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07-03 13:31:57
[97차] 도봉산 산행기
2006. 7. 3. / 박광용
산행일 : 2006. 7. 2. (일), 흐리고 후텁지근함.
코 스 : 도봉매표소-은석암-다락능선-716봉-포대능선Y계곡-신선대-산악경찰서-
석굴암 옆-도봉계곡-도봉서원-도봉매표소
참석자 : 광용, 택술, 덕영, 경호, 상국, 인섭, 길래, 인식. (총 8명)
산행시간: 09:15~14:55. 총 5시간 40분 (휴식 시간 포함).
매월 첫 주는 내가 삼각산이나 도봉산을 안내하겠다고 공언을 하고 지난 5월 삼각산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에는 도봉산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지난 주 청계산 부부 모임에 이어 빡쌔게 산행하면 마나님들의 후환이 두려워 강도가 약한 <보문능선-무수골>로 공지를 했다.
지루한 장마비 예보가 있어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토요일 저녁, 인터넷 검색결과 큰 비는 없을 거란다. 서총님의 걱정스런 문자에 대해 그냥 간단하게 <간다>로 답하고 송파팀의 집결 장소와 시간을 변경했다. 김총의 아이디어 대로 자동차로 이동하기로 하고 8시, 수서역 깁밥집에서 만나는 걸로 변경했다. 신림 거사님은 견비통이라나? 불참을 통보해 왔고, 쫄고님은 아무 연락이 없는 걸로 미루어 아직 출장에서 귀국하지 않은 모양이다.
일요일 아침, 밤새 축구 조금씩 보느라고 뒤치닥거린 탓인지 머리가 개운치가 못하다. 이것저것 챙겨서 차를 몰아 가원초교 앞에서 기다리는데 우리의 대사님이 문자를 보내왔네. 허리가 완전치 못하여 도봉산은 어렵겠단다. 길래 선사의 처방(?)으로 차도가 있다더니 조금은 미진한 모양이다. 덕영이 태우고 김밥집에서 김밥 좀 사고, 권박이 나타나고 동부간선도로로 차를 몰아간다. 축구에 열심인 덕영이, 잉글랜드-포르투갈 전반전을 보고 잠들었다가 깨어서 다시 후반전을 본 것은 브라질-프랑스 전이었단다.
9시10분전, 도봉매표소 아래 민간 주차장에 주차한다. 곧 이어 도착한 인섭이는 상국이, 인식이, 길래를 담아 싣고 왔다. 새로 뚫린 불암산-수락산 터널을 지나 왔단다. 뻥~ 뚫린 터널이 도봉산, 삼각산으로의 접근을 한결 쉽게 할 것이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수 있을 듯…
‘축구광’인 경호는 축구 끝나자 마자 배낭을 꾸려서 집을 나와 지하철을 이용하니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단다. 아예 축구 시작하기 전에 한 두어 시간만 눈을 붙였다는 경호, 산행에 미친 모양이다. 아님, 마나님한테 매주 쫓겨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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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15분 매표소를 통과하고 광륜사 옆으로 난 다락능선 길로 오른다. 아예 코스를 변경해 버렸다. 김총은 지난 겨울 경호와 인식이와 함께 사패-도봉산을 완전히 종주해 버린 기억이 있어 그런지 자꾸 ‘종주 한 번 해버리지 뭐!’ 하는 언급이 많았고, 걱정스러웠던 펭귄도 종주의 경험이 있는지라 이 참에 우리로서는 미답의 포대능선 Y계곡을 넘기로 해버렸다. 다락능선에서 도봉의 제 모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코스라 기대가 크다.
초입의 작은 공터에는 몇 가지 운동 기구들이 준비돼있고 한 아줌마가 훌라후프 큰 놈을 돌리고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상국이한테 시선이 쏠리고, 그 시선에 고무된 상국이는 아주 크고 무거워 보이는 후프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한다. 작은 넘도 몇 바퀴 돌리고 나면 허리가 아파 저절로 떨어져 버리는데 상국이는 그 큰 넘을 아주 자연스럽게 천천히 잘도 돌린다.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은석암으로 오르는 바위길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 미끄럽다. 조심해서 오르고 앞을 보니 인식이가 없어졌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앞서간 상국이한테 물어도 뒤에 있을 거라는 둥 확인이 어렵다. 뒤따라 오던 경호에게 물으니 펭귄은 저~ 앞에 갔단다. 펭귄이 뭔가를 보여주려 작심을 한 모양이다. 지난번 사패-도봉 종주의 경험을 살려 도봉산의 바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돼버린 모양이다.
