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6.
감자전
좁은 원룸 안을 고소한 냄새로 가득 채운다. 손목 스냅으로 프라이팬을 들어 뒤집는 기술은 가히 손뼉 칠 만하다. 뒤집히면 더 진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귀는 집중하여 작은 소리 하나까지 끌어다 모은다. 달구어진 프라이팬에서 식용유가 튄다. 코와 귀는 그 맛에 홀딱 반해 버린다. 이미 알고 있는 맛이기에 눈을 감을 필요조차 없다. 입꼬리는 올라가고 광대가 부풀어 오른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구미가 당긴다. 동그란 접시에 스르르 미끄러져 가득하게 담긴다. 하얀 접시 위에 가득하다. 이놈은 나누어 쥔 젓가락으로 사방팔방 찢어야 한다.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나누고 한 박자 정도 쉬기를 권한다. 아니면 한 저분을 들고 입바람을 불며 제대로 식혀야 한다. 급하게 흡입하여 씹다 보면 입천장은 식용유의 뜨거움에 허물을 벗게 된다. 프라이팬에는 두 번째 놈이 자글거리고 있다.
감자전이다. 햇감자로 굽는 감자 부침개는 그 해 처음 맛보는 것이라 더 맛있다. 더군다나 내가 심고 내가 물주며 키워낸 감자라면 어디에도 견줄 수 없다.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3개월 이상의 긴 시간을 공들여 보살핀 정성으로 머리와 가슴에서 정해버린 최고의 맛이기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 만족감이야 말해 무엇할까.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만큼 된다. 감자 하나로 자존감이 아주 높아지기 때문이다.
감자를 얇게 채를 친다. 아가리가 큰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약간의 소금으로 숨을 죽이면서 전분은 지키고 물기만 모아 버린다. 감자채가 어느 정도 탄성을 가지면 밀가루나 튀김가루를 아주 아주 조금만 넣고 버무린다. 그야말로 감자채만으로 전을 굽는다.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이다. 무질서하게 배열된 감자채의 전분으로 서로가 엉켜 구워진 모양은 그 자체만으로 예술품이다. 대개는 가운데 부분은 조금씩 탄 흔적이 보이기 마련이다. 뒤집개로 살짝 누르며 구운 흔적의 결과다. 그래서 더 구미가 당긴다.
흔히 감자전이라 하면 갈아서 만든다. 믹서기나 강판에서 갈아진 감자와 다진 청양고추 버무려 빈대떡처럼 구운 감자전이다. 비 오는 날 술안주로 쫀득한 식감의 감자전만 한 게 흔하지는 않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갈아 남든 전보다 채를 썰어 만든 감자전을 흠모하게 되었다. 아마도 아들놈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감탄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너무 맛있다.”를 외쳐대던 아들이 한 손에는 젓가락을 끼고 다른 한 손에는 텅 빈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쪼르르 미끄러지듯 달려간 그날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들이 맛있으면 나도 맛있다. 나는 아빠니까.
첫댓글 사진으로 보는거 보다 글로 읽으니 더 먹고싶노
이거 말이지? ㅎㅎㅎ
탱이가 왔군 그래서 더 맛있겠군
신여사가 더 심혈을 기울였을테니
서서히 누나를 닮아가는 우리를 발견한다. 늙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