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궁녀의 직위와 명칭
궁녀는 왕의 사생활이 영위되는 구중궁궐(九重宮闕) 깊숙한 곳에서 의식주(衣食住)에 사역(使役)되는 여성들이며, 공적인 제향(祭享).축의(祝儀) 등에도 관련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여인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궁녀는 정5품 상궁(尙宮)직을 최고로 하여 최하 4, 5세의 어린 견습나인(아기나인)까지 있으며 각기 소속된 처소.직분.신분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다양한 궁녀의 명칭은 의식(儀式) 때 직무를 분장(分掌)할 때에 쓰이고 평상시에는 단지 '상궁''내인'의 두 종류로 크게 나뉜다.
가. 상궁
상궁은 직첩을 받으면 그날부터는 머리에 첩지(머리 가르마 가운데에 장식하는 것)를 달게 된다. 상궁이 되기 전은 항아(姮娥,嫦娥; 달 속에 있는 선녀)님이라 부르고 상궁이 되면 비로소 마마님이라 부르고 대접받는다. 상궁 첩지를 받으면 궁안에 방을 하나씩 주어 따로 세간을 내준다. 따로 밥짓고 빨래하는 하녀를 두고 살림을 하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을 각방서리라 한다.
▶ 제조(提調)상궁
제조상궁은 일명 큰방 상궁이라고 하여 수백 명의 궁녀 중 으뜸이 되는 상궁으로 권세와 권위가 대단하여 남자관리로 치면 영의정의 지위와 같다고 하겠다. 제조상궁은 단 한사람이며, 자격은 궁녀 중에 연조가 오래되고 위품이 있고 인격이 높아야 한다. 학식이 많고 수많은 궁녀를 통솔할 수 있는 영도력이 있어야 하고 인물도 출중하여야 한다. 제조상궁의 임무는 대전 어명을 받들고 내전의 대소 치산(治産)을 주관한다. 제조상궁에 대한 음식대접은 임금님의 수라상과 가짓수를 같게 하고 분량만 적게 한다. 그리고 큰방 상궁이 궁궐을 출입할 때는 세수간 나인과 비자(婢子)가 따라 다닌다.
▶ 부제조(副提調)상궁
부제조상궁은 제조상궁의 다음 자리로 일명 아랫고(阿里庫,下庫)상궁이라고도 하며 제조상궁이 세상을 떠나면 그 자리를 이어간다. 보석과 의식주에 걸친 왕의 귀중품은 물론 수라에 쓰이는 반상기용인 은기(銀器), 자기(磁器) 및 유기(鍮器)와 비단 등이 있는 아랫곳간의 물품들의 출납은 부제조 상궁의 담당이다.
▶ 대령(待令)상궁
대령상궁은 일명 지밀상궁이라고 한다. 항시 왕의 곁에서 어명(御命)을 받드는 자세로 대기하고 있다.
▶ 보모(保母)상궁
보모상궁은 왕자녀의 양육을 맡는 내인들 중의 총책임자이다. 동궁에 두 명, 그밖의 궁에는 한 명씩 있다. 왕자녀들은 어릴 때에 이들을 '아지(阿只)'라고 부른다.
▶ 시녀(侍女)상궁
시녀상궁은 궁중의 지밀에서 상시 봉사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행한다. 서적 등을 관장하고 글을 낭독하고 글의 정사(淨寫)를 맡고, 대소잔치의 내연에 좌우 찬례(贊禮), 전도(前導), 승인(承引), 시위(侍衛) 등을 거행하고, 각 종실(宗室), 외척(外戚)들의 집에 내리는 하사품에 관한 업무를 관장, 규찰(糾察)하고 그릇과 기타를 다스리는 일 외에 대소 사우(祠宇; 따로 세운 사당집)를 총관하여 곡읍(哭泣; 소리내어 슬피움)도 하며, 왕비와 왕대비의 특사로 그 본댁(本宅;친정)에 어명을 받들고 나가기도 한다.
▶ 일반상궁
이상의 상궁들 외에 뚜렷이 직함이 붙지 않은 일반상궁들이 각 처소마다 7, 8명씩 있어서 그 아래의 내인들을 총괄하고 처소마다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기도 한다. 상궁들은 존칭으로 '마마님'이라 부르는데 민가에서는 대가댁의 소실(小室)을 높이는 말이기도 하다.
