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분 탄산온천욕, 고혈압약 복용과 비슷"
'온천의 계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전국 온천 욕탕 어디를 가든 피부병,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등의 질환에 특효가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그러나 정말 온천욕이 이 모든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 약일까?
피부과·내과·재활의학과 등 전문의와 온천의 지질성분을 분석하는 지질학자 등으로 구성된 대한온천학회가 온천욕의 의학적 효능을 일부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았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대한온천학회 추계학회에 발표된 온천의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한다.
◆ "탄산온천, 고혈압·콜레스테롤 약과 비슷한 효과"
이해용 원주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탄산온천욕이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약 복용과 비슷한 수준의 혈압·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수축기 혈압이 120~140mm Hg인 경계성 고혈압이 있는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10명에게는 충북 충주의 한 탄산 온천에서 2주간 매일 15분씩 탄산온천욕(섭씨 28도)을 시켰고, 나머지 10명은 같은 방식으로 일반 수돗물을 데워 담수욕(43도)을 하게 했다. 2주 뒤 혈압·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측정한 결과 탄산온천욕을 한 그룹은 수축기 혈압이 평균 132에서 121로, 이완기 혈압은 88.9에서 79.5로 내려갔다. 반면, 담수욕을 한 그룹은 수축기·이완기 혈압 모두 약간 올라갔다.
또 온천욕 그룹은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이 43에서 48로 올랐고, 몸에 나쁜 저밀도콜레스테롤은 120에서 106으로 내려갔다. 반대로 담수욕 그룹은 좋은 콜레스테롤은 낮아졌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높아졌다. 이해용 교수는 "온천욕을 한 사람에게 나타난 변화는 고혈압·고콜레스테롤 환자가 매일 치료제를 복용할 때 개선되는 수치와 비슷하다"며 "탄산 성분이 진피층에 침투해서 모세혈관을 확장시킨 결과 혈압이 내려가고, 혈액과 림프액 속 노폐물과 염증 물질이 빠르게 배출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아연 온천수 마시면 혈당 떨어져"
이규재 연세대 원주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팀은 아연 성분이 함유된 온천물이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춰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의 온천수를 이용해 실험했다. 미생물 제거 등의 과정을 거쳐 사람이 마실 수 있게 온천수를 정제한 뒤, 당뇨병 환자 35명에게 6주간 하루 1리터씩 그 물을 마시게 했다. 그 결과 혈당이 온천수 음용 이전 평균 140㎎/㎗에서 90 정도로 낮아졌다. 혈당은 80~110이 정상이며, 125를 초과하면 당뇨병이다. 이규재 교수는 "아연을 함유한 온천수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췌장 내 랑게르한스섬의 베타(β)세포를 자극, 환자의 인슐린 분비가 촉진돼 혈당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네랄 온천수 마시면 숙취 해소"
이규재 교수팀은 온천수에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내놨다. 연구팀은 사람과 알코올 대사 과정이 비슷한 흰 쥐 20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쥐 사료와 증류수를, 다른 한쪽은 쥐 사료와 충남 태안읍의 미네랄 온천수를 먹이고 30분 뒤 양주와 비슷한 도수인 40%의 알코올을 같은 양 먹였다. 그리고 나서 1시간 뒤 두 그룹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증류수를 마신 쥐의 간 수치(AST)는 평균 170(U/I)이었고, 온천수를 마신 쥐의 간 수치는 평균 130이었다. 흰 쥐의 정상 평균 간 수치는 100이다. 이 교수는 "정확한 메카니즘은 모르겠지만 미네랄 온천수가 알코올 분해 능력을 높여 간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식염천, 아토피 개선 효과"
김진우 의정부성모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염화나트륨이 함유된 식염천(食鹽泉)이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아토피 피부염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4주 동안 30분씩 주 3회 약알칼리성 식염천인 부산 해운대온천에서 온천욕을 시키고 아토피의 진단기준이 되는 'EASI수치'를 측정한 결과, 15명 중 8명이 EASI 수치가 뚜렷이 낮아져 증상 호전이 관찰됐다. 6명은 큰 변동이 없었고, 1명은 오히려 높아졌다. 김 교수는 "식염천의 알칼리 성분은 아토피로 인한 각질을 벗겨내는 동시에 보습 작용을 하며, 소금 성분은 피부 염증을 줄여준다"며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여서 '효과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온천욕이 난치성 피부염 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보완요법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으로 증명하는 '온천의 효능'_효과적으로 하려면
물 온도 38℃가 적당 냉온욕, 냉탕서 끝내야
보통 뜨거운 물(42도 이상)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체온보다 약간 높은 정도(38도 정도)가 피로 회복에 더 좋다. 장태수 CHA의대 바이오스파학과 교수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온천물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심장의 부담을 적게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42도 이상의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입욕 시간은 한번에 20분을 넘기지 말자. 온천욕을 너무 오래하면 피부 조직이 늘어지며, 혈관이 지나치게 팽창돼 혈행에 오히려 장애를 줄 수도 있다.
조선화 여성미한의원 원장은 "체질에 따라 수온 선택과 좋은 입욕 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소음인은 저온탕에 잠시 몸을 담근 후 온탕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한국인 중 가장 많은 태음인은 비교적 오랜 시간 뜨거운 물에서 땀을 많이 흘려도 괜찮다. 소양인은 가슴 부위에 열이 모이면 답답함을 느끼므로 고온욕 대신 반신욕과 저온욕이 적당하다. 태양인도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저온욕이 효과적이다.
냉온욕은 혈액과 림프액 순환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냉탕으로 시작해 냉탕으로 끝내는 것이 피부탄력을 높이고 혈관을 단련시키는데 좀 더 도움이 된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냉온욕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심폐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 혈압이 높은 사람은 반신욕이 좋다.
- [조선닷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