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Sexy Ads?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무엇이 성적인 광고인가?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몹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왜?
우선 Sexy란 말의 정의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와 문화에 따라, 시대 따라, 연령 따라, 남녀에 따라, 그리고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Sexy Ads라고 하면 더욱 복잡하게 된다. 언제부터 우리 광고에 성적인 광고가 나타났는가? 모른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아무도 그런 “부질없는” 그리고 “말썽 많을” 연구를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하에
몇 가지 Sexy 한 광고의 사례를 보자.
아무래도 한국의 경우 Sexy 한 광고의 선배는 일본일 듯 싶다.
달콤한 포도주로 알려진 적옥(赤玉. 일본 말은 ‘아까다마’) 포트 와인의 1925년 동아일보에 실린 작은 광고이다.
파마한 머리, 눈, 입술, 반소매 웃옷, 잔 받침과 여섯 개 포도주잔...1925년의 기준으로 상상하면 Sexy의 최첨단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광고도 역시 소형인데 상체를 벗고 포도 바구니를 든 여성이다. 가슴팍의 까만점이 멋을 살렸다.
잔을 든 그림 광고의 카피는 더욱 멋들어졌다.
생명의 술이라고, 구가를 받는 방순 무비한, 적옥!
비하면(비유컨대) 존귀한 홍옥이오 순연한 처녀의 피 적옥 포트와인
이로부터 5년 뒤, 1930년 매일신보에 실린 적옥 포트 와인 광고는 대담한 남녀평등 광고이다. 북 치며 외치는 경찰관과
등을 든 여성 그리고 광고 카피는 “믿는 자는 모두 구함을 받으리라 여러분 적옥 포트 와인을 잡수십시오.”이다.
성경 구절을 상기시키는 표현이므로 더러 비난도 받았을는지 모르나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매일신보 (1923.3.7), 매일신보(1923.4.20) (위 왼쪽부터)
동아일보(1935.4.8), 매일신보(1930.5.18) (아래 왼쪽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1914년 매일신보에 게재된 조선연초(담배)주식회사의 광고가 있다.
한복을 입고 머리는 신식으로 튼 여성이 대담하게 담배를 들고 있다. 이 그림을 섹시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당당하게 여성의 평등을 주장한 광고라고 보면 그런 의미에서는 일종의 성 광고이다. 여성을 광고 포스터에 등장시킨
사례는 1915년 한일합방 5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홍보 행사인 "시정 5년 기념 조선물산공진회(始政5年記念朝鮮物産
共進會)" 행사 때에 등장했다. 경회루와 박람회장 광경을 배경으로 춤추는 기생 포스터는 대단한 주목거리였을 것이다.
매일신보(1914.11.8), 조선물산공진회 포스터
여성의 권리를 당당하게 드러낸다는 맥락에서는 한국도 뒤지지 않았다. 1911년 매일신보에 게재된 <부인다옥>
박정애(婦人茶屋 朴貞愛)인데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여성이 경영하는 이를테면 다방 광고이니 여권운동가의 대담한
선언이다. 한문 섞인 광고와 순 한글로 된 두 광고인데 그 이유는 한문을 모르는 여성도 보게 하려는 뜻일 것이다.
1922년 동아일보에 실린 조선매약의 영신환(靈神丸) 약 광고는 시대를 앞서가는 신식 옷차림의 남녀와 봄나들이 그림이
있는데 역시 남녀평등을 나타낸 광고라 할까. 해방 전 가장 큰 한국 광고주 중 하나이던 평화당의 백보환(平和堂 百補丸)
역시 여권을 제창한 맥락의 광고인데 헤드라인 “1천만 남자에게 엄중 항의하자”이다.
'부인다옥' 광고 매일신보(1911.6.7), 매일신보(1911.6.10)
1922년 4월에 동아일보에 게재된 영신환 시리즈 광고
1930년대 많은 광고를 한 평화당 백보환
해방 이후 가장 섹시한 광고 가운데는 1994년에 나체의 여성과 남성 뒷모습 컬러 사진이 있다.
여러 신문에 게재된 이 광고에 대해서는 조선일보가 사설로 다룬 일도 있을 만큼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개방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의 반영이라고 할 것이다.
밀크샴바드 광고(1994)
Sexy 한 광고란 무엇인가? 흔히 말하듯 노출된 여성의 몸에만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남녀를 만들어 준 창조주에게 물어야 정답이 나올 것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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