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7월 17일 우리나라 헌법이 공포되었다. 아래에 법률을 거느리는 헌법이 제정된 것은 국가 정체를 법치에 둔다는 뜻이다. 전제정치의 권력자는 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스 고대 철학자 트라시마코스(기원전 459∼400)는 강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더 크게 키우려는 목적으로 법을 만든다고 힐난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지속될수록 빈부 격차와 비인간화 현상이 심화되므로 마침내 계급투쟁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은 '농노 사회' 러시아에 1917년 ‘혁명’이 일어났다. 니콜라이 2세는 제정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1918년 7월 17일 가족과 함께 처형당했다.
그로부터 80년 지난 1998년 7월 17일, 암매장되어 있던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의 유해가 발굴되었다. 세월이 흐르면 잊기도 하고 용서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소비에트연합(소련)은 1991년에 진작 해체되었다. 사람들은 장례식을 거행한 후 성당에 유해를 안장했다.
지나간 일이라 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일들도 많다. 제헌국회가 1948년 7월 17일에 새삼 헌법을 제정한 것은 우리가 1910년 경술국치를 겪은 탓이다. 1948년보다 29년이나 전인 1919년 9월 11일에 이미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통합헌법을 발효했다. 노령 대한국민의회, 한성정부, 상해임시정부가 각각 만든 헌법들을 제1차 개헌 형식으로 묶었던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1993년 7월 17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쥬라기 공원〉이 개봉되었다. 개봉날짜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쥬라기 공원〉 자체마저 잊는 것은 옳지 않다. 공룡들이 살아서 인간을 위협하는 사태는 상상 속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습게 여기는 경시는 금물이다. 그런 인식은 오늘날의 자연과학이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태동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 헌법을 기초한 유진오는 〈김 강사와 T교수〉 〈창랑정기〉 〈화상보〉 등의 장 ‧ 단편을 남긴 소설가이기도 하다. 법률가와 소설가 사이, 법률 문장과 소설 문장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는 1940년 이후 친일의 길을 걷고, 1980년 이후 전두환의 국정자문위원을 맡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1970여 년이나 아득한 옛날인 기원전 49년에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아무 것도 단정하지 말고, 거듭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 상상은 문학을 낳고 영화를 낳는다. 어디 그런 정도의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지식뿐일까! 상상은 사고력의 기초로서 모든 과학을 낳는다. 나의 상상은 나의 앞날을 열고, 인류의 상상은 인류의 미래를 연다. (*)
민주당 대구시당 초청 강연에 초대합니다.