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1495)
피에트로 페루지노
15세기 르네상스 화가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 1445-1523)는
1482년에 피렌체 화가들과 바티칸궁 시스티나 성당 벽화장식을 했고,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화파’의 지도자였으며,
감미롭고 감상적이며 단순화된 인상의 화풍이었고 라파엘로의 스승이었다.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피에타>는
페루지노가 회화 전통에 따라 그린 작품이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이상화 된 인물들을 통해
경건하고 슬픔에 찬 분위기를 잘 표현해 냈다.
피렌체 근처 산 유스토 교회를 위해 그려진 이 작품의 연대는
대략 1490년에서 1500년 사이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페루지노가 의욕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때이다.
페루지노의 명작에 속하는 이 작품은
당당히 그리스도교의 피에타 회화 전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페루지노의 <피에타>는 단순해 보이지만
감동적인 찬사와 경건하고 묵상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정교하게 구성되었다.
전경에 세심하게 배열된 인물들은 모두 우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원경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풍경은 무한함을 암시하며, 영적인 차원을 강조해준다.
전경의 인물, 중경의 원근법으로 그린 건축물의 기둥,
원경의 풍경은 전체적으로 풍부하게 채색된 색채와
안정된 빛으로 인해 페루지노 특유의 조화를 이룬다.
이상화된 인물에서 느껴지는 조각 같은 견고함은
인물들에게 이 그림의 주제에 걸 맞는 존재감을 드러내준다.
중앙에 앉아 있는 성모님은 죽은 아들 그리스도를 무릎에 올려놓고
두 팔로 예수님을 안으며 약간 거리를 두고 슬픔에 잠겨 명상하듯 바라보고 있다.
성모님은 외아들의 죽음이 하느님에게는 어떤 뜻인지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입은 푸른색 옷은 천상의 신분을 나타내고,
흰색 두건은 순종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어머니에 무릎에 안겨 두 다리를 쭉 뻗어 잠들어 있다.
예수님의 몸은 검은 빛이 감돌지만 고대의 이상적인 조각상처럼 곱고 우아하다.
예수님은 세상 구원을 위한 자신의 사명을 모두 완수하시고,
모든 것을 하느님 뜻에 맡기시고 평안한 안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 머리맡에서 무릎을 꿇어 예수님을 바치고 있는 이가 사도 요한이다.
그는 희망을 상징하는 녹색 옷과 사랑을 상징하는 붉은 망토를 걸치고
슬픈 눈빛으로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예수님께서 왜 죽으셔야 했는지 묵상해보라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한 뒤에서 두 손을 모아 하늘을 처다 보는 이가 니코데모이다.
그는 예수님의 장례를 치룰 때,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 제자이다.(요한 19,39)
그는 따뜻함과 행복함을 나타내는 오렌지색 옷과
하늘의 신분을 나타내는 푸른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데,
그가 밤에 예수님을 몰래 찾아갔을 때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고
하셨기에, 그는 위로부터 새로 태어나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니코데모 반대편에는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깍지를 끼고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는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고,
빌라도가 허락하자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를 치른 사람이다.(요한 19,38)
그는 하늘의 색인 푸른색 옷과 사랑을 상징하는 붉은 색 망토와
희망의 색인 녹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그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죽기까지 사랑한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죽음으로 얻게 된 구원에 대한 희망을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요셉 앞에 앉아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도 깍지 낀 손을 모으고
예수님의 발에 난 상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눈물로 그분의 발을 씻어 드렸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여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씻어드리고
나르드 향유를 발에 붇고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다.
그래서 금발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페루지노의 조화로운 인물 구성과 고대 조각 같은 인물표면은
당시 페루지노의 작업실에서 일했던 젊은 라파엘로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라파엘로는 그의 스승 페루지노에게 배웠던 것을 받아들여
전성기 르네상스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