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무거우면서도 엄숙한 우리 교회의 전례에 젊은이들은 가끔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좀더 활기차고 색다른 미사와 전례의 활성화를 위해 청년미사나 학생미사에서 밴드 반주를 시도하는 성당이 늘고 있다. 성가도 기존의 가톨릭 성가보다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생활성가가 많이 애창되면서 생활성가를 대중가요만큼이나 좋아하고 열광하는 젊은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성가는 음악을 통하여 하느님께 드리는 아름다운 기도이다. 기존 기돗말에 아름다운 음률까지 덧붙여 드리기에 두 배의 기도라는 말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생활성가는 생활의 곳곳에서 성가를 통하여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찬미의 생활화 또는 찬미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1970년대 바오로딸 수녀회의 초창기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는 많은 생활성가 밴드들이 창작 생활성가를 발표하며 활동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이런 세월의 흐름가운데서도 1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과 음악으로 주님을 찬양하고 있는 성김대건성당 생활성가 밴드 팍스(PAX)를 만나보았다. 평화라는 뜻의 라틴어 이름의 'PAX'는 곧 있을 '락(樂)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성김대건성당 한 켠 연습실에서 불을 밝히고 있었다. 성김대건성당의 건축 구조상 성당과 사제관을 비롯해 수녀원까지 모두 한 건물에 있기에 연습이 가능한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두 시간씩뿐이다. 밴드를 결성하고 있지만 개인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등 멤버들의 본업은 따로 있어서 연습할 틈이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이 되자 하나둘 밝은 얼굴로 연습실로 들어섰다.
대부분의 성당에서 밴드가 생길 때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악기 장만에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 게다가 연습할 공간도 부족하고 또 연습할 공간이 있다 하더라도 소리가 밖으로 새나갈까봐 마음껏 연주에 몰두하기가 어렵다. 특히 어르신들은 미사 때 분심이 든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오히려 밴드 반주로 인해 미사시간이 더욱 흥겹고 재미있다.
10년 동안 PAX와 인연을 맺어 온 멤버는 40여 명 정도인데, 현재는 10명이 활동하고 있다. 1집 '아름다운 끈'과 2집 '꿈별'로 2장의 앨범을 낸 인기 생활성가 밴드답게 공연 요청도 많다. 교구 행사를 비롯하여 본당의 작은 축제 그리고 사회복지시설까지 몸과 마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어디든 달려간다. 몇 해 전 나환우촌인 성심원에서의 공연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단다. 성치 않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PAX의 공연을 보며 아픈 손으로 박수를 치는 모습에 PAX멤버들은 눈물의 공연을 펼쳤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 특히 생활성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오해와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하느님을 믿는 한 형제, 자매라는 사실에 더 상처 받고 힘이 빠진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생활성가와 PAX에 관심이 있다는 하나의 표현인데다, 주님이 편한 길로만 이끌지 아니함을 알기에 이러한 어려움은 PAX를 거듭나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오래토록 PAX에서 활동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느낀 동료이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추구하는 친구이자 삶의 일부인 멤버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PAX 멤버 가운데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운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부족하나마 주님이 주신 달란트를 생활성가라는 분야를 통해 담아보고 발휘할 뿐이다. "질 좋은 음악을 선사하고 싶지만 아직은 모르는 게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조광형(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단장은 생활성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신앙의 성숙을 맛보고, 특히 젊은이들이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우리 대구대교구에도 생활성가 밴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생활성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생활성가를 통해 기도하며 위로받는 젊은이들이 많음을 대변해 준다. 물론 생활성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찬미하고 찬양하는 하나의 수단과 문화로써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음악과 노래에 가득담아 은은하게 전하고 있는 PAX. 밴드를 결성하던 첫 마음처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하느님께 대한 깊은 믿음이 오래토록 변치 않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생활성가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좀더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로 전례에 참여하여, 아름다운 찬양문화가 교회 안에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대구에 생활성가밴드 팍스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