습기 많고 기온이 올라가는지 모두들 땀이 비오듯 한다. 서너 번을 쉬고서야 다락능선에 붙었다. 망월사가 눈앞에 전개된다. 가끔씩 보여주는 도봉산 정상부는 아직도 부끄럼을 타고 있나 보다. 제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운무에 가려 선인봉, 만장봉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자운봉은 아예 고개도 내밀지 않는다. 이 다락능선에서 도봉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코스인데, 하늘이 열리지 않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을 충분히 마셔두고, 조금 뒤쳐져 가지만 산행에 정열을 가진 덕영이를 모시고 다락능선의 와이어로프 구간도 통과한다. 아직 호흡이 고르지 않아 힘들어 하지만 발과 손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발이든 손이든 확보가 조금이라도 완전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간단한 요령이 바위길 산행의 기본임에 틀림 없다.
갈림길에서 앞서간 펭귄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도무지 기다려 주질 않는다. 전화를 해보지만 앞서 있다는 것만 확인이 될 뿐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 김총과 길래 선사는 엉뚱한 길로 갔나 보다. 전화통화로 미루어 보면 포대능선의 북쪽 산불초소 방향으로 가 있는 모양이다. 716봉으로 오라고 일러두고, 다락능선의 마지막 힘든 구간을 올라간다.
716봉, 옛날에는 대공포대 진지가 있던 곳으로 이 능선 이름도 <포대능선>이다. 산행 초입에서 헤어진 이후 처음으로 만난 펭귄, 그 동안의 진행상황 브리핑 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 봉우리에서 우리를 30분 넘게 기다렸단다. 토욜에도 문수, 인섭이와 이천의 도드람산을 다녀왔는데 이틀 동안 술 안 마시고 운기조식하며 몸을 만들어 나왔더니 산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더란다. 이제 펭귄의 진급이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쫄고님!! 펭귄의 계급 하나 지어주소, <기사>라는 거 말고…
사진 몇 장을 남겨두고,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차리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펭귄과 김총은 여기서 만났는데 길래 선사가 김총과 헤어져 우회길로 간다며 이 봉우리를 돌아가 버렸단다. 급히 전화 연락하니 신선대 안부 부근에 있나 보다. 거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우리는 Y계곡을 넘어간다. 상국이는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인데 그냥 가려고 하니 죽을 맛인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랴?? 친구가 저~기 떨어져 있는데…
보통 때 같으면 이 Y계곡을 건너는데 30분 이상 걸릴 것이다. 오고 가는 사람이 몰리면 오도가도 못하고 와이어로프만 잡고 있어야 한다. 어떤 이는 얼굴도 모르는 아줌씨의 거대한 부위에 머리를 박고 30분을 참고 기다렸다나? 우쨌대나? 그래도 축구 덕분인지, 아니면 비 올 거라던 잘못된 날씨예보 덕분인지? 산객이 보통 때보다는 훨씬 적어 우리는 15분 걸려서 모두 통과했다.
곧바로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을 찾아 자리를 펴고 즐거운 점심시간… 이제는 공식 밥상이 되어버린 상추쌈과 돼지고기 볶음, 각종 김치, 수박, 방울토마토, 떡, 커피, 막걸리, 천년약속, 등등… 펭귄과 덕영이는 아예 붙어 앉았다. 자연히 펭귄의 속삭임이 많아졌다. 조수/ 제자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조수 덕영이는 사부인 펭귄 챙기느라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처음 나왔을 때에는 정상주라곤 한 잔도 마시지 않던 펭귄, 이제는 컵 가득 따러 주는 막걸리도 마다 않는다. 더구나 제자를 각별히 보살피는 그 따뜻한 시선을 모든 이가 부러워한다. 아예 샘이 날 지경이다. 곳곳에서 난리다.
