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詩 : 도종환
[해설]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느낄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그 정면으로 나아간다. 모두들.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그때에도 그 절망 놓지 않아.
결국 그 벽을 넘고야 마는 담쟁이들의 푸른 힘을 보라 -(이언)
시인 도종환(1954- )
195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89년 전교조 결성관련으로 해직, 1998년 교단에 복직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다.
작품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지금 비록 너의 곁으로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사람의 마을에 꽃이진다』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 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