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10-30 10:52:53
[164차] 계룡산 경부합동 수학여행
2007. 10. 30. / 박광용
산행일 : 2007. 10. 27. (토), 맑음.
코 스 : 갑사-연천봉-문필봉(우회)-관음봉-자연성릉-삼불봉-남매탑-동학사
참가자 : 광용, 인섭, 인식, 문수, 진운, 택술. (서울팀 6명)
상헌, 정태, 민석, 거훈, 창열, 용하, 상직, 경조. (부산팀 8명)
경부합동 가을 수학여행의 일환으로 연초부터 계획된 행사를 치르려 하니 뭔가 막히는 일이 많다. 한동안 수안보로 갈 거라는 낭설(?)이 흘러 다니기도 했는데 10월초가 되니 동기회 집행부에서는 계룡산으로 공지한다. 수안보 부근이면 물과 어우러진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산들이 즐비한데, 갑자기 계룡산으로 바꿨다고 하니 좀 빡쎈 산행코스 정하기가 마땅찮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 무주 덕유산에서, 문경 주흘산에서 - 나름대로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도 이제는 소용없나 보다.
여러 가지로 모자라는 머리를 굴려보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만 날 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다. 계룡대가 들어선 이후 계룡산 일대 대부분이 군사지역이고 공원관리공단에서는 ‘비지정탐방로’라는 올가미를 씌워놓았으니 마땅히 움직일만한 코스가 없다. 부산의 배경조 삼공산악회 신임총무와도 통화해 보았지만 마땅한 코스를 찾지 못했고, 대전의 최병철 총무와도 연락했으나 ‘금지구역이라 어렵다’는 말만 돌아올 뿐 변변한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고 말았다. 아이고~~ 할 수 없지 뭐!! 이번 산행은 그냥 당일의 상황에 따라 코스를 결정하는 게 좋겠다. 정 안되면 지난 봄 계룡산 산행에서 당시 산행대장 곡사(신경호)가 원래 계획했던 코스로 한 번 가보는 거지 뭐……
양재역을 출발한 버스는 예정보다 15분을 넘겨 서현역에 도착하고 서울 동기회의 전,현직 회장과 함께 승차한다. 다시 보정역에서 대여섯 명의 친구들이 올라타고 수원에서 고속도로로 오른다. 천안에서 논산간 고속도로의 정안에서 국도로 내려 공주를 거쳐 갑사로 찾아간다. 원래 예정보다 30~40분 늦게 갑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약 30분을 더 기다려 부산 친구들과 만난다. 예약된 식당에서 부산 본부의 박진수 동기회장과 서울 김해균 회장의 인사말이 있고 난 후, 비빔밥 한 그릇을 후루룩 비벼 먹고, 산행팀과 산보팀 그리고 야유회팀으로 나누고 산행팀은 먼저 자리를 뜬다. 근데 대전에서는 아무도 안 왔는가? 최병철이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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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겠다고 나선 친구들은 서울에서 6명, 부산에서 8명이 나서니, 총 14명의 대군은 갑사를 지난 갈림길에서 오른쪽 연천봉 방향으로 오른다. 급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부산팀이 과연 쎄다. 상헌이와 용하가 먼저 치고 오른다. 경부합동산행에 처음으로 함께하게 된 거훈이는 속도는 느리지만, 어릴 적 운동했던 가락이 남아있고 지금도 울트라 마라톤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으니, 내년에 있을 큰 행사에서 좋은 성과 거둘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쉴 줄 모르는 모진(?) 친구들을 겨우 설득해서 잠시 쉬어가고, 한 시간 걸려 연천봉 안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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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와 상헌이는 기질상 기다리는 걸 못하는 모양이라 먼저 관음봉 쪽으로 가버리고, 뒤따라 온 친구들은 연천봉으로 오른다. 논산의 누런 황산벌이 눈앞에 펼쳐지고 신원사인지 갑사인지 기와집이 아련하다. 저 너른 들판의 곡식은 벌써 누렇게 변해버렸고 때 이른 논에서는 이미 가을걷이가 끝났나 보다. 천오백년(?) 전 백제의 한 장수는 여기서 생을 마감했다던가? 그 혼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남동으로는 안테나가 수두룩하게 솟아있는 천황봉이 지척이다.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금남정맥과 남부능선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천황봉 바로 앞은 쌀개봉이고, 쌀개봉에서 동으로 뻗은 저 능선을 따라가면 천왕봉(황적봉)과 치개봉인데,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저 뒤쪽으로는 계룡대가 자리하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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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건 고려건 나라가 설 때마다 그 수도로 거론되었던 곳, 지금도 行複도시가 가까운 바로 이곳에 이제는 군대가 떡~하니 자리잡고 앉았다. 文보다 武가 더 어울리는 자리인지는 모르지만 행정부든 군이든 간에 국민을 위하는 행정이라면 계룡산의 정기나 듬뿍 받을 수 있게 등산로나 좀 개방해주면 좋겠다.