나. 내인
내인은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된 궁녀를 이르는 말이다. 원칙으로는 소녀 때에 견습여관(女官)으로 들어와서 15년이 경과되어야 내인이 된다. 왕이 계신 대전(大殿) 외에도 왕대비(中殿), 대왕대비, 동궁 그 밖의 왕자, 공주의 궁과 그리고 후궁과 별궁에 소속된 여인들까지 속한다. 더욱이 왕의 사친(私親)의 사당(祠堂)을 지키는 이들까지 포함된다. 즉 왕과 왕비가 거처하는 궁전을 각전(各殿)이라 하고, 대군, 왕자, 공주, 옹주, 후궁, 신주를 모신 곳을 각궁(各宮)이라 하여 궁인(宮人)이라는 관리를 두고 있다. 왕족들이 사는 궁들은 각기 사유재산과 그밖에 국가에서 내리는 공물(供物)을 가지고 완전히 독립세대를 이루고 있으므로 그 궁에 소속된 내인들은 물론 그 궁에서 보수를 받는다. 내인(內人)은 대전(大殿), 내전(內殿)에 항시 사는 지밀(至密)내인과 침방(針房), 수방(繡房) 등에서 일하는 도청(都廳)내인, 안소주방(內燒廚房), 밖소주방(外燒廚房), 생과방(生果房), 세답방(洗踏房), 세수간(洗水間) 등에서 일하는 처소내인으로 크게 나뉜다.
▶ 지밀(至密)내인
'지밀'은 대궐에서 가장 지엄(至嚴)하고 중요한 곳으로 말 한마디 새어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왕내외가 거처하는 궁궐 중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침전(寢殿)을 말한다. 이들은 우선 왕과 왕비의 신변보호 및 기거(起居), 침(寢), 식(食), 의(衣)등 일체의 시중과 물품관리 및 내시부(內侍府), 내의원(內醫院), 내선사(內膳司) 들과 중요한 교섭을 담당한다.
▶ 소주방(燒廚房)내인
수라간(水剌間)은 소주방이라고도 하며 안소주방과 밖소주방으로 나뉜다. 안소주방(內燒廚房)내인은 왕, 왕비의 조석 수라상을 관장하며 주식에 따르는 각종 찬품을 맡아 한다. 밖소주방(外燒廚房)내인은 궐내의 대소 잔치는 물론 윗분의 탄일에 잔치상을 차리며 차례, 고사 등도 담당한다.
▶ 생과방(生果房)내인
후식에 속하는 것, 즉 생과(生果), 숙실과(熟實果), 조과(造菓), 차(茶), 화채(花菜), 죽(粥) 등을 만든다. 조석 수라상은 소주방내인을 도와서 거행하며 잔치음식의 다과(茶菓)류는 이 곳에서 관장한다.
▶ 퇴선간(退膳間)내인
지밀에 부속되어 있는 중간 부엌인 퇴선간에서 수라를 지으며 안소주방에서 운반한 음식을 다시 데워서 수라상에 올리고 수라상 물림을 한다.
다. 그 밖의 궁중에서 일하는 여인들
▶ 무수리(水賜伊)
각 처소에서 물긷기, 불때기 등 험한 잡역을 맡아하는 여인이라 대개 기혼자로 아침저녁 출퇴근한다. 앞에 패(牌)를 달고 다니는데 이 패는 조석의 대궐 통근과 각 별궁간 심부름 다닐 때 아무때나 드나들 수 있는 신분증과 같은 것이다.
▶ 의녀(醫女)
여의(女醫)라고도 하며 여러 읍의 비(婢) 중에서 뽑아들여 간단한 진맥이나 침술법을 가르치는 여인들로 출산때 조산부 노릇까지 하였고 궁중잔치에 춤을 추는 기생 역할도 하여서 일명 약방(藥房)기생이라 불리웠고 여죄인을 잡아가는 등의 여순경 역할도 했었다.
▶ 비자(婢子)
붙박이로 각 처소나 상궁의 살림집에 소속된 하녀를 말한다.
▶ 각심이(손님방아이, 방자;房子)
나인들 살림집의 가정부 격인 여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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