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모델 체인지를 거친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렉서스의 기함 LS의 라인업에 새로운 모델인 LS460 AWD가 추가되었다. 기존의 LS460 모델 대비 중요하지 않은 몇 가지 옵션을 제외해 가격을 다운시키면서도 풀타임 AWD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해 주행 안정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오너를 위한 고급 대형 세단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미끄러운 노면이 잦은 겨울철에 특히나 위력을 발휘할 LS460 AWD와 함께라면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따뜻하고 편안할 것이다.
글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최정일 기자
(메가오토) 사실 누구나 LS와 같은 각 메이커의 커다란 기함들과 마주하게 되면, 자꾸만 운전석 쪽이 아닌 뒷좌석으로 시선이 쏠리게 마련이다. 차에 미쳐있는 기자에겐 운전석에 앉아 시승차의 가속페달을 밟아대는 그 순간이야말로 과장 조금 보태 삶의 이유이자 유일한 안식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높으신 분들께선 운전석보단 기함급 대형 세단의 안락한 뒷자리 상석이 마치 그들의 존재 이유인 마냥 훨씬 익숙하실 것이다.
그분들 중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기로 소문이 자자하신 S그룹 회장님을 비롯한 소수의 자동차 매니아 분들을 제외하면, 뒷자리에 익숙하신 대부분의 높으신 분들께서 만약 운전석에 앉아 뭐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가속페달을 밟아대는 기자의 모습을 보신다면 정말로 미쳤다고 하실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자도 평생 앉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분들의 뒷자리가 과연 어떨지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인지라, 뒷좌석 위주의 기함급 모델들을 마주할 때면 예의상 한번 앉아 체험해보긴 한다. 그런데 예의상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달리는 기함의 상석에 앉아 머리를 뒤로 기댄 채 느긋하게 자세를 잡은 후 잔잔한 음악이라도 낮게 깔아 놓으면 뼈마디가 노곤해지고 졸음이 솔솔 밀려오는 것이 참 안락하고 편안하긴 하다. 그러다보면 운전석으로 돌아가기 귀찮아지는 기현상이 찾아오기도 해 나이 먹으면 어떻게 될지 조금은 걱정도 된다.
다행히 이번에 만난 LS460 AWD는 뒷자리에 초점이 맞춰졌던 그 동안의 LS와는 달리, 직접 운전하는 오너에게 만족감을 높여줄 법한 구성을 갖추고 있기에 운전석에서의 즐거움에 비중을 두며 시승에 임할 수 있었다. 몇 가지는 제외되었지만 기함다운 수많은 장비들이 쏠쏠한 재미를 더해 주었으며, 어떠한 주행에서도 안락함을 잃지 않으면서 AWD의 안정감을 추가로 선보여준 LS460 AWD에 대한 소개를 올려본다.
익스테리어 현행 LS의 외관은 렉서스가 엘피네스(L-Finesse) 라 부르는 디자인 컨셉이 두루 반영되어 탄생했으며 브랜드의 기함답게 하위 모델들에 비해 좀 더 품격 있는 모습을 풍겨내고 있다. 각 부분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날카롭고 치밀해 보이면서 스포티함이 스며들어있는 렉서스 특유의 디자인이 엿보이지만 구형 모델에 비해 더욱 커진 차체 사이즈와 단아한 느낌의 라인을 사용함으로서 전체적으론 당당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첨단의 이미지와 보수적인 색체가 동시에 묻어나온다고 하면 알맞은 표현이 될 것 같다.
전면엔 렉서스 패밀리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익은 역사다리꼴 모양의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큼직하고 적당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범퍼와 안개등의 모습은 치장하지 않고 잘 묻어가게 만들어 깔끔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제논 헤드램프는 유난히 밝게 느껴져 야간의 전방 시야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측면의 모습은 길다는 느낌 외엔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데, 사이드 미러의 디자인과 맨 아래 멋스러운 크롬 라인 장식 등이 그러하며, 적당히 경사진 C필러는 마지막에 위로 치켜 올라간 윈도우 라인의 크롬 몰딩과 맞물려 날카롭게 잘 빠진 멋스러움을 뽐낸다. 18인치 휠은 멀리서 바라보면 약간 아쉽게 느껴지는 사이즈인지라 연비를 무시한다면 미관상으론 19인치 정도가 잘 어울리겠다.
