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한탄강 레저도로 1차 구간이 조성됐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승일교를 시작으로 힘찬 물줄기가 장관인 직탕폭포에 이르는 4.9㎞ 강변길이다. 레저도로는 향후 3~4년에 걸쳐 한탄강 줄기를 따라 양지리마을까지 연장될 예정으로, 완공되면 왕복 24㎞ 강변길로 거듭난다. 이 코스는 레저도로를 중심으로 걷기 좋은 길을 더해 구성했다. 뱀 허리처럼 휘어진 한탄강 협곡을 거슬러 가다 보면 전혀 위험하진 않아도 마치 벼랑길을 걷는 기분도 느껴진다.
【승일공원~고석정】 지도 1~5
붉은색으로 포장된 레저도로
들머리는 신철원에서 한탄대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널찍하게 자리한 승일공원(1)이다. 이곳에는 넓은 주차장(무료)과 식수대, 그리고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길은 화장실 뒤편 승일교(2)로 이어진다. 6·25전쟁을 기점으로 반은 북한이 반은 남한이 만들었다는 승일교는 철원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이름에 얽힌 유래도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승만의 ‘승(承)’과 김일성의 ‘일(日)’에서 빌려왔다는 말도 있고, 좀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6·25전쟁 때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추모하기 위해 이름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승일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협곡 사이로 한탄강이 꼭꼭 감춰두었던 속살을 드러낸다. 검은 벼랑 사이로 하얀 포말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물줄기가 일대 장관이다. 한탄강은 은하수를 뜻하는 ‘한(漢)’과 여울을 의미하는 ‘탄(灘)’, 즉 ‘큰 여울’이란 뜻을 담았다. 하지만 전쟁과 분단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함께 해 오며 그 물색마저 혼탁해져 버린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제 색깔을 찾을 수 있을까.
승일교를 지나면 붉은색으로 포장된 레저도로가 일반도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463번 지방도와 만나는 ㅓ자 삼거리(3)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고석정 입구 사거리(4)까진 평지를 걷는다. 길 옆 463번 지방도를 따라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지만,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안전한 편이다.
이 코스는 철의삼각전시관이 있는 고석정유원지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원지 내 주차장은 요금을 받고, 특히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붐벼 자가운전으로 올 경우 되도록 승일공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고석정 입구 사거리부터 계속해서 레저도로가 이어지지만, 여유가 된다면 길에서 잠시 벗어나 철원8경 중에 하나인 고석정(5)에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유원지 안에 철의삼각전시관, 놀이공원, 산책로, 쉼터 등이 잘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 고석정에서 바라보는 한탄강 풍광이 좋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석정은 철의삼각전시관 뒤로 돌아가 안내판을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孤石亭’이라 쓰인 간판 입구로 들어선 후 조금 가파른 계단길을 잠시 내려가면 한탄강 협곡이 훤히 보이는 고석정이다. 정면으로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林巨正)이 은거했다는 고석바위가 볼거리다. 여름에는 순담계곡부터 래프팅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고석정 입구 사거리~직탕폭포】 지도 6~14
‘한국의 나이아가라’가 눈앞에
고석정 입구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건너 다시 레저도로로 진입한다(6). 사거리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463번 지방도와 점점 멀어지며 한탄강 협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7). 길 중간중간 전망 좋은 곳에 마련된 쉼터(8)가 눈에 띈다. 한탄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류를 만날 때는 가로놓인 구름다리(9)를 건너기도 해 걷는 재미를 더한다.
궁예가 세운 태봉국에서 이름을 빌려온 태봉대교(12)를 지나 20여 분 가면 레저도로가 끝나는 T자 삼거리(13)까지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잠시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직탕폭포(14)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도 불리는 직탕폭포는 철원8경 중에 하나다. 하지만 상상한 것처럼 그리 웅장하진 않다. 폭 80m, 높이 3~5m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멀리서 보면 마치 장보(長洑)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낙차에 비해 수량이 풍부해 낙수 소리만큼은 여느 폭포 못지않게 우렁차다.
