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은희의 ‘누비이야기’
70년대 ‘사랑해’ 등으로 인기절정의 국민가수였던 그녀의 화려한 변신
우리의 전통갈옷 '코리아 브라운 진' 으로 세계시장 진출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TV를 틀자 우연하게도 TV조선 인기프로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70년대 국민가수 ‘은희의 살아온 이야기’ 특집 방송이 나왔다. 반갑다.
필자가 가수 은희 씨를 알게 된 건 원로시인이신 이생진 선생님(93)과의 인연 때문이다. 이생진 시인과 10여 년 전부터 수십개의 섬 여행을 함께 다녀오면서 우이도, 만재도, 가거도 등 전남의 먼 섬을 갈 때면 종종 함평에 들러 은희 씨 댁에서 하루 저녁을 묵곤 했었다. 가수 은희 씨의 남편 김화성 씨가 이생진 시인의 보성중 교사 시절 아끼던 제자였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11년 전에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월간 시사종합지 ‘오늘의 한국 2011.11월호’에 4쪽에 걸쳐 ‘가수 은희의 누비이야기’라는 기사도 게재한 바 있다. 그녀는 지금 전남 함평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전남 함평군 손불면 산남리. 여느 농촌과 다름없는 시골풍경이다.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이정표 ‘민예학당’. 이런 농촌에 웬 학당인가? 훈장님이 곰방대라도 물고 나올 것 같은 이름 ‘민예학당’. 그런데 이곳은 70년대 ‘사랑해’, ‘꽃반지 끼고’ 등 주옥같은 노래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국민가수 은희가 사는 곳이다. 은희 씨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인수, 이곳에 ‘민예학당’이라는 새 둥지를 틀고 천연염색과 우리의 전통옷인 ‘갈옷’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은희 씨는 70년대 초 첫 음반 ‘사랑해’를 발표하고 이어 첫 독집음반 ‘꽃반지 끼고’를 발매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일약 국민가수로 등극했던 분이다. 무려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들 은희의 노래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애창하는 노래들이다. 당시 ‘꽃반지 끼고’ 음반은 무려 50만장 이상 판매하는 대히트를 쳤으며 MBC 10대 가수상 여자 신인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3년인가 짧디짧은 가수생활을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녀의 노래는 더욱 인기 절정으로 치닫는데 정작 가수는 보이지않았다. 그 무렵 그녀는 살그머니 가수생활을 접고 도미, 뉴욕주립대에서 패션공부를 시작했다.
은희 씨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패션을 연구한 후 15년 만에 귀국, 서울에서 국내 최초의 토털 코디네이션 업소를 차리고 화려하게 재기했다. 참으로 엉뚱한 변신이었다. 은희 씨는 KBS TV의 ‘빅쇼’ 등을 통해 20여년 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는 이제 가수가 아니라 패션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은희 씨는 그가 심취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 갈옷을 ‘코리아 브라운 진’이라는 이름으로 명명,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에 OEM공장을 설립했고,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지에서 순회전시를 했으며, 일본업계와 공동으로 컨퍼런스 및 한일문화교류 전시도 한 바 있다.
가수 은희 씨는 함평에 정착한 후 거의 매년 함평에서 ‘문화난장-은희의 누비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패션쇼와 콘서트를 열어오고 있다. ‘문화난장(亂場)’은 이름 그대로 하루저녁 지인들과 팬들이 함께 모여 신나게 노는 한판이다.
‘누비’란 스님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헝겊조각을 기워서 만든 옷에서 유래된 말이다.
비워냄으로 더욱 깊어진 ‘은희의 누비이야기’. 화려했던 시절을 내려놓고 촌여자가 되어 소곤소곤 갈옷과 수다 떨며 살아가는 그녀의 누비이야기. 자연을 길어 천을 만들고 계절을 불러들여 갈천 사이를 누비는 그녀, 들꽃같은 그녀의 누비이야기가 참으로 잔잔하고 감미롭다.
오랜만에 가수 은희 씨의 근황을 TV를 통해 다시 보고 들으니 필자 자신도 감회가 새롭다. 은희 씨와 김화성 씨 두분, 오래오래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빈다.(글,사진/임윤식)
가수 은희
인생다큐 마이웨이-가수 은희
민예학당
House Concert 공연장
2011년 8월 하우스 콘서트 당시 뮤지컬 배우 배해선 출연
뮤지컬 배우 배해선-갈옷
가수 이미배 출연
가수 이미배 2
가수 은희
하우스 콘서트-갈옷 패션 쇼
패션 쇼
패션 쇼
패션 쇼
하우스 콘서트 당시 관중
갈옷 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