“야!! 이거 샘이 나서 못 살겠다.”
“내는 왜 사수나 사부가 없는 거야??”
“와!! 이거 더러버서 못 살겠네!!”
그 옛날 어느 쫄은 선사님 앞에서도
“자!! 이거 저거 쓰레기 다 챙기라!”
고 했다가 쫄고님한테 혼이 났다는 전설도 있더라마는, 언제나 쫄의 본분을 다하는 덕영이, 쓰레기는 확실히 챙긴다. 힘이 드는지 덕영이는 다시 올라갈 길이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주능선길을 마냥 달려 무수골이나 우이남능선으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도 있지만, 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날씨가 더워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짧게 도봉산 정상으로 여길만한 신선대에만 잠시 올랐다가 곧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신선대, 2004년 송년산행에서 여성봉-오봉을 거쳐 이곳에 올랐었다. 그 후에도 몇 번 도봉산에 왔지만 정기산행에서 오늘처럼 포대능선-신선대를 올라가지는 못했다. 점심으로 많이 무거워진 배를 끌어안고 자운봉과의 사이 안부에서 신선대를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좁은 공간에서 단체사진을 하나 찍어둔다. (서총님, 큰 사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도 철제 난간이 새로 설치돼 있어 불안한 느낌은 사라졌다.
반대편 난간을 넘어 미끄러운 바위 길을 조심하며 아래로 내려온다. 뜀바위 오름길 직전에서 동쪽(왼편)으로 난 급한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급한 경사에 물 머금은 흙 길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20분 정도 내려오면 산악구조대가 보이고, 석굴암 옆을 그냥 통과하고… 선인봉 아래 초입 바위에서 암벽타기 교육중인 모양이다. 잠시 구경하다가 다른 사람들에 밀려 하산을 재촉한다.
도봉 계곡과 만나고, 선두는 탁족하기 좋은 적당한 곳을 물색하고…
“어휴!! 시원하다.”
“신선이 따로 없네!”
많은 사람들이 계곡의 시원한 물에 발은 담그고 조그만 행복을 느낀다.
“자! 매표소에서 보자.”
하면서 선두는 배낭을 매고 줄달음친다.
내려오는 길에 도봉서원을 구경한다. 물론 출입은 금지돼 있다. 여러 차례 도봉산을 들렀지만 이곳을 찾기는 처음이다. 성균박사 남궁업 선생의 기념비도 있네. 서총님, 뭐 했던 사람인지 좀 갈카 주소…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매표소로 내려오니 14:55,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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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렀던 적이 있는 <만장봉산장>에서 두부보쌈, 동동주에 덕영이의 특별 주문에 의한 닭도리탕까지… 많이도 푸짐하게도 먹었다. 음식을 조금 남기게 된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100차 산행 계획에 대해 여러 얘기도 주고 받으며, 다음 98차 정기산행은 경기 제1봉, 화악산을 확인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근데 덕영이가 접는 의자가 없다고 투정이다. 오늘같이 맨땅에 앉으려니 옷이 다 젖었다느니, 지난번에 준다고 했다느니 하며, 사부 펭귄도 ‘그거 하나 사주라’ 하며 가세를 하고, 길래 선사는 다른 친구들도 사줘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서총님이 마지막으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지 뭐!!”
하며 진입로에 늘어선 가게에서 즉석으로 하나 구입해 준다. 다른 친구들도 정기 산행에 적극 참여한다면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ㅎㅎㅎ
동부 간선도로가 내려오는 길에 막힐 것 같아 김총의 안내에 따라 100번 순환고속도로로 접어들고 집에 도착하니 5시30분이던가??? 모두들 더운 날씨에 수고 많았습니다.
[97차] 도봉산 사진
몇 장 안됩니다.
박대장과 신곡사가 붙여주실 것으로 믿고...
* 우선 동영상부터 하나 감상하시고....
은석암쪽으로 다락능선을 오르는 초입에 몇가지 운동기구가 설치돼있다.
훌라후프를 보는 순간 누구랄 것도 없이 상국이 더러 "함 해보라" 했다.
훌라후프 큰 것과 작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