뒷모습에서 먼저 보이는 두 가지 디테일 중엔 최근 등장하는 몇몇 차종에서 그 모습이 흡사해 LS가 앞서 사용한 것이 다행일 수 있는 리어램프의 형상이 눈에 처음 들어오며, 역시 LS가 발 빠르게 사용한 후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범퍼 일체형 듀얼 머플러가 납작하게 위치하고 있다. 이 머플러는 르노삼성 SM7 뉴아트의 것과도 흡사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마무리가 다르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인테리어 실내에 들어서면 날카롭고 스포티한 디테일이 많이 사용된 외관에 비해 고급스럽긴 하지만 보수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데, 이것은 튀는 디테일 없는 실내디자인에 밝은 색감의 우드그레인이 폭넓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없긴 하지만 너무 첨단의 이미지로 도배하는 것 보단 어느 정도 익숙한 보수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대형 세단의 주요 고객인 연령층 높은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며, 렉서스는 기함인 LS의 실내에서 그 부분을 더욱 감안한 것 같다.
카드형 스마트키와 전동식 트렁크 개폐 버튼, 마크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옵션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넓고 풍요로운 실내를 더욱 감칠맛 나게 만들어준다. 운전석, 조수석 시트 모두 렉서스답게 3인분의 메모리를 포함한 전동식으로서 특히 운전석 시트는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조절되어 최적의 자세를 잡아주며 넓직한 면적과 더불어 착좌감 자체는 푹신한 편이다. 안전벨트의 높이조절까지 전동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차를 전자제품으로 착각하게 만들려는 렉서스의 속셈인지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라는 배려인지 해석하기 나름이겠다.
D모드로 정차 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무방한 오토홀드 기능의 조작 버튼이 포함된 스티어링휠은 열선 기능이 내장되어 요즘 같은 영하의 날씨에도 운전자의 손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데, 이 같은 옵션들로 인해 기함임을 자랑하면서도 뒷자리에만 앉기엔 아까운 차라는 욕심이 생겨나게 만든다. 각종 정보가 표시되는 계기판은 기본적으로 화이트 톤의 심플함 그 자체로써, 시동이 걸리기 전엔 까맣게 어둡다가 시동버튼을 누르면 하얀 빛을 선보이며 잠에서 깨어난다.
센터페시아와 기어변속레버 등의 모습은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과 비슷하게 매칭 되는 부분으로 각종 정보를 조절하는 터치스크린 모니터엔 네비게이션, DVD, 후방카메라 등이 연동되며 매우 깔끔한 화질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어변속레버 뒤쪽으론 에어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컴포트에서 스포츠모드까지 조절하는 버튼, VDIM off버튼, 차고를 약간 높여주는 HEIGT HIGH 버튼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아니지만 뒷좌석 공간엔 부족함이 없으며 푹신한 시트에 몸을 기댄 후 암레스트를 펼쳐 그 안에 오밀조밀 들어가 있는 버튼들로 냉, 난방 기능이 포함된 리어시트의 각도조절, 오디오와 공조장치 등을 조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뒷좌석의 승차감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안락함 그 자체이며 한 가지 잊을 뻔 했던 장비는 역시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썬블라인드로서 썬팅이 필요 없이 옆과 뒤를 가려준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LS460 AWD를 그저 안락하고 편안한 대형 세단이라고만 하기엔 일단 최고출력 362마력과 최대토크 47.6kgm를 내뿜는 배기량 4,608cc의 V8 엔진에게 미안해질 수 있다. 렉서스와 도요타의 다양한 모델들에 사용되는 이 4.6리터 자연흡기 엔진엔 VVT-i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였으며, 아랫급 GS에도 460모델에만 장착되는 8단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물 흐르듯 매끄러운 가속을 자랑한다.
