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지금도 박 터지는 OTT 경쟁이 더 치열해질지도 모르겠어요. 아마존 프라임, 애플 티비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HBO 맥스 등 거물급 서비스들이 국내 진출을 예고했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이미 국내 여러 기업과 접촉하고 있고 요금제 관련 논의도 하고 있다고 해요. 벌써 국내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업체도 있어요. 출시 일정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부분 올 하반기 or 내년 출범이 유력해요.
이 중 OTT 광인 에디터가 기대하고 있는 서비스는 ‘HBO 맥스’예요. HBO 맥스는 HBO가 운영하는 OTT 서비스에요. HBO는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왕좌의 게임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미드(‘미국 드라마’의 준말)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요. 뉴스룸, 체르노빌처럼 고퀄리티 작품도 많고요. 이런 작품들이 지금까진 왓챠와 독점 계약을 맺고 국내에 제공됐는데, HBO 맥스가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재계약은 힘들 듯하죠.
오늘은 HBO 맥스에 대해 알아볼까 해요. 미국 케이블 채널 HBO와는 어떤 관계인지,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와는 형제자매 사이라던데 무슨 말인지, 구독료는 넷플릭스보다 비싼지 등 ‘구독’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만한 정보를 정리해봤어요.
🎬HBO는 '캐치온'처럼 케이블 채널!
미드를 좋아한다면 ‘HBO’를 들어봤을 거예요. Home Box Office의 약자인 'HBO'는 1972년 설립된 미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이에요. 국내의 캐치온(CATCHON)과 비슷한 거죠. 캐치온은 IPTV 가입자라면 이용료를 내고 볼 수 있는 영화 채널이에요.
사용법은 같지만 방영하는 콘텐츠는 달라요. 캐치온은 개봉된 상업 영화를 좀 더 빨리 만나볼 수 있는 채널이지만, HBO는 오리지널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공연을 방영해 줘요. 이런 점은 공중파나 TvN 등 국내 케이블 채널과 비슷하죠.
신기한 점은 한 달에 14.99달러씩 꼬박꼬박 내야 하는 유료 채널인데도 인기가 많다는 거죠. 가입자 수는 미국 내에서만 약 54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어요.(2020년 12월 기준, 미국 통계청) 미국 프리미엄 채널 내에서는 구독자 수가 가장 많아요.
인기가 많은 유료 케이블 채널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케이스죠. 또 채널 운영이 스폰서 광고 수익이 아닌, 구독료로 운영되는 채널이라 TV 광고를 볼 수 없다는 점도 특이해요. 다른 채널이 광고할 시간에는 촬영 비하인드 영상을 틀어주거나 채널에서 방영하는 콘텐츠를 광고한다고 해요.
여하튼 HBO가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고퀄리티 콘텐츠 덕이에요. ‘미드의 본좌’, ‘믿고 보는’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재미와 퀄리티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 많기 때문이죠.
대표작으로는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뉴스룸, 빅 리틀 라이즈 등이 있어요. 골수 팬들이 많은 심슨 가족과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도 모두 HBO 소속이에요. HBO 맥스에는 HBO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빠짐없이 다 담긴다고 하니, 확실히 볼 만한 콘텐츠가 많아지겠죠?
워너 브라더스, DC 코믹스와는 무슨 관계❓
HBO 맥스에서 볼 수 있는 건 HBO의 오리지널 콘텐츠뿐만이 아니에요.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와 DC코믹스의 작품도 스트리밍 돼요. 워너브라더스는 2021년 개봉 예정인 영화 일부를 HBO 맥스에서도 동시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죠. 왜일까요?
이들의 관계는 1990년부터 시작됐어요. 당시 HBO의 모회사였던 Time Inc.와 워너 브라더스의 모회사인 워너 커뮤니케이션즈가 합병했고, HBO도 자연스럽게 워너 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어요. 이후 워너 커뮤니케이션즈는 타임 워너란 이름을 거쳐 ‘워너 미디어’로 새롭게 출범했죠.
워너 브라더스와 HBO 모두 워너 미디어의 자회사니, 둘은 형제·자매 관계라고 볼 수 있어요. DC코믹스도 마찬가지. 타임 워너 시절 인수됐어요.
워너 미디어 측은 워너 브라더스의 해리포터, 오션스 일레븐, 신비한 동물사전,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호빗, 행오버와 DC코믹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원더우먼, 조커, 아쿠아맨 등을 HBO MAX에 정기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HBO의 OTT는 3개? HBO 고와 나우는 뭐야💢
HBO 맥스는 2020년 5월, 북미에서 처음 론칭했어요. 반응은 어땠을까요? 환영보다는 ‘혼란스럽다’란 의견이 더 많았어요. 시장분석기업 모펫네이던슨(Moffettnathanson)은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혼동돼 HBO 브랜드가 엉망이 됐다”라고 비판했죠.
그도 그럴게 HBO는 HBO 맥스를 출시하기 전 HBO 고, HBO 나우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2010년부터 서비스한 HBO 고는 헬로우D,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케이블 TV 이용자가 HBO 채널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어요. 그럼 케이블 TV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HBO 콘텐츠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HBO는 2015년 3월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을 통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HBO 나우를 런칭했어요.
