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사 벚꽃길(사진제공-달성군청)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 옥포로, 달서구 두류공원로
따사한 햇살이 추위를 녹이는 봄날,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에 움이 튼다. 가장 먼저 나무 끝에 얼굴을 내민 것은 꽃이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벚꽃 등 종류도 다양하다. 꽃은 한 그루만 피어도 아름답지만, 군락을 이루면 더욱 아름답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꽃길을 찾는다. 한참 동안 꽃에 취해 걷다 보면 마음속에도 꽃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용연사 벚꽃길(사진제공-달성군청)
4월 초순, 전국에는 분홍 꽃잎을 하늘 가득 피워 올려 도심의 칙칙함을 날리는 벚꽃이 한창이다. 대구광역시도 곳곳에 벚꽃이 차오르고 있다. 팔공산 순환도로, 수성유원지, 앞산공원, 옥포로, 두류공원로 등 도심과 산속 어디나 벚꽃 가득하다. 이중 오래된 벚나무 가로수가 남다른 자태를 뽐내는 옥포로와 대구 시민과 여행자의 쉼터인 두류공원 벚꽃 길이 손꼽힌다.
용연사 벚꽃길(사진제공-달성군청)
옥포로 벚꽃 길은 달성군노인복지관 앞 5번 국도를 따라 이어진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달성군노인복지관 앞에서 용연사 방향 1km 남짓한 꽃 터널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꽃이 핀 벚나무 아래를 걷다 바람을 만나면 그림처럼 꽃비가 내리는 길이다. 벚꽃 터널을 중앙에 두고 양옆으로 도보 전용 논둑길과 우회 도로변 꽃길도 나란히 이어진다. 가까이 혹은 멀리 핀 벚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용연사 벚꽃길 공적비
이 길에 이처럼 아름다운 꽃길이 조성된 것은 1968년이다. 당시 옥포양조장 대표 고 채상기 씨가 진해처럼 아름다운 벚꽃 관광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서 벚나무 묘목을 들여와 심었다고. 아름드리나무로 자란 벚나무가 피워 올린 분홍의 꽃에 그의 마음이 담긴 듯하다. 그의 뜻을 기리는 장소도 있다. 벚꽃 길 한쪽에 자리한 공덕비다.
용연사
옥포로의 벚꽃이 질 무렵 이곳을 찾았다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용연사에 오르자. 옥연지를 지나 비슬산 자락의 용연사에 닿으면 고즈넉한 꽃밭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벚꽃은 옥포로의 벚꽃보다 일주일 정도 늦다. 용연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역사 깊은 사찰이다. 달성 용연사 금강계단(보물 539호)과 대구 용연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보물 1813호) 등 유물이 있다. 금강계단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둔 곳이다. 때문에 적멸보궁엔 불상이 없다. 용연사 입구에서 적멸보궁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좋다.
두류공원의 春
두류산과 금봉산 일원에 조성된 두류공원은 대구 벚꽃 명소다. 두류공원사거리에서 이월드 정문까지 이어지는 두류공원로를 따라 벚꽃이 만개한다. 공원 안쪽에도 다양한 꽃이 피어난다.
두류공원 꽃길은 산책로로도 제격이다
두류공원(사진제공-대구광역시청)
이처럼 꽃으로 가득한 두류공원의 봄 풍경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꽃을 즐기는데 사람이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찾는 곳에는 그만큼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의 벚꽃축제가 그것이다.
두류공원 숲길(사진제공-대구광역시청)
올해는 두류공원에 자리한 이월드에서 종전에 개방하지 않던 83타워 인근을 개방한다. 도심에 자리하고 있으니 저녁에도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야경(사진제공-대구광역시청)
조명으로 도드라진 83타워와 색색의 조명을 받은 벚꽃이 어우러진 야간벚꽃축제도 열린다. 색다른 봄날의 저녁 풍경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두류공원을 아이들과 함께 찾는다면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되며, 재미있는 숲 속 식물과 곤충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예약 필수.
대구에는 이밖에도 꽃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다.‘꽃동산’이라는 뜻의 화원유원지는 낙동강 변 성산에 자리한다. 나지막한 산 위에는 옛 토성의 흔적이, 산 아래에는 고분군이 남아 있다. 이곳엔 다양한 역사의 흔적이 담겼다.
화원동산 고분군
첫 번째는 화원유원지의 경치를 짐작케 하는 지명 ‘구라리’다. 신라 경덕왕이 이곳의 빼어난 경관에 반해 아홉 번 들렀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사문진 나루터 주막
두 번째 흔적은 낙동강을 가로질러 고령군과 달성군을 잇는 사문진교와 지난해 다시 문을 연 사문진 주막이다. 지금은 육로가 발달하여 이용하지 않지만, 낙동강 수로 교역이 한창이던 때는 고령과 달성을 잇고 부산과 안동을 오가는 뱃길 나루터가 있었다.
사문진 귀신통 조형물
주막 옆 돌로 만든 피아노 조형물에도 이야기가 담겼다. 사문진은 우리나라에 처음 피아노가 들어온 곳으로, 당시 피아노를 운반하던 사람들은 ‘소리 나는 통’이라 하여 ‘귀신 통’이라 불렀다.
마비정 마을(촬영-여행작가 유은영)
인흥마을 수백당 마을(촬영-여행작가 유은영)
봄날의 꽃 대궐을 즐기고 싶다면 걷는 여행을 해보자. 근대 유산 가득한 도심을 걸으며 꽃을 즐길 수 있는 청라언덕 근대 골목길이나 도심 외곽의 마비정 누리길이 있다. 마비정 누리길은 걸으면서 다양한 꽃과 나무, 마을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대구수목원을 시작점으로 삼아 화원자연휴양림을 지나고, 기와집 담장 안팎으로 꽃이 넘치는 인흥마을과 흙담 아래 작은 꽃 얼굴을 내미는 마비정 벽화마을까지 걸을 수 있다. 이 길을 모두 걷지 않아도 좋다. 각각의 장소에 풍경과 어우러진 꽃이 피었다.
[왼쪽/오른쪽]방천시장 저녁풍경 / 방천시장 맛집
꽃과 함께 벽화를 만날 수 있는 방천시장과 옛 구암서원으로 가는 길은 여행자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공간이다. 김광석 다시그리기길로 잘 알려진 방천시장은 먹거리도 다양하다. 매운 떡볶이와 납작만두, 잘 숙성해 쇠고기 고유의 맛을 살린 스테이크, 따끈한 칼국수 등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저녁 시간, 음식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왼쪽/오른쪽]구암서원 / 구암서원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