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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컴사랑동아리 원문보기 글쓴이: 거니
매생이를 처음 맛본 것은 불과 5년 전 장흥을 취재 차 찾았을 때다. 길라잡이를 맡은 어느 시인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다며 한 식당으로 팔을 이끌었는데 처음 보는 국이 나왔다. 하얀 국그릇에는 파래처럼 생긴 풀이 담겨 있었다. 시인은 매생이국이라고 했는데 흐물거려서 숟가락으로 잘 떠지지도 않았다. 차라리 훌훌 마시는 편이 나았다. 그 뒤로 매생이국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맛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밍밍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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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국 한 그릇으로 속을 데웠다면 장흥 여행에 나서보자. 장흥은 예로부터 문림의향(文林義鄕)으로 불리는 곳. 소설가 이청준과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장흥의 하늘과 들판, 기름진 개펄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천관산 중턱에는 이들을 기념하는 문학공원이 있다. 회진은 문학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청준 생가와 한승원 생가가 지척이다. 고만고만한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의 모습은 평화롭고 한적하다. 회진포에서 소설가 이청준이 태어나고 자란 진목리가 가깝다. 이청준은 이 일대 어촌마을의 정서를 바탕으로 ‘선학동 나그네’라는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천년학’이란 제목으로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들고 있다. 임권택 감독이 1996년 영화 <축제>를 장흥 남포마을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마을 앞에는 ‘소등섬’이라는 무인도가 신기루처럼 떠 있다. 영화 촬영 이후 남포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하나 둘 늘어났고, 굴 구이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꽤 알려진 관광지가 되었다. 강진 가까운 삭금마을은 일몰 명소다. 사진작가들만 알음알음 찾는다. 포구에 정박한 작은 어선들 너머로 시뻘겋게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매생이가 자라는 맑은 바다가 있고 문학의 짙은 향이 서려 있는 장흥. 이 겨울이 다 가기 전 한 번쯤은 가볼 만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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