인 어부가 인어공주를 그리워하면서 애달픈 목소리로 꽃네야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곰섬에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면서 불쌍한 인어공주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쿠리 섬은 면적 10만 8612㎡이며, 남북의 길이가 약 250m, 동서의 너비가 약 500m로 남북보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섬이다. 동서의 두 개의 봉우리로 구성된 섬으로 서쪽의 봉우리는 높이 44m, 동쪽의 봉우리는 41m이다. 곰섬은 소쿠리섬 쪽에서 보면 남쪽이다.
음지도 해양공원이 보이는 소쿠리섬 앞 해안은 공터가 꽤 넓은 편이다. 여름철에는 가족단위 피서객 및 캠핑족들 발길이 이어지는 섬이다. 화장실과 수도시설, 샤워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머물기에 별 불편이 없을 것 같다. 몇년 전 유인도인 옆섬 우도에서 상수도를 끌어왔다고 한다.
섬의 북동쪽 해안에 해식애와 파식대가 발달해 있고, 북쪽 해안에는 자갈 해안이 넓게 나타난다. 남쪽은 모래, 자갈 해안이 좁게 이어져 있다. 주로 20여 년생의 곰솔림이 서쪽 봉우리에 잘 발달되었고, 동쪽 봉우리는 칡이 억새와 뒤엉켜 발달되어 있다.
소쿠리섬은 무인도이지만 할아버지 한 분이 섬의 쓰레기를 치우면서 20년 넘게 혼자 생활해오고 있다고 한다. 소쿠리섬은 명동선착장에서 정기여객선이 다닌다. 대인의 경우 왕복요금 5천원.
소쿠리 섬은 민간 어원설에서 소쿠리를 닮은 지형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한자로는 ‘궤도(簣島)’로 표기하고 있다. ‘소쿠리와 삼태기가 꼴이 비슷하여’ 삼태기 ‘궤(簣)’를 쓴 것으로 전해온다. 일명 ‘소고도’라고 부르며, 선착장 팻말에는 ‘소쿠도’라고도 쓰여져 있다. 디지털창원문화대전에 의하면, 소쿠리섬과 곰섬(웅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곰섬’에 막쇠라는 순박한 어부가 살고 있었다.
노총각으로 지내다가 뒤늦게 마을에서 홀로 살던 마음씨 착한 처자와 결혼하여 딸을 하나 두었는데 얼굴이 청초하고 눈썹이 긴 것이 백선꽃을 닮았다 하여 ‘백선’이라 불렀다. 그 세월이 흘러 백선의 나이 어언 18세가 되자 그 아름다움은 근동에 자자하게 퍼져 마을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막쇠에게 딸을 달라고 서로 청혼을 하였지만 백선은 아무도 모르게 곰섬의 큰 부자이며 그의 아비가 타는 배의 선주 아들인 가우리와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하루하루 깊어가던 어느 날, 가우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천한 막쇠의 딸과 만나는 것을 알고는 막쇠를 불러 자신의 아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백선은 너무나 상심한 나머지 실어증을 앓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백선의 뱃속에는 사랑하는 가우리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우리 아버지는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해 곰섬 앞 무인도에 백선 부녀를 가두어 버렸다. 나중에 태어난 아이마저도 품에서 빼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상심한 백선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고 섬에는 백선 혼자 남게 되었다. 자신의 아들을 그리워하던 백선은 단 하루만이라도 바닷길이 열려 자신의 아이를 보게 해 달라고 매일 새벽 용왕님께 기도를 올렸다. 이에 감동한 용왕은 마침내 백선의 꿈에 매달 보름에 한 번 바닷길을 열어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기다리던 바닷길이 열리는 날 백선은 아이에게 줄 음식과 손수 지은 옷을 소쿠리에 가득 담아 바다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바닷길이 열리지 않은 시각 곰섬 저편에서 가우리 부부와 자신의 아이가 육지로 떠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소리를 질러 불러 보기도 했지만 이미 말을 할 수 없는지라 하염없이 눈물 만 흘릴 뿐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백선은 멀리서나마 자식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는 바다로 뛰어들어 그만 죽고 말았다.
그 후 사람들은 자식을 사랑한 백선의 지순한 사랑을 기려 그 섬을 ‘소쿠리섬’이라 부르고, 바닷길이 열리는 날이 되면 모두들 소쿠리를 하나씩 들고 가서 조개와 굴 등을 따서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들에게 먹이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소쿠리섬의 바로 지척에는 우도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 중에는 우도라는 이름의 섬이 여러개다. 제주도 우도, 통영 우도, 서산 가로림만의 우도 등은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소牛’자를 쓰는 반면, 이곳 진해 우도는 ‘벗友’자를 쓴다. ‘벗섬’이라고도 부르며, 나비의 설화가 있어 ‘나비섬’으로도 불리워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본래 이 섬은 독버섯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여 ‘벗섬’이라 불렸으나, 일제강점기에 한자식으로 잘못 기재되어 ‘우도’로 표기하게 되었다 한다.
우도는 배로 갈 수도 있지만 음지도 해양공원에서 보도교를 이용하여 건너갈 수 있다. 보도교가 생긴 현재에도 여객선 노선은 그대로이다. 보도교 상단에서 내려다본 우도의 모습이 장관이다. 보도교는 2013년에 건설되었으며, 길이 120m, 폭 4m이다. 지그자그식으로 만들어진 다리의 조형미가 탁월하다.
우도는 벽화 섬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10월에 한화그룹 창립 63주년을 기념하여 한화테크원 임직원봉사단과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가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라 한다.
섬의 지형과 벽화가 어우러져 ‘꽃섬’같이 아름답다. 우도에는 현재 6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등대, 물고기, 새벽을 낚는 어선, 불꽃놀이 등 벽화도 다양하고 곱다. 마을 정면으로 음지도 해양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마을길 끝에는 하얀 교회건물도 보이고, 소쿠리섬, 곰섬 그리고 거가대교도 한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사용하지않는 어장시설의 무너진 벽이 역광을 받아 마치 고성(古城)같은 음영(陰影)을 이룬다. 그렇지. 언제나 보일듯 말듯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그리움. 섬은 내게 바로 그런 곳이다. 떠나고싶어서가 아니라 그대에게 더욱 가까이 가고싶어 섬에 간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