둘 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HBO의 오리지널 콘텐츠지만 가입하는 절차나 방식이 달랐던 거죠. HBO 맥스는 앞서 말했듯 HBO 오리지널에서 워너 브라더스, DC 코믹스 작품 등 여러 콘텐츠가 추가된 프리미엄 버전이라 볼 수 있어요.
콘텐츠 업체가 3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죠? HBO는 맥스를 출시하고 난 뒤, 결단을 내렸어요.
먼저 HBO 고는 맥스와 합쳤어요. 실시간 HBO 채널은 케이블 TV 업체와 거래해 사용자가 무료로 채널을 볼 수 있게끔 바꿨고,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던 앱 고는 맥스로 업데이트해버렸어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선 요금은 똑같이 내더라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 셈이죠. 나우 앱은 HBO로 리브랜딩하면서 HBO 맥스와 차별점을 뒀어요.
이제 HBO는 HBO와 HBO 맥스, 두 가지의 스트리밍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는 셈이에요. 두 서비스의 사용 요금은 같아요. 대신 HBO 사용자는 맥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사실상 HBO 맥스가 HBO인 셈이죠.
이런 점으로 봐서 외신은 HBO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맥스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HBO 고객층이 맥스를 이용하는 일을 잦게 만들면서 고객이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전환하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어요.
🚀HBO와 넷플릭스, 누가 웃을까
아무래도 HBO 맥스의 큰 라이벌은 넷플릭스가 아닐까 싶어요. 국내 시장을 포함, 전 세계 OTT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구독자 수는 약 2억 37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구독 경제 관련 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죠.
뒤늦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HBO 맥스의 구독자 수는 넷플릭스에 비해 적은 편이에요. HBO와 HBO 맥스의 구독자 수는 4150만 명으로 따라가긴 한참 멀었죠. 미국 내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도 뒤처지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출시가 1년이 넘지 않았고 서비스 지역이 북미에 한정됐다는 걸 감안한다면, 구독자 수가 낮은 편은 아니에요. 지금처럼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독점 방영이 많아진다면 OTT 업계에서 상위권에 랭킹 되는 건 금방일 듯해요.
일단, HBO의 오리지널 작품은 잘 팔려요. 넷플릭스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넷플릭스의 구독자가 두 번째로 많이 본 작품은 HBO의 프렌즈였어요. 그리고 HBO는 프렌즈를 맥스에서만 서비스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지급하는 1억 달러의 유통 수익을 포기했죠. 길게 본다면 유통 수익보단 독점 콘텐츠를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에요.
또 작품의 퀄리티도 넷플릭스 못지않아요. HBO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이전 미 콘텐츠 시장의 절대 우위를 차지했어요. 넷플이 없던 시절엔 에미상과 오스카 시상식서 작품상을 쓸어가기도 했으니까요. 이용자 확보만 잘 된다면야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는 건 어렵지 않겠죠.
올해 HBO 맥스 작품이 기대되는 몇 가지 이유🥰
HBO 맥스는 기대해도 좋을 만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이미 예고한 상태에요. 먼저, 미국의 국민 시트콤 ‘프렌즈’의 스페셜 에피소드를 제작하기로 했어요. 제니퍼 애니스톤을 포함한 원년 멤버 6명이 다시 뭉치는 건 물론,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자도 함께 참여한다고 해요. 코로나19로 계획이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팬들이라면 환영할만한 소식이죠.
HBO의 상징적인 프랜차이즈 작품인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 시리즈 제작도 확정됐어요. 왕좌의 게임의 원작 소설 작가 조지 마틴의 ‘불과 피’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타르가르옌 가문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요. 올 하반기에는 DC코믹스의 그린랜턴과 하이틴 드라마의 가십걸도 리부트 할 계획이에요.
워너브라더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어요. 2021년 공개될 신작을 영화관과 HBO 맥스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거에요. 앤 사르노프 워너미디어 CEO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매트릭스 4, 인 더 하이츠 등 개봉 예정작 17편 모두를 동시 공개한다고 밝혔어요. 그는 “미국 대부분의 극장이 코로나 여파로 2021년 내내 축소 운영될 것이란 현실을 감안했다. 영화관을 꺼리는 관객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죠.
장점만 있을까? 너무 비싼 구독료😥💰
만약 HBO 맥스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서비스할 경우, 가장 비싼 OTT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HBO 맥스의 구독료는 14.99달러. 한화로는 약 1만 7000원 정도예요. 콘텐츠가 빵빵하긴 하지만 가격이 다른 서비스에 비해 높은 건 사실이에요. 넷플릭스는 베이식 기준 9500원,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 플러스는 6~8000원 정도예요. 또 무료 이용 기간도 가입 후 7일 정도로 짧아요. 왓챠나 넷플릭스가 1달 무료 이용권을 줬던 거에 비해서 박하긴 하죠.
미국에선 기존 HBO 채널의 구독자가 맥스로 옮겨오는 등 고객 유치가 비교적 쉬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요. 높은 월 구독료임에도 우리나라에서 고객을 끌어드릴 수 있을까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전다운
tech-plus@naver.com
https://1boon.daum.net/techplus/60754042daec2820eb734f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