【구 산책길~태봉대교】 지도 15~25
강변에 운치있는 정자 하나
2009년 12월까지 조성된 레저도로 1차 구간은 승일공원부터 직탕폭포(단축 코스 종착점)에 이르는 4.9㎞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원점회귀할 때는, 거리는 길지 않지만 흙길과 돌계단이 주를 이루고 좀 더 한적하게 한탄강 줄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구 산책길을 선택하자.
구 산책길 입구(15)는 직탕폭포에서 레저도로로 되돌아가기 전 강변을 따라 연결된다.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강변에 운치 있는 정자(16)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태봉대교에서 번지점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실감나게 구경할 수 있다. 정자에서 조금 더 가면 ㅓ자 삼거리(17)다. 이곳에서 레저도로로 접근하려면 12시 방향 간이화장실 옆으로 직진한다. 태봉대교 아래로 난 길을 통과한 후 5분 정도 더 가면 구 산책길이 끝나고 다시 레저도로와 만나는 삼거리(18)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종착지인 승일공원(25)까지는 다시 레저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 워킹 팁 ]
고석정과 임꺽정에 얽힌 전설
임꺽정(林巨正)은 1559년경을 전후하여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 일대를 무대로 활동한 의적이다. 재주가 비상하여 과거 등용에 뜻을 두었으나, 천민 출신으로 출세 길이 막히고 조정의 부패와 관료들의 행패에 불만을 품어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규합하여 ‘대적당(大賊黨)’을 조직했다. 이후 지금의 고석정 건너편 산 정상에 석성을 쌓고 이곳을 본거지로 삼아 조공물을 약탈해서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을 했다. 관군에 쫓겨도 포위망을 쉽게 뚫고 빠져나가곤 했는데, 그 재주가 흡사 민물고기인 꺽지와 비슷하여 ‘임꺽지(임꺽정)’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의적 활동을 하던 임꺽정은 1562년 조정의 토벌사에 쫓겨 황해도 구월산에 숨어들었다가 부하의 밀고로 관군에 체포돼 사형 당했다. 고석정 경내에 있는 인물상은 조각가 이원경의 작품으로 방문객들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소문난 맛집 폭포가든
레저도로 종착점인 직탕폭포 인근에는 식당이 4~5곳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직탕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폭포가든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깨끗한 지하수에 고기를 담아두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그때그때 손질하여 음식을 내놓아 신선한 육질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매운탕의 맛을 좌우하는 다진 양념을 그들만의 비법으로 만들어 시원하고 얼큰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직탕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식당에 100여 석, 안에도 50여 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코스 가이드 ▶ 걷는 거리 : 총 12.3㎞(단축 6.1㎞, 15~25구간 제외) ▶ 걷는 시간 : 3시간~3시간30분(단축 2시간) ▶ 난이도 : 쉬움
▶대중교통 신철원시외터미널이나 동송시외터미널에서 승일공원~고석정~직탕폭포~동송읍을 오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단, 승일공원은 버스정류장이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에게 미리 말해야 한다. 직탕폭포에서 마무리할 경우 15분 거리에 있는 장흥리 주다리마을 앞 정류장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 승용차 서울에서 의정부, 포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43번 국도를 이용하면 신철원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신철원에서 승일공원으로 가려면 문혜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463번 지방도를 따라 3㎞ 정도 가면 된다.
*주차 - 레저도로 시작점인 승일공원주차장(N38。 11´ 09.6˝ E127。 18´ 08.0˝)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10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고석정주차장(N38。 11´ 16.4˝ E127。 17´ 19.9˝) 주차료 소형 2000원, 대형 5000원.
▶숙식(지역번호 033) *숙박-신철원 읍내, 고석정~직탕폭포 코스 구간에 마이그린펜션(452-6294), 바위섬펜션(452-4745), 필모텔(452-6558) 등이 있다. *식당-고석정송어장회집(455-3623),고석정황소마을(455-1535), 마당바위쉼터(455-5324). *식수-승일공원주차장, 고석정 *화장실-승일공원주차장, 고석정, 직탕폭포, 구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