여기에 앞뒤 구동력이 상황에 맞게 알아서 배분되는 풀타임 AWD 시스템을 추가해 기존의 후륜구동 모델 대비 보다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해주며 렉서스의 통합 자세제어 안전장치인 VDIM 시스템과 함께 위기 상황에서도 차체의 거동을 치밀하게 조절해 기함다운 안정적인 주행성능이 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
D레인지로 컴포트 모드에 맞추고 답력이 부드러운 가속페달을 느긋하게 조작하며 귀를 기울이면 매끄러운 엔진사운드가 미세하게 들려오긴 하지만 옆 차선에 시끄러운 디젤차라도 지나가면 상대적으로 그 차의 엔진음이 더 크게 들릴 만큼 렉서스다운 정숙함이 온몸에 느껴진다. 렉서스 하면 일단 조용한 차라는 인식이 깔려있는데, 기함인 LS는 움직이는 도서관이라는 별명답게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수면을 취하는데 있어 방해받을 일이 없다. 물론 아이들링 시의 진동이나 소음 따윈 LS와는 먼 이야기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각 메이커의 기함급 모델들이 대게 그러하듯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한 일상적인 주행에선 가속페달의 가벼운 조작만으로 스트레스 없는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반면, 마음 단단히 먹고 제대로 달리면 실제 가속은 스포츠카와 맞먹는 고성능을 뿜어낸다. LS또한 마찬가지로 워낙 뛰어난 정숙성과 부드러움 때문에 체감상으론 그다지 빠르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 속도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들도 명함을 내밀기 꺼려질 만큼의 성능을 겸비하고 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D레인지에 있던 기어변속레버를 왼쪽으로 옮겨 S 혹은 수동모드를 이용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주면 제로백 6초미만의 초반 가속성능을 비롯해 대배기량 답게 고속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속도 상승을 일궈낸다. 다만 빠르게 다가오는 전방시야나 계기판의 속도계에 신경을 써야만 이를 알아챌 수 있으며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 자체는 실제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다가온다. 평범한 세단을 타다 LS로 옮겨 타고 그냥 지금 80km 정도 되겠지.. 라는 감으로만 과속카메라를 지나쳤다가는 분명 40km초과 범칙금을 나라에 기부해야 할 것이다.
영하의 온도와 흐릿한 날씨 때문에 노면상태가 칙칙하고 차가워 타이어의 온도를 높이기 힘든 시승 날의 상황처럼, 겨울철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LS의 AWD시스템은 마치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커피한잔의 여유와 같은 안정감으로 운전자에게 믿음을 선사해 주며, 심리적으로도 보다 자신감 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다만 눈이 펑펑 내리는 악조건에선 그 어떤 차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AWD만 믿고 눈길을 시원스레 질주하는 무모한 행동은 금물이다. 물론 후륜구동 대비 안정감에 있어서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사륜구동이면 눈길도 안전하다는 식의 언급은 그러한 환경에서의 경험부족을 드러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AWD시스템은 최근의 사륜구동 세단들처럼 급격한 코너링이나 고속주행시의 차선 변경 등에 유용한 주행 자체를 위한 장비라고 보면 되겠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의 경우엔 구동방식의 차이에 따라 주행감각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많이 느꼈다. LS460에서 AWD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나갈 때 가장 크게 와닿는데, 덩치 큰 녀석치곤 매우 의외일 만큼 AWD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보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다만 뒷자리 오너를 배재할 수 없는, 게다가 기함인 이유 때문인지 너무 무른 승차감과 날카롭지 못한 핸들링을 추구해 렉서스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가 싶다가도 상황에 따라 더욱 치밀하게 변화되는 감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느껴진다. 또한 최신의 8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해도 어쩔 수 없는 5등급의 연비는 하이브리드 모델로만 대체하려 하지 말고 새로운 엔진의 개발과 투입, 혹은 차체 경량화 기술의 진보를 통해서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디젤기술이 빈약한 일본메이커가 넘어야 할 산은, 상품성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투입도 있겠지만 당장은 가솔린 엔진 자체의 효율성 또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더욱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들이 넘어서고자 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격차는 더 이상 좁히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원래 거의 다 됐다 싶어도 마지막 남은 고비 하나를 넘어서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니만큼, 시간을 극복하려면 두 배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잘나간다는 일본 메이커들은 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긴 하지만..
에필로그 LS의 라인업에 가격대비 상품성이 가장 높은 모델로 자리할 LS460 AWD는 너무나 당연할지 모르는 뛰어난 정숙성과 매끄럽고 빠른 가속에 AWD시스템이 더해져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높은 영역대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여전히 화려한 옵션과 안락한 실내 또한 한국인의 취향과 주요 고객층에 잘 들어맞는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들을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차기 LS의 후속이 모습을 드러낸 후로 미루어 둘 것이다. 끝까지 렉서스만의 성격을 고집한다면 그 자체를 완연한 가치의 상품성으로 극대화 시키는 최고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할 것이며, 내구성이나 생산라인의 장인정신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벽을 넘어선다면 그때야말로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도요타가 아닌 렉서스 엠블럼을 달고 있다면, 또한 그들이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완벽추구' 라는 말에 부합하려면 지금처럼 도요타 모델과 비슷한 성격의 차에 고급스러움만 덧붙일 것이 아니라 디자인 차별화에 성공한 것처럼 성격이나 내용도 차별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