다시 30분을 달려 관음봉 안부에 당도한다. 시간적으로 여기서 바로 하산하는 게 좋을 듯한데 진운이는 자연성능에 가봐야 한다며 곧바로 관음봉으로 오른다. 이미 상헌이, 경조와 상직이는 은선폭포-동학사로 내려가버렸고, 용하는 관음봉으로 올랐는지 벌써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서 기다리다 은선폭포로 하산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였으나 일행이 너무 많이 쪼개지는 것 같아 나도 관음봉으로 오른다.
관음봉에서 자연성능을 봤다 하면 안 가고는 못 베길 거라는 것을 나는 안다. 다시 한 번 천황봉에 인사하고,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계룡산 ‘ㄷ’자 종주를 눈앞에서 한 번 그려본다. 바로 앞에 펼쳐진 자연성능과 동학사를 내려다보며 시간에 쫓긴 급한 발걸음을 옮긴다. 이넘의 자연성능은 안쪽(동학사 쪽)은 급한 절벽이고 바깥쪽(황산벌 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아무래도 거꾸로 돼있었다면 우리 역사도 좀 바뀌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자연성능? 누가 이름 지었는지 참으로 절묘하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삼불봉 남서쪽 봉우리에서 계룡산의 정기를 맘껏 받아 마신다. 다시 길을 재촉하고 삼불봉은 우회하고 남매탑에서 후미를 기다린다. 울트라 마라톤맨 부산의 정태가 깎아주는 사과 한 입이 그렇게 마음 편하다. 서울 팀은 무슨 일에 쫓겼는지 먹거리 하나 준비하지도 못하고 달려왔나 보다. 진운이가 떡을 갖고 오기는 했다던데 목 막힐 것 같아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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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민석이가 삼불봉을 올라본 후미팀를 데리고 나타난다. 2년 전인가? 덕유산을 영각사에서 향적봉까지 20Km를 종주할 때, 용하, 정태와 함께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던 바로 그 ‘공비’ 민석이가 작년 주흘산에서도 후미를 돌봐주었는데, 이번에도 후미를 자처했나 보다. 아마 ‘공비’라는 애칭(?)이 그렇게 듣기 싫었던가? ㅎㅎㅎ 급기야 민석이를 따라 온 펭귄도 지난 설악산 산행 후 이제는 산행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내는 인자 내 속도로 안 쉬고 그냥 갈 테니까, 너그는 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가라. 내를 기다릴 필요 엄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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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탑에서 잠시 휴식 후, 동학사로 바로 떨어지는 코스로 간다.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걸로 봐서 서둘러야 할 모양이다. 아직 랜턴을 켤 상황은 아니라 30분을 신나게 달렸나 보다. 동학사 바로 아래 포장길에 닿는다. 6시 조금 못된 시각인데 서울 동기회 총무이자 산우회 나팔수인 진홍이 전화다. 야유회팀으로 기분 좋게 실컷 놀다가 이제야 산행팀을 챙기나 보다. 버스도 출발은 해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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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버스주차장에 도착하여, ‘추억의 가을소풍’ 행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산행팀의 계룡산 산행을 마감한다. 지난 봄에 곡사(신경호)가 계획했지만 날씨 관계로 이루지 못한 바로 그 코스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심정으로 후다닥 해치워 버렸다. 진운이 덕분(?)에 망설임 없이 자연성능으로 올라 5~6시간 걸리는 코스를 서둘러서 4시간에 해치워 버렸다.
이제 산행팀 후미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산보팀을 기다린다. 그 기다리는 시간을 참지 못하는 친구들은 매점으로 가서 막걸리 한 사발을 비우고, 버스에 승차하니 산행팀 후미와 산보팀 친구들이 모두 앉아 있다. 산보팀은 금잔디광장을 거쳐 천정골로 내려왔나 보다. 산보팀으로 다녀온 전임 회장 부종 왈,
“누가 산보 코스라 그랬노? 거기 고개가 600미터가 넘는다 카더라.”
버스가 이동하는 길이 꽉 막혔다. 예약돼있는 호텔에서 방 배정하고, 샤워하고 나서, 맛난 음식이 차려진 ‘버드나무집’으로 이동, 각자 자기의 취향에 맞는 고기 구워 먹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2차로 노래방으로 이동하는 중에 나와 문수는 먼저 자리를 일어선다. 일욜에 내가 빠져서는 안 되는 집안 일이 하나 있어서다. 문수 역시 최근 집 짓는 일에 신경 쓸 일이 있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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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 이후 뒷얘기들은 다른 친구들이 올려줄 것으로 믿습니다.
산보팀의 산보 아닌 산보 얘기와 야유회팀의 무궁무진한 얘기도 궁금합니다.
부산 친구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먼저 자리를 떠나와서 더욱 미안합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서울 부산 동기회 회장과 총무단에 감사의 예를 올립니다.
그리고 후미 챙기느라 신경 많이 쓴 민석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한 마디, 내년